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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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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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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
글자수 :
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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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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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6화

DUMMY

“오오! 그래! 그거였어! 분명 어디서 냄새가 난다 했더니만 바로 그 램프에서 나는 것이었군!”


램프 뚜껑의 붉은 문자가 이전보다 더욱 빛나고 있었다.

왜 이런가 싶어 한 번 확인해보니 타락이 무려 474나 쌓여있었다.

앞서 처리한 일곱 놈들 덕분이 컸다.

도대체 얼마나 PK를 하고 다닌 거야?


“참으로 신기한 물건이군. 어디 내가 한번 살펴봐도 되겠나?”


이에 손을 뻗고 천천히 다가오는 악마.

하지만.


“물러나라! 네 놈 따위가 손댈 물건이 아니다.”


망치를 치켜들며 경고를 날린 로니.


“흥. 인정머리하고는... 어디 무서워서 농담이나 하겠나?”


악마는 곧바로 손을 거두며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거래라는 게 뭐지?”


나의 질문에 미소짓는 악마.


“말 그대로 거래다. 서로 원하는 물건을 주고받는 것이지. 너는 나에게 타락을 주면 되는 것이고, 나는 그 대가로...”


녀석이 갑자기 붉은 숨을 내뱉자.


“이 중에서 원하는 것을 주도록 하지.”


그 숨이 곧 판매창의 형태로 바뀌었다.

거래라는 게 이런 뜻이었나.


판매창에는 여러 물품들이 많이 있었다.

구하기 힘든 재료들은 물론이거니와 처음 보는 이상한 포션도 있었다.

허나 그중 내 눈을 이끈 것은.


“...룬석?”


피의 룬석과 마나의 룬석이었다.


“하하. 귀한 건 잘 알아보는군.”


회복수단이 귀한 게임이다 보니 룬석의 가치는 대단했다.

특히나 더욱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바로 마나의 룬석.


사실 첫 비스 사냥 이후 나는 몇 번이나 더 비스를 잡으려 노력했었다.

하지만 룬석을 떨구는 녀석인 만큼 레이드 경쟁이 날로 심해졌다.


날갯짓 고원에서 사냥해야 할 이들까지 비스 레이드에 뛰어들었고, 현재까지도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을 정도니 나는 진작에 레이드를 포기했다.


당시 5만 골드에 거래되던 마나의 룬석은 현재 10만 골드까지 육박했다.

그마저도 매물이 부족한 상황.


“밑에 적힌 이 수치가 가격인 건가?”


“그렇다. 300만큼 지불하면 가져갈 수 있지.”


“300이라...”


마나의 룬석 밑에 적힌 숫자는 300.

이는 타락 수치를 300만큼 내고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 옆에는 마법서도 있었다.


“체인... 라이트닝?”


“꽤 쓸만한 마법이지. 하지만 네가 가진 타락으론 어림도 없어.”


체인 라이트닝의 가격은 무려 2000.


또 다른 마법서도 있었다.

파이어 월.

이 역시 가격은 2000.


“좀 깎아주고 그런 건 없어? 나 통신사 멤버십 포인트는 맨날 남거든.”


“통신사? 멤버십?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어쨌든 깎아줄 일은 절대 없으니 기대하지 말도록.”


하나같이 가격이 지랄 맞았다.

474도 힘들게 모았는데 도대체 2000을 언제 모은단 말인가?


“근데 냉기 마법이 없네? 화염 마법하고 전기 마법만 있고.”


“갸아악! 그딴 저급한 마법을 언급하다니!”


냉기 마법이라는 말에 아주 질색하는 악마.


“없으면 없는 거지, 뭘 그렇게 난리야.”


벌레 보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녀석이 말했다.


“다시는 그런 단어는 쓰지 말도록. 소름 끼치니 말이야.”


싫어도 어지간히 싫은 게 아닌 듯했다.


“근데... 이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말이야.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랑도 거래해?”


이에 녀석이 다시 표정을 풀고 말했다.


“물론이지. 하지만 나 말고 다른 녀석이 찾아갔을 것이야.”


“다른 녀석?”


“그래. 우리 마족이 어디 한둘인 줄 아나?”


말하는 걸 보니 악마가 제법 많은 모양이었다.


“그럼 혹시 몰드보트라는 놈 알아?”


몰드보트는 살모사 길드의 길드 마스터.


“몰드보트라... 기억나는군. 찾아갔었지만 한발 늦었지. 이미 다른 녀석이 담당하고 있더라고.”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

왜 그놈이 미친 듯이 PK를 하고 다녔는지 말이다.


