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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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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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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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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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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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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9화

DUMMY

“마핵과 비슷하군.”


구슬을 집어 들어 빤히 쳐다보는 로니.


“비슷해. 용도는 다르지만.”


혼돈의 핵.

타락을 줄여주는 템으로, 카오들이 목숨 걸고 사냥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쓰는 건 나중에 보여줄게. 일단 나한테 줘.”


이에 로니는 곧장 나에게 핵을 건넸다.


“우리는 카오만 사냥하면 되니까, 계속 녀석들이나 족치자. 보자... 다음엔 어디가 좋을까...”


지도를 보니 그나마 가까운 곳에 빨간 점 네 개가 뭉쳐있었다.


“여기로 가면 되겠네.”


목표를 정한 나는 곧장 앞장서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앞에 카오들이 보였다.

이들은 조금 전 상대했던 파편보다 더 큰 파편을 사냥하고 있었다.


“내가 안 도와줘도 되지?”


“물론.”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나는 로니에게 블레스드 쉴드와 레지스턴스를 걸어주었다.

준비가 끝나자 앞장서서 달려간 로니.

나는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파편을 상대하느라 이들은 로니가 오는 줄도 몰랐다.

사거리에 들어오자 로니는 또 한 번 차지를 사용하며 비실비실해 보이는 법사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당연히 즉사한 법사.

그제야 남은 셋이 상황을 파악했다.

하지만.


슈와아아악!


데스 블로우에 튼실해 보이던 전사 역시 그대로 골로갔다.

이어지는 로니의 배쉬.


퍼억!


스턴에 걸린 채 후속타가 이어지자 또 다른 전사 역시 그래도 고꾸라지고 말았다.


“으... 으아악!”


마지막 남은 녀석이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휘리릭!


혼돈의 파편의 신체 일부가 촉수처럼 뻗어 나와 녀석의 다리를 휘감았다.


“놔! 놔, 이 자식아!”


이내 거꾸로 매달려 소리치는 카오.


허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파편은 신체의 또 다른 일부를 길쭉한 가시 모양으로 만들어 녀석을 마구마구 찔러대기 시작했다.


“오우... 저건 뭐 샌드백이네.”


별다른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축 늘어진 녀석.


굳이 우리가 파편을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로니! 일로와!”


하지만 로니는 기어이 파편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아...

저놈의 성질머리 증말...


정예 몹에 달하는 능력치를 지닌 파편.

거기에 예측불허의 공격까지 선보였지만, 로니에겐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로니는 빠른 속도로 찔러오는 촉수를 정확히 받아 쳐냈다.

그리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다른 곳에서 찔러오는 또 다른 촉수 공격을 가볍게 흘려보냈다.


상황이 불리하진 않았다.

허나 그렇다고 유리하지도 않았다.

촉수가 너무 길어 사거리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서야 했다.

최대한 거리를 유지한 채, 나는 데스 오브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하아아아...”


녹색의 해골 대가리가 내뿜는 소름 끼치는 숨소리.

소환이 완료되자마자 나는 녀석에게 데스 오브를 날려 보냈다.


로니에게 정신이 팔렸었는지 뒤늦게 이를 알아차린 녀석.

이에 급하게 또 다른 촉수를 뻗어 오브를 찔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오브는 그대로 촉수를 통과해 녀석의 몸통에 부딪혔다.


화아아아악!


오브가 터지며 검은색과 녹색의 두 기운이 폭발했다.

이내 기운이 사라지자, 초라하게 말라 비틀어진 파편의 모습이 드러났다.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모습.

이어 녀석은 흩날리는 가루가 되어 소멸하고 말았다.


“저기요, 아저씨. 굳이 그거 잡을 필요가 없다니까요?”


“보이는데 왜 안 잡는단 말인가?”


“시간 낭비야, 시간 낭비. 어차피 이놈들은 핵 밖에 안 줘. 타락 모으러 왔는데 핵 모아서 뭐하게? 그거 잡을 시간에 카오 놈들 잡아야 한다니까.”


이런 설명에도 영 반응이 미지근한 로니.


“나중에 확인시켜 줄게. 일단 카오나 잡자.”


마치 애를 달래는 것처럼, 나는 로니를 잘 타일렀다.

