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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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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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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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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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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8화

DUMMY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직사각형 형태의 큰 방이 나왔다.

얼추 20평가량으로 보이는 공간.

단칸방이나 다름없던 여관방을 생각해보면, 비교할 수 없이 쾌적한 곳이었다.


“로니. 이제 제임스 풀어줘.”


로니는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 채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서 푸른 연기가 나오더니 이내 제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오! 여깁니까?!”


주위를 둘러본 제임스는 이 넓은 공간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하긴, 그간 골방 같은 곳에만 지냈으니 당연한 반응.


“가구 같은 거는 곧 다 들여올 거야. 종류별로 보여줄 테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꾸며봐.”


“감사합니다, 주인님!”


길드 아지트는 원래 현실 시간으로 한 달에 2만 골드를 지불해야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사실상 월세 200짜리 집.

허나 증표를 통해 사실상 소유권을 얻게 되었으므로, 매달 2만 골드를 버는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게임상이긴 해도 내가 사는 투룸보다 넓은 곳에 살게 될 줄은 몰랐다.

하여튼 사람 일이라는 건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다.


.

.

.


며칠 후.

아지트는 제법 사람 사는 곳처럼 구색을 갖추었다.

길드 관리소 1층에서 가구 등을 판매하는 NPC에게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다 산 덕분이었다.

꽤 지출이 있었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1순위로 신경 쓴 것은 바로 제임스의 작업 공간.

널찍한 책상과 편안한 의자.

그리고 이곳 잡화점에서 사 온 더 고급스러운 연금술 도구까지.

하나의 작은 연구실이 갖춰진 것 같았다.


나는 그 뒤로 벽에 배치한 기다란 소파 위에 옆으로 누워, 오늘도 열심히 포션을 만드는 제임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책상 한쪽 위에 가득 놓인 리큐르들.

반면 허브는 얼마 남지 않아 보였다.


나는 몸을 일으켜 구석에 있는 커다란 보물상자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상자의 뚜껑이 저절로 열리며 내 앞에 창고 창이 열렸다.

구입한 가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바로 이 상자였다.

물품을 보관하는 상자가 아니라, 창고로 연결되는 상자.

즉, 이제는 창고지기에게 가지 않고도 창고를 열 수 있게 되었다.

창고에서 허브들을 잔뜩 꺼낸 뒤 나는 책상으로 다가가 그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열심히 하고. 부족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또 구해올 테니까.”


“예, 주인님.”


제임스의 약초학 숙련도는 어느덧 1000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초급의 벽을 넘어 중급이 된다면 앞으로 더 좋은 포션을 만들 수 있을 터.

조만간 C급 허브들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니. 가자 이제.”


“그러지.”


마찬가지로 소파에 앉아 쉬던 로니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지난 며칠간 요새 내부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관리소 밖으로 나갔다 하면 구름같이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

해서 이들의 관심이 사그라들 때까지 우리는 밖으로 나가 필드 몹들을 사냥하며 도감을 채우거나, 태초의 마을 히든 던전을 돌며 허브를 채집하기도 하고 반지와 목걸이를 모으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몇 차례 얼굴을 비추니, 예상대로 나에 대한 관심이 많이 사그라들었다.

종종 인사를 해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활동하는 데는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

해서 오늘은 전체적으로 요새 안을 다 둘러볼 생각이었다.


대장간을 먼저 방문했다.

요새의 규모에 걸맞게 2층으로 이루어진 큰 건물이었는데, 공방 안에선 NPC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들도 블랙스미스를 숙련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상점표 아이템은 B급 템이었다.

판매가격도 1천 골드로, C급 상점표 템보다 10배나 비쌌다.

능력치가 나쁘진 않았지만, 그래도 제작 템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어 가죽 공방과 의류점, 목공소도 한 번 들러보았다.

별다를 건 없었지만 중요한 곳은 아니었기에 딱히 실망하지는 않았다.


