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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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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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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3.01.2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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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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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61화

DUMMY

“나의 권능은 모든 언데드에게 영향을 미친다. 육신이 없다 한들 내 공격을 피할 수는 없는 법.”


“음...”


하여튼 저 자신감 하나는 대단하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랄까.


생각해보면 그리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었다.

유령인 제임스를 흡수했다가 방출했던 것을 보면, 유령형 언데드를 상대할 수 있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듯했다.


레드 고스트는 여럿이 무리 지어 다닌다.

그리고 마법으로만 상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파티든 법사가 필수였다.

하지만 법사가 있다 해도 능사가 아니었다.

다수의 고스트에게 습격을 받을 경우, 마나가 바닥이 나는 순간 속수무책이기 되기 때문이다.

처음 봤던 그들도 그런 상황이었고.


하지만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게 됐다.

로니의 공격이 녀석들에게도 먹히기 때문.


“활로도 가능해?”


“보여주지.”


등에 멘 활로 무기를 바꿔 드는 로니.

얼마 전 궁술교관과 대련에서 승리한 후 히든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쓸만한 활이었다.


푹!


“하아악!”


화살이 박히자 괴성과 함께 소멸한 녀석.


“이게 되네.”


활 공격도 고스트에게 먹히다니...

그제야 나는 로니가 왜 이 던전으로 오자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고스트가 무력화된 만큼 난이도가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고스트가 소멸한 자리에는 새까만 무언가가 놓여있었다.

나는 그곳으로 다가가 곧장 그것을 집어 들었다.


[원혼석] [D급]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새까만 돌조각.

이곳에 온 이유가 바로 이 원혼석을 얻기 위함이었다.


“가자 로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나는 로니를 앞장세워 계속해서 던전 안쪽으로 나아갔다.

중간중간 몹들과 마주쳤지만 크게 걱정할 것은 없었다.

놈들이야 우리에겐 무력한 존재니 집행자만 골라잡으면 그만이었다.


한층 더 강력해진 로니이기에 혼자서도 족히 집행자 셋을 상대할 수 있었다.

거기다 나의 보조까지 더해지니 다수가 아닌 이상, 집행자 따위가 우리를 위협할 순 없었다.


가끔 마주치는 다른 파티들을 보니 대다수는 애를 먹고 있었다.

고스트도 처리하랴, 집행자도 상대하랴.

그러다 마나가 바닥나면, 대부분은 줄행랑치기 일쑤였다.


남이사 도망치든 말든,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계속 나아갔다.

그러다 어느 꺾어진 복도를 지나려던 순간.


“......”


갑자기 멈춰선 로니.


“왜 그래?”


로니는 말없이 꺾어진 벽을 손으로 가리켰다.

뭔가 싶어 보니 누군가가 벽에 붙어 몸을 숨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저 새낀?


금안의 능력 덕에 우리는 어느 정도 벽을 투시할 수 있었다.

자세를 보니 꼭 기습을 노리는 형태였다.


곧 망치에 서리는 푸른 기운.

로니는 망치를 짧게 쥐고는 꺾어진 복도 모퉁이로 걸어갔다.

그 순간.


“큭큭.”


숨어있던 녀석이 불쑥 로니를 향해 검을 찔렀다.

하지만 예상하고 있던 그는 망치 머리로 가볍게 검을 걷어냈다.

이어 무자비하게 내려찍는 로니의 공격.


쾅!


“어... 어억...”


원샷 원킬.


나는 쓰러진 녀석에게 곧장 다가갔다.


“마동포? 너 뭐 하는 새끼냐?”


처음 보는 플레이어.

게다가 ID가 빨간 카오 플레이어였다.


“어... 어떻게... 알았지?”


“남자의 직감.”


그리고 그의 ID 옆에 있는 저 뱀 모양의 길드 문양.


“아~ 뱀 새끼였구나, 너.”


살모사 길드.

이곳 날갯짓 고원에서 악명 높은 길드로, 카오 플레이어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기습을 노리거나 약한 플레이어들 위주로 PK를 일삼기 유명했는데 불행히도 이번 상대가 로니였다.


“앞으로 내 눈에 띄지 마라. 한 번은 봐주는데 두 번은 안 봐준다.”


