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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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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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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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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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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3화

DUMMY

“저기 입구 밖에 가서 일렬로 줄 서라. 한 명씩 죄를 사해줄 테니.”


이에 훈련소에 입소한 훈련병마냥, 녀석들은 빠릿빠릿 튀어 나가 한 줄로 길게 줄을 섰다.


“후후후. 디오, 이것이 네가 말하던 큰 그림인가.”


“맞아. 저것 봐. 얼마나 좋냐? 나쁜 자식들 속죄도 시켜줘, 타락도 흡수해, 골드도 벌어. 서로 좋잖아?”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단 법.


“자, 오늘도 녀석들 제대로 교육시켜 주시지요, 로선생.”


“후후.”


그간 고생했던 나날들이 이렇게나 결실이 잘 맺어졌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오늘은 과연 얼마나 많은 수확이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

.

.


다음 날.


“오우... 넓고 좋네~”


이제 마을은 텅텅 비어 조장 일곱 명과 소포이만이 남아있었다.


“오늘은 400골드다. 어떡할 거야?”


용건은 간단히.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얘들아, 이 정도면 자원봉사다. 내가 기회를 몇 번이나 줬냐?”


그러자 소포이가 참지 못하고 나에게 검을 들이밀며 소리쳤다.


“닥쳐, 이 망할 새끼야!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우리 길드원들이!”


“내가 뭘?”


웃긴 년이네, 이거.


“내가 뭐 속죄하기 싫다는 녀석 강제로 속죄시켰냐?”


나는 손으로 검을 치우며 말했다.


“어제 아주 그냥 지들이 좋아가지고 알아서 줄 서던데? 아, 넌 어제 못 봤구나?”


허나 그 광경을 지켜본 두 조장은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아니, 누가 뭐 연옥에 오라고 칼 들고 협박함? 아니면 나한테 속죄받으라고 협박함?”


이에 소포이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칼 들고 협박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네.”


나는 가볍게 소포이 옆을 지나 그 뒤에 있는 조장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10초 준다.”


그리고.


“10, 9, 8...”


운명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4, 3, 2.”


“하겠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0까지 가기 전에 지원자가 나왔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버틸 깡도 없으면서 뭐 이리 뜸을 들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따라와.”


허나 녀석뿐만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부길마님...”


“저도... 면목이 없습니다...”


그를 시작으로 나머지 조장 모두 속죄에 참여할 의사를 내비쳤다.


“그럼 다들 나가서 줄 서 있어.”


사실 이들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소각로로 해결하려면 24시간을 돌려도 보름이 넘게 걸릴 텐데, 제정신이 아닌 이상 그 짓을 할 리 만무했다.


한 명당 내야 하는 골드가 만 단위였기 때문에 수입이 매우 짭짤했다.

수금은 내가 하고, 사형 집행은 로니가 한다.

한 명씩 패대기쳐지는 동안 마을로 시선을 돌리니 혼자 남은 소포이가 주먹을 꽉 쥔 채 분노에 몸을 떨고 있었다.


“아직 버틸 만한가 보네.”


기회를 줘도 굽히지 않는 걸 보면, 아직도 알량한 자존심이 남아 있는듯했다.

그렇게 조장들을 모두 속죄시킨 후, 우리는 오늘도 아지트로 귀환했다.


.

.

.


다음 날.


“넓고 좋네.”


마을에 혼자남은 소포이를 등진 채 나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원룸치곤 너무 넓은 것 같은데, 어때?”


소포이는 대꾸 없이 나를 노려보기만 했다.

나는 괜스레 옆에 있는 소각로를 돌리며 말했다.


“이제 이거 돌리려고 줄도 안 서도 되고 좋구만. 돌리다가 지겨우면 옆에 다른 소각로를 돌리면 되는 거고.”


물론 그럴 생각은 없을 것이다.

금안으로 확인한 그녀의 타락은 142.

무려 852시간이나 소각로를 돌려야 하는 수치다.


“500골드.”


마지막으로 제안했다.


“진짜 마지막이야. 내일부터는 여기 안 올 거니까. 나도 할 일이 많거든.”


