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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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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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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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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

DUMMY

문을 열고 그의 공방으로 들어가자, 눈이 커진 불카누스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오?! 방금 여왕개미를 잡았다는 그 메시지가 사실이오?!”


“네. 사실이에요.”


“허허... 허허허... 정말 믿을 수가 없구려...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여왕개미를 대체 어찌...”


내가 있는 26번째 날갯짓 고원에서는 그 누구도 여왕개미를 잡아내지 못했다.

서버 전체를 통틀어 단 세 곳에서만 레이드를 성공할 정도였으니 불카누스가 이리 흥분할 만도 했다.


“그건 뭐... 다음에 알려드릴게요. 아무튼 부탁할 게 있어서 왔어요.”


나는 인벤에서 곧장 금빛 자루를 꺼냈다.


“여기 뭐 빈 상자 같은 거 없나... 아, 저깄네.”


마침 작업대 옆에 빈 나무상자를 발견한 나는 곧바로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자... 이거 뭐 어떡해야 돼?”


그냥 자루를 쏟았다간 곡괭이까지 같이 튀어나올 터였다.

이에 나는 잠시 자루의 설정을 살펴보았다.


“아, 이렇게 하면 되겠네.”


원하는 아이템만 나올 수 있게 설정을 마친 나는 자루를 거꾸로 들고 탈탈 털기 시작했다.


촤르르르르.


“이게 무슨...”


“아콘이에요. 방금 구한 거라 따끈따끈할 거예요.”


그러자 구슬과도 같은 알갱이들이 쏟아져나와 금세 상자를 가득 메웠다.


“이걸로 방어구만 좀 만들어 주세요. 저번처럼요.”


“......”


아직 상황 파악이 덜된 그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이에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여 주었다.


.

.

.


다음 날.


매장 정리를 마친 나는 관리실로 들어가 오늘도 가볍게 게시판을 살펴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글은 어제 나의 여왕개미 레이드에 관한 글이었다.


-진짜 미친 거 아닌가? 살모사도 블러드 나이트도 못 잡은 걸 혼자서 잡네.

->혼자는 아니지. 둘이지. 그 로니도 있었을 텐데.

-디오는 그냥 세금 더 내라.

-아니 근데 ‘???’이 도대체 뭔가요? 이름이 로니 아니에요? 근데 왜 ‘???’이 잡았다고 뜨죠?

->본명이 로니가 아니라 다른 거일 수도 있죠.

-아무리 흑마법사라도 그렇지 이거는 너무 밸런스가 말이 안 되는데... 진짜 운영자 아니에요?

->절대 아님. 나 살모사 길드인데 그때 연옥에서 한 짓 보면 운영자는 절대 아님. 살다 살다 그렇게 악랄한 새끼는 첨 봤음.

-디오.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디. 오.

->세 걸음이 아니라 두 걸음인데요?


“뭐... 직접 보질 못했으니 그럴 수밖에.”


저마다 떠들어대고 있었지만 이들 중 정답을 제대로 맞힌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긴 레이드 한 번에 30만 골드 치의 소환석을 썼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는가.


“...근데 그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잡은 거야?”


나야 흑마법과 언데드 판정이라는 사기적인 능력 덕분에 성공했지만, 드래곤 나이트는 그런 것 없이 나보다 한참 전에 여왕개미를 굴복시켰다.

물론 그 중심엔 당연히 하데스가 있었다.


“난 놈은 난 놈이야...”


전투력, 통솔력, 재력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자타공인 최고의 플레이어, 하데스.

헌데 그뿐만이 아니었다.


“근데 왜 CC기에 안 걸렸을까...”


그 당시에 영상을 봤었을 땐 별생각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여왕개미의 울음은 보스방 내의 모든 대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광역 CC기다.

이에 드래곤 나이트들 역시 혼란에 빠졌지만 오직 하데스만큼은 혼란에 빠지지 않았었다.


“뭔가 있는데...”


제아무리 강하다 한들 CC기에 걸리지 않는 플레이어는 없다.

내가 모르는 희귀템이라도 갖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아, 모르겠다.”


