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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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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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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DUMMY

“게임 말이다. 너희 이세계인들이 자주 쓰는 말이더군.”


“......”


“디오, 네가 없을 때 나는 광장에 앉아있곤 했다. 그때 자연스레 이세계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지. 즐거워 보이더군. 그들에겐 마치 이 세상이 하나의 유희와도 같아 보였다. 게임이라는 것도 아마 그와 비슷한 말이겠지.”


정확했다.

게임이라는 건 오락과도 같은 말이니까.


“참으로 기분이 묘하더군. 난데없이 이세계인들이 나타나 이곳의 생활을 즐기다니 말이다.”


“......”


“나에겐 전부인 이곳이 그들에겐 한낱 유희거리에 불과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무하더군. 그래서 네게도 묻고 싶었다. 디오, 이곳에서의 삶이 네게도 그저 웃고 즐길 뿐인 한낱 유희에 불과한가?”


날카로운 말이었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Heaven & Hell을 게임으로만 치부한다면, 그건 로니의 삶을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아니. 그런 건 아냐.”


“그럼 무엇인가?”


어려운 질문이었다.

나는 한참을 침묵한 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여기도 내 삶의 일부지.”


처음 시작은 그저 게임일 뿐이었다.

여타 MMORPG와 다를 바 없이 웃고 즐길 뿐인 그런 게임 말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지금은 게임 이상의 그 무엇이 되어버렸다.

시작한 지 일 년이 다 돼가는 지금, Heaven & Hell은 어느덧 내 삶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었다.


“후후. 그렇군.”


어쩌면 로니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과 맞닥뜨리게 된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의기소침해하지 않았다.


“게임이 됐든 무엇이 됐든 상관없다. 이 세상이 그런 유희거리라 해도 나는 오직 나의 길을 갈 뿐.”


충격적인 사실이었겠지만 로니는 덤덤하게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갈 길만을 바라보는 것을 보니, 나는 새삼 그가 참으로 사나이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그게 남자지. 그리고 나도 내 길을 갈 거야. 한번 시작한 거 끝은 봐야지. 소원은 꼭 이룰 거니까.”


“후후.”


의연한 로니의 모습에 무거웠던 분위기가 조금은 풀린 듯했다.

이에 분위기를 환기할 겸 이번엔 내가 로니에게 질문했다.


“근데 네 소원은 뭐야? 나중에 소원 빌 일이 생기면 어쨌든 빌 거 아냐.”


“그렇겠지. 하지만 말해줄 수 없다.”


“왜?”


“아직은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로니는 가볍게 웃음만 흘릴 뿐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말하지 마라. 나도 내 소원 말 안 할 테니까. 원래 소원이라는 게 남한테 말하면 안 이루어진다더라.”


엔딩을 보게 되면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는 Heaven & Hell.

어떤 식으로 이를 클리어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아직은 갈 길이 요원했다.


“이제 돌아가자. 슬슬 할 일 하러 가야지.”


마음을 가라앉히러 왔다가 되려 붕 떠버린 느낌이었다.

하지만 한번은 하고 넘어가야 했을 이야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 전에 저건 처리하고 가야겠군.”


“응? 뭘?”


주섬주섬 낚시 도구들을 챙기던 중, 나는 로니가 가리키는 곳을 봤다.


“어? 저건...”


호수 건너편에서 우릴 쳐다보고 있는 금색의 무언가.


[골드 그렘린] [상급]

HP / MP : 500 / 0

공격력 / 마법력 : 0 / 0

방어력 / 저항력 : 200 / 300


“드디어 보네.”


정신 나간 능력치를 자랑하는 골드 그렘린이었다.


보통 보물 그렘린들이 그렇듯 잡으면 보상이 상당했지만, 문제는 웬만해선 잡을 수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미쳐버린 방어력과 상식을 뛰어넘는 저항력.

참고로 골드 그렘린은 모든 디버프에 면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냉기 마법에 맞아도 빙결 효과가 걸리지 않으며, 심지어 배쉬를 먹여도 스턴에 걸리지 않는다.


이동속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플레이어가 쫓아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녀석을 잡으려면 순간적으로 폭딜을 넣는 수밖에 없었다.


현재 로니의 힘은 400을 넘어섰다.

하지만 녀석의 HP와 방어력을 생각한다면 데스 블로우로도 한 방에 잡을 수가 없었다.


“같이 잡자, 로니.”


합공을 펼쳐야 했다.

이에 나는 곧장 데스 오브를 소환했다.


“뭐가 좋을까...”


녀석을 유인하려면 우선 값비싼 템을 바닥에 뿌려야 했다.


나는 인벤을 열어 소지한 템들을 살펴보았다.

그중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래도 B급 소환석이었다.


일단 시범 삼아 다섯 개를 바닥에 뿌려놓았다.

하지만.


“저 새끼가...”


골드 그렘린은 코를 후비적거리며 노골적으로 관심이 없음을 표하고 있었다.


나는 소환석 다섯 개를 추가로 더 바닥에 뿌렸다.

그럼에도 녀석은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하며 손으로 입을 두들기고 있었다.


B급 소환석 열 개면 무려 10만 골드 치다.

오기가 생긴 나는 추가로 열 개를 더 뿌렸지만 녀석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했다.


“망할 자식이...”


하는 수 없이 나는 장비창을 열었다.

그리고 룬석을 하나 해제하여 곧장 바닥에 던져 놓았다.


그제야 녀석이 조롱을 멈추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호수를 건너올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래,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나는 룬석을 하나 더 해제하여 바닥에 던졌다.

그러자 녀석이 슬며시 미소 지었다.


손을 꼼지락거리는 것을 보니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듯했다.

