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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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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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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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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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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1화

DUMMY

법사가 전면에 나서자 귀부인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기회다 싶어 곧장 튀어 나가는 귀부인들.

하지만.


“간격 벌려!”


소포이의 명령에 법사들이 옆으로 서로서로 간격을 벌렸다.

그리고.


“돌진!”


이어진 명령에 차지를 쓰며 그 틈으로 달려 나가는 전사들.


갑작스러운 전략에 귀부인들은 피하지 못하고 전사들의 공격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쏴라!”


이어 날아드는 마법과 화살들.


“망할...”


당했다.

제대로 당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살아남은 귀부인들은 곧바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젠장... 그래도 꼴에 부길마라 이건가...”


붉은 머리칼을 자랑하는 악녀 같은 인상의 소포이.

그저 다르크의 하위호환으로만 여겼는데, 그래도 나름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일이 쉽게만은 흘러가지 않을 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크게 허점을 찔릴 줄은 몰랐다.


귀부인의 전원 퇴각으로 승리를 거머쥔 살모사 놈들은 이내 승리의 함성을 외쳤다.


“하하하! 듣고 있나, 디오!”


이어 앙칼진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소포이.


“어딘가에 쥐새끼처럼 숨어있겠지? 네 놈 짓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다!”


물증은 없지만 심증으로 확신하는 녀석.


“비겁하게 기습만 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승부 해라! 남자답게 말이야. 아하하하!”


뒤이어 동조하는 비웃음 소리가 같이 터져 나왔다.


“어찌할 것인가, 디오.”


“뭘 어째. 다음을 노려야지.”


분한 건 어쩔 수 없지만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나는 게임 홀릭에 빠진 차가운 도시 남자.

차가운 이성으로 화를 식힌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이번은 미련 없이 철수하기로 했다.


.

.

.


며칠 뒤.


“하아... 이번에도 셋인가...”


살모사 놈들과의 싸움은 계속됐다.

다만 영악하게도 놈들은 이제는 인원을 20~30명가량으로 늘려 뭉쳐 다니기 시작했다.


인원이 늘어나면 상대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20마리의 귀부인을 보냈으나 살아 돌아온 것은 고작 셋.


“군자금은 얼마나 남았는가?”


“군자금?”


군자금이라고 해봐야 골드를 말하는 것이다.


대부분은 소환석 값으로 소모됐다.

연옥에 온 후로 지금까지 사용한 금액은 못 해도 30만 골드.

그간 모아놓은 골드의 절반이 넘는 액수였다.


각오는 했지만 지출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런 방식이라면 앞으로 얼마 버티지 못할 듯했다.


하지만 놈들 역시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죽어 나간 법사들의 상흔을 회복하는 데 들어간 골드도 상당했을 터.

게다가 인원을 늘린 만큼 보스급에 준하는 파편들을 사냥하다 보니, 궁수뿐만 아니라 전사들도 종종 죽어 나갔다.


결국 어느 쪽 골드가 먼저 바닥이 나느냐의 싸움이었다.

서로의 사활이 걸린 치킨게임.

호랑이 등에 올라탄 이상 내릴 수는 없었다.

누가 됐든 한쪽이 무릎을 꿇기 전에는 말이다.


“계속 귀부인만 부릴 생각인가?”


“......”


상황이 이러니 사실 다른 소환수도 사용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법사들이 전멸하면 나머지는 그냥 고스트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고민됐다.

이참에 대놓고 네크로맨시를 사용할까?

어차피 놈들은 귀부인이 나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꾸만 줄어드는 나의 골드.

이제는 판단을 내려야 했다.

이대로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다른 녀석들도 소환할 것인가.


“아직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는데...”


허나 사실 마음은 이미 기울어 있었다.

계속해서 소모전만 펼칠 수는 없는 노릇.

상대는 수십이기에 갈수록 내가 불리할 것이었다.


“어쩔 수 없네.”


결국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네크로맨시를 사용했다.

