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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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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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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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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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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1화

DUMMY

사실 비행 몹이 소환되면 어떡하나 걱정했었다.

최근 누군가가 사용한 악마의 알에서는 드레이크가 나왔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레이트 아이언 골렘 역시 드레이크에 필적할 만큼 강력한 몹이었다.

하지만 근접전을 펼칠 수 있는 상대이기에 녀석이 나와준 것은 우리에겐 행운이었다.


도망치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골렘은 빠르게 블러드 나이트들을 뒤쫓았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이들을 쓸어버렸다.


“크어억!”


저항 따위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어찌나 난폭한지 살모사들 역시 골렘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녀석이 또 한 번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블러드 나이트들을 쓸어버리려던 순간.


콰아앙!


때마침 도착한 로니가 망치로 녀석의 공격을 맞받아치며 말했다.


“주제도 모르는 것이 감히 누구 앞에서 날뛴단 말이냐!”


파멸적인 힘이 담긴 그 일격에 놀랍게도 골렘의 팔 절반이 흔적도 없이 터져나갔다.


녀석은 다른 팔로 로니를 후려치려 했다.

이에 로니는 이번에도 녀석의 공격을 그대로 맞받아쳤다.


콰아앙!


두 쇳덩이가 충돌하며 엄청난 굉음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로니의 팔에서는 검보라색 기운이 폭발하듯 넘실거렸다.


순식간에 양팔이 불구가 된 녀석은 당황한 듯 잠시 자리에 멈춰 섰다.

로니는 이를 놓치지 않고 차지를 사용해 녀석의 한쪽 다리를 들이받았다.


쿠웅!


다리 역시 절반이 터져나가자 녀석은 균형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로니는 이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반대쪽 다리에 배쉬를 먹였다.


콰아앙!


사지가 불구가 된 녀석은 스턴에 걸린 채 뒤로 쓰러졌다.

로니는 그런 녀석의 몸뚱이 위로 올라가 망치로 가슴팍을 두어 번 내려친 후 나지막이 말했다.


“돌아가라, 나약한 존재여.”


스으으으으!


강렬한 검보라색 기운이 그의 망치를 뒤덮었다.

그리고.


슈와아아악!


데스 블로우가 심장부에 정통으로 꽂히자 녀석의 몸뚱이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전장을 씹어먹을 것만 같았던 괴물이 그렇게 1분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무력하게 패배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블러드 나이트나 살모사나 할 것 없이 모두 로니를 두려움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눈치 빠른 몰드보트는 일이 틀어질 것을 예상했는지 벌써 어디론가 도망쳐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곧장 지도를 열어 낙인들을 살폈다.

대부분은 탑 주변에 분포하고 있었지만 오직 하나의 낙인만이 기암괴석 사이에 있었다.


“큭큭. 그리로 갔다 이거지...”


보나 마나 몰드보트일 게 뻔했다.

이에 나 역시 외곽을 크게 돌아 녀석이 있는 곳으로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다가 파놨네, 크으... 이 영악한 자식...”


기암괴석은 얼핏 보기엔 플레이어가 넘나들 수 없는 오브젝트로 보였다.

하지만 약간만 손을 본다면 좁긴 해도 플레이어가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가 있었다.


교묘히 막아놨지만 나는 금안으로 이질적인 돌덩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를 양손으로 힘껏 밀자 겨우 한 사람만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눈앞에 드러났다.


“으휴... 이러면서 길드 마스터라고...”


위풍당당한 척했지만 평소 그 비열한 성격으로 봤을 때 녀석이 이런 비상 탈출로를 마련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아마 내 눈을 피했다고 생각했겠지만 낙인이 새겨진 이상 내게서 달아날 수는 없었다.


나는 곧장 길을 따라 앞으로 달려 나갔다.

길이 구불구불하긴 했지만 갈림길이 없었기에 몰드보트를 쫓아가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그렇게 3분여 시간이 흘러 마침내 나는 몰드보트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녀석은 나를 등진 채 가만히 서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 막아 놓는다고 내가 지각했던 거야. 이 망할 자식아.”


그제야 내가 온 것을 알게 된 몰드보트는 흠칫하며 뒤를 돌았다.


“...어떻게 안 거지?”