그 말에 소포이의 눈빛이 미묘하게 떨렸다.


“그래도 적장에게 베푸는 마지막 성의다. 5초 준다. 5...”


더 이상 길게 끌고 싶지 않았다.


“4, 3, 2...”


“...겠다.”


“뭐라고? 혼자 남은 찐따라서 안 들리는데? 크게 좀 말해봐.”


“내겠다고!!”


“큭큭. 진작 그럴 것이지.”


그간은 같잖은 자존심을 내세워 댔지만 역시 외로움 앞에선 어쩔 수 없는 듯했다.


“그러게 100골드일 때 지원했으면 됐을 것을, 괜히 미루고 미뤄서 500골드씩이나 내게 됐잖냐. 뭐, 니 선택이었다만.”


나로선 이득이다.

어쨌든 골드를 더 걷을 수 있으니 말이다.


“보자... 500골드니까 얼마냐? 2+2x2 = 8 이니까...”


나는 두뇌를 풀가동하여 빠르게 계산해 보았다.


“아, 모르겠다. 그냥 7만 골드만 내.”


그래도 인심 좋게 1천 골드는 깎아주었다.


허나 소포이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녀석의 눈빛에는 분노가 아닌 당황스러움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골드가 모자라나 보네.”


“......”


금안으로 살펴본 그녀의 골드는 기껏해야 3만.


“그래서 어제 혼자 남아있었구나?”


타락 수치가 높다 보니 400골드 기준으로도 골드가 모자랐던 것이었다.


“나 원...”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뭐, 꼭 골드일 필요는 없잖아?”


나는 한 번 더 넓은 아량을 베풀기로 했다.


“이거, 되게 좋아 보이는데?”


나는 지팡이로 소포이의 무기인 아콘 검을 툭툭 치며 말했다.


“강화도 했을 거고... 나 전당포도 하거든. 이걸로 해. 7만 골드로 쳐 줄게.”


이에 소포이는 다시 한번 분노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이... 치욕은... 반드시 갚겠다...”


이를 꽉 깨물면서도 결국 내게 검을 건넸다.


“마음대로 해. 굳이 안 갚아도 되고. 빚도 아닌데 그게 뭐 좋은 거라고.”


아무튼 수고비를 받았으니 우리는 곧장 마을 밖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낙인을 새긴 후 신속히 속죄를 진행했다.


이내 모든 타락이 빨리며 소포이는 날갯짓 요새로 귀환 되었다.


“흐아아~ 다 끝났네.”


그렇게 길고 길었던 연옥에서의 일이 모두 끝이 났다.

지겨운 이곳을 떠나기 위해 나는 곧장 램프를 꺼냈다.

하지만.


“어디가?”


로니는 다시 마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걸음을 멈춘 곳은 비석 앞이었다.

로니는 아무 말 없이 비석을 한참 쳐다보았는데 왜 저러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로니야, 뭐 하니! 누나 돈 다섯 배로 땄으면 집에 가야지!”


나는 곧장 램프의 뚜껑을 돌렸다.

그러자 대량의 붉은 기운이 내 몸에서 빠져나왔다.

기운이 전부 램프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나와 로니는 다시 아지트로 귀환할 수 있었다.


“휴우... 진짜 끝났네.”


“고생 많으셨습니다, 주인님.”


“그래.”


나는 터덜터덜 소파로 걸어가, 그대로 맥 빠진 풍선처럼 늘어져 누웠다.


“...그래도 고생한 보람은 있네.”


속죄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대략 100만 골드.

그간 소비한 소환석 값을 빼더라도 60만 골드나 벌어들였다.

거기다 소포이가 쓰던 +4 아콘 검까지 얻었으니 상당히 남는 장사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타락을 잔뜩 흡수한 덕분에 램프에 담긴 타락이 5천을 넘었다.


“이제 마음 놓고 쉬어볼까.”


며칠을 진 빠지게 일하고 퇴근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순간.


휘이이이이.


어디서 왔는지 모를 불그스름한 바람이 아지트 안으로 불어 들어왔다.


“주, 주인님! 이게 대체 무슨...”


