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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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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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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
글자수 :
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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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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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09화

DUMMY

“성공했소!”


성공이었다.

사실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지만 불카누스는 보란 듯이 이를 성공해 냈다.


“크으... 역시 최고의 장인이십니다.”


“하하하! 과찬의 말씀이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오. 헌데 이상하게 이번 따라 더 잘 된 느낌이 들었소. 이게 다 디오님의 선물 덕분인 것 같소.”


도끼가 워낙 크다 보니 개조하는 데만 아콘괴가 세 개나 들어갔다.

나는 괴 값을 지불하기 위해 그에게 교환창을 요청했다.


“고생하셨어요. 보수는 넉넉하게 드릴게요.”


“아니, 아니 이러지 마시오. 보수라니! 가당치도 않소.”


“지금 아콘을 얼마나 썼는데 제가 입 싹 닦을 수 있겠어요? 어서 요청 수락하세요.”


“아니오, 괜찮소. 나는 정말 괜찮소.”


진짜 보수를 받을 생각이 없었는지 그는 교환창 요청을 거절해 버렸다.


“나 원... 아니, 주겠다는데 왜 안 받는 거예요?”


“받고 싶지가 않아서 그렇소.”


“에휴... 아니면 이건 어때요? 저번에 제가 준 아콘 혹시 남아있으면 거기서 차감하세요. 그럼 되겠네요.”


“그건 또 무슨 말씀이오? 아니 되오. 그건 그것이고 이건 이것이오.”


이럴 때는 정말 단호한 불카누스였다.


“부담 갖지 마시오. 이건 그저 디오님께 드리는 선물이오. 나도 선물을 받았으니 디오님께 선물을 드리는 것일 뿐이란 말이오.”


선물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사실 미소바에게서 받았던 것을 그에게 전해준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불카누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어서 받으시오. 나는 디오님이 이걸 잘 써주시기만 해도 기쁘다오.”


그는 도끼를 내밀며 빨리 내가 이것을 받아 가기를 재촉했다.

계속된 성의를 무시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기에 나는 마지못해 이를 받아들였다.


“알았어요. 그럼 받을게요.”


개조는 도금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다.


도금은 기존 무구에 다른 금속을 입히는 것이라 딱히 실패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개조는 달랐다.


개조는 기존의 무기를 다른 금속으로 대체하는 작업이었다.

그렇기에 조금만 실수를 하더라도 무구가 그대로 두 동강 날 수도 있었다.


[아콘 전투 도끼 +6] [B급]

공격력 : 48

*힘 +15

*+2 강화 : 타겟 수 +2

*+4 강화 : 타겟 수 +2

*+6 강화 : 타겟 수 +2

*사용 제한 : 힘 70 이상


오크 로드의 도끼는 +6 강화가 된 아콘 전투 도끼로 개조되었다.

강화 수치가 6이다 보니 도끼 전체에서 은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전투 도끼는 전투 망치보다는 공격력이 조금 낮았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대상을 공격할 수 있어 다수를 상대하는 데는 이만한 무기가 없었다.


“고마워요, 불카누스님.”


“하하. 별말씀을. 덕분에 나도 숙련도를 올릴 수 있었소.”


기뻐하는 그를 보자 문득 미소바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호의가 아니었다.

이건 그의 말대로 헌신이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불카누스는 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로니가 많이 좋아하겠네요. 안 그래도 맨날 강화 안 된 것만 들고 다녀서 신경 쓰였거든요.”


“그럴 것이오. 이 정도면 어딜 가도 꿀리지 않을 무기니 말이오.”


6강 무기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만약 강화로 이를 만들려면 확률상 강화되지 않은 템이 64개나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선물 교환식이 이루어졌다.


용건이 끝났으니 나는 다시 아지트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던 순간.


“아, 불카누스님. 혹시 지금 바쁘신가요?”


“그렇진 않소. 한동안 바빠서 접속도 못 했지만 오늘부로 당분간은 쉰다오. 왜 그러시오?”


“그럼 저랑 어디 좀 같이 가요.”


“...지금 말이오?”


