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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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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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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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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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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9화

DUMMY

블러드 나이트 길드는 모두 안으로 들어섰다.

이미 맞은편에는 살모사 길드가 탑 주변에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군, 다르크.”


창백한 피부에 뱀 같은 눈을 지닌 사내.

검붉은 로브를 입은 몰드보트가 다르크를 보며 말했다.


“부지런하군, 몰드보트. 기습이나 하던 너희들이 이렇게 준비를 다 하고 있다니.”


“후후. 그래도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겠나? 오늘 최고의 만찬을 즐길 텐데 말이야.”


몰드보트는 비릿한 웃음을 보이며 뱀처럼 입술을 살짝 핥았다.

하지만 다르크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이를 받아쳤다.


“만찬? 별로 즐기고 싶지 않군. 뱀고기라면 질색이니까.”


“오우, 저런... 실력만 재미없는 줄 알았는데 말도 저렇게 재미없게 할 줄이야... 그런데 뱀고기를 먹기에는 사람이 너무 부족한 것 같은데, 거기 있는 인원이 전부인가?”


“네놈들을 상대하는 건 우리로도 충분하다.”


“후후.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군. 역시 길드 마스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지난 열흘간 블러드 나이트는 최선을 다해 용병을 모집했지만, 결국 디오를 제외한 그 누구도 이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긴, 이 대 살모사 길드를 상대로 어떤 미친 인간이 너희들에게 참여하겠나? 다 왔으면 시작하지. 내 인내심도 슬슬 바닥나고 있으니까.”


수적 열세에 몰린 블러드 나이트이긴 하지만 절대 쉽게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비록 이곳에서 패배하더라도 한 명이라도 더 쓰러트릴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다르크는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몰드보트를 향해 검을 내린 후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전군 돌격!”


우레와 같은 함성이 그녀의 뒤에서 터져 나왔다.

그렇게 두 진영은 서로를 향해 굶주린 맹수처럼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

.

.


“으휴... 망할 몰드보트 새끼 땜에 얼마나 늦은 거야?”


제시간에 합류하려 했던 나는 예정보다 20분이나 늦고 말았다.


“한 명은 내 옆에 붙어라. 너, 일로 와.”


나는 네크로맨서 하나를 내 옆으로 오라고 명을 내렸다.


“너는 다른 데 가지 말고 내 옆에만 딱 붙어있어라. 나머지는 알아서들 잘 싸우고. 해골 기사는 소환하지 말고 마나가 되는 데로 슬로우만 걸어, 알겠냐?”


이에 나머지 14마리의 네크로맨서들이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예... 주인이시여...”


그뿐만이 아니었다.


“집행자 너희들도 알아서 잘 싸워라. 매번 이야기하는 것도 입 아프다.”


“예, 주인이시여!”


그 뒤로 15마리의 광폭한 집행자 역시 이구동성으로 힘차게 답했다.


“들어가자, 얘들아.”


다르크에게 선금으로 받은 30만 골드는 네크로맨서 15마리를 소환하는 데 모두 사용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집행자 15마리는 내 사비를 들여 추가로 소환했다.

이것도 나중에 청구해, 말어...


아무튼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 보니 상황이 개판이었다.

여기저기서 금속음이 울리며 알아듣기 힘든 고성이 난무하고 있었다.


화살은 비 오듯 쏟아지며 뇌전과 화염은 두서없이 작렬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규모의 전쟁이 정신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얼핏 봐도 블러드 나이트가 불리해 보였다.

살모사 길드의 인원이 5할가량 더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도를 열어 곧장 전황을 살폈다.

그러자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음? 생각보다 많이 안 죽었네?”


지각한 만큼 전쟁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것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양측 모두 사망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즐기고 있군.”


“뭘?”


“보아라.”


로니는 말없이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을 보니 핏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창백한 한 사내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오호... 참여 안 해도 이긴다 이거지?”


몰드보트는 아랫것들을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거만하게 상황을 관전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새끼들 보소...”


겉으론 전투가 치열해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살모사 녀석들이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농락 중이었다.

쥐를 가지고 노는 고양이처럼 녀석들은 일부러 블러드 나이트들을 죽지 않을 만큼만 공격하고 있었다.