“뭘 어떻게 알아? 뻔하지. 악마의 알까지 준비하는 인간이 퇴로 하나 없이 싸울 리가 없잖아?”


몰트보트의 앞길을 막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네크로맨서였다.


전쟁에 참여하기 전, 나는 블러드 나이트보다 일찍 도착하여 기암괴석 바깥을 따라 돌며 비밀 통로가 어딨는지를 살펴보았다.

금안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어찌나 교묘하게 숨겨놨는지 총 세 바퀴를 돈 후에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돌을 밀어 통로의 출구를 찾은 나는 이곳에 네크로맨서를 하나 소환해 두었다.

그리고 데스 오브를 미리 소환하게 한 후 이곳을 철저히 지키라고 명령을 내렸었다.


“저거 보이지? 초록색 해골 대가리. 아까 소포이가 맞은 거랑 똑같은 거거든? 근데 소포이 보다 몸빵이 약한 니가 맞으면 어떻게 될까?”


“......”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맞으면 바로 연옥행 특급열차를 타게 되는 것이다.


“내가 니들이 무서워서 그동안 가만히 내버려 둔 것 같아? 다른 할 일이 많아서 내버려 둔 거야, 인마. 그리고 너도 참 눈치가 없는 게 그때 연옥에서 너희 길드원들 당한 거 대충 들었으면 이제 이런 짓은 그만해야지, 꼭 내가 나설 때까지도 통제를 하고 있냐 이 멍청한 것아...”


“......”


“죄는 연옥에 가서 달게 받아라. 뭐 소각로 대충 몇천 시간 돌리면 되겠네. 근력운동도 되고 일석이조구만.”


몰드보트는 이를 꽉 깨문 채 손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보아하니 아직도 알량한 자존심을 버리지 못한 듯했다.


“거기, 이제 길 그만 지키고 얘 연옥으로 보내줘라. 바로 데스 오브 날려.”


“예... 주인이시여...”


나의 명에 네크로맨서는 데스 오브를 날리려 몰드보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에 다급해진 몰드보트는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디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는 죽이고 가겠다!”


녀석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네크로맨서를 상대했다간 한 방에 골로 갈 것이니 말이다.


“그러세요? 아이고, 무서워라~”


나는 달려드는 몰드보트에게 슬로우를 날렸다.

그리고 뒤로 돌아, 왔던 길로 다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죽인다, 디오!”


몰드보트는 디스펠을 써서 곧바로 슬로우를 풀어냈다.

그리고 헤이스트를 써서 자신의 이동속도를 증가시켰다.


“꺼져, 이 스토커 새끼야! 나는 남자한테 관심 없다고!”


나는 달아나면서도 녀석을 놀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파이어 월을 사용해 이 좁은 길을 화염 장벽의 길로 만들고 있었다.


“크윽... 너 이 새끼!”


몰드보트는 파이어 월에 피해를 입으면서도 내가 있는 쪽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뒤에서는 즉사기를 가진 네크로맨서가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녀석은 몸에 불이 붙은 채 자신에게 힐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에게 디스펠을 시전해 헤이스트의 효과를 손수 없애 주었다.


“디오!!”


“큭큭큭큭큭.”


힐 하랴, 다시 헤이스트 걸랴 아주 그 모습이 가관이었다.

날갯짓 고원을 공포에 떨게 했던 살인귀의 위엄을 지금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파이어 월로 불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몰드보트 역시 포션까지 마셔가며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려 내 뒤를 계속 쫓아오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다.

마침내 좁디좁은 길이 끝나자 나는 다시 전장이 펼쳐지는 곳으로 빠져나왔다.


뒤이어 몰드보트도 튀어나왔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내게 욕을 하려던 순간.


“디오, 이 개자- 커억!”


갑자기 등장한 다르크가 차지를 이용해 몰드보트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녀석은 기암괴석에 부딪힌 후 다시 앞으로 튕겨 나왔다.

그리고.


“끝이다, 몰드보트.”


푸욱!


푸른 기운이 서린 그녀의 검이 녀석의 흉부를 정확히 꿰뚫었다.


“크으윽... 어떻게... 네년이 여기에...”


사실 몰드보트를 쫓아가기 전, 나는 다르크에게 귓속말로 귀띔을 해줬었다.


내가 가는 방향을 잘 기억하라고.

그리고 그곳에서 머지않아 몰드보트가 다시 튀어나올 거라고.


