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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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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
글자수 :
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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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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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DUMMY

힘이 600이 넘는 로니다 보니 도약 수준이 오크 로드를 뛰어넘었다.


이건 도약이 아니었다.

차라리 비행이라 불러야 했다.


엄청난 포물선을 그리며 우리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극대점을 찍고 하강하던 무렵 녀석 역시 우리를 발견하였다.


불타는 괴물이 불타는 방망이를 움켜쥐었다.

반면 로니는 검보라색 기운이 흐르는 망치를 세게 움켜쥐었다.


“준비됐나, 디오?”


“당연하지.”


단 한 번의 공격이면 족했다.

점차 녀석과 가까워지자 나는 멋진 말과 함께 데스 오브를 날려 보내고 싶었다.


뭐라고 하지?

뭐가 좋을까?


순간 두뇌를 풀가동 시켰지만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젠장...

미리 생각 좀 해 놓을걸...


녀석과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나는 다급해져만 갔다.

그 와중에 뜬금없는 문장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안 돼.

이건 정말 아니야.


채 생각을 떠올리기도 전에 녀석이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이에 로니는 데스 블로우로 맞받아쳤다.


콰콰쾅!


화염과 검보라색 기운이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그 여파로 불방망이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지금 데스 오브를 날려야 했다.

결정의 순간이 왔음에도 나는 선뜻 손이 나가질 않았다.


젠장...

뭐라고 하지?


아...

아아...


더 늦출 순 없었다.

당장 결정해야 했다.


나는 손을 뻗으며 데스 오브를 날려 보냈다.

그리고 뉴런의 골짜기에서 떠오른 말을 여과 없이 내뱉었다.


“뼈와 살을 분리시켜주마! 빅- 장!”


화아아아악!


데스 오브가 정확히 녀석의 가슴팍에 꽂혔다.

그리고.


[자이언트 협곡 트롤에게 1035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자이언트 협곡 트롤이 사망하였습니다.]


“쿠우... 쿠어어...”


협곡의 마지막 문지기가 마침내 무릎을 꿇고 말았다.


[‘디오’님이 자이언트 협곡 트롤을 쓰러뜨렸습니다.]


[몬스터 도감 완성! 자이언트 협곡 트롤!]

*자이언트 협곡 트롤을 처치하였습니다. 앞으로 자이언트 협곡 트롤의 정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보상 : 스탯 +15


[업적 달성 : 방패를 뚫은 창]

자이언트 협곡 트롤을 쓰러뜨린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업적.

당신의 용맹함이 날갯짓 고원에 널리 퍼질 것입니다.

*보상 : 스탯 +30


“후우... 끝났다...”


정말 간발의 차로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만일 조금이라도 화력이 부족했다면 상황이 어찌 흘러갔을지 몰랐다.


“후후. 조금은 재밌었군.”


로니 역시 결과에 만족하는 듯했다.

그렇게 바닥에 착지한 그는 업었던 나를 내려놓으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질문을 했다.


“헌데 디오, 빅장이 무엇인가?”


“...묻지 마. 나도 부끄러우니까...”


공략 계획만 짜느라 멘트는 아예 신경 쓰지도 못했다.

이제 다음부터는 필히 멘트도 준비해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레이드는 끝이 났다.

나는 드랍템을 챙기기 위해 녀석이 쓰러진 곳으로 이동했다.


그래도 보스랍시고 상당량의 골드를 드랍했다.

마치 봉분처럼 골드가 쌓여 있었는데 중간중간에는 화염석도 파묻혀 있었다.


이를 모두 챙기자 바닥에 생소한 무언가가 남아있었다.

붉은 공과 같은 것이었는데 세 개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진마핵이로군.”


“응.”


진마핵.


크기는 마핵과 같지만 색깔은 빨간 것으로, 아직 그 용도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저 기존의 마핵처럼 신성력을 올려주는 것이 아닐까 하며 다들 추측만 할 뿐...


진마핵까지 모두 챙긴 후 나는 제임스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그러면서 지도를 열어 플레이어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아직 멀었네.”


그들은 이제야 협곡의 절반을 지나고 있었다.

이곳까지 오려면 아직 멀었으니 다행히 그들과 마주칠 일은 없었다.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지, 그럼.”