“왜 수가 안 줄었나 했더니...”


역시 악명만큼이나 저열한 자식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실수하고 있었다.


“로선생, 활 솜씨 좀 보여주시지요.”


이 고독한 승부사 디오가 도착하기 전에 녀석들은 어떻게든 전쟁을 끝냈어야 했다.

왜냐면 내가 저 새끼들을 모두 연옥으로 다 잡아 처넣을 거니까.


피잉-

푹!


죽창과도 같은 로니의 화살이 한 녀석에게 정확히 박혔다.

허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푹! 푸욱! 푹!


연이어 날아든 화살에 살모사 녀석들이 하나둘 쓰러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누군가가 우릴 발견하고 다급히 외쳤다.


“디오!”


“뭐, 디오라고?!”


녀석들의 발작 버튼과도 같은 그 한마디에 갑자기 전장의 분위기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언니! 진짜 디오님이 왔어요! 그리고 로니도! 어, 근데 저건...”


니싸의 외침에 블러드 나이트들 역시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누님, 제가 좀 늦었네요. 일이 있어 가지고요.”


나는 가볍게 한 손을 들어 올리며 다르크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다르크를 포함한 모두의 시선은 내가 아닌 내 뒤를 향해 있었다.


“제가 30인분은 할 거라고 했잖아요. 뭘 그렇게 놀래요?”


양 진영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잠시 전투를 멈추었다.

그리고 우릴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 소환수 군단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


“거기, 창백한 푸른 점 같은 너!”


나는 검지로 몰드보트를 가리키며 외쳤다.


“드디어 만났군, 디오... 설마 나를 보고 말하는 것인가?”


“그래 인마! 너 땜에 내가 20분이나 늦었잖아, 이 우주 먼지 같은 새끼야!”


“나 때문에? 미친놈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었군. 네가 늦은 것이 왜 나 때문이란 말이냐?”


“됐고... 빨리 내 앞에 와서 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려라. 뒤지기 싫으면.”


“...뭐라고?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정말 제대로 미친놈이로군. 지금 상황이 어떤지 파악이 안 되는 것인가?”


“뭔 상황? 니들이 이 사람들 가지고 노는 거?”


“후후. 보는 눈이 없진 않군.”


누가 봐도 알 만한 상황이었다.

애초 이 싸움은 블러드 나이트에게 너무 불리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게 니 최대 실수야, 병신아. 가지고 놀았어도 적당히 가지고 놀았어야지, 내가 올 때까지 놀고 있으면 어떡하냐? 뭐 나야 고맙다만.”


하지만 나의 도발적인 말투에 몰드보트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에 녀석이 입을 열려던 순간, 내가 먼저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 니들이예요. 너 얘들이 뭔지 알아?”


나는 엄지로 내 뒤의 소환수들을 가리켰다.


“알 턱이 없겠지, 처음 보는데. 쉽게 설명해 줄게. 오늘 니들을 전부 연옥에 잡아 처넣을 저승사자들이시다, 알겠냐?”


차라리 이들에겐 모르는 게 약이다.

하지만 곧 알게 될 것이다.

여기 네크로맨서들이 얼마나 강력한 소환수인지를 말이다.


“디오... 감히 어디서 개수작으-”


“닥쳐, 인마! 할 말 있으면 연옥에 가서 해! 나 시간 없으니까.”


말하는 와중에도 소환 시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더는 시간 낭비할 생각이 없었기에 나는 곧장 소환수들에게 명을 내렸다.


“저기 시뻘건 카오 새끼들 한 마리도 남기지 말고 모두 처리해라. 진행시켜!”


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광폭한 집행자들은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네크로맨서들 역시 그 뒤를 따라 전선으로 나아갔다.


“로니, 낙인 좀 새겨줘.”


“그러지.”


소환수들의 합류로 잠시 멈췄던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모두가 정신없는 사이, 로니가 검지를 뻗은 채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렸다.


슈욱. 슈욱. 슈욱. 슈욱.


검지 끝에서 검은 기운들이 무수히 많은 실처럼 뻗어 나왔다.