“얼마나 있지? 너희들이 찾아다니는 고객들 말이야.”


“고객? 하하. 재밌는 표현이군. 아직 많지는 않아. 이곳 날갯짓 고원에서 찾아갈 녀석이라고는... 대략 열 명?”


“열 명? 그것밖에 안 된다고? 사람들 죽이고 다니는 놈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쯧쯧... 한심한 소리. 타락한 놈들이야 한둘이 아니지. 하지만 그렇다고 다 찾아가진 않아.”


“왜?”


“잔챙이들에겐 관심 없으니까. 깔짝거리며 고작 몇 놈 죽인 녀석들을 찾아가서 무엇하겠나? 그건 타락한 축에도 못 들어. 보석상이 부자들을 찾아가지, 평민들을 찾아가겠나?”


“음...”


일리 있었다.

악마가 파는 것들은 하나같이 귀한 것들이었다.

타락 수치 10, 20 정도로는 살 수 없는 그런 것들 말이다.


“또한 너도 알다시피, 심히 타락하기 전에 대부분 연옥으로 끌려가지 않나? 그러니 네가 말하는 그 고객들이 제법 귀한 편이지. 해서 경쟁이 치열해. 하마터면 이번에도 너라는 고객을 놓칠 뻔했다니까?”


연옥.

카오가 죽거나 귀환석을 쓰면 강제로 귀환하게 되는 그곳.

한번 들어가면 죗값을 다 치르기 전까진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다.

그 때문에 카오들이 어떻게든 연옥엔 가지 않으려 발악하는 것이었다.


“그렇긴 하지. 개망나니짓을 하고 다니는데 주변에서 가만 놔둘 리가 있나.”


도가 지나친 카오 플레이어들은 종종 합심한 다른 플레이어들에 의해 암살되곤 했다.


“그건 그렇고, 너도 따지고 보면 영업직이구나? 방문판매원이라고 해야 하나?”


“방문판매원? 하하하. 그 역시 재밌는 표현이군. 뭐, 마음대로 생각해. 방문판매든 뭐든 나는 거래만 성사되면 되니 말이야.”


보아하니 이 녀석의 관심은 온통 거래에만 쏠려있었다.

해서 나도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판매 물품들을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았다.


“로니. 어떤 게 좋을까? 뭘 사지?”


사고 싶은 건 많았다.

타락만 충분하다면 다 사고 싶을 정도로.


“나에게 필요한 건 딱히 없는 것 같군. 디오 너에게 필요한 걸 사도록. 그나마 저것이 제일 낫겠지.”


로니가 가리킨 것은 D급 마나의 룬석.


“역시. 나도 그 생각 중이었어.”


사실 가장 사고 싶은 건 마법서였다.

하지만 어떡하겠나.

타락이 모자라는 것을.


“그래, 결정은 했나?”


“어. 저걸로 줘.”


“좋은 선택이군. 그럼 타락을 먼저 다오.”


선불이라 이거네.

이에 나는 램프의 뚜껑을 시계방향으로 돌렸다.


솨아아아아!


램프의 주둥이에서 붉은 기운이 빠른 속도로 뿜어져 나왔다.

이내 허공에 구름처럼 뭉친 타락의 기운.


“그럼 딱 300만큼만 취하도록 하지.”


곧장 입을 벌려 타락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악마.

대략 6할가량을 들이킨 후.


“됐다. 여기까지.”


입을 닫더니 남은 기운을 손으로 밀쳐냈다.


“나머지는 도로 가져가. 맺고 끊는 것은 확실해야 하니 말이야.”


그 말에 나는 뚜껑을 반시계방향으로 돌렸다.

이에 남은 기운이 다시 램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야... 칼같이 끊었네.”


램프에 담긴 수치는 174.

정확히 300만큼만 가져갔다.

악마 놈이 뭐 이리 공정해?


“장사는 신용이지. 그래야 믿고 계속 거래하지 않겠나? 아무튼 마음에 드는 거래였어. 하하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해맑게 웃는 녀석.

타락을 흡수한 탓인지 눈에서 노란빛이 진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더 거래할 것은 없나? 난 아직 팔고 싶은 게 많은데 말이야.”


“없어. 타락이 모자라서도 못 사겠다.”


“아쉽군... 어쩔 수 없지. 그럼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자, 받아라.”


갑자기 손을 튕기는 악마.

그러자 판매 창에서 마나의 룬석이 하나 튀어나왔다.