이후 나와 로니는 요새의 중심부에서 벗어나 외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곳은 커다란 훈련소.

확실히 요새 안의 훈련소라 그런지, 전문적인 전사들을 양성하는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부화의 마을에서 레이너가 혼자 교관을 맡고 있던 것과는 달리, 이곳에는 약 10명의 교관이 각자의 구역에서 플레이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들에게선 두 가지 스킬을 배울 수 있었다.

디펜스와 패링.


디펜스는 방패를 착용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로, 방패만큼의 방어력이 추가로 증가하면서 화살이나 마법과 같은 투사체의 피해량을 일정 부분 감소시킬 수 있는 스킬이다.


“로니. 너 방패 쓸 생각은 없어?”


“그런 건 겁쟁이들이나 쓰는 것이다. 막을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공격하는 것이 이득이지.”


예상했던 답변.

애초에 디펜스를 쓸 것이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다음은 패링.

타이밍에 맞춰 상대의 공격을 쳐내거나 맞받아치는 기술로, 흔히 소울 라이크 게임에서 두드러지는 기술이다.

다만 그 타이밍을 예측하는 것이 어려워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었다.


쭉 둘러보니 교관들을 상대로 일부 플레이어는 방패를 들고 디펜스 연습을 하고 있었고,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목검을 들고 패링을 연습하고 있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률을 보여야 스킬을 획득할 수 있다.

길게 늘어선 대기 줄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이들을 살펴보니, 하나 같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얼핏 봐도 배쉬를 익힐 때의 목각인형보다 이들 교관의 수준이 더 높았다.

통과하기가 어려웠기에, 낙방한 이들은 다시 대기 줄로 돌아와 맨 뒤로 가서 섰다.


대기 중인 이들은 저 앞에 교관의 움직임을 보면서 공격을 막아내는 시늉을 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듯 계속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일종의 재수생, 삼수생들이랄까.

아마 그중에는 오수, 육수 이상의 장수생도 즐비할 것이다.


하지만 로니는 이에 관심이 없는지 말없이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 차례를 기다릴 뿐.

한 명씩 한 명씩 줄이 빠지더니 이윽고 로니의 차례가 왔다.

교관 앞에 다가가자, 교관이 로니를 보고 말했다.


“처음 도전하는 자로군. 그래, 뭘 배우고 싶은가? 디펜스? 패링?”


“패링.”


“알겠네. 첫 도전이면 디펜스가 더 쉬울 텐데, 용기 있게 패링을 선택했군. 저기서 목검을 가지고 오게.”


옆에 떨어진 곳에 무기걸이가 있었는데, 방패와 목검이 걸려있었다.

로니는 목검을 집어 들고는 다시 그의 앞으로 돌아왔다.


“방식을 설명하겠네. 간단하네. 10번의 공격 중 5번 이상 막아내면 성공일세.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지만 곧바로는 안된다네. 저기 기다리는 자들이 많아서 말이야.”


절반만 성공하면 된다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켜본 바로 10번 중 한두 번 막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

심지어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이딴 걸 실패한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군.”


“이딴 것? 하하하. 자신감 하나는 대단하군. 마음에 들어! 하지만 그 허세가 언제까지 통할지 한번 보겠네.”


허세가 아니다.

내가 본 로니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실력자.


로니는 가볍게 한손으로 목검을 들어 앞으로 겨누었다.

그리고 교관도 이내 공격 자세를 취하였다.

정적이 감돌았다.

순간 교관의 공격이 매섭게 들어왔다.


따악!


두 목검이 부딪치며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흠... 잘 막았군. 실력이 아예 없진 않았던 모양일세.”


다시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교관.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두 번째 공격을 펼쳤다.


로니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그저 최소한의 동작으로 이번 공격 역시 깔끔하게 쳐냈다.


“애송이. 전력으로 덤벼라. 간 볼 생각하지 말고.”