“네.”


같이 가자는 나의 말에 불카누스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 어디로 가신다는 거요?”


“가보면 알아요. 로니도 같이 갈 거예요.”


그를 데려가려고 하는 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었다.

전에 그와 했던 약속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남자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는 꼭 불카누스를 데려갈 생각이었다.


“허허... 갑자기 같이 가자고 하니 이것 참... 그... 내, 내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돼서 말이오...”


“아니, 무슨 마음의 준비예요? 안 바쁘다면서요.”


“그, 그렇지만...”


참 나...

평소엔 호탕한 척하더니 이럴 땐 왜 이러는 걸까?


“가요. 빨리.”


길게 말할 것도 없었다.

나는 덥석 불카누스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소, 소, 손을...”


손이 잡히자 불카누스는 몹시 당황해했다.

그러면서 얼굴을 붉히더니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뭔데...

갑자기 얼굴은 왜 붉히는 건데...


“가, 갈게요... 이거 놓으시고... 제, 제가 알아서 갈게요...”


...요?

말투 컨셉은 또 왜 깨진 거야?


“그러세요.”


손을 놓자 그는 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어색했다.


왼손과 왼발.

오른손과 오른발.


같은 방향의 손과 발이 동시에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얘 군대 안 나왔나?

저거 훈련소 가면 꼭 한두 명씩 저러는데...


.

.

.


“설마 이곳에 오리라곤 상상치도 못했소.”


“말했잖아요. 약속은 지킨다고.”


나와 로니 그리고 불카누스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개미굴이었다.


예전에 지나가는 말로 불카누스가 그런 이야길 했었다.


자기도 개미굴에 한번 가 봤으면 좋겠다고.

전투에는 소질이 없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맨날 공방에서 망치질만 하면 답답하잖아요. 사람이 바람도 쐬고 해야죠.”


길드원들과 같이 사냥 나온 조선망치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불카누스를 데리고 나와야겠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소.”


“아니, 개미굴을 왔는데 여길 왜 안 와요? 당연히 와야죠. 여기가 핵심인데.”


헌데 우리가 도착한 곳은 단순한 개미굴이 아니었다.

바로 개미굴의 최중심부, 여왕개미가 있는 보스방의 입구였다.


“제가 빚지고는 못 사는 사람이에요. 아까 그렇게 아콘을 많이 썼는데 어떻게 공짜로 도끼를 받아요? 안 그래, 로니?”


“후후.”


로니는 이제 망치 대신 은빛으로 빛나는 아콘 전투 도끼를 들고 있었다.


“여기 안에 아콘이 많으니까 그걸로 갚을게요. 사양하지 마요. 제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런 거니까.”


“......”


지난번 여왕개미 사냥 이후 한동안 보스방은 텅텅 비어있었다.

하지만 이틀 전 새롭게 여왕개미가 리젠되었다.


나는 곧장 네크로맨시를 사용하였다.


휘이이이이.


검은 연기가 원을 그리며 바닥을 맴돌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네크로맨서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오! 그 영상에서 보았소! 살모사들을 물리쳤던 바로 그 존재들이구려!”


“맞아요. 네크로맨서예요.”


네크로맨서를 직접 본 불카누스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추가로 네크로맨서들을 더 소환해 냈다.


“얘들 말고 다른 애들도 있어요. 나름 귀여운 녀석들이요.”


이어서 레드 고스트 차례였다.

나는 쉬지 않고 레드 고스트들을 뽑아내며 말했다.


“직접 보니까 어때요?”


“놀랍소... 말로 표현을 못 하겠구려...”


하긴 이렇게 가까이서 네크로맨시를 보는 기회는 흔치 않다.


나는 공장에서 찍어내듯 레드 고스트를 뽑아낸 후 녀석들을 내 앞에 모이게 했다.


“잠시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입구 좀 막고 올게요. 너희들은 따라와.”


나는 네크로맨서와 고스트들을 데리고 벽을 따라 보스방을 한 바퀴 돌았다.

그렇게 입구마다 병력을 배치 시킨 후 다시 자리로 돌아온 나는 또 한 번 네크로맨시를 사용했다.