그리고 다시 카오를 잡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카오 길드가 살모사 놈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규모 길드도 있었는데, 이들 역시 연옥에서 나가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네다섯 명으로 구성된 파티의 대부분이 이들이었다.

나는 일단 이들을 먼저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직접 나서는 건 로니였다.

차지, 배쉬, 데스 블로우 그리고 평타.


차지로 돌진해서 이들을 쓰러트리는 걸 보면 흡사 볼링을 보는 느낌이었다.

빠르게 굴러간 공이 핀을 쓰러트리는 것 같달까.


그렇게 몇 차례 카오 놈들을 쓰러뜨린 후,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러 다시 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로니에게 죽었던 이들이 우릴 매섭게 노려보았다.


“뭘 봐, 이 자식들아. 억울하면 강해지던가.”


꼭 되지도 않는 놈들이 눈깔만 살아있어요, 하여튼.


뭐가 됐건 신경 쓸 건 없기에, 나는 따가운 시선을 무시한 채 근처에 비어있는 소각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잘 봐, 로니.”


나는 인벤에서 아까 획득한 혼돈의 핵을 꺼냈다.

그리고 소각로 안으로 가볍게 던져넣었다.

그러자.


화르르르.


소각로 안에서 회색의 불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슈우우웅!


화염은 회색빛이 되어 하늘 높이 솟구쳐 사라졌다.


“봤지? 나 이제 타락 1만큼 줄었다.”


혼돈의 핵의 용도가 이것이었다.

소각로 안으로 던져 넣으면 핵이 소각되어 최종적으로 빛이 되어 솟구친다.

그리고 타락이 1만큼 줄어든다.


“그러니까 우리는 파편 사냥을 할 필요가 없다고.”


그제야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로니.


참고로 핵은 귀속 템이라 거래가 안 된다.

게다가 인벤에 쟁여놔도 연옥에서 탈출할 때 모두 소멸돼 버리기에, 직접 사냥으로 구해서 오로지 이곳에서만 사용해야 했다.


“빨간 녀석들만 족치시면 됩니다. 이해되십니까, 로선생?”


혼돈의 핵은 나에게 전혀 필요가 없는 물건이다.

나의 목표는 오로지 카오.


괴롭히고 또 괴롭힌다.

그렇게 내가 구상한 큰 그림을 그려, 타락 말고도 다른 것도 함께 얻어낼 생각이었다.


.

.

.


며칠 뒤.


“오우... 자리가 다 찼네. 웬일이야?”


지난 며칠간 나는 로니와 함께 집요하게 카오들만 사냥했다.

그 결과 많이 이들이 열심히 소각로를 돌리고 있었다.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소각로였지만, 이젠 자리가 없어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할 수준이었다.


“좋아, 좋아.”


이로써 밑그림은 그려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다.


사실 잔챙이들이나 네다섯 명 정도 되는 파티만 골라잡느라, 아직 살모사 놈들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원래 제일 맛있는 음식은 마지막에 남겨놓는 법.

오늘부터 슬슬 뱀 사냥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보자... 어디부터 갈까...”


지도를 보니 여전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소수의 카오들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패스.


마을에서 좀 더 떨어진 곳을 보니 대략 열 명가량의 빨간 점 뭉치들이 이곳저곳 퍼져있었다.

보나 마나 살모사 놈들일 터.

이중 가장 가까운 뭉치가 있는 곳을 향해, 나와 로니는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잘 찾아오긴 했는데...”


연옥이라 해서 아무런 지형지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녀석들을 발견한 우리는 일단 근처에 있는 바위에 몸을 숨겼다.


상대는 총 아홉.

덩치 큰 파편을 상대로 이들은 열심히 합공을 펼치고 있었다.


우리가 강하다고 한들, 둘이서 아홉을 상대할 순 없었다.

아군이 필요했다.

해서 나는 곧장 네크로맨시를 사용해 소환 가능한 목록을 한번 살펴보았다.


“약한 놈들은 패스하고...”


좀비니 해골이니 하는 것들은 바로 건너뛰었다.

일단 눈에 들어오는 녀석은 고스트.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적절치 않았다.

마법에 취약할뿐더러, 난데없이 고스트가 나타나면 보나 마나 나의 소행임을 알아차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가장 강한 것을 소환하면 될 것 아닌가.”