로니의 도발.

게다가 완벽하게 방어해 내는 모습에, 교관은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허세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 알겠네. 이제 진심으로 대하겠네.”


뭐 따로 숨겨둔 진심 모드 같은 게 있는 건가?

그래 봤자 로니에게 지겠지만.


눈을 좁히며 매섭게 로니를 바라보는 교관.

미동도 하지 않던 그가 순간 로니를 향해 달려들었다.

기묘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드는 목검.

어깨를 내려칠 듯한 공격이었지만, 사실 그것은 허초였다.

하지만 로니는 이를 이미 간파한 듯했다.

어깨가 아닌 허벅지 쪽으로 검을 내리며, 실초를 가뿐하게 막아냈다.


“......”


안색이 바뀌는 교관.

말이 없어진 그는 잠시 뒤로 물러서더니 곧바로 다시 달려들었다.

날카롭게 파고드는 목검.

이번엔 베기가 아닌 찌르기였다.

얼굴에 구멍을 내버릴 듯한 기세.

하지만 로니는 고개를 옆으로 까닥이며 검을 들어 올렸다.

두 검이 맞닿았다.

마치 바이올린의 활이 현을 타는 것처럼, 교관의 검이 로니의 검을 타고 미끄러졌다.

보기 좋게 빗나갔다.

원래라면 로니의 머리가 있었을 허공을 민망하게 찔렀다.


네 번 모두 방어에 성공했다.

곧바로 이어진 다섯 번째 공격.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여섯 번째, 일곱 번째 공격도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일반 플레이어였으면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할 정도의 매서운 공격이었다.

허나 로니는 가뿐하게 그것들을 걷어낼 뿐이었다.

이어 여덟 번째 공격이 시작되려던 순간.


“그만!”


옆에서 들려온 누군가의 외침.

고개를 돌려보니 갑옷을 입은 여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훈련단장 NPC 에르윈.

단상에 있던 그녀가 이들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다가 내려온 것이었다.


“이미 승부가 났는데 더 할 생각입니까?”


“하지만 단장님! 아직 세 번의 기회가 남아 있-”


“아니요. 그만하시죠. 안 봐도 결과가 뻔할 것 같군요.”


“......”


에르윈의 다그침에, 교관은 더 이상 무어라 입을 열지 못했다.


“예사롭지 않은 실력이군요. 보는 눈이 많으니, 잠시 장소를 옮겨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귀찮게 하는군. 할 말이 있으면 여기서 해라.”


역시나 까칠한 로선생.

나는 로니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에르윈에게 말했다.


“가시죠. 얘가 좀 낯가림이 심해서 그래요. 어디로 가면 되죠?”


이에 그녀의 얼굴이 조금 펴졌다.


“제 집무실이 있습니다. 그곳으로 가시지요.”


다시 돌아서서 단상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는 에르윈.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뒤로 한 채, 나와 로니 역시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제법 걸어 도착한 곳은 2층짜리 건물.

1층으로 들어가니, 마침 쉬고 있던 교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그녀에게 경례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곧바로 계단으로 올라갔다.


뒤따라 올라간 2층.

가장 안쪽에는 사무를 행하는 책상 등이 있었고, 그 외의 공간은 넓게 트여있었다.

벽을 따라서 무기걸이가 늘어서 있었는데, 도검류뿐만 아니라, 창, 활, 둔기 등 각종 무기도 걸려있었다.

2층 자체가 집무실이자 일종의 실내 훈련장인 셈.


“이쪽으로.”


그녀가 안내한 곳은 책상 옆에 마련되어 있는 응접 공간.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아 응접실이라 부르긴 좀 그랬지만, 그래도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는 마련되어 있었다.

나와 로니가 앉은 후, 그녀도 곧 맞은 편에 천천히 앉았다.


작가의말

생업이 바빠져서 한동안 업로드가 늦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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