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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44,515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3.02.01 10:12
조회
226
추천
4
글자
12쪽

64화

DUMMY

“후우... 잘 만들어져야 할 텐데 말입니다.”


“긴장하지 마. 아직 여분이 있잖아.”


구슬을 세공하는 과정은 대충이랬다.


우선 파편이라 할 수 있는 부활석을 불에 살짝 가열한다.

이후 적당히 뜨거워졌을 때 다른 부활석을 갖다 댄다.

그러면 두 부활석이 서로 딱 들러붙게 된다.

이런 식으로 부활석을 계속 붙여나가 지금과 같은 부활석 덩어리를 만든다.

그리고 덩어리를 망치나 정, 조각칼 같은 도구를 이용해 깎아내야 한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더 떨립니다. 그래도... 일단 해보겠습니다.”


“그래. 자신 있게 해.”


이윽고 도구를 손에 쥐고 작업에 들어간 제임스.

그가 부담될까 싶어, 나는 잠시 뒤로 물러선 후 어깨너머로 세공 과정을 지켜보았다.


가장 튀어나온 부분부터 깎여나가기 시작했다.

자신 없어 하던 모습과는 달리 그의 솜씨는 제법 능숙했다.

그렇게 몇 번의 손질을 거치니 울퉁불퉁하던 덩어리가 제법 공 같은 형태로 바뀌었다.


도구를 바꾸어 손에 쥔 제임스.

그리고 좀 더 세밀하게 깎아내기 시작하던 순간.


쩌저적.


“앗...”


멀쩡하던 덩어리가 반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하아...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갔나 봅니다.”


실망하며 고개를 푹 떨군 제임스.

나는 그에게 다가가 가볍게 등을 두들기며 말했다.


“괜찮아. 또 하면 되지. 말했잖아. 재료는 걱정하지 말라고. 계속 구해줄 테니까 될 때까지 해봐.”


“...감사합니다. 주인님.”


“기죽지 마라.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법이다.”


“알겠습니다.”


이에 크게 한숨을 내뱉은 후, 제임스는 다시 또 다른 덩어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 그가 보여준 모습은 내 기대 이상이었다.

덩어리를 만들 때부터 손재주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세공은 블랙스미스 못지않게 어려운 제작 스킬이었다.

무수한 반복 작업을 요구하는 블랙스미스와는 달리, 세공은 아주 섬세한 손놀림 필요했다.


일단 덩어리 만드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파편이나 다름없는 부활석은 그 모양이 제각각이었기에 적절한 것들끼리 하나하나 맞춰가야 했다.

쉽게 말해 삼차원 퍼즐 같은 거랄까.


처음 하는 이들은 대개 덩어리는커녕 밤송이만도 못한 것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제임스는 첫 시도 만에 제법 그럴싸한 덩어리를 만들어냈다.


“디오. 두 쪽 난 저 덩어리는 챙겨 두는 게 좋을 것이다.”


“저걸? 쓸모없잖아?”


“지금은 그렇지. 허나 나중에 쓸 일이 있을 것이다.”


한번 쪼개진 덩어리는 다시 붙이지 못한다.

해서 보통은 버려 버리기 일쑤.

헌데 로니는 왜 챙겨두라고 하는 걸까?


“알았어.”


어차피 물어봐야 대답을 안 해줄 게 뻔했기에 나는 일단 쪼개진 덩어리를 상자 안에 넣어 두었다.


밖으로 나서기 전 나는 잠시 소파에 누웠다.

오늘도 어둠의 전당에 갈 예정이었는데, 막상 가려니 지겹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출근하기 싫은 사람마냥 빈둥빈둥하던 중.


“...뭐지?”


시야 가장 구석에 무언가가 깜빡거리는 무언가.

이건...


“...쪽지?”


누가 쪽지를 보내온 것이었다.

수신 차단하지 않았었나?

일단 쪽지함을 열어 보니.


“아... 맞다.”


오늘 새벽에 불카누스가 보낸 쪽지가 하나 와 있었다.

그때 친구추가 하면서 수신 차단 풀었었지 참.


보낸 사람 : 불카누스

제목 : 디오님 잘 지내고 계시오?

내용 : 전에 의뢰를 맡았던 불카누스요. 잘 지내고 계시오? 나는 잘 지내고 있소. 물론 현생이 바빠 자주 들어오진 못하지만 말이오.

그냥 안부가 궁금해서 연락했소. 로니님도 무기를 잘 쓰고 있나 궁금하기도 해서 말이오.

혹시 또 무기나 방어구를 만들 일이 있으면 꼭 연락주시오. 바쁘다면 쪽지를 남기셔도 좋소. 디오님도 현생이 바쁠 테니 말이오.


