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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44,496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3.04.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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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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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76화

DUMMY

이해할 수 없었다.

요새에 있어야 할 NPC가 뜬금없이 여기 왜?


“전서구를 받았으니까.”


“전서구?”


전서구라면...


“방금 그 비둘기?”


“그렇다.”


석판에서 나온 그 빛의 비둘기가 어디로 갔나 했더니 설마 에르윈에게 날아갔던 것이었나?


로니는 달려오는 에르윈 일행을 향해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이를 발견한 일행은 방향을 틀어 곧장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싸우고 있을 줄 알았는데...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


에르윈의 물음에 로니가 답했다.


“먼저 온 자들이 있더군.”


그러면서 로니는 제단 쪽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저들이 교주의 힘을 빼놓고 있다. 저들까지 모조리 쓸어버리면 되겠군.”


이에 제단 쪽을 흘끗 본 에르윈.


“당신은... 나서지 않는 겁니까?”


“아직은. 먼저 나서면 그 뒤에 합류하겠다. 네가 원하던 대로 힘을 보태도록 하지.”


이에 실소를 흘리는 에르윈.

교주와 더불어 카오들을 훑어본 그녀가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단에 있는 모든 것들을 소탕한다! 여신 수아르의 이름으로!”


이에 교관들은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에르윈을 선두로 이들은 곧장 제단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갔다.


“아니, 너 도대체 뭘 했었던 거야? 에르윈이 갑자기 왜 오고, 그 이상한 석판은 또 뭔데?”


“새장이라 할 수 있다. 마법 전서구가 담긴 새장 말이다.”


“그럼 그게 원래 에르윈 거고?”


“그렇다.”


“언제 받았는데?”


“네가 이세계에서 잠을 자고 있을 동안.”


“......”


내가 접속하지 않고 있을 때 로니가 에르윈을 만나 석판을 받아 놓은 듯했다.


“에르윈은 왜 만났는데?”


“미리 준비를 했을 뿐이다. 예전에 네가 이교도들을 언젠간 처단할 거라고 하지 않았었나.”


“어... 그랬었지. 근데 그건 교주가 아니라 사제나 주교 같은 놈들을 말한 거지. 교주는 한참 뒤에 이야기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다. 그때가 이렇게 빨리 올 수도 있지 않은가.”


“그건 뭐...”


그렇게 말하니 딱히 할 말이 없네.


“수아르만큼이나 교주에 미쳐있는 자가 바로 저 훈련단장이다. 극단에 심취해있지. 수아르를 섬기는 만큼이나 이교도들을 혐오한다. 종교에 매몰된 전형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흠...”


“칼을 갈고 있더군. 교주를 죽일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내던질 각오로 말이다. 그래서 말했다. 나도 언젠가 이교도들을 처단할 것이라고. 그러니 그 석판을 내어주더군.”


한마디로 훈련단 NPC들을 이용할 수 있는 1회 이용권을 얻었다는 말.


“두 미친 자들의 대결이다. 지켜보고 있다가 적당한 때에 들어가는 게 좋겠군.”


참 나...

일이 또 이렇게 흘러갈 줄이야...


“그래. 일단 구경이나 계속하자. 이건 또 이거 나름대로 재밌겠네.”


블러드 나이트에 이은 살모사.

그리고 살모사에 이은 훈련단까지.


제단 위에 오른 에르윈과 교관들은 정령들은 무시하고 우선 살모사 녀석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는 녀석들.

이내 제단 위에는 욕설이 섞인 고성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나는 금안으로 먼저 교관들을 살펴보았다.


“오호...”


능력치는 다르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어 에르윈도 한번 살펴보니...


[에르윈]

HP / MP : 1000 / 300

힘 / 지력 : 400 / 100

방어력 / 저항력 : 75 / 60


“미친...”


저건 뭐 거의 보스다, 보스.

그때 목검으로 대련했기에 망정이지, 그냥 붙었으면 로니가 절대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NPC는 그 특성상 카오들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몹보다도 더 우선순위로 둔달까.


에르윈을 필두로 교관들 역시 무참히 녀석들을 썰어나갔다.

특히나 에르윈의 검 앞에선 모두 추풍낙엽처럼 썰려 나갔다.