원체 비밀에 둘러싸인 인간인지라 그에 대한 핵심 정보는 알려진 것이 전혀 없었다.

하여 혼자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플 것이기에 나는 이에 관심을 끄고 계속 게시판이나 둘러보기로 했다.


시답잖은 글들은 읽을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빠르게 스크롤을 내리던 중.


“...전쟁을 선포한다?”


심상치 않은 제목이 내 시선을 이끌었다.

나는 곧장 이를 클릭했다.


대충 살펴보니 살모사 길드와 블러드 나이트 길드가 각 잡고 정면 승부를 펼친다는 내용이었다.

누가 이 글을 썼나 잠시 확인해 보니.


“오호...”


작성자는 다름 아닌 살모사 길드의 길드 마스터 몰드보트였다.


두 길드가 앙숙인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었다.

하여 국지전 양상의 전투는 자주 벌어졌지만 이렇게 길드 전체가 맞붙는 전면전은 아직 펼쳐진 적이 없었다.


꽤나 재밌을 것 같은 이벤트였다.

이에 좀 더 내용을 읽어가려던 순간.


따릉.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교대 시간에 맞춰 도착한 사장님이었다.


나는 관리실 문을 열고 나가 사장님을 맞이했다.


“오셨어요?”


“응. 아유... 이제 날이 많이 춥네. 진짜 겨울이 오려나 보다.”


“눈만 안 왔지, 이 정도면 겨울이죠 뭐.”


“그러게 말이다.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해. 요즘 감기가 그렇게 지독하댄다. 따뜻하게 잘 입고 다녀.”


“네, 그럴게요.”


“오늘도 고생 많았어. 어여 퇴근해 이제.”


“네. 아, 사장님. 그...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응? 뭔데?”


“저... 이제 일을 그만둘까 생각 중이에요.”


“으잉? 그만둔다고? 아니 왜?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일을 그만두겠다는 말에 사장님은 몹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고요. 그냥... 이제는 좀 다른 일을 해볼까 해서요.”


“허어... 다른 일이라... 그래, 그것도 좋지. 자네가 올해 서른이라 그랬나?”


“네.”


“그래...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좋은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도 좋지. 알바만 하기엔 청춘이 아까우니까.”


직원과 사장의 관계로 만났지만 사장님은 항상 나를 늦둥이 아들처럼 아껴주셨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 일자리는 구해 놓은 거야?”


“어... 네. 그렇죠. 좋은 곳으로 가요.”


사실 일자리라고 하긴 좀 그랬다.

본격적으로 게임 세계에 몸을 던지는 것이니 말이다.


정확히 계산해 보진 않았지만 이미 Heaven & Hell에서 벌어들이는 월수입이 내 알바 월급의 몇 배는 되었다.

돈으로 보나 재미로 보나 이젠 전업으로 뛰어드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었다.


“다행이구만. 좋은 곳으로 간다고 하니. 그럼 서울에는 계속 있는 거고?”


“아니요. 이사 가요. 제주도로요.”


“제주도? 아이고, 멀리도 가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종종 제주도에 일하러 간다더니만 자네도 그쪽에 일자리를 잡았나 보구만.”


“예, 뭐... 그런 셈이죠.”


이사를 가는 데 금전적인 문제는 없었다.

전에 사두었던 주식의 주가가 두 배를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Heaven & Hell이 오픈한 지 일 년이 다 돼가는 지금, 제작사 A&Q의 주가는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규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픈 초기 50만 대가 팔렸던 접속기기는 얼마 전 누적 판매 200만을 돌파했다.

게임 자체를 즐기기 위함도 있겠지만, 이 게임이 돈이 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구만... 그럼 언제까지 일할 생각이야?”


“올해까지는요. 사람 구해지면 더 빨리 그만둘 수도 있구요.”


“올해라... 대충 한달 정도 남았구만.”


“그렇죠...”


“아쉽다, 참으로 아쉬워... 자네 같은 사람을 또 어찌 구해야 되나...”


“금방 구하시겠죠. 일할 사람이야 뭐 늘 있는데요.”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나처럼 일해줄 사람을 구하기는 쉽지가 않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내가 이 점포 관리를 사실상 다 도맡아서 했으니 말이다.