그렇게 녀석에게 경고를 날리고 발길을 옮기려던 찰나.


슈우우우우.


녀석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빠져나와 나에게로 흡수되었다.

...뭔데 이거?

그리고 붉었던 그의 ID가 하얀색으로 바뀌었다.

10초가 지났는지 요새로 강제 소환된 녀석.


[타락한 기운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갑니다.]


“......?”


보통 카오를 죽이면 신성력이 1만큼 증가한다.

그런데 신성력이 아니라 타락이라고?

의아해진 나는 곧장 인벤에서 램프를 꺼내 살펴보았다.

그런데.


[여왕의 검은 램프] [S급]

강력한 마법이 깃들어 있습니다.

사악한 기운을 모을 수 있습니다.

*타락 : 57


“57이라고? 뭐지?”


분명 내 기억으로 최근까지 타락은 47이었다.

근데 왜 10이나 오른 거지?


“램프의 힘이다.”


“......?”


“사악한 기운을 한없이 모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램프의 힘이다. 물론 그래 봤자 반쪽짜리지만.”


“무슨 소리야?”


“눈에 보이는 대로 타락한 놈들을 해치우는 게 좋을 것이다. 다 쓸 일이 있으니.”


“뭘 어디에 쓴다는 거야?”


이에 대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안쪽으로 나아가는 로니.

지 혼자만 아는 이야기를 하는 버릇은 여전했다.

인내심 많은 내가 참아야지 어휴...


이후로도 집행자와 고스트를 물리치며 우리는 순탄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중간중간 원혼석을 줍는 것은 덤.

잊을 만하면 벽에 숨어서 기습을 노리는 살모사 놈들과 마주쳤지만, 그때마다 로니의 망치에 처절히 응징될 뿐이었다.


그렇게 세 놈을 더 잡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카오를 죽이면 그의 타락 수치가 모두 램프로 흡수된다는 것.

마동포를 죽이고 왜 10이나 올랐나 했더니, 녀석의 타락 수치가 10이었던 것이다.

빨갛던 ID가 죽고 나서 하얗게 변한 것도 다 그런 이유였다.

이거 원... 수아르가 아니라 내가 속죄를 다 시켜주네.


아무튼 살모사고 나발이고 우리는 우리의 앞길을 막는 것들은 모조리 해치우며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1층의 가장 중심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 새끼들 또 있네.”


중심부이자 가장 넓은 방 한가운데에 살모사 길드 놈들이 셋이나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이 지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나, 둘, 셋, 넷.”


통로 쪽에선 보이지 않는 구석에 총 네 명의 카오들이 벽에 붙어 대기하고 있었다.

함정을 파놓고 있었던 것.


마침 방 가운데에 있던 녀석이 나를 발견하곤 이리 오라고 손짓했다.


“어이! 거기! 2층 가려고 하는 거 아냐? 그럼 빨리 와. 통과시켜 줄게.”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집중포화를 맞을 터.

상대가 서넛이면 어찌어찌 비벼보겠으나 일곱은 너무 많았다.

아무리 로니라 해도 법사들에게 집중적으로 마법을 맞으면 골로 갈 수 있는 상황.


그때 나를 알아본 또 다른 녀석이 큰소리로 외쳤다.


“어? 디오? 아니, 위대하신 흑마법사께서 어찌 이런 누추한 곳에 다 오셨을까?”


이에 또 다른 녀석이 비아냥거리며 말을 이어받았다.


“설마 대~단하신 디오님이 무서워서 여길 못 지나가나? 보내줄게. 여기 내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면 말이야.”


그러면서 뭐가 웃긴지 지들끼리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눈에 다 보일 정도의 수준 낮은 도발.

의도가 너무 빤해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로니. 잠깐 뒤로 빠지자.”


방법을 찾기 위해 일단 뒤로 돌아서자 그들이 대놓고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뭐 좋은 방법 없을까?”


“더 강해지는 수밖에.”


“아니, 그건 당연한 거고. 당장 더 강해질 순 없잖아. 아... 2층까진 가보려 했는데.”


알려진 바로 어둠의 전당은 3층에서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즉, 2층은 1층과 비슷하다는 말.


