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44,532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4.02.16 16:05
조회
51
추천
0
글자
11쪽

100화

DUMMY

“오지랖이 넓은 건지,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건지. 도대체 남의 길드 일에 왜 끼어드는 것인가?”


뱀들의 수장답게 몰드보트는 나를 보자마자 혓바닥을 놀려댔다.


“끼어드는 게 아니라 니들이 막고 있어서 그런 거지. 나 탑에 가야 되는데 그럼 순순히 비켜줄 거야?”


“후후, 그럴 리가. 충분한 통행료를 낸다면 한번 생각은 해보지.”


그럴 줄 알았다.

말로는 통행료를 들먹이고 있었지만, 이는 나를 들여보낼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누님. 누님도 저 자식 죽이고 싶죠? 그럼 앞에 있는 소포이 먼저 해결하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사실 소포이 따위야 내가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두 길드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기에 나는 다르크에게 소포이를 양보하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뒤를 맡기겠습니다.”


다르크는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한번 검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소포이를 향해 맹렬히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화려한 검무를 추듯 다르크는 현란하면서도 치명적인 공격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상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소포이는 대부분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냈다.

그러면서도 빈틈이 보일 때마다 날카롭게 검을 찔러댔다.


기량으로 본다면 다르크가 한 수 위였다.

하지만 둘 간의 격차가 승패를 명확히 가를 만큼 크지는 않았다.


나는 소포이에게 걸린 버프를 해제하기 위해 곧바로 소포이에게 디스펠을 시전했다.

이에 몰드보트 역시 다르크에게 걸린 버프를 해제하기 위해 다르크에게 디스펠을 시전했다.


전사들이 HP가 떨어지면 각자 힐을 써서 이를 보충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아군에게 버프를 걸어주면 서로 디스펠을 시전하여 이를 해제하기도 하였다.


두 전사만 치열하게 싸우는 게 아니었다.

보조하는 나와 몰드보트 역시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무슨 진기 대결하냐, 이 자식아.”


“진기 대결? 후후. 재밌는 표현이군.”


주변에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감히 이 싸움에 끼지는 못했다.

마치 무림 고수들의 진기 대결에 섣불리 끼지 않는 것과 같달까.


“흑마법으로 위명을 떨치기에 나름 기대했건만 나와 별 차이가 없군, 디오.”


“차이가 없다고?”


[몰드보트]

HP / MP : 100 / 320

힘 / 지력 : 0 / 310

방어력 / 저항력 : 38 / 65


*사용 스탯 : 525

*미사용 스탯 : 0

*타락 : 1242


금안으로 살펴본 그의 능력치는 이곳 날갯짓 고원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높은 편이었다.

물론 나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약한 놈의 새끼가 어디 버릇 없이 혓바닥을 놀려? 그리고 너 이 새끼 도대체 사람을 얼마나 죽인 거야?”


현재 몰드보트의 타락 수치는 1242.

게다가 나처럼 마나의 룬석을 다섯 개 모두 착용 중이었는데, 이 역시 타락을 이용해 악마에게서 구했을 것이 뻔했다.


“얼마나? 참으로 쓸데없는 질문이군. 너는 하루에 숨을 몇 번 쉬는지 일일이 확인하면 쉬는가?”


한마디로 숨 쉬듯이 PK를 했다는 말이었다.

사고방식 자체가 정상인과는 달랐기에 나는 녀석과 의미 없는 입씨름은 그만두기로 했다.


“그래...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아무튼 이 마음 넓은 본좌가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귀환해서 연옥으로 가라. 너희 애들 한 명도 빼놓지 말고.”


평소 마음 같았으면 모조리 다 때려잡았겠지만, 왠지 몰드보트를 보고 있자니 그러면 나도 이 자식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말이 말 같지 않았을까.


“후후후. 하하하! 이거야 원 무서워서 기저귀라도 차야겠군.”


몰드보트는 조소로 이에 응답했다.


“그렇게 잘났으면 네 힘으로 직접 우리들을 보내면 되지 않는가? 그 대단하신 흑마법으로 말이야.”


흑마법을 뉘 집 개 이름처럼 부르는 걸 보니 녀석은 흑마법의 위력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좋게 좋게 넘어가 보려 했더니 역시나 안 될 일이었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잠시 같이 놀아주니까 내가 너랑 같은 급으로 보이냐? 그래, 원한다면 보여줄게. 진정한 흑마법을.”


나는 옆에 있는 네크로맨서에게 명을 내렸다.


“데스 오브를 소환해라.”


“예... 주인이시여...”


이에 네크로맨서는 곧장 데스 오브를 소환했다.


“하아아아아!”