“참, 사장님. 그러고 보니 아드님이 얼마 전에 퇴직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응? 아, 큰 놈? 그랬지. 지금 몇 달째 쉬고 있어.”


“그럼 아드님이 여기서 일하시는 건 어때요?”


“편의점 일을? 글쎄... 그 녀석이 이걸 하려고 하려나...”


“모르죠. 한번 말씀드려 보세요. 하시게 되면 제가 인수인계는 확실하게 해드릴게요.”


“...맨날 놀고먹는 것 보단 여기서 일하는 게 더 낫긴 하겠지. 알겠네. 내 한번 이야기는 해보겠네.”


6년에 가까운 편의점 생활도 이제 막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

20대 청춘의 절반을 바쳤지만 즐거웠기에 미련은 없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그렇게 정들었던 이곳도 이제는 내가 아닌 다른 이가 채워 나갈 것이다.


.

.

.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나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곧장 Heaven & Hell로 접속했다.


“오셨습니까, 주인님.”


“응. 별일 없었지?”


“예. 그리고 저기 대장님이 계십니다.”


“어? 로니! 아니, 니가 웬일로 이 시간에 여기 다 있어?”


“방금 돌아온 참이다.”


평소 내가 없을 땐 혼자서 사냥을 다니는 로니였다.

하여 보통은 아지트에 없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타이밍이 맞았는지 접속하자마자 아지트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래? 그럼 좀 쉬었다 나갈까?”


“그럴 필요 없다. 바로 나가도록 하지.”


늘 그랬듯 길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곧장 아지트를 나서서 계단을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건물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디오님!”


뒤쪽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만춘님?”


돌아보니 블러드 나이트 길드의 만춘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디오님. 혹시 저 기억하십니까?”


“그럼요.”


예전에 하피의 숲에서 블러드 나이트 길드와 마주쳤을 때 니싸가 궁술 조장이라고 소개한 사람이었다.


“안 그래도 디오님을 찾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찾게 돼서 다행입니다.”


“저를요?”


“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그건 길마님이 직접 말씀하실 겁니다. 디오님을 뵙고 싶어 하시거든요.”


“누님이 저를요? 아니, 그럴 거면 차라리 귓속말을 하라고 하지 그러셨어요.”


“그게... 디오님이 귓속말을 차단해 놓으셔서...”


“아, 맞다.”


평소 귓속말을 할 일이 거의 없으니 내가 차단으로 설정해 놓은 것도 깜빡하고 있었다.


“길마님이 길드원 전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디오님을 만나게 되면 필히 연락을 전해 달라고 말입니다. 아마 제가 아니었어도 다른 길드원들이 디오님께 말씀을 전했을 겁니다.”


“허... 저 하나 잡으려고 천라지망까지 펼치셨네요.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예? 천라... 그게 뭡니까?”


“있어요, 그런 게. 그래서 지금 누님이 어디 계신데요?”


“아지트에 계십니다.”


“여기 아지트요? 그럼 바로 가요. 나중에 또 시간 내기는 귀찮을 것 같은데. 로니, 잠시만 들렀다 가자.”


그렇게 예정에도 없던 만남이 성사되어 버렸다.


우리는 만춘을 따라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복도를 따라 가장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 길마님이 계십니다.”


“음... 근데 블러드 나이트 분들이 모두 쓰시기엔 아지트가 좀 작진 않나요?”


“하나만 쓰면 그럴 겁니다. 그런데 여기뿐만 아니라 이쪽과 저쪽도 저희가 쓰고 있습니다. 총 세 개의 아지트를 쓰고 있는 거죠.”


“와... 역시 대형 길드는 다르구나. 월세로 600만 원을 내시네요.”


“하하. 뭐 그런 셈이죠. 이제 들어가시죠.”


만춘이 문을 열고 옆으로 비켜섰다.

이에 나와 로니가 먼저 안으로 들어섰다.


아지트 가장 안쪽에는 붉은 머리칼을 자랑하는 그녀가 큰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런 다르크를 향해 한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누님. 잘 지내셨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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