단숨에 달려온 제임스는 걱정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깜짝 놀랐습니다! 대장님과 그렇게 하늘 높이 날아오르실 줄은 몰랐습니다.”


“다 계획했던 거야. 굳이 말을 안 한 거지.”


리프 어택 훈련서의 확정 드랍을 알고 있었기에 세울 수 있는 전략이었다.

만약 도약 없이 접근하려 했다면 데스 오브를 날리지도 못하고 녀석이 던지는 바위에 맞아 죽었을지도 몰랐다.


“고맙다, 제임스. 니가 만든 포션 덕분에 편하게 물리칠 수 있었어.”


“예? 아...”


빈말이 아니었다.

맹독 포션 없이 트롤을 잡으려 했다면 못 해도 소환수를 두 배는 더 소환해야 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소, 승상. 그대의 도움이 내겐 아주 큰 힘이 되오.”


“...명심하겠습니다, 주인님.”


전투에 나서지는 않지만 제임스는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동료였다.

그렇기에 진심을 담아 말했는데 감동을 받았는지 그의 눈가가 촉촉해지고 있었다.


“어? 뭐야? 너 우냐?”


“아, 아닙니다. 눈에 뭐가 들어갔나 봅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물을 감추고 싶었는지 제임스는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 이 자식...

사내자식이 고추 떼야겠네, 이거.


나는 허리를 숙여 고개 숙인 제임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우네! 우는 거 맞네! 야, 얘 운다! 로니, 일로 와 봐!”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

그런데 그 세 가지가 아닌 일로 울 땐 이렇게 놀려주는 것이 제맛이다.


로니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임스를 좀 더 놀린 후 그의 양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고개 들어, 인마. 사내자식이 뭐 이런 걸로 울고 있어.”


“...예.”


“그렇게 감격스러우면 앞으로도 열심히 해. 뭐, 지금처럼만 해도 된다만.”


“...알겠습니다, 주인님.”


울먹이는 그를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더 놀릴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그의 어깨 위로 돌아온 데미안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너도 고생했어. 너 아니었으면 일이 더 성가셨을 거다.”


당연히 데미안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었다.

만약 녀석이 없었다면 보스를 중독시키려 또 뭔 지랄을 해야 됐을지 몰랐다.


“아지트로 돌아가면 원혼석 많이 줄게. 알았지?”


원혼석이라는 말에 데미안은 기쁜 듯 몸을 들썩였다.

나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이 귀여운 녀석을 다시 내 어깨 위로 올렸다.


그렇게 해야 할 일은 모두 끝이 났다.

이제는 협곡 밖으로 나갈 일만 남아있었다.


넓은 공터의 끝엔 출구로 향하는 길이 있었다.

우리는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폭이 좁은 곳이라 오솔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조금 답답하긴 했지만 그래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과연 어떤 곳일까?

어떤 곳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좁은 틈 너머로 조금씩 회색이 보이기 시작했다.


빨리 가보고 싶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나는 그곳을 향해 먼저 달려 나갔다.


점차 회색이 넓어져만 갔다.

새로운 지역이 나의 시야를 메워가고 있었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협곡을 완전히 빠져나왔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나는 잠시 말을 잃고 말았다.


너무나도 익숙한 광경.

너무나도 익숙한 분위기.


[업적 달성 : 문이 열린 낙원] [유일]

가장 먼저 망자들의 낙원에 도달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유일한 업적!

선택받은 자는 즐겁게 낙원을 누릴 것입니다.

*보상 : 스탯 +50


망자들의 낙원...


잿빛 하늘과 땅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언데드들의 땅이다.

이곳은 바로 나를 위한 땅이었다.


“큭큭큭. 아~ 진짜 될 놈은 된다더니.”


미소바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협곡 너머로 나를 위한 땅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우중충한 이곳 분위기와는 달리 내 마음에선 환한 광명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더할 나위가 없었다.


흑마법사에게 언데드들의 땅은 그야말로 놀이동산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


.

.

.


다음 날.


[불카누스님, 지금 공방에 계시죠?]


[아니, 디오님! 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요?!]


[그건 만나서 얘기해 드릴게요. 저 공방으로 갑니다, 지금.]


[아, 알겠소!]


협곡이 뚫렸다는 소식에 이곳 날갯짓 고원 사람들의 관심은 모두 그곳으로 쏠렸다.