그리고 살모사들에게 날아가 그들의 얼굴에 불길한 문양을 새겼다.


문양은 피부에 흡수되듯 서서히 사라졌다.

전쟁이 정신없다 보니 낙인이 새겨졌음에도 아무도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추노 작업은 끝났으니 나도 전투에 합류했다.

낯선 소환수 30마리가 추가되자 살모사 녀석들도 이제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지켜만 보던 몰드보트 역시 저 멀리서 파이어 스톰을 날려댔다.

역시나 패도를 걷는 자답게 아군들이 죽어 나가는 것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반면 나는 힐을 써서 아군들을 살리는 것을 택했다.

실질적인 딜은 소환수들이 할 것이기에 위험에 빠진 이들에게 홀리 힐을 밀어주었다.


“크윽... 다들 저 검은 구체를 조심해!”


“조심한다고 뭐가 돼?! 피할 수가 없는데!”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살모사들은 네크로맨서의 공격이 매우 위협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흑마법 특성상 저항을 무시하고 모두 트루뎀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무려 100짜리 트루뎀 공격이다.

더군다나 유도되는 특성이 있어 알아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곳은 소환수들에게 맡겨 놓고 나는 전선이 약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연신 활을 쏘는 만춘을 만날 수 있었다.


“만춘님. 어서 이거 쓰세요.”


“디오님! 어? 이건?!”


그에게 건넨 것은 다름 아닌 맹독 포션들이었다.


“화살촉에 듬뿍 발라 쓰세요. 옆에 다른 궁수분들한테도 나눠 드리고요.”


이번 전쟁을 대비하여 미리 제임스에게 몇 병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었다.

로니야 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하기 때문에 나는 만춘에게 이를 전부 넘겼다.


“돈 받는 거 아니니까 막 쓰세요. 전 바빠서 이만.”


“아니, 저기... 감사합니다, 디오님!”


그의 인사를 뒤로한 채 나는 전선을 주시하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어느 곳 하나 엎치락뒤치락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러던 중.


“오! 저런 빅매치가!”


붉은 머리칼을 자랑하는 두 여인이 자웅을 겨루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름 아닌 다르크와 소포이였다.


빛과 어둠이 싸우듯, 두 전사는 서로 닮은 모습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게다가 둘 다 힐을 지원받고 있어 승부가 쉽게 판가름 나지 않고 있었다.


“누님, 도와드릴게요!”


내가 다가가자 이를 본 소포이가 나를 보며 소리 질렀다.


“디오!!”


“아오... 나 귀 안 먹었다. 조용히 불러라.”


연옥 이후로 다시 만난 그녀에게 나는 내 방식대로 친근감을 전했다.


“너 검 다시 샀네? 그때 나한테 전당포 맡겼었잖아. 다시 찾아갈 생각을 해야지 왜 새로 샀냐?”


“닥쳐!!”


“하여튼... 앙칼지기는...”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아무튼 만나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받아라. 내 선물이다.”


나는 지팡이를 들어 커스드 아머를 시전했다.

이에 검은 기운이 지팡이 머리에서 뿜어져 나와 이내 검은 흉갑의 형태를 갖추었다.


날아간 흉갑은 소포이의 몸에 부딪히며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파편들이 녀석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마저 싸우시죠, 누님. 좀 더 베는 맛이 날 거예요.”


디버프는 오직 흑마법사인 나만이 쓸 수 있다.

하여 즐겁게 전투를 관전하려던 순간.


파앗!


“...뭐야?”


누군가가 소포이에게 디스펠을 사용해 커스드 아머의 효과를 없애버렸다.


적군에게 걸린 버프나, 아군에게 걸린 디버프를 해제하는 마법인 디스펠은 두 시전자 간의 지력 차이가 얼마 나지 않을 때나 가능하다.

그 말인즉슨.


“여깄었군, 디오.”


나와 능력치가 비슷한 마법사가 디스펠을 썼다는 뜻이다.


“아이고, 이 귀한 곳에 누추한 손님이 오셨네.”


뱀들의 수장이자 이 전쟁의 원흉.

간악한 뱀, 몰드보트도 어느새 이곳에 합류해 있었다.


작가의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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