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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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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30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3.05.16 17:23
조회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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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80화

DUMMY

이제 남은 것은 전사 셋.


역할이 끝난 귀부인들은 내가 시킨 대로 뿔뿔이 흩어져 사방으로 달아났다.


“......?”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전사들.

그 순간.


휘리릭!


덩치 큰 혼돈의 파편이 정신줄 놓고 있던 한 전사의 허리를 촉수로 휘감았다.


“불쌍한 놈... 쯧쯧...”


보나 마나 샌드백 신세가 될 녀석.

그제야 남은 두 전사가 정신을 차리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로니, 저기 왼쪽으로 도망치는 놈이 조장인 것 같은데 네가 좀 맡아줘. 아, 그리고 죽이기 전에 낙인도 좀 심어주고.”


“그러지.”


내 몫은 자연스럽게 오른쪽 전사로 정해졌다.


서로 눈빛을 교환한 후, 우리는 서로의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갔다.


“아... 잘도 도망가네, 저 자식.”


내 목표인 전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치고 있었다.

녀석 역시 헤이스트가 걸려 있었는지, 간격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헤이스트 효과가 더 뛰어났기에 조금씩이나마 따라잡을 수 있었다.

결국, 사거리 안에 들어오는 순간.


파앗!


나는 녀석에게 디스펠을 시전했다.


“누구야!?”


그제야 뒤를 돌아보는 녀석.


“전데요.”


나는 녀석에게 곧장 슬로우를 걸었다.


“디오!”


확실히 살모사 놈들에겐 내가 발작 버튼인 듯했다.

곧장 나를 향해 차지를 쓰며 달려오는 녀석.


평소 같으면 피하기 어려웠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상대는 슬로우로 느려졌고, 나는 헤이스트로 빨라졌기 때문.


가뿐히 녀석을 피해내며 나는 곧장 마법을 소환했다.

그리고.


콰르르릉!


시원하게 내려치는 썬더 라이트닝.


“오...”


괜히 법사가 상성상 전사를 잡는 게 아니었다.

강력한 마법 한방에 HP가 뚝 떨어진 녀석.


“으아아아!”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녀석은 또 한 번 내게 달려들려 했다.

허나 소용없었다.

나는 가볍게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벌린 채 썬더 라이트닝을 한 번 더 꽂아 넣었다.


콰르르릉!


“키야... 이 맛에 마법사 한다.”


물리 공격과는 또 다른 시원한 타격감.

빈사 상태가 된 녀석에게 나는 마지막 선물을 주기로 했다.


“딱히 좋은 건 못 주겠고.”


대신귀

여운라

이트닝

볼트를

드리겟

습니다


콰릉!


검게 그을린 채 마무리된 녀석.

쓰러진 채 내게 욕설을 퍼부었지만, 나는 한 귀로 흘리며 다시 로니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나보다 먼저 상대를 쓰러트린 로니.


“낙인은 심었어?”


“물론.”


확인차 지도를 열어보니.


“잘 심어졌네.”


죽어서 강제소환 됐는지, 마을에 낙인 하나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이를 대충 ‘조장1’로 수정해 놓았다.


“그나저나 얘들은 어디까지 간 거야?”


흩어지라곤 했지만, 너무 멀리 흩어진 탓에 귀부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 참...”


내가 부르기 전까진 오지 말라고 했으니 스스로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손바닥 위로 데미안을 소환했다.


“귀부인들 보고 다시 돌아오라고 전해줘. 내 목소리로 ‘돌아와!’ 라고 하면 돼. 알겠지?”


이에 고개를 끄덕이는 데미안.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자 데미안은 쏜살같이 귀부인을 찾아 날아갔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이제 오네.”


여기저기서 귀부인들이 나를 향해 달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잠시 후 다 모인 것 같아 숫자를 세어 보니 총 10마리였다.

다치긴 했으나 다행히 아무도 죽지는 않았다.

HP가 줄어든 녀석들에게 나는 힐을 써주며 말했다.


“다들 잘했다. 아주 성공적이었어. 근데 알아둘 게 있어. 첫 번째, 소리 지르지 말 것.”


