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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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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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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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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8화

DUMMY

영상으로만 봤지, 실제로 연옥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광활한 대지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듯한 이곳.

한 바퀴 빙 돌며 주위를 살펴보던 중.


“저깄네.”


저 멀리에 마을의 모습이 희미하게나마 눈에 들어왔다.

나와 로니는 곧장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의 경계를 나타내는 돌로 만들어진 낮은 울타리.

빛바랜 이 상아색 울타리는 언제 바스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낡아 보였다.


울타리가 끊어진 곳이 마을의 입구였다.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모두 ID가 새빨간 카오들밖에 없었다.


마을 안에는 특이하게 생긴 돌기둥 같은 것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었는데, 카오들 중 일부는 이 돌기둥에 붙어있는 손잡이를 밀며 계속해서 빙빙 돌고 있었다.


“어? 저 사람?”


“디오다!”


아...

이놈의 인기는 정말...


나를 발견하자 이들 대부분은 하던 일을 멈추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길.”


카오 놈들에게까지 존댓말을 쓸 생각은 없었다.

비키라는 한마디에 앞에 있던 이들이 주춤거리며 길을 터주었다.


일단 지도를 밝히는 게 우선이었다.

나는 마을의 가장 중심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거구나.”


영상에서만 보았던 그것.

타운스톤 역할을 하는 아주 낡은 비석이 마을 한 가운데에 세워져 있었다.

나는 곧장 비석에 손을 댔다.

그러자.


[광활한 연옥 26]


이곳 연옥의 지도가 모두 밝혀졌다.


참고로 연옥은 한 곳이 아니다.

태초의 땅, 부화의 평원, 날갯짓 고원마다 각기 다른 크기의 연옥이 존재하며, 동일한 날갯짓 고원이 여러 곳 존재하듯 연옥 역시 그 수에 맞게 여러 곳 존재했다.


“음... 그리 멀리 있지는 않네.”


지도를 열어보니 빨간 점 뭉치들이 이곳저곳 퍼져있었다.

아마 대부분 살모사 길드 놈들일 터.


당장 녀석들을 사냥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연옥에 끌려온 이상, 쉽게 벗어날 수는 없으니까.


“디오. 이건 무엇인가?”


“뭐? 이 비석?”


이에 고개를 끄덕이는 로니.


...이걸 모른다고?


“어... 타운스톤 같은 거야. 그리고 죽음의 상흔도 없앨 수 있고.”


의외였다.

뭐든 알 것 같은 로니가 이걸 모른다니...


“그렇군. 왠지 몰라도 아주 불쾌한 기운이 느껴지는군.”


“그래?”


내 눈엔 그냥 아주 오래된 비석으로만 보이는데?


“그리고 저들은 왜 저것을 돌리고 있는 것인가?”


“아... 저거...”


로니가 가리킨 것은 수상하게 생긴 돌기둥.


“탄식의 소각로야. 타락을 줄여주거든. 물론 한참 돌려야 하지만.”


탄식의 소각로.

일명 씨발의 소각로.


사람 키보다 조금 더 큰 원기둥으로서 안이 굴뚝처럼 비어있었다.

기둥 옆에는 마치 수레바퀴처럼 손잡이가 여러 개 달려있었는데, 이를 밀면서 소각로를 빙빙 돌려야 했다.


현실 시간으로 무려 6시간.

쉬지 않고 6시간을 돌려야 겨우 타락을 1만큼 줄여준다.

그러니 입에서 욕이 나올 수밖에.


“마침 나오네. 저기 봐, 로니.”


때마침 저 옆에 누군가가 6시간을 돌렸는지, 소각로 끝에서 회색의 빛기둥이 하늘 위로 솟구쳐올랐다.


“됐다! 이제 23번만 더 하면 된다! 으아, 씨바알!”


기쁨보다는 분노가 더 짙은 그의 절규.

보아하니 아직 타락이 23만큼 남은 듯했다.


“근데, 로니. 연옥은 처음이야?”


“그렇다.”


“왜?”


“왜라니? 처음 온 것이니 처음이 아닌가.”


“어... 뭐...”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네.


“연옥 이야기를 들은 것도 너희 이세계인들이 오고 나서부터다.”


“그래?”


조금 놀라웠다.

정말 연옥 자체를 몰랐다고?