그리고 곧장 레드 고스트를 소환하려던 순간.


“...쟤는 뭐야?”


저 멀리서 귀부인 하나가 우리 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파편?”


귀부인 뒤로 혼돈의 파편 하나가 따라오고 있었다.


어찌 된 상황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나는 잠시 소환을 미뤄두었다.


이내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온 귀부인과 파편.


“로선생. 쟤 좀 도와주셔야겠는데요.”


이에 로니는 즉각 달려 나가 따라온 파편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주인이시여.”


“뭐냐, 넌?”


뜬금없이 뒤늦게 합류한 녀석.


“그것이...”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는 듯, 귀부인은 계속해서 우물쭈물거렸다.


“낙오됐었냐?”

“...돌아오라는 말씀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


아마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 듯했다.


“그건 그렇고 쟤는 왜 데리고 왔어?”


나는 방금 로니가 물리친 파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인님을 찾아오던 중 마주친 녀석입니다.”


보아하니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의도치 않게 어그로를 끈 듯했다.


“됐다. 돌아왔으면 그만이지.”


“감사합니다, 주인이시여.”


황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슬쩍 녀석의 남은 소환 시간을 확인했다.


“5분? 야, 너 도대체 어디서 출발 한 거야?”


“저 멀리서 한참을 달려왔습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고작 5분만 남았을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멀리서 온 거야?


“...운도 좋네. 아무튼 잘 찾아왔으니 다행이다.”


“예...”


하긴, 그 정도로 멀리서 왔으면 오다가 파편 하나쯤은 끌고 올만 하-


“잠깐. 너... 저 파편 어디서부터 끌고 왔어?”


“...한참 전부터 저를 따라왔습니다.”


“맙소사...”


탁!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이마를 쳤다.


이에 겁먹은 듯 어깨를 움츠리는 귀부인.


“확실해? 너 진짜 저~기서부터 끌고 왔다고?”


이에 녀석은 내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됐다! 이거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해결책을 발견했다.


나의 외침에 더욱 움츠러든 귀부인.

그 뒤로 로니가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무얼 말인가?”


“큭큭... 큭큭큭...”


이게 정말 가능하다면 머지않아 이 치킨게임을 끝낼 수 있다.


“아주 재밌는 전략이 떠오르네. 진짜 되는지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이에 어리둥절해하는 귀부인.


“고생했다. 넌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그냥 여기 앉아서 쉬어라.”


“감사합니다, 주인이시여.”


나는 곧장 귀부인을 한 마리 더 소환했다.

그리고 녀석에게 헤이스트를 걸어주며 말했다.


“니가 할 일이 하나 있다. 저쪽으로 내가 안 보일 때까지 최대한 멀리 뛰어가. 그리고 근처에 파편 하나를 유인해서 내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와라. 절대 싸우지 말고 유인만 하는 거야. 알겠냐?”


“예, 주인이시여.”


“나는 반대 방향으로 갈 거니까 알아서 잘 찾아오라고. 설명 끝. 가봐, 이제.”


나의 명이 떨어지자 곧장 저 먼 곳을 향해 달려가는 귀부인.


“유인할 셈인가?”


“응. 어디까지 쫓아오는지 한번 봐야지.”


정말 예상대로 된다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나는 귀부인이 달려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분이 흐른 후.


“오네.”


저 멀리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귀부인.


조금 더 지나자.


“진짜 오네!”


귀부인 뒤로 파편 하나가 뒤따라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파편의 이동속도도 빠른 편이긴 하지만, 헤이스트가 걸린 귀부인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해서 귀부인이 적절히 속도를 조절해가며 파편을 이리로 끌어오고 있었다.


.

.

.


사흘 뒤.


지난 사흘 동안 나는 일부러 살모사 놈들을 일절 건드리지 않았다.

기회를 엿보고 있었기 때문.


“1, 2, 3, 4... 7번까지 다 있네.”


지도상에 나타난 총 일곱 개의 조장 낙인들.