살모사 녀석들 역시 타겟을 몹에서 NPC로 바꾸었다.

하지만 큰 의미가 없었다.

뒤에 있는 신녀들이 열심히 힐을 쓰고 있었기 때문.


녀석들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내 눈에는 훤히 보였다.

전혀 줄어들지 않는 NPC들의 HP.


“아~ 더 재밌어졌네.”


역시 사람 일이란 건 알 수가 없다.


카오들이 마을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저것이었다.

NPC가 플레이어들보다 훨씬 더 강하기 때문.


절반 정도가 쓰러지자, 항전하던 녀석들은 결국 싸움을 포기하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를 놓칠 NPC들이 아니었다.

세상 끝까지 쫓아갈 기세로 달려가 녀석들을 처단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에르윈은 다른 교관들보다도 더욱 빨랐다.

도망쳐봤자 따라 잡히는 건 시간 문제.


결국 부길마 소포이는 결국 에르윈의 배쉬를 맞고 스턴에 걸렸다.

그리고 에르윈이 몇 번 검을 쓱싹이자 그녀는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살모사 길드는 모조리 섬멸됐다.

이에 다시 타겟을 바꾼 NPC들.

에르윈을 필두로 이들은 다시 제단 위로 올라가 정령과 교주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총 10명의 교관은 각자 정령을 하나씩 맡았다.

교주를 상대하는 것은 역시나 에르윈.


교관마다 신녀가 한 명씩 짝을 지어 계속해서 힐을 밀어주고 있었다.

에르윈을 담당하는 신녀는 모두 셋.

이들 역시 다른 신녀보다 더욱 뛰어난 신녀들이었다.


“우리는 언제 들어갈까?”


“결계가 쳐지는 순간.”


“오케이.”


한마디로 2페이즈에 참여하자는 말.


숫자는 적었지만 NPC들 하나하나가 정예 멤버다 보니 오히려 앞선 길드 사람들보다 더 빠르게 정령을 몰아치고 있었다.

그중 발군은 역시나 에르윈이었다.


다르크 다음엔 소포이.

소포이 다음엔 에르윈.

어찌 된 게 교주를 상대하는 건 전부 여자였다.

여인천하구만...


시간이 흐르자 중급 정령들이 먼저 무릎을 꿇었다.

이에 교관들의 화력이 상급 정령에게 더욱 집중됐다.

교주 역시 HP가 꽤 많이 닳았다.

그리고 머지않아 모든 정령이 무릎을 꿇던 순간.


“오... 이제 시작되나 보다.”


분노에 찬 교주가 양손으로 지팡이를 강하게 바닥에 내리꽂았다.


쿠구구구구.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제단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망성이 빛을 발하더니 곧 10마리의 상급 정령이 또 한 번 소환되었다.

게다가.


“때가 왔군.”


돔과 같은 형태로 제단 전체를 감싼 반구형의 불투명한 결계가 생겼다.


“가자, 로니.”


2페이즈의 서막을 알리는 결계.

우리는 석상 위에서 내려와 곧장 제단을 향해 달려갔다.


“생각해놓은 작전은 있어?”


“그런 것이 필요한가?”


말을 말자...


이내 결계 앞에 다가선 우리 둘.


“신기하네.”


이 결계는 들어갈 땐 마음대로지만 나올 땐 아니었다.

일방통행과도 같아서 한번 들어가면 제단 밖으로 도망칠 수가 없었다.

귀환석 사용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딱 두 가지였다.

교주를 죽이거나, 아니면 본인이 죽어서 요새로 강제 귀환 되거나.


잠시 결계를 구경하고 있는 동안, 로니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나 역시 곧장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오니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정령들과 교관들이 또 한 번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고, 제단의 가운데에선 에르윈이 맹렬히 교주를 상대하고 있었다.


“보자... 어디로 갈까...”


전황을 살펴보니 교관들은 각자 맡은 바를 잘 소화해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에르윈한테 바로 가자, 로니.”


보스를 바로 공략하는 것이 상책.

조심조심 정령들을 피해, 우리는 제단의 중앙부로 이동했다.

하여 마침내 마주치게 된 보스.