녹색의 해골 대가리가 소름 끼치는 숨소리를 내뱉자 모두의 시선이 이곳으로 집중되었다.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란다, 몰드보트야. 가서 소각로나 돌리고 있어.”


처음 보는 데스 오브지만 몰드보트는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위험하다고.

저건 맞으면 안 된다고.


데스 오브를 날리기 전,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네크로맨서에게 조용히 말했다.


“쟤 말고, 소포이한테 던져. 저기 머리 빨간 애.”


“예... 주인이시여...”


던지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네크로맨서는 곧장 이를 날려 보냈다.


이에 맞대응을 하려는 듯 몰드보트는 썬더 라이트닝을 소환했다.

하지만.


화아아아악!


데스 오브는 가까이에 있던 소포이에게 날아가 폭발하였다.


“어... 어째서... 나한테...”


“뭘 어째서야, 인마. 너 아까 나 보자마자 소리 질렀잖아, 건방지게.”


제아무리 소포이라 할 지라도 트루뎀 700짜리 공격을 버텨낼 순 없었다.

나는 허물어지듯 쓰러지는 소포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눈물겹다, 눈물겨워. 길마 대신 죽어주는 부길마라니... 당신의 용맹함이 날갯짓 고원에 널리 퍼질 것입니다.”


“다... 닥쳐... 나는 그런 업적 따위...”


슈웅!


그렇게 팽팽하던 두 여인 간의 싸움은 소포이가 연옥으로 끌려감으로써 급작스레 막을 내리게 되었다.


데스 오브의 위력을 본 이들은 모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다르크는 차지를 사용해 몰드보트를 향해 질주해 나갔다.


“막아!”


갑작스러운 돌진에 근처에 있던 살모사 녀석들이 황급히 벽을 이루었다.

결국 이에 막힌 다르크는 도망치는 몰드보트를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누님, 걔들 먼저 처리하세요. 몰드보트는 제가 따라갈게요.”


어차피 전쟁이 시작됐을 때부터 사실 몰드보트는 독 안에 든 쥐였다.

그렇기에 건방진 소포이부터 혼을 내준 것이었다.


몰드보트는 도망치는 와중에도 썬더 라이트닝을 날려 보냈다.

헌데 여러 방이 연쇄적으로 작렬하는 것으로 보아 녀석 역시 체인 라이트닝을 익힌 듯했다.


이젠 나 역시 소모전으로 돌입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여 가까이에 있는 적들에게 체인 라이트닝을 날려 보내기 시작했다.


서로 공격에 치중하다 보니 전장에서 이탈하는 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지도를 열어 전황을 살펴보니 빨간 점과 파란 점들이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우리가 유리했다.

파란 점이 사라지는 속도보다 빨간 점이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소포이가 연옥으로 끌려간 탓에 다르크는 물 만난 고기처럼 전장을 헤집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우... 난리 났네.”


저 멀리 살모사들이 하나둘 공중으로 떠오르는 걸 보니, 로니가 본격적으로 망치를 들고 백병전에 참여한 듯했다.


나의 소환수 군단들은 여전히 건재했다.

이 추세로만 간다면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디오... 감히 우리를...”


도망치던 몰드보트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결국... 내가 이걸 쓰게 만드는구나...”


그가 손에 든 것은 낯익은 붉은 문자가 새겨진 새까만 알이었다.

크기는 타조알보다도 컸는데, 몰드보트는 공룡알과도 같은 그것을 과감히 바닥에 내던졌다.


빠직!


날계란이 터지듯 검은 알은 박살 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피와 같은 붉은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망할... 설마 저거...”


붉은 액체는 곧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러더니 커다란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친 자식이 저걸...”


액체는 원을 그리고도 계속해서 움직여 나갔다.

그렇게 오망성까지 완성되자, 곧 원과 오망성에서 강렬한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제발... 골치 아픈 건 나오지 마라...”


악마의 알.

악마에게서 타락 1,000을 주고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강력한 몹을 랜덤하게 소환하는 일회성 소모템이었다.


워낙 비싼 데다 일회성 템이다 보니 사실 악마의 알을 구입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사용해 본 이들은 비싼 만큼 그 값을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후후후. 하하하하! 내가 아무런 대비도 없이 전쟁을 치를 줄 알았더냐!”


조금 전까진 다급해 보였던 몰드보트의 얼굴은 이제 광기와 환희로 물들어 있었다.


오망성은 더욱 맹렬히 빛을 뿜어냈다.

이에 모두의 시선이 이곳으로 집중되었다.


수면 위로 떠오르듯, 오망성 위로 무언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붉은빛에 가려 정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그 정체가 심상치 않다는 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마침내 빛이 사라지고 녀석이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바위도 같은 녀석은 바로.