“이번엔 더 쎈 애들이에요.”


지난번 여왕개미 레이드 때보다 더욱 강해진 나였다.

그렇기에 이번엔 블랙 고스트를 소환했다.


“아니, 이건 설마?!”


“블랙 고스트예요. 사실 우리 아지트 식구 말고는 얘를 소환한 걸 본 사람은 없어요. 불카누스님이 처음이네요.”


영상으로도 찍힌 적이 없다.

오직 통곡의 협곡에서만 녀석을 소환했으니 말이다.


지난번 여왕개미 레이드는 너무 아슬아슬하게 성공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엔 넉넉하게 소환수를 뽑을 생각이었다.


블랙 고스트와 더불어 네크로맨서도 추가 소환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후, 나는 불카누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내 옆에 딱 붙어있어요. 다른 데 가지 말고요.”


“아, 알겠소. 그리하겠소...”


이럴 땐 또 말을 잘 듣는다.

근데 수줍어하면서 붙는 건 또 뭔데...


그리고 나는 이 양반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눈은 대체 왜 이렇게 맑은 걸까?


겉모습은 전형적인 드워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눈은 이에 어울리지 않게 참으로 맑고 깨끗했다.

그리고 생글거리는 저 눈빛까지...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꼭 어디서 본 것만 같은 눈빛이랄까...


“가자, 로니.”


뭐 하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이번 기회에 제대로 구경시켜 줄 생각이었다.


짜릿할 것이다.

처음 직관하는 레이드가 바로 흑마법사인 내가 이끄는 레이드니 말이다.


.

.

.


그날 밤.


어둠이 내린 서울은 낮과 달리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중 가장 높게 빛나는 것은 아무래도 달에서도 보인다는 그 타워였다.


사우론의 눈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잠실의 마천루.

이곳의 높은 층에 아름다운 한 여인이 창가에 서서 서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디오님...”


투박한 드워프의 손과는 달리 그녀는 섬섬옥수 같은 손으로 가볍게 유리창을 짚었다.


오늘 일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었다.


몰려드는 개미 떼들.

이를 막는 소환수들.

그리고 여왕개미를 물리친 두 영웅들.


웬디는 자신도 모르게 디오의 모습을 떠올리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금빛으로 빛나는 그의 두 눈.

항상 후드를 쓰고 있어 눈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예전에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그녀는 처음 Heaven & Hell에 접속했던 때를 떠올렸다.


인파에 둘러싸여 힘겹게 이동했던 그날.

원치 않게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지만 이를 해결한 것은 다름 아닌 디오였다.


사실 평범한 외모였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는 너무나 멋진 모습으로 그녀의 마음속에 들어왔다.


그를 생각할 때마다 웬디는 가슴이 설레었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다른 얼굴로 변해 있겠지?


성형술사를 통해 성형을 했겠지만 그래도 원래 얼굴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야경을 바라보면서 계속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당당히 할 말을 하던 그의 모습.

흥분한 그들을 제압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그녀의 눈에 선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을까...”


이어 웬디는 헤어질 때의 일도 떠올렸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는 갑자기 뒤돌아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잠시 눈을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울고 싶을 때는 그냥 울어요. 참지 말고.’


마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뒤돌아서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속마음을 들킨 그녀는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런 모습을 보이긴 싫어 그녀는 황급히 로그아웃을 했다.


웬디는 곰곰이 생각했다.


참으로 신기한 사람...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누구에게도 내보인 적 없는 속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처음 만났음에도 그녀의 속마음을 정확히 알아보았다.


웬디는 차례대로 그와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불카누스로 ID와 외형을 바꾼 이후 처음 그와 대장간에서 만났던 일.


길드 관리소 입구에서 그를 기다리며 서성이던 일.


한참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 후 떨리는 마음으로 안부 메시지를 보낸 일.


어떤 식으로 말을 걸지 수없이 고민한 후 그에게 먼저 귓속말을 보낸 일.


공방에 방문한 그에게 블랙스미스 솜씨를 선보이던 일.


그리고.