잊고 있었던 그가 쪽지를 보내올 줄이야...

하긴 앞으로를 생각한다면 더 강력한 방어구가 필요했다.

강화 단계가 더 높은 콘 방어구나, 아니면 아콘 방어구나 말이다.

다 읽은 줄 알았는데 밑에 추신이 남아있었다.


추신.

귓속말 대신 이렇게 쪽지를 남기오.

귓속말을 보내자니 왠지 부끄러워서 말이오.


이에 나는 얼굴을 붉히는 수염 덥수룩한 드워프의 모습이 떠올랐다.


“......”


뭘까 이 새끼...


아무튼 전당 3층을 가려고 해도 더 높은 방어력이 필요한 게 사실이었다.

원혼석 노가다도 지겹던 차에 잘 됐다는 생각이 든 나는 로니를 쳐다보며 말했다.


“로니. 오늘은 광석 캐러 가자.”


“늑대 소굴에 말인가?”


“아니, 거기 말고 광산에.”


“더 깊이 들어갈 예정이군.”


“응. 슬슬 갈 때가 됐지.”


.

.

.


“분위기가 확 다르네.”


도착한 곳은 폭이 꽤 넓은 일자 형태의 동굴.

흡사 터널을 연상케 했는데, 벽면 전체가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다.


“바로 지나갈 것인가?”


“아니. 온 김에 사냥 좀 하면서 가자.”


이곳은 광산에서 개미굴로 이어지는 중간 통로였다.

날갯짓 고원에는 여러 군데에 광산이 존재하는데, 광산의 지하 깊은 곳엔 모두 이러한 통로 형태의 동굴이 있었다.

광산보다 훨씬 많은 양의 광석이 존재하는 개미굴.

그곳으로 가기 위해선 이 동굴을 필수로 통과해야 했다.

물론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사파이어 골렘] [중급]

HP / MP : 300 / 0

공격력 / 마법력 : 85 / 0

방어력 / 저항력 : 40 / 80


“하필 두 마리가 붙어있네.”


강력한 골렘이 서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후.”


“일단 한 마리 유인할게.”


“그럴 필요 없다. 혼자서도 충분하니.”


“그래?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


굳이 혼자 하겠다는데 내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망치를 꽉 쥐고 당당히 나서는 로니.


거리가 가까워지자 두 녀석 모두 로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내 동시에 다가오기 시작하는 녀석들.


쿵. 쿵. 쿵.


걸음걸이만으로도 동굴이 진동했다.

위협적인 자태를 뽐내는 골렘들.

하지만.


콰앙!


진정한 괴물은 로니였다.

배쉬 한 방에 몸통의 절반 이상이 터져나간 녀석.

스턴에 걸린 골렘은 잠시 놔두고 로니는 또 다른 녀석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느린 이동속도와는 달리 빠른 공격속도를 자랑하는 것이 골렘의 특징이었다.

몸뚱이 그 자체로 둔기인 녀석.

하지만 헤이스트를 받은 로니는 수월하게 골렘의 공격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낮게 망치를 휘둘렀다.

이에 한쪽 다리가 터져나가며 휘청이는 녀석.

녀석이 휘청거릴 동안 로니는 스턴에 걸렸던 녀석을 또 한 번 가격했다.


콰르르르.


남은 부분마저 산산이 부서져 내린 녀석.

배쉬에 이은 평타, 단 두 번의 공격에 그 강력한 사파이어 골렘이 사망하고 말았다.


뒤늦게 남은 녀석이 한쪽 다리를 끌며 로니에게 다가와 팔을 휘둘렀다.

허나 이 역시 망치와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사실상 병신이나 다름없게 된 골렘.


콰앙!


또 한 번의 망치질이 가슴팍을 강타하자, 녀석 역시 콰르르 무너지며 사망하고 말았다.


“진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 공격력, 그리고 말이 안 나오는 전투 감각.

골렘을 저렇게 쉽게 처리하는 이가 로니 말고 더 있을까?

이에 나는 진심을 담아 박수를 보냈다.


짜릿하고 늘 새로웠다.

역시 강한 게 최고다.

어찌 된 게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로니의 실력이 더욱 빛을 발했다.


시신이 사라진 자리에는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파란 보석이 떨어져 있었다.

이를 집어 든 로니.

그리고 내게 다가와 보석을 건넸다.


“받아라.”


“사파이어네.”


장신구의 재료가 되는 사파이어.

표면이 거친 원석이었는데 이를 세공하면 반지나 목걸이로 만들 수 있었다.