“걱정 마. 와야 될 녀석이 온 거니까.”


바람은 아지트 한가운데서 회전하며 회오리를 이루었다.

그리고 곧 회오리가 사방으로 흩어지자.


“쓰읍... 하아아...”


그곳에서 악마 녀석이 숨을 깊게 들이쉰 후 천천히 내쉬었다.


“아아... 이 냄새... 오랜만이군, 디오.”


의족을 찬 악마, 위트였다.


“도대체 타락을 얼마나 모은 것이냐? 이렇게 진한 냄새는 근래에 맡아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기가 막힌 타이밍에 녀석이 찾아왔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등을 기대어 앉은 후 말했다.


“많이 모았어. 실망하지 않을 만큼.”


“호오... 자신 있나 보군.”


길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곧장 램프를 꺼내 내 옆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녀석이 눈을 번뜩이며 램프 앞으로 다가왔다.


“하하! 정말이군! 대체 얼마나 모은 것이냐!”


그러면서 램프를 향해 손을 뻗던 순간.


“그 더러운 손 치우지 못할까!”


벽에 기댄 채 이를 지켜보던 로니가 벼락처럼 일갈했다.


“흥. 그것참 까칠하게 구는군. 만진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이에 위트는 어깨를 한번 으쓱인 후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아, 악마?”


악마를 처음 본 것인지, 제임스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걱정 마라, 제임스. 해치러 온 건 아냐. 그냥 거래하러 온 거지.”


“...그렇습니까?”


“응. 방문 판매원이라고 보면 돼.”


이에 위트가 실소를 터트렸다.


“또 그 소리군.”


“맞잖아.”


“마음대로 생각해. 어차피 난 거래만 성사되면 되니깐 말이야.”


아무튼 농담은 그만하기로 하고 나는 녀석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근데 되게 오랜만에 왔네. 안 불안했냐? 이 VIP를 놓치면 어쩌려고?”


“브이... 뭐라고?”


“최우수 고객 말이야. 너 말고 다른 악마들도 많다며. 다른 녀석이 먼저 와서 나랑 거래하면 어쩔 뻔했냐?”


“아아, 그 소리군. 걱정 마라.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으니.”


“왜?”


“가장 먼저 너를 찾아온 게 나니까.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 악마들 사이에도 상도덕이라는 게 있다. 한번 거래를 시작한 자에게는 다른 녀석들이 찾아오지 않아. 그랬다간 목숨을 건 싸움을 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


보아하니 각각의 플레이어를 담당하는 악마가 배정되는 듯했다.


“그건 그렇고... 바로 거래를 시작해 볼까?”


녀석은 곧장 붉은 숨을 내뱉어 판매창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뭐 그리 급해? 그 전에 하나만 더 물어보자. 나 연옥에 있을 때는 왜 안 찾아온 거야?”


예전부터 궁금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타락 수치가 높은 카오들은 모두 악마와 거래를 하고 있었다.

하여 거래만 할 수 있다면 타락 수치를 대폭 낮출 수 있을 텐데, 여지껏 연옥에서 악마와 거래를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흠... 그건 말이지...”


녀석은 손끝으로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거긴 왠지 가기가 싫거든.”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다. 왠지 그곳엔 가고 싶지 않아.”


위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을 이어 나갔다.


“알 수 없는 힘이 연옥을 가로막고 있다.”


“알 수 없는 힘?”


“그래. 꺼림칙한 무언가가 말이야.”


로니도 그런 말을 했었다.

이상하게 연옥은 불쾌한 기분이 든다고.


“뭐, 굳이 가려면 그 힘을 뚫고 들어갈 순 있겠지. 하지만...”


녀석은 고개를 가로저은 후 말했다.


“그랬다간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단 말이지.”


“죽을 만큼 뚫기 힘들다는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죽는 거다.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죽여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


“......”


“나뿐만 아니라 모든 악마들이 느끼고 있다. 그곳엔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이야.”


...뭘까 그 힘은?

일종의 시스템상의 접근 거부 같은 건가?


“그래서 연옥엔 가지 않아. 거래도 좋지만 목숨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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