“오랜 세월 살아온 나로서도 생소한 곳이다. 보아하니 아주 오래된 곳이군. 마치...”


“마치...?”


오...

새로운 정보인 건가?


“...아무튼 묘하군.”


“......”


이 자식은 꼭 사람 궁금하게 말을 하다 말아요, 하여튼.


“특이한 곳이긴 하지. 쉽게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이질적인 묘한 불쾌감이 감도는군. 특히 이 비석과 돌기둥들에게서 말이다.”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그냥 단순한 오브젝트 아닌가?


로니의 말에 나는 혹시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나 싶어 비석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


슈웅!


“크윽... 망할 새끼들...”


방금 죽은 누군가가 비석 옆으로 강제 소환됐다.


“시발... 또 돈을 얼마나 써야... 어? 너?”


갑자기 나를 발견하곤 눈이 동그래진 녀석.


“디오! 이 개자식!”


녀석은 대뜸 화를 내며 내 멱살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왜 이래, 이 미친놈이...”


살모사 길드원 중 한 명이었다.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알아!?”


“몰?루”


“이 새끼가!”


“내가 죽인 놈이 한둘이어야 말이지. 내 기억에 없는 것 보니까 너는 별것 아닌 놈이었나 보네.”


이에 녀석이 또 한 번 욕설을 쏘아내려던 순간.


“야, 이거 안 보여? 또 죽으려고?”


나는 녀석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경고등 마크를 가리켰다.


“...개같은 자식. 마을 밖으로 나오기만 해봐라. 바로 죽여줄 테니까.”


그러면서 녀석은 잡고 있던 내 멱살을 거칠게 풀었다.


마을 내에서 플레이어에게 위협을 가하면 보통은 경비병의 제재를 받는다.

하지만 여긴 연옥.

경비병 따윈 없다.


대신 이 경고등이 뜨는데, 경고등이 뜨고도 위협을 멈추지 않는다면 무형의 힘에 의해 플레이어가 즉사하고 만다.

마을 내의 분쟁을 막는 일종의 시스템인 셈.


녀석은 비석에 손을 얹고 골드를 내어 죽음의 상흔을 없앴다.


“돈 많네. 여기서 계속 사셔도 되겠는데?”


사망 페널티인 죽음의 상흔.

사망으로 인해 감소된 스탯을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원래는 1스탯당 100골드.

하지만 이곳 연옥에서는 그 비용이 무려 3배인 300골드였다.


“...그래. 계속 어디 주둥이 놀려봐라. 네 놈도 여기 온 이상 절대 우리가 곱게 안 내보낼 테니까.”


금안으로 확인해본 그의 감소 스탯은 총 40.

방금 이 복구에만 무려 1만 2천 골드가 소요됐다.

살벌했다.

고작 한번 죽었는데 120만 원이 날아가다니.


“뭔 소리야, 미친놈아. 내가 너희를 곱게 안 내보낼 건데.”


하여튼 이 살모사 놈들은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하는 듯했다.

말싸움 해봤자 득이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녀석은 한참 나를 째려본 후 이내 자리를 떠났다.


“디오. 이제 어쩔 셈인가?”


“뭘?”


“놈들을 모두 처리하려고 온 것 아닌가?”


“그렇지.”


연옥에 온 이유는 다름 아닌 타락 수확.

이곳으로 몰아넣은 녀석들을 모조리 처치해 하나도 남김없이 흡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천천히 할 거야. 급할 거 없거든. 나중에 제발 먼저 죽여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좀 가지고 놀아야지.”


절대 편하게 지내게 해줄 생각은 없었다.


“일단 자리 좀 옮기자. 바깥 구경도 해야지?”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일단 나는 마을 밖으로 나와 지도를 보며 플레이어가 드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니. 정말 여기 처음이야?”


“같은 말을 또 하게 하는군.”


“아니, 신기해서 말이야. 니가 모르는 것도 있나 해서.”


로니의 정체는 잘 모르지만, 이 Heaven & Hell 세계에 대해서는 확실히 나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속 시원히 그것을 말한 적이 없을 뿐.


“나라고 모든 것을 알 순 없다.”


“그렇지. 다 아는 사람이 어딨겠어? 그럼 이 몸이 좀 알려줘야겠네.”


나는 다시 지도를 열었다.


“일단 저쪽으로 가자. 여기 몬스터가 어떻게 생겼나 구경시켜 줄게.”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몬스터.