나 역시 데스 오브를 쓸 수 있었기에 몰드보트를 죽이려면 그냥 그 자리에서 죽여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몰드보트를 싫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블러드 나이트처럼 녀석과 뚜렷한 원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검을 뽑자 몰드보트는 맥없이 앞으로 쓰러졌다.


“이... 원수는... 반드시... 갚아주마...”


그리고 단말마와 같은 저주의 말과 함께 녀석은 연옥으로 강제 귀환 당했다.


“크으... 멋지십니다, 누님. 역시 길마는 길마가 처리하는 거죠.”

사실상 내가 양념을 다 쳐놓은 것이지만 그래도 마무리는 그녀의 공으로 돌렸다.

블러드 나이트의 길드 마스터가 살모사의 길드 마스터를 처단했으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이란 말인가.


전황을 살펴보니 역시나 우리 측이 살모사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리고 몰드보트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는지, 녀석들의 표정이 일시에 일그러졌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이들은 모두 귀환석을 사용해 연옥으로 귀환했다.

어차피 연옥에 가야 할 처지라면 죽음의 상흔 없이 가는 게 더 나았기 때문이었다.


“우, 우리가...”


“살모사를... 살모사를 이겼다!”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살모사들이 모두 달아나자, 블러드 나이트들은 일제히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누군가는 하늘 높이 무기를 치켜들었고, 누군가는 무기를 내려놓고 서로 얼싸안았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보란 듯이 이들은 살모사들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게 다 이 몸 덕분이지만.


나는 살아남은 소환수들에게 모두 내가 앞으로 모이라고 외쳤다.

그리고 좁은 길에서 뒤따라 나온 네크로맨서도 이곳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대체 이들이 다 무엇입니까?”


길드 마스터답게 다르크는 승리의 기쁨은 뒤로한 채 내게 소환수에 대해 곧바로 물었다.


“제 소환수들이요. 원래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뭐 언제까지 비밀로 할 순 없어서 그냥 이참에 공개했어요. 안 보여주고 살모사 녀석들이랑 싸울 순 없잖아요?”


“......”


“30만 골드 그거 얘들 소환하는 데 다 쓴 거예요. 저한테 남는 건 없어요. 오히려 사비를 더 썼죠.”


머지않아 소환수들은 모두 내 앞에 열을 맞춰 섰다.


“보자... 하나, 둘, 셋, 넷... 네크로맨서들은 다 살아남았네. 집행자 니들은 다 살았냐?”


“셋은 전사하였습니다.”


“그래? 그 정도면 양호하네.”


15마리의 네크로맨서와 12마리의 광폭한 집행자.

이 정도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살아남았다.


“네크로맨서라니... 실제 존재하는 몬스터였단 말입니까?”


“그럼요.”


“그리고 저 집행자는... 제가 아는 집행자와는 모습이 다르군요.”


“달라요. 더 쎈 애들이죠. 업글됐다고 해야 되나...”


다르크는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흑마법은 정말이지... 제가 상상한 그 이상이군요. 이렇게 많은 소환수를 부릴 수 있는 것도 모두 흑마법의 위력입니까?”


“어... 그건 아니에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로니를 향해 턱짓하며 말했다.


“쟤 덕분이죠.”


“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 디오.”


“니 칭찬.”


“흥.”


이만하면 다르크의 궁금증도 어느 정도 해결되었을 것이다.

그녀가 또 입을 열기 전에 이번엔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어쨌든 약속은 지켰어요. 지각하긴 했지만 이겼으니 됐잖아요? 그러니까 이번엔 누님이 약속 지킬 차례예요. 기억하시죠? 제가 뭐라고 말씀드렸었는지.”


“...탑 말입니까?”


“맞아요. 기억하시네요. 한 시간만 있으면 돼요. 딱 한 시간만 저 혼자 쓸게요.”


사실 한 시간까지도 필요 없었다.

소환수들의 남은 소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고마워요. 그럼 전 바로 가볼게요. 시간이 금인지라. 가자, 로니.”


승리의 기쁨 따위에 취해 있을 시간은 없었다.

진짜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으니 말이다.


나는 소환수 군단을 데리고 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에 중간에 있던 블러드 나이트들은 알아서 양옆으로 물러나 길을 터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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