[이교도 교주 다이치] [상급]

HP / MP : 1500 / 1200

공격력 / 마법력 : 40 / 150

방어력 / 저항력 : 60 / 100


2페이즈로 돌입하면서 교주의 HP와 MP가 모두 회복되어 있었다.


“애송이 년! 어디까지 버티나 한번 보자꾸나, 하하하하!”


교주는 에르윈에게 굵은 뇌전 마법을 마구마구 쏘아대고 있었다.


“오우... 로니, 우리 잠깐 뒤로 물러나야겠는데?”


살벌한 저 공격을 보니 지금 우리가 낄 때는 아닌 것 같았다.


평범한 플레이어였다면 진작 골로 갔겠지만, 에르윈은 신녀의 도움을 받으며 잘 버텨내고 있었다.

다만 교주 역시 아주 쌩쌩한 상황.


무슨 술수를 부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은 미끄러지듯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에르윈의 공격을 흘려내고 있었다.

아마 제단의 영향인 듯했다.


어느 쪽이 우세하다 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

인파이터처럼 파고드는 에르윈.

반면 아웃복서처럼 거리를 벌리며 계속 공격을 쏟아내는 교주.

그러다 잠시 소강상태가 찾아온 순간.


“성가신 벌레 같은 것들...”


높이 들어 올린 교주의 지팡이에서 원형의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으윽...”


“아앗...”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짧은 신음.

에르윈을 비롯한 모두가 고개를 떨구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나와 로니는 빼고.


“흐흐흐... 모두들 랑그님을 위한 제물이 될지어다!”


이에 다시 한번 에르윈을 향해 마법을 쏟아붓는 교주.


현기증이라는 광역 CC기에 걸려 신녀 역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이러다간 진짜 에르윈이 죽을 수도 있었다.

해서 나는 재빨리 에르윈에게 큐어를 사용했다.


사아아.


불결한 것을 씻어내리듯, 하얀빛이 에르윈의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렸다.

덕분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곧장 교주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순간 당황한 교주.

하지만 다시 한번 기묘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에르윈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러면서 나를 노려보는 녀석.


“어째서! 어째서 네놈은 멀쩡한 것이냐!”


“어. 나 언데드거든.”


정확히는 언데드로 판정받는 사람이지만.


“무슨?!”


정신 계열 마법 따윈 언데드에게 먹히지 않는다.

나와 로니에겐 그저 아무 피해 없는 충격파였을 뿐.


녀석과 시시콜콜 담소나 나눌 상황은 아니었다.

나는 재빨리 신녀에게도 큐어를 시전했다.


정신을 차린 신녀는 다른 신녀에게 큐어를 시전했다.

이렇게 연쇄적으로 신녀들이 큐어를 시전하자, 현기증에 걸렸던 모든 이들이 곧 다시 멀쩡한 상태로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똥 씹은 표정이 된 교주.

하지만 아직 나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저놈 새끼 발을 좀 묶어놔야겠네.”


나는 교주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 곧장 슬로우를 소환했다.

이내 지팡이 주변을 맴도는 검은 사슬.

흡사 날아가는 뱀처럼 사슬은 빠른 속도로 교주에게 날아갔다.


“이... 무슨!”


처음으로 속도가 조금 늦춰진 녀석.

에르윈은 놀란 눈으로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이내 교주를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처음으로 따라잡는가 싶었다.

하지만.


파아앗.


자신에게 디스펠을 써서 슬로우를 풀어낸 교주.

그러나.


“응. 디스펠 해봐 병신아~ 계속 걸면 그만이야.”


나는 양손을 나팔 삼아 외친 후 곧바로 슬로우를 또 한 번 날려 보냈다.


또다시 느려진 교주.

나를 보며 욕을 하려는 듯했지만, 쫓아오는 에르윈 때문에 그럴만한 여유도 없어 보였다.


자신에게 다시 한번 디스펠을 쓰는 녀석.

허나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나는 그 타이밍에 맞춰 또 한 번 슬로우를 날려 보냈다.


“아~ 재밌네, 이거.”


크으...

이 맛에 흑마법사 한다.

역시 싸움은 구경하는 것보다 직접 참여하는 것이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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