나는 녀석이 있는 곳을 향해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이야... 여기서 솔플을 하네.”


도착하고 보니 한 플레이어가 이미 회색의 덩어리와 같은 비정형 몬스터와 싸우고 있었다.


“저것인가?”


“응. 연옥에 존재하는 유일한 몬스터야. 유일하다고 해야 하나?”


[혼돈의 파편] [중급]

HP / MP : 247 / 0

공격력 / 마법력 : 57 / 13

방어력 / 저항력 : 41 / 22


어찌 보면 슬라임 같기도 한 녀석.

참고로 혼돈의 파편은 도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는 모른다.

추측건대 능력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 것.


“그래도 저 정도면 약한 편이야. 혼자 해볼 만한 수준이네.”


“무슨 뜻인가?”


“그러니까... 저 파편이란 녀석들은 제각기 능력치가 달라. 저거보다 훨씬 센 녀석들도 있거든. 물론 생김새도 다 다르고.”


보통, 몬스터들은 외형과 능력치가 모두 동일하게 정해져 있다.

하지만 혼돈의 파편은 예외였다.

생김새부터 능력치까지 모두 달랐다.

일반 몹 수준에서 필드 보스 수준까지.

사실상 이름만 같을 뿐이지 각기 다른 몬스터나 다름없었다.


“어쨌든 우리랑은 상관없어. 우린 카오놈들만 족치면 되니까. 그럼 일단 저 카오부터 잡아볼까?”


“그 전에 누가 오는군.”


“잉? 그렇네?”


마침 또 다른 방향에서 나타난 또 다른 카오.

녀석은 파편과 싸우고 있는 카오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역시, 이래야 연옥답지.”


연옥에선 사실상 모두가 경쟁자다.

혼돈의 파편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스틸하거나 PK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해서 보통은 파티를 맺고 사냥하지, 저렇게 혼자 사냥하는 일은 드물었다.


기습하러 온 카오를 본 녀석은 파편과 싸우기를 멈추고 급히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리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다.

쏟아지는 화살 세례를 맞고는 결국 비참하게 쓰러진 녀석.


“이상하군. 저 자는 어째서 귀환하지 않고 도망을 치는 것인가?”


“아, 연옥에서는 귀환석 못 써.”


연옥이 지랄맞은 이유 중 하나.

귀환석이 있다 한들, 연옥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해서 적과 마주치면 도망치거나 맞서 싸우는 것이 상책.


경쟁자를 물리친 카오는 곧장 목표를 혼돈의 파편으로 바꾸어 활을 쏘려 했다.

허나 활시위를 당기려던 순간 우릴 발견한 녀석.


“로선생. 출격하셔야겠는데요?”


이에 고개를 끄덕인 로니.

나는 곧장 로니에게 헤이스트를 걸어주었다.


상황 파악이 됐는지, 녀석은 곧장 달아나기 시작했다.


쯧쯧...

그래봤자 얼마나 갈 수 있으려나...


로니가 녀석을 죽이기 전, 나는 얼른 인벤에서 램프를 꺼냈다.

아직은 타락을 흡수할 생각이 없어, 램프 뚜껑을 열어 비활성화 시킨 후 다시 인벤에 집어넣었다.


헤이스트 덕에 둘 간의 차이가 점차 좁혀지기 시작했다.

결국 사거리 안에 들어오자, 로니는 곧장 차지를 쓰며 녀석을 향해 돌진했다.


“오우...”


볼 때마다 느끼지만 저건 그냥 교통사고다.

트럭에 부딪힌 것처럼 멀리 튕겨 나간 녀석.

당연히 즉사였다.


경쟁자가 모두 죽었으니 파편은 우리의 몫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파편에게 달려드는 로니.

나는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그곳으로 다가갔다.


녀석의 신체 일부가 뾰족한 가시처럼 튀어나와 로니를 찌르려 했다.

허나 어림도 없었다.

로니는 고개를 까딱이며 가볍게 이를 피해냈다.


근접전에 있어서 로니는 무적이었다.

자비 없이 내려치는 그의 망치.

몇 차례 공격에 녀석은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사아아아.


회색의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날리듯 사라지는 혼돈의 파편.

녀석이 사라진 자리에는 마핵과 비슷한 형태의 회색 구슬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작가의말

그냥 비축 없이 되는대로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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