“너무 멋있었어...”


오늘 그의 옆에 붙어 레이드를 직관한 일까지.


디오를 떠올릴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몽글몽글해졌다.


숨길 수가 없었다.

가난과 재채기처럼 그에 대한 마음을 도무지 숨길 수가 없었다.


웬디는 오늘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다시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내 옆에 딱 붙어있어요. 다른 데 가지 말고요.’


심장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을 떠올리자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열을 식히기 위해 웬디는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갖다 댔다.

그러면서 시내를 넓게 바라보았다.


문득 그녀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여기 어딘가에 디오님이 있진 않을까?

그리고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나도 참...”


뜬금없는 생각에 그녀는 가벼운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한참을 말없이 창가에 서 있었다.


투어 일정이 끝난 그녀는 다시 Heaven & Hell을 즐길 생각이었다.

예전에 디오가 준 아콘은 아직 손도 대지 못했는데, 일단 그것부터 방어구로 만들 계획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그녀는 침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불 속으로 들어가 편하게 몸을 뉘었지만 왠지 쉽사리 잠이 오지 않을 듯했다.


웬디는 내일 어떤 부위부터 만들지를 생각해 보았다.

아머? 헬름? 부츠? 건틀릿?


그렇게 제작에 대해 고민하던 중, 문득 오늘 공방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덥석 손을 잡은 디오.

그리고 당황해서 손발이 같이 나간 바보 같은 자신의 모습까지.


“......”


설렘이 아닌 부끄러움에 그녀의 얼굴이 또 한 번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무도 보는 이가 없었지만 웬디는 재빨리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리고.


팡. 팡. 팡.


“아... 진짜...”


애꿎은 이불을 발로 걷어찼다.


.

.

.


같은 시각.


“포근하네.”


야경을 보기 위해 나는 뚝섬유원지로 나왔다.

겨울밤임에도 불구하고 날이 그리 춥지는 않았다.


이제 며칠 뒤면 제주도로 터를 옮긴다.

하여 당분간 서울에 올 일은 없었기에 아름다운 이 도시의 모습을 한껏 눈에 담고 갈 생각이었다.


청담대교 아래를 따라 나는 한강 근처로 발길을 옮겼다.


쿠구쿠구. 쿠구쿠구.


마침 7호선 열차가 지나간다.

이제는 이 소리마저 그리워질 것 같았다.


“좋구나...”


잠실과 청담을 마주하는 이곳은 나름 서울의 손꼽히는 야경 맛집이었다.


높은 빌딩과 고급스러운 아파트들.

밤하늘의 별처럼 저들은 제각각의 빛을 내고 있었다.


강물은 바다를 향해 어둡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기꺼이 검은 도화지가 되어 야경이 만들어 낸 물그림자를 흐릿하게 품고 있었다.


청량한 공기를 들이켜며 나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디오님...”


...뭐지?


누군가가 나를 부른 것만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럴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환청이 들린 듯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현실 세계에서 내가 디오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말이다.


나는 이번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에 웅장한 타워가 보였다.

마치 나의 그것처럼 크고 아름다운 타워가 말이다.


아님 말고.


나는 빛이 타오르는 사우론의 탑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묘한 느낌이 들었다.


“......?”


마치 저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나를 찾고 있는 느낌이었다.


...진짜 사우론이 감시하고 있는 건가?


“요새 너무 피곤했나...”


이사 준비도 하랴, 협곡도 뚫으랴, 레이드도 하랴...

근래 신경을 너무 많이 썼는지 환청에 이어 망상 증상까지 생긴 것 같았다.


“어우... 들어가야겠다.”


실컷 구경했으니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몇 밤만 자면 떠나야 할 나의 집으로 말이다.


시원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현실에서는 바다를 향해, Heaven & Hell에서는 낙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니 말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다.

그렇게 아쉬움은 뒤로한 채, 나는 흥미진진할 앞으로를 기대하며 힘차고 경쾌하게 발걸음 내디뎠다.



-1부 完-


작가의말

1부가 완결되었습니다.

재정비하고 두 달 후쯤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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