이에 귀부인들이 약간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정확히는 달려 나갈 때 소리 지르지 말라는 뜻이야. 기습하는 의미가 전혀 없잖아? 대신 적들에게 가까이 붙었을 땐 신나게 소리 질러. 그래야 겁먹을 테니까.”


그제야 녀석들의 표정이 다시 풀어졌다.


“두 번째, 너무 멀리 도망가지 말 것. 적당히 멀어져야 내가 불러 모으지, 이렇게 멀리 가면 어떡하냐?”


이에 머쓱한 듯, 귀부인들은 긴 손톱으로 각자의 머리를 긁적였다.


“어쨌든 잘했어. 계속 움직이자. 쉴 시간이 없다.”


소환 시간이 끝나기 전에, 나는 최대한 많은 살모사 놈들을 처리할 작정이었다.

지도를 보니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빨간 점 뭉치가 있었다.

이에 우리는 지체 없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다음날.


“흐음...”


처음 귀부인들로 습격했던 어제는 사실상 피해 없이 놈들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서로 조심하라는 이야기가 돌았는지, 오늘은 파편 사냥을 하는 와중에도 놈들은 사방을 둘러보며 경계를 하고 있었다.


“어찌할 셈인가, 디오.”


“......”


바위 뒤에 숨은 나와 로니.

그리고 내 뒤로 네 마리의 귀부인이 대기하고 있었다.


“방금도 여섯 마리나 죽었는데... 아오...”


확실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지, 살모사 놈들은 점점 기습에 잘 대처하기 시작했다.


일단 법사들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1순위 타겟이 법사인 것을 눈치챘는지, 전사와 궁수들이 이들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귀부인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외형은 무시무시하지만 그리 강한 몹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지, 놈들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귀부인과 전면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물러설 순 없지. 더 뽑는다. 그게 뭐 대수라고.”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속이 쓰렸다.

결국 소중한 내 골드가 나가는 것이니...


어쨌든 마나 포션을 마셔가며 나는 귀부인 열 마리를 더 소환했다.

이어 모두에게 버프를 걸어주며 말했다.


“늘 말했듯, 법사를 먼저 노려라. 그다음이 궁수고. 상대가 저항이 심하면 궁수는 포기해. 법사만 죽이고 달아난다. 알겠냐?”


“예. 주인이시여.”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소환수들이 사망하거나 소환 시간이 끝나 사라져도 기억까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즉, 녀석들을 다시 소환하면 내가 했던 말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말.


“가라!”


나의 명령에 잽싸게 튀어 나가는 녀석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온다! 모두 파편에서 손떼고 물러서! 법사들은 전사 뒤에 바짝 붙어!”


눈치 빠른 조장이 길드원들에게 귀부인에 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저 자식들, 갈수록 대비를 잘하네.”


“후후.”


슬슬 치킨 게임이 시작됐다.

서로 죽고 죽이는 소모전 양상.


잽싸게 달려든 귀부인들은 명을 내린 대로 법사들을 먼저 노리기 시작했다.


“막아! 궁수들은 우측으로 화력 집중!”


허나 전사들이 구축한 방어 전선 때문에 법사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틈이 있는 측면으로 우회하려 했지만, 미리 대기하고 있던 궁수들의 화살 세례에 귀부인들이 먼저 하나둘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놈들 역시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파편의 어그로는 여전히 놈들을 향해 있었기 때문.

적의 적은 아군이라더니 아군 역할을 제대로 해주는 파편이었다.


난장판이 된 와중에도 놈들의 저항은 거셌다.

치열한 전투 끝에 살아남은 살모사 놈들은 오직 전사 넷.

허나 우리 측 피해 역시 만만치 않았다.


“아... 내 돈...”


귀에서 골드가 증발하는 듯한 환청이 들렸다.


“그리 울상만 짓고 있을 것인가?”


“아니. 마무리해야지. 넌 저쪽으로 가. 난 이쪽으로 갈게.”


전사 넷 중 한 명은 파편의 촉수에 발목이 잡혔다.

하여 로니는 남은 셋 중 둘이 도망가는 방향으로 달려갔고, 나는 나머지 하나가 도망가는 곳으로 달려갔다.


결과는 뻔했다.

슬로우에 걸린 채 허우적거리다가 마법에 두들겨 맞고 쓰러진 녀석.