놈들을 비롯해 족히 100명에 가까운 빨간 점들이 한 곳에 뭉쳐있었다.


“소포이도 있을 거고.”


아직 소포이에겐 낙인을 새기지는 못했지만, 조장들도 한 곳에 다 모인 만큼 분명 소포이도 함께 있을 것이다.


한동안 습격을 펼치지 않았기에 놈들은 내가 공격하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저렇게 맘 놓고 대규모 레이드를 펼치고 있을 터.


허나 그것이 내가 노린 바였다.

일망타진.

뭉치면 죽고 흩어져도 죽는다는 것을 오늘 제대로 보여줄 것이다.


나는 미리 소환해둔 귀부인 열 마리에게 말했다.


“내가 일러줬던 대로 하면 된다. 각자 뿔뿔이 흩어져. 그리고 최대한 강한 놈들로 모아와라. 공격하지 말고, 그렇다고 공격당하지도 말고. 유인만 잘하면 된다. 이해됐냐?”


“예. 주인이시여.”


“그래. 시간이 없다. 어서 가!”


말이 끝나자마자 귀부인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자, 우리는 공연장에 미리 가 있자.”


준비는 끝났다.

나와 로니가 할 일이라곤 곧 있을 축제를 구경하는 것뿐.


귀부인들이 파편을 모아오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나는 뒷짐을 진 채 천천히 살모사 놈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30분이 흐른 후.


“이 정도면 R석은 되겠네.”


레이드 모습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한 바위에 몸을 숨긴 나와 로니.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살펴보니, 놈들은 집채만 한 크기의 파편을 상대하고 있었다.


“와... 진짜 크네.”


이곳 연옥에 온 이후로 본 파편 중 가장 큰 녀석이었다.

저 정도면 어지간한 필드 보스는 그냥 씹어먹을 수준.


강력한 파편일수록 핵을 훨씬 많이 드랍하기에 놈들이 기를 쓰고 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허나 그런 것은 내 알 바가 아니다.

그저 귀부인이 오기 전까지 파편이 버텨주기를 바랄 뿐.


보아하니 쉽게 공략될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게 10분가량 더 지났을 무렵.


“오는군.”


시력 좋은 로니가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귀부인을 발견했다.


타이밍이 좋았다.

이내 여기저기서 하나둘씩 나타나는 귀부인들.

물론 그들만이 아니었다.


“오우... 많이도 달고 오네.”


귀부인 하나당 못해도 서넛의 파편을 끌어오고 있었다.


“큭큭큭. 아~ 이래야 재밌지.”


저 집채만 한 파편을 상대하는데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무더기로 파편이 추가 된다?

그럼 이미 끝난 게임이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른 귀부인들.

제법 가까이 다가갔을 때야 비로소 살모사 놈들이 뒤늦게 눈치를 챘다.


“후후후. 하하하하! 디오, 너는 정말 일을 재밌게 만드는 재주가 있군.”


오랜만에 파안대소하는 로니.


“내가 사는 세계에 이이제이라는 말이 있어. 대충 적은 적으로 제압한다, 뭐 그런 거야.”


내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적들을 쓰러뜨리는 것만큼 효율적인 것이 없다.

사실 이 전략은 그때 낙오됐었던 귀부인 덕분에 펼칠 수 있었다.


보통 필드 몹들은 아무리 유인을 해도 일정 거리 이상은 따라오지 않는다.

자신들의 영역이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정상.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파편은 끝까지 대상을 쫓아왔다.

어쩌면 이 연옥 전체가 녀석들의 영역이라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아무튼 그 덕에 나는 이 재밌는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귀부인들이 제 한 몸 희생하며 살모사 놈들에게 뛰어들자, 덩달아 파편들도 살모사 놈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순식간에 개판이 됐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


크고 작은 파편 수십이 추가되자 놈들의 진형은 순식간에 와해 됐다.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다만.


”팝콘이 없는 게 아쉽네.“


주전부리 없이 이 광경을 봐야 한다는 점이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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