귀부인이 드랍했던 마나의 반지와 목걸이가 바로 이 사파이어로 만드는 것이었다.


“로니. 여기서 사냥 좀 충분히 하다가 가자.”


“그러지.”


이제는 내게 상대도 안 되겠지만, 그래도 히든 던전의 보스라 그런지 귀부인이 드랍했던 것은 세공이 끝난 완제품이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가장 낮은 급인 D급 장신구.

갈수록 마나 소모량이 많아지고 있어 나는 그보다 높은 등급의 장신구가 필요했다.


초급 세공술을 익힌 제임스의 숙련도를 위해서라도 사파이어가 필요했다.

게다가 C급 마나의 반지나 목걸이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

이에 우리는 천천히 굴 안으로 진입하며 눈에 보이는 골렘이란 골렘은 모조리 잡기 시작했다.


한 마리의 골렘은 그저 로니에겐 좋은 사파이어 공급원이었다.

두 마리의 골렘도 로니 혼자서 처치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세 마리와 마주쳤을 땐 내가 어그로를 끌어 한 마리를 떼어냈다.

시간만 벌어주면 로니가 두 녀석을 처치한 후 나를 따라온 녀석도 곧바로 처치했다.


골렘은 스턴 확률이 높아 재수 없으면 녀석에게 연속 스턴에 걸려 맞기만 하다가 죽을 수도 있었다.

하여 골렘을 상대로는 한 대도 안 맞는 것이 상책.

허나 녀석의 공격속도를 감안했을 때 사실상 그것은 불가능했다.

물론 로니는 그것을 가능케 했지만...


암녹색의 망치가 경쾌하게 골렘들을 때려 부쉈다.

종종 다른 파티와도 마주쳤는데, 그들이 사냥하는 모습을 보니 로니가 얼마나 사기인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원래 계획이었던 개미굴은 잠시 잊은 채, 나는 로니의 뒤를 따라다니며 바닥에 떨어진 사파이어나 주웠다.

그렇게 족히 수십 마리의 골렘을 사냥하던 무렵.


“빠져! 빠지라고!”


“빨리 조장님께 힐!”


저 앞에서 예닐곱은 되는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거대한 골렘을 상대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정예 몹인 그레이트 사파이어 골렘인 것 같은데...


불구경 다음으로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이다.

나는 팔짱을 낀 채 멀리서 이를 관전하기 시작했다.


법사 둘에 전사 다섯.

총 일곱 명으로 이루어진 파티로, 전사들은 모두 한손 둔기 혹은 양손 둔기를 손에 쥐고 있었다.


합이 제법 잘 맞는 편이었다.

한 사람이 탱킹하고 있으면 다른 전사 넷이 일제히 화력을 쏟아부었다.

그러다가 탱커가 스턴에 걸리면 다른 이가 배쉬를 써서 시간을 벌어주기도 했다.


한두 번 손발을 맞춰본 솜씨가 아니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역시나 이들은 예상대로 모두 같은 길드원.

그런데.


“아... 또 쟤들이냐...”


일곱 명 모두 ID가 붉었다.

게다가 익숙한 뱀 모양의 길드 문양.

살모사 길드였다.


콰르르르.


“드디어 잡았다! 이 망할 새끼!”


이윽고 골렘이 쓰러지자 이들은 시신에 발길질을 해대며 욕설을 내뱉었다.


“다들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다 조장님 덕분이죠, 헤헤”


서로 자축하며 환호하는 이들.


“전리품은 나중에 배분하겠다. 고생한 사람한테 더 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


그때 마침 나를 발견한 이들.


“조장님... 저거... 그 새끼 맞죠?”


“...맞군.”


이에 조장이라 불리는 자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제 발로 죽으러 왔구나, 디오.”


“뭘 죽어 인마.”


초면부터 나의 심기를 건드는 녀석.


“안 그래도 한번 손 봐주려 했더니만 제 발로 찾아왔군.”


“손은 왜 보는데, 이 변태 자식아.”


“하... 완전 미친놈이었군.”


이내 고개를 한 바퀴 돌리며 말을 이어 나가는 조장.


“감히 우리 길드를 건드려놓고 무사할 줄 알았나?”


“응.”


“......”


뻔뻔한 내 대답에 잠시 찾아든 정적.


“그래... 지금까진 그랬겠지. 하지만 앞으로는 최대한 도망 다녀야 할 거다. 아니면 손발이 닳도록 싹싹 빌던가 말이야.”


“왜?”


“네놈에게 척살령이 내려졌거든.”


“뭐라고!?”


이럴 수가...

척살령이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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