“새끼들, 벌써 통제하네.”


한정된 자원을 독점하려는 건 현실에서나 게임에서나 똑같다.

일명 사냥터 통제.

여기저기 생기는 인던이 아니라, 그 개수가 한정된 고정 던전이다 보니 힘 있는 길드에서 슬슬 통제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악폐습을 깨부수는 것만큼 재밌는 게 또 없다.

그치만 그건 깨부술 수 있을 때의 얘긴 거고...

어찌해야 하나 한참 고민하던 무렵.


“우오오오...”


마침 리젠 된 고스트가 눈치 없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내게 들러붙어 생기를 빨아먹으려 했지만 소용없는 일.

짜증 나서 당장 없애버리기 위해 라이트닝을 소환하던 순간.


“잠깐만...”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한 생각.


“로니. 우리 고스트 좀 모으자.”


“모으다니?”


“말 그대로 모으는 거야. 죽이지 말고 계속 이렇게 데리고 다니는 거지.”


“뭘 할 셈인가?”


“있어, 그런 게.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시도는 해보자.”


미심쩍어하는 로니였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일단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주었다.

왔던 길을 되돌아 우리는 고스트를 모으기 시작했다.

리젠 된 몹 중 집행자만 골라잡는 방식으로 말이다.

살아남은 고스트들은 나와 로니에게 들러붙거나 그 주변을 맴돌았다.

그렇게 한참 녀석들을 모은 결과.


“징글징글하네.”


족히 30마리가 넘는 고스트가 주변에서 넘실대고 있었다.

마치 붉은 구름에 휩싸인 느낌이랄까.


“다시 가자!”


준비를 마친 우리는 길을 되돌아 중심부로 향하는 복도로 발길을 옮겼다.

역시나 계단을 점령하고 있는 뱀 새끼들.


“형. 저게 뭐죠?”


“뭐가?”


“저거요! 저 빨간 거!”


이들은 이게 레드 고스트 수십이 뭉친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했다.

나는 손가락으로 살모사 놈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말고 저리로 가라 이제 좀.”


이에 일제히 시선을 돌린 고스트들.

또 다른 타겟을 보자 녀석들은 곧장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가라! 레드 고스트! 너로 정했다!”


통로를 가득 채운 붉은 구름.


“뭐... 뭐야 시발! 저게 뭐냐고!”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순식간에 그들을 덮친 고스트들.


“후후후후. 하하하하!”


이 모습이 통쾌했는지 로니는 오랜만에 큰 웃음을 터트렸다.


대성공이었다.

반신반의했지만 의도한 대로 정확히 흘러갔다.


생기를 빨아들일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고스트들은 어느 순간부터 우리 주변을 맴돌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을 데리고 다니다가 우리가 아닌 다른 타겟에게 넘겨주는 것.

방 안에서 욕지거리가 난무하는 걸 보니 작전이 제대로 먹힌듯했다.


덮친 데는 엎쳐주어야 한다.

나와 로니도 곧장 방 안으로 달려들어 갔다.


좌측 구석에 숨어있던 녀석을 향해 로니가 차지를 쓰며 달려들었다.


“크억!”


몸통 박치기 한방에 그 자리에서 즉사.

곧이어 옆에 있던 녀석에게 내려지는 응징의 망치.


“아악!”


전사도 버티기 힘든데 법사 따위가 로니의 망치를 버텨 낼 리 없었다.


물론 나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콰르릉!


우측 구석에 있던 녀석에게 나는 곧바로 라이트닝을 날려 보냈다.

고스트들에게 둘러싸여 나를 공격할 엄두도 못 내는 상황.

결국 라이트닝을 몇 차례 더 쏘아 보내니 두 녀석 역시 사망하고 말았다.


계단 쪽을 살펴보니, 남은 셋이 고스트에 둘러싸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시발! 어디서 이렇게 많이 나왔냐고!”


어디서 나오긴.

내가 손수 끌어모았지.


카오이기 때문에 이들은 귀환석도 쓸 수 없었다.

썼다간 ‘그곳’으로 가버릴 테니까.


필사적으로 버텼지만 결국 또 한 녀석이 죽고 말았다.

결국 남은 둘은 원치 않게 계단을 타고 2층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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