이에 나는 룬석을 하나 더 바닥에 던져놓았다.


세 개의 룬석이 깔리자 녀석이 활짝 웃어 보였다.

조금만 더 미끼를 풀면 확실히 넘어올 듯했다.


“이 새끼, 오기만 해봐라.”


나는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하여 장착 중인 나머지 두 룬석도 모두 해제하여 곧장 바닥에 던져놓았다.


룬석이 다섯 개나 깔리자 녀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보아하니 곧 호수 위를 달려 이곳으로 올 것이었다.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데스 오브를 날릴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허나 예상과는 달리 녀석은 난데없이 손가락으로 허공에 큰 원을 그렸다.


“...뭐야 저거?”


큰 원은 마치 금빛 포탈과도 같은 형상을 띠었다.

그리곤 녀석이 그 안으로 폴짝 뛰어 들어갔다.


원은 여전히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던 순간.


“......?”


발 앞에 뿌려놓은 소환석과 룬석들이 갑자기 내 뒤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놀란 나는 곧장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언제 나타난 것인지, 녀석이 내 뒤쪽에서 금빛 자루의 입구를 벌리고 있었다.


흡사 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자루는 내가 뿌린 템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녀석의 등 뒤에는 호수 맞은편에 있는 것과 똑같은 금빛 원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아마 양방향으로 통하는 포탈인 듯했다.


골드 그렘린이 이런 식으로 이동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 순간 로니가 먼저 녀석에게 데스 블로우를 날렸다.


슈와아아악!


“케엑!”


예상대로 한 방에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데스 블로우에 맞은 충격으로 녀석이 다시 원 안으로 날아가 버렸다.


“안 돼!”


원은 점차 좁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황급히 데스 오브를 날려 보냈다.


“이런 미친!”


녀석이 도망가 버린다면 나의 템들은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

입이 아주 그냥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허나 다행히 원이 사라지기 직전에 데스 오브도 그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나는 반사적으로 호수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원 밖으로 골드 그렘린이 팽개쳐져 나왔다.

그리고.


화아아아악!


뒤따라 나온 데스 오브가 작렬하며 두 기운이 녀석을 덮쳤다.


“안 돼... 제발...”


나는 녀석이 죽었기를 바라며 발에 불이 나도록 호숫가를 따라 달렸다.

그렇게 맞은 편에 도착하니, 금빛 자루에서 무수히 많은 골드와 잡템이 쏟아져나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아...”


십년감수했다.

진짜 얼마나 급했는지 나는 녀석의 도감이 완성됐다는 메시지가 뜬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골드 그렘린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려진 게 없었다.

이렇게 포탈을 이용하리라곤 상상치도 못했는데, 하마터면 수천만 원어치의 템을 그대로 뺏길뻔했다.


나는 골드를 먼저 챙긴 후 내가 뿌렸던 소환석과 룬석을 다시 거두었다.


“하아... 진짜 뭐 될뻔했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마음을 진정시킨 후 나는 값이 나가는 순서대로 잡템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네가 그렇게 빨리 뛸 수 있는지 처음 알았군. 마치 한 마리의 들짐승을 보는 것 같았다.”


“시끄러, 이 자식아. 너도 빨리 이거나 주워.”


“후후후후.”


뒤늦게 도착한 로니는 오자마자 나를 놀려댔다.

정말 추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우리 말고 여기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챙긴다고 챙겼지만 템이 워낙 많아 다 가져갈 수는 없었다.

남은 건 말 그대로 잡템이기에 나는 이것들은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휴식은 충분히 취했으니 이제 할 일을 위해 아지트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던 중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금빛 자루가 내 눈에 들어왔다.


“...저번처럼 그런 건가?”


지난번 실버 그렘린을 잡고 은빛 자루를 얻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덕에 인벤을 15칸이나 늘릴 수 있었는데, 아마 이것도 그런 종류인 듯했다.


골드 그렘린의 자루에 대한 정보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었다.

하여 인벤을 얼마나 늘려줄지는 미지수였다.


나는 곧장 자루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를 한번 살펴보자.


“......!”


능력치를 보고는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훌륭한 템이었기 때문이다.


.

.

.


“주인님, 완성했습니다!”


“정말?”


아지트로 귀환하자마자 제임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곧장 무언가를 내밀었다.


“예, 보십시오.”


“오, 진짜네?”


그가 내민 것은 다름 아닌 원혼석 구슬이었다.


“중급이 되고 나니 확실히 더 빨리 만드는구나.”


“하하... 그저 열심히 했을 뿐입니다.”


“아무튼 수고했어. 바로 써봐야겠다.”


부활석 구슬과 반대로 원혼석 구슬은 흑요석처럼 아주 새까맸다.

나는 곧장 이를 지팡이의 머리 부분에 끼웠다.

그러자.


스으으으으.


구슬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이내 지팡이 전체를 휘감았다.


“오호...”


기운은 살아 숨 쉬듯 꿈틀거리다 지팡이 안으로 스며들었다.

이에 능력치를 다시 확인해 보니.


[사악한 흑단나무 지팡이] [B급]

마법력 : 30

*+2 강화 : 마법력 +3

*+4 강화 : 마법력 +3

*+6 강화 : 마법력 +3

*숭배 : 흑마법 위력 +50%

*사용 제한 : 지력 100 이상


+30%였던 흑마법의 위력이 +50%로 증가해 있었다.


“크으... 좋다.”


남들에겐 백마법의 위력을 50% 감소시키는 지팡이겠지만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지팡이였다.


“주인님. 그리고 이것...”


제임스는 줄 것이 더 있었는지 또 한 번 손을 내밀었다.


“사실 미리 만들었었는데 구슬과 같이 드리려고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게 깜짝 선물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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