“혼이 나간 애들? 안돼. 그것도 너무 티가 난단 말이야.”


전투력으로만 본다면 당연히 혼이 나간 사제나 집행자를 소환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녀석들도 마찬가지.

언데드 던전에 있어야 할 몹이 난데없이 나타난다면, 이 역시 나의 소행임이 들통날 것이 뻔했다.


그건 안 된다.

아직은 내가 언데드를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아, 뭐 괜찮은 애 없나...”


선뜻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렇다고 살모사 놈들을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

이에 나는 다시 한번 소환 가능 목록을 살펴보았다.

그때 마침.


“그렇지!”


내 눈에 나쁘지 않은 녀석이 들어왔다.

바로 귀부인.


썩 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약하지도 않은 녀석.

히든 던전의 몹이라 다른 이들이 귀부인을 본 적은 없었다.

게다가 외형 역시 언데드 느낌이 거의 없어, 마주친다 한들 녀석을 언데드라 생각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좋아. 시작하자.”


소환석은 잔뜩 준비해 놓았다.

나는 곧장 마나가 되는대로 귀부인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크흑... 내 돈...”


눈앞에 줄 서 있는 귀부인은 모두 10마리.

순식간에 2만 골드 치의 소환석을 소모했다.


“모두 두 줄로 서봐.”


이에 곧장 열 맞춰 선 녀석들.

나는 마나 포션까지 마셔가며 녀석들에게 걸 수 있는 버프는 전부 다 걸어주었다.


“잘 들어. 우선 법사 먼저 처리한다. 그다음엔 궁수. 알겠지?”


이에 이구동성으로 답하는 녀석들.


“예. 주인이시여.”


“전사는 방어력이 높아서 너희들이 죽이긴 어려울 거야. 그러니까 딱 궁수까지만 처리해. 법사랑 궁수를 다 죽이면 사방으로 흩어져서 달아나라. 내가 부르기 전까진 나한테 오지 말고.”


“예. 주인이시여.”


대답들은 잘 하네.


“아, 그리고 하나 더. 혼돈의 파편은 공격하지 마. 우리의 사냥감이 아니니까. 무조건 저 시뻘건 놈들만 공격해라. 이해됐지?”


“예. 주인이시여.”


이만하면 됐다.

전략은 간단할수록 좋다.


처음 귀부인을 마주칠 때의 놈들의 반응이 기대됐다.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까?


“최대한 파편에게선 멀리 떨어져라. 괜히 공격당하지 말고. 자, 이제 준비는 다 끝났다. 모두 저쪽으로 뛰어가! 어서!”


출격명령에 다소 신나 보이는 귀부인들.

나의 손짓에 녀석들은 곧장 살모사 놈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나갔다.


슬쩍 보니 저들은 파편 사냥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끼야아아악!”


귀부인들이 흥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자 그들의 시선이 곧장 귀부인 쪽을 향했다.


“아놔... 다음번엔 소리 좀 지르지 말라고 해야겠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하지만 비명의 효과가 없진 않았다.


“뭐... 뭐야 저거?!”


갑작스러운 또 다른 적의 출현에 당황한 살모사 놈들.

가뜩이나 빠른 귀부인이 헤이스트까지 받았으니, 달려가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적들에게 접근한 녀석들.

저돌적이긴 해도 명령을 내린 덕에 막무가내로 달려들진 않았다.


“죽어! 죽어어!!”


어후...

언제 들어도 소름 끼치는 소리.


“뭐야 이거?! 으아악!”


거기다 흉기나 다름없는 긴 손톱으로 할퀴어 대는 모습은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


“큭큭큭. 아, 왜 이렇게 웃기냐.”


역시 예상한 반응들이었다.

혼비백산한 이들은 전투를 멈추고 모두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귀부인의 속도가 훨씬 빨랐기 때문.


가장 먼저 쓰러진 것은 법사들이었다.

1순위로 다굴당하는데 버틸 재간이 있을 리 만무했다.


다음 목표는 궁수들.

윈드 스텝을 사용하며 이리저리 피해 다니긴 했으나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았다.

곧 마나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법사들보다는 방어력이 높아 조금 더 버티긴 했으나 다굴 앞엔 장사 없었다.

결국 궁수들 역시 법사와 마찬가지로 무력하게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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