하여 다들 망자들의 낙원으로 넘어간 것인지 그 북적이던 요새가 텅텅 비어있을 지경이었다.


“디오님! 어제까진 바빠서 접속을 못했소만 협곡을 뚫으셨다는 소식을 방금 들었소!”


“그럴 수 있죠.”


“아니 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요? 이번에도 소환수 군단을 부리신 거요?”


“그랬죠. 근데 뭐... 군단까진 아니었고요.”


살모사 녀석들과의 전쟁 이후 내가 소환수를 부린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다만 어떤 종류를 어떻게 부리는지까지는 아직 다들 잘 알지 못했다.


“뚫어놨으니까 나중에 불카누스님도 한번 가보세요. 재밌을 거예요.”


“......”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나의 태도에 불카누스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눈빛으로는 대체 그걸 어떻게 해낸 거냐고 내게 말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요. 사실 불카누스님한테 줄 게 있어서 왔어요.”


“...나한테 말이오? 또 아콘을 구해 오신 거요?”


“아뇨. 아콘은 아니에요.”


나는 인벤에서 나무 막대를 꺼냈다.

그리고 불카누스에게 이를 건네며 말했다.


“별건 아니고 제 친구한테서 받은 거예요. 근데 저는 쓸 일이 없어서요.”


“이건... 나무 막대 아니오?”


불카누스는 이리저리 막대를 살펴보았다.

그리곤 손에 한 번 쥐어보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망치 자루로 쓰면 딱이겠소. 조금 짧은 감은 있으나 그래도 쓰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소.”


역시 블랙스미스 장인다운 안목이었다.

막대를 보자마자 그는 망치 자루로 쓸 생각을 떠올렸다.


“소소한 제 선물이에요.”


“하하. 소소하다니, 그렇지 않소. 디오님이 주신 선물이 어찌 소소하단 말이오.”


별것 아닌 선물에도 그는 행복해했다.

미소를 지으며 막대를 쓰다듬는 걸 보니 말이다.


“아, 참. 그리고 부탁할 게 하나 있어요.”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다.

나는 인벤에서 곧장 오크 로드의 도끼를 꺼냈다.


“이거 아콘으로 개조 가능한가요?”


“아니, 이건 오크 로드의 것이 아니오?”


“맞아요.”


“흠... 이 자체로도 훌륭하오만 여기서 개조를 하시겠단 말이오?”


“네. 해야죠. 더 좋아지니깐요.”


오크 로드의 도끼는 그 자체로도 쓸만한 무기였다.

하지만 아콘 개조에 성공한다면 더욱 쓸만한 무기로 거듭날 수 있었다.


“디오님도 아시다시피 실패하면 그대로 날아간다오. 그래도 개조를 원하시오?”


“그럼요. 그게 두려웠으면 꺼내지도 않았어요.”


여태껏 강화도 하지 않은 아콘 망치를 사용하는 로니였다.

새 출발을 하기 전에 그에게 좋은 무기를 하나 선물하고 싶었다.


“알겠소. 정 뜻이 그렇다면 내 한번 시도해 보겠소. 잠시만 기다리시오.”


불카누스는 망치를 들고 곧장 작업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집게로 아콘괴를 집더니 이를 바로 화덕에 던져 넣었다.


모루 위에 도끼를 올려놓은 그는 괴가 달궈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작업대에 놓인 망치를 집으며 말했다.


“이 참에 주신 선물을 한번 사용해 봐야겠소.”


그는 힘을 주어 망치 머리와 자루를 분리했다.

그리곤 내가 준 막대로 갈아 끼운 후 말했다.


“정말 손에 착착 감기는구려. 역시 디오님이 주신 선물답소.”


빈말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새 자루에 만족하는 듯했다.


그렇게 새로워진 망치를 들고 그는 모루 앞에 앉았다.

그리곤 화덕에서 달궈진 괴를 꺼내 곧장 도끼 위에 올려놓았다.


“그럼 시작하겠소.”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다.

성공할 것이냐, 실패할 것이냐.


불카누스는 번쩍 망치를 들어 올렸다.

그리곤 경쾌하게 아콘괴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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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화 23.05.16 145 1 12쪽
79 79화 23.05.06 16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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