[그레이트 아이언 골렘] [최상급]

HP / MP : 2000 / 0

공격력 / 마법력 : 250 / 0

방어력 / 저항력 : 250 / 250


족히 5미터에 육박하는 덩치를 자랑하는 그레이트 아이언 골렘이었다.


“흐흐... 흐흐흐... 흐하하하! 최고로구나!”


날갯짓 고원에는 존재하지 않는 몬스터로, 이는 그다음 지역에서 등장하는 녀석이었다.

가뜩이나 골렘류는 플레이어들이 기피하는 대상인데 저렇게 막강한 녀석이 소환되었으니 몰드보트로서는 입이 귀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저 미개한 것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하하하하!”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괴물의 등장으로 전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살모사 쪽으로 기울어버렸다.


“그오오오오!”


이어 지축을 흔드는 포효가 울려 퍼지자 블러드 나이트들은 순간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피, 피해!”


“제길, 갑자기 어디서 저런 괴물이!”


골렘은 바닥이 꺼질 듯 땅을 밟아대며 순식간에 블러드 나이트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기둥과도 같은 팔을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커헉!”


“으아악!”


공격당한 이들은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민들레 씨앗이 흩날리듯 여기저기로 날아갔다.

물론 법사와 궁수들이 뒤늦게 공격을 퍼부었지만, 말도 안 되는 방어력과 저항력 때문에 녀석에게 흠집 하나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하하! 흐하하하! 그래! 남김없이 모조리 쓸어버려라!”


가장 신이 난 것은 아무래도 몰드보트였다.

고양이들이 싸우는 곳에 호랑이를 푼 격이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하지만.


“큭큭. 다행이네, 저 정도면.”


웃음이 나오는 것은 몰드보트만이 아니었다.

나 역시 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하늘이 날 돕는구나.”


그레이트 아이언 골렘은 다른 이들에겐 재앙에 가까운 존재였다.

하지만 나에겐 그보다 더 괴물 같은 친구가 있었다.


“출동하시는군요, 로선생.”


모두가 도망치는 와중에 멀리 있던 로니는 되려 골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의 양팔에는 강렬한 검보라색의 기운이 서려 있었다.

바로 저 파멸적인 힘이 괴물과도 같은 골렘을 곧 무릎 꿇게 만들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힐 쓰는 흑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9 109화 +2 24.03.19 26 0 16쪽
108 108화 24.03.14 38 0 12쪽
107 107화 24.03.11 44 0 11쪽
106 106화 24.03.07 46 0 11쪽
105 105화 24.03.04 44 0 11쪽
104 104화 24.02.29 49 0 11쪽
103 103화 24.02.26 55 0 12쪽
102 102화 24.02.22 54 0 11쪽
101 101화 24.02.19 48 0 12쪽
» 100화 24.02.16 52 0 11쪽
99 99화 24.02.13 51 0 12쪽
98 98화 24.02.06 56 0 12쪽
97 97화 24.02.02 56 0 12쪽
96 96화 24.01.29 56 0 12쪽
95 95화 24.01.26 54 0 12쪽
94 94화 24.01.21 63 0 12쪽
93 93화 24.01.18 64 0 11쪽
92 92화 24.01.16 69 0 12쪽
91 91화 24.01.07 75 0 12쪽
90 90화 24.01.01 77 0 11쪽
89 89화 23.12.26 84 0 11쪽
88 88화 23.12.20 81 0 11쪽
87 87화 23.12.16 88 0 11쪽
86 86화 23.12.01 91 0 11쪽
85 85화 +1 23.11.14 105 1 11쪽
84 84화 23.10.25 94 0 12쪽
83 83화 23.10.06 111 0 11쪽
82 82화 23.05.24 161 0 12쪽
81 81화 23.05.19 135 1 11쪽
80 80화 23.05.16 146 1 12쪽
79 79화 23.05.06 165 0 12쪽
78 78화 23.04.25 185 1 11쪽
77 77화 23.04.02 209 2 12쪽
76 76화 23.04.01 184 2 11쪽
75 75화 23.03.31 187 2 12쪽
74 74화 23.03.30 176 2 11쪽
73 73화 23.03.29 184 2 12쪽
72 72화 23.03.28 181 2 12쪽
71 71화 23.03.27 189 1 11쪽
70 70화 23.03.26 189 3 12쪽
69 69화 23.03.25 188 2 11쪽
68 68화 23.03.24 189 1 12쪽
67 67화 23.03.23 192 2 11쪽
66 66화 +1 23.02.03 251 3 12쪽
65 65화 +1 23.02.02 222 3 11쪽
64 64화 23.02.01 227 4 12쪽
63 63화 23.01.29 237 3 11쪽
62 62화 23.01.26 233 3 12쪽
61 61화 23.01.20 256 4 11쪽
60 60화 23.01.18 278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