“앞으로도 많이 많이 모아 다오. 계속 거래를 할 수 있게 말이야. 그 신기한 램프 덕에 연옥에 갈 일은 없어 보여 안심이군.”


슬슬 떠날 준비를 하는지 몸이 점차 붉은 바람으로 변하는 녀석.


“아, 참! 야! 가기 전에 언제 다시 올 건지나 말하고 가!”


“흐음... 글쎄? 때가 되면 알아서 찾아올 테니 걱정 마라. 그리고 말이야.”


형체가 거의 사라지기 직전에.


“내 이름은 ‘야’가 아니다. 고위 악마 위트, 이게 내 이름이지. 기억해 두라고, 친구.”


이 말을 남기고 녀석은 붉은 바람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위트?”


한쪽 다리엔 의족이.

물건도 비싸게 팔고.

이름도 굉장히 비슷한데.

설마 이거...


“...표절 아냐?”


.

.

.


“끼릭!”


복잡한 굴속에서 늑대만 한 크기의 거대한 개미 두 마리가 로니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퍼억! 퍽!


그의 망치질에 갑옷과도 같은 껍질이 부서지며 두 녀석 모두 처참히 으깨졌다.


개미굴에서 사냥한 지도 어느덧 열흘.

나와 로니는 광석을 찾아 미로와 같은 이곳을 계속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되냐. 으으...”


현실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크기의 개미.


사사사삭.


이번에도 앞쪽에서 무언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또 오는군.”


지도를 보니 이쪽으로 다가오고 녀석은 총 세 마리였다.

이에 나는 미리 멀찌감치 뒤로 물러나 있었다.


곧 모습을 드러낸 것은 늑대만 한 크기의 거대 일개미 두 마리.

그리고.


“끼리릭!”


사자만 한 크기의 거대 병정개미 한 마리였다.


[거대 병정개미] [중급]

HP / MP : 300 / 0

공격력 / 마법력 : 75 / 0

방어력 / 저항력 : 40 / 30


골렘에 준하는 방어력과 높은 HP.

껍질이 단단해 날붙이로 상대했다간 무기가 쉽게 손상되고 만다.


까다로운 녀석들이지만 다행히도 지능은 낮았다.

가까이 있는 상대에게만 어그로가 끌려 뒤로 빠져있으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로니의 HP가 대폭 늘어난 이후, 우리의 사냥은 한층 수월해졌다.

나는 그저 로니에게 힐을 주기만 하면 됐고, 로니 역시 더 방어보다는 공격에 더 치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로니가 너무 강해졌다는 것.


“흐음...”


스킬이 하나씩 해금될수록 로니는 점점 강해졌다.

특히나 이번 스킬로 인해 스탯이 대폭 증가한 상황.


반면 그에 비해 나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딱히 로니처럼 사기급 스킬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질투가 나는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격차가 점점 벌어지니 슬슬 걱정이 앞선달까.

로니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로니는 어느새 녀석들을 다 해치웠다.


“디오. 왜 그러는가?”


“응? 뭘?”


“요즘 따라 이상하군.”


“내가?”


“그렇다.”


“어떻게 이상한데?”


“종종 멍하게 있지 않나. 눈에 힘도 없고 말이다.”


“......”


나도 모르게 요즘 무기력해졌는지 로니가 이를 정확히 꼬집었다.


“말해라. 무엇이 문제인지.”


...이참에 솔직하게 말할까?

하지만 정작 말을 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일단 광석부터 캐자. 와! 여기 봐! 생각보다 아콘도 많네!”


속마음을 들킨 게 부끄러워, 나는 괜히 광석으로 관심을 돌렸다.

이에 로니 역시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묵묵히 광석을 캤다.


인벤이 가득 찬 우리는 곧바로 아지트로 귀환했다.

늘 그렇듯 제작에 열중하는 제임스.

책상 앞에 앉은 그는 네 번째로 완성한 부활석 덩어리를 조심스레 깎아내고 있었다.


대단한 열정이었다.

잡념 없이 한 곳에만 몰두하는 모습.

이를 보니 왠지 부럽기도 했다.


콘과 아콘 알갱이가 담긴 자루를 모두 창고에 넣은 후 나는 소파에 드러누웠다.

아...

인생 뭐 있나...

생긴 대로 사는 거지...


축 늘어진 오징어마냥 소파와 한 몸이 된 나.

그런 내 모습이 못마땅했는지 로니가 내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디오. 잠시 이야기 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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