로니 역시 둘 다 처리한 후, 우리는 다시 중간 지점에서 만났다.


“다 강제 귀환 됐겠지?”


살모사 놈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모두 돌아와!”


나는 큰 소리로 귀부인들을 불러 모았다.


“하아... 겨우 셋인가...”


11마리가 죽고 남은 것은 고작 셋.

생각보다 출혈이 더 컸다.


“그냥 타락을 흡수하고 끝내면 될 것을 왜 일을 번거롭게 만드는가, 디오.”


“그거야 쉽지. 근데 아직은 안돼.”


일을 그렇게 쉽게 끝내낼 거였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자고로 크게 가야 하는 법.

대계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했다.


“잠시 아지트로 돌아가자. 소환석도 다 떨어졌어.”


나는 곧장 인벤에서 램프를 꺼냈다.

그리고 뚜껑을 닫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자, 붉은 기운이 내 몸에서 빠져나가 램프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타락이 0이 되면 자동으로 연옥을 떠나게 된다.

램프가 내 모든 타락을 흡수하자, 나와 로니는 자동으로 아지트로 귀환 됐다.


“오셨습니까, 주인님.”


“응. 포션은 계속 만들고 있지?”


“예. 만드는 대로 상자 안에 넣어 두고 있습니다.”


“잘했어.”


나는 곧장 상자로 발걸음을 옮겼다.


“충분하구나.”


확인해 보니, 창고에 마나포션이 두둑이 보관되어 있었다.


“일단 되는 대로 계속 만들어 줘. 나는 잠시 소환석 좀 사고 올게.”


“알겠습니다.”


이처럼 연옥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이는 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신전으로 달려가 소환석을 잔뜩 구매했다.

그리고 아지트로 다시 돌아와 마나포션도 잔뜩 챙긴 후, 램프를 이용해 또다시 연옥으로 돌아갔다.


.

.

.


며칠 뒤.


“보자. 줄 제대로 다 섰냐?”


“예, 주인이시여.”


이구동성으로 답하는 귀부인들.

5열 종대로 총 30마리가 내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이제 전략을 바꾼다. 법사만 죽여라. 궁수는 포기해. 제일 중요한 건 너희들이 죽지 않는 거다. 죽을 것 같다 싶으면 무조건 도망쳐라. 알겠냐?”


“예. 주인이시여.”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저 멀리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살모사 길드의 부길마 소포이.

부길마답게, 다른 무리와는 달리 20명에 가까운 인원을 거느리고 있었다.


“무리하지 마라. 너희들 하나하나 죽을 때마다 내 돈... 아니, 내 마음이 아프니까.”


사실이다.

골드가 나갈 때마다 내 마음이 아프니까.


“더 전할 건 없다. 자, 드가자!”


나는 당당히 손을 뻗으며 출격 명령을 내렸다.


아무튼 시키면 시키는 대로 말은 잘 듣는다.

귀부인들은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곧장 뛰쳐나갔다.


“계속 소모전 만 할 것인가?”


“어쩔 수 없지 뭐. 누가 먼저 손 들기 전까지는 계속 가야지.”


로니는 이 소모전이 달갑지 않은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 나도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큰 그림을 그린다곤 했지만, 생각보다 잘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휴... 또 얼마나 죽으려나...”


멀리서 귀부인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이어 살모사 놈들의 함성도 들려왔다.


바위 뒤에 숨은 채 상황을 엿보았는데, 소리치는 것에 비해 그리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양측 모두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


하지만 그런 상태가 오래갈 순 없었다.

강력한 혼돈의 파편이 놈들을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호. 좋아, 좋아.”


시간은 우리의 편이었다.

정면으로 붙지 않고 시간만 끌더라도 파편이 알아서 놈들을 쓰러뜨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법사들 모두 앞으로 튀어 나가!”


소포이의 외침에 갑자기 법사들이 전사들 앞으로 튀어 나갔다.


“...왜 저래?”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하지만 이에 흥미를 보이는 로니.


“후후. 제법이군. 아예 바보들은 아니었군.”


“뭐?”


“퇴각 명령을 내려라, 디오.”


“뭔 소리야?”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자기 퇴각 명령을 내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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