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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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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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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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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DUMMY

길드 마스터가 거주하는 곳답게 이곳 아지트는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오랜만입니다, 디오님.”


다르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


슈웅!


“언니! 디오님이 오신다면서! 그럼 로니도 같이 오는... 로니야!”


소식을 들은 것인지 자리에 없던 니싸도 곧장 아지트로 귀환했다.


“로니이~! 우리 귀여운 로니, 이리 와! 누나가 안아줄게!”


니싸는 양팔을 뻗어 로니를 안으려 했다.

하지만 로니는 망치를 앞으로 내밀어 니싸가 다가오는 것을 막고 있었다.


“...니싸. 손님께 이게 무슨 무례냐. 죄송합니다, 디오님.”


다르크는 그런 니싸의 로브 뒷덜미를 잡고 조용히 뒤로 끌고 가 탁자 앞 빈 의자에 강제로 앉혔다.


“얌전히 있어, 제발.”


“알았어... 요...”


확실히 길마는 길마인지 천방지축인 그녀도 다르크 앞에선 얌전한 고양이 신세가 되었다.


“두 분도 이리 오시지요.”


다르크는 다른 빈자리를 가리키며 우리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이에 나와 로니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나란히 착석했다.


못 보던 얼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블러드 나이트의 간부들일 텐데 니싸와 만춘 빼고는 모두 처음 보는 이들이었다.


“길드가 많이 번창했네요. 못 보던 분들도 많이 계시고, 아지트도 세 곳이나 쓰시고요.”


“번창이랄 게 있겠습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커진 것이지요. 그나저나 디오님도 더욱 강해지신 듯합니다. 이젠 흑마법사의 기운을 정말 물씬 풍기시는군요.”


“아, 이거요? 그냥 강화 효과일 뿐이에요. 검은 오라 같긴 한데 별 능력은 없어요.”


네크로맨서 옷의 강화 효과는 말 그대로 외형적인 효과밖에 없다.

하지만 나를 보는 이들의 눈엔 그렇게 보이지 않는 듯했다.


“근데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고 저를 수배까지 내리신 거예요?”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 저 만나면 연락을 전하라고 길드 전체에 이야기하셨다면서요?”


“...그 뜻이었군요.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잠시만요.”


나는 곧바로 친구창을 열었다.

그리고 설정을 바꾸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친구 추가 할게요. 앞으로 하실 말씀 있으면 저한테 바로 연락하세요. 귓속말로 해도 되고요.”


불카누스에 이어 다르크 역시 핫라인을 개통했다.

그렇게 대화 창구를 열어 놓은 후 나는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저를 찾으신 거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생각은 없었다.

나의 단도직입적인 태도에 다르크는 나와 로니를 번갈아 본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짐작하고 계신듯하니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분 모두 힘을 보태주십시오.”


“용병으로요?”


“그렇습니다.”


“아까 게시판에 몰드보트가 쓴 글을 잠깐 봤어요. 자세히는 못 봤는데 그 일 때문에 그런 건가요?”


지금 이 자리에 다르크와 간부들이 모여있는 것도 아마 살모사와의 일 때문일 것이다.

한참 회의를 하고 있었을 텐데 어쩌다 보니 나도 같이 참석한 꼴이 되어버렸다.


“그렇습니다. 한번은 부딪혔어야 할 일이지요.”


“아니, 뭐 사이가 안 좋아서 싸우는 건 알겠는데 이렇게 대외적으로 선포하면서까지 전면전을 벌이는 이유가 있나요?”


“있습니다.”


“뭐죠, 그 이유가?”


“정령의 탑. 이번 전쟁의 승자가 정령의 탑의 이용 권리를 모두 갖기로 약속했습니다.”


날갯짓 고원의 고정 던전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던전인 정령의 탑.


참고로 날갯짓 고원에는 세 종류의 고정 던전이 있다.

지하수로, 어둠의 전당, 그리고 정령의 탑.


지하수로는 총 다섯 곳이 있으며 어둠의 전당은 총 세 곳이 있다.

하지만 정령의 탑은 단 한 곳만 존재하는 날갯짓 고원의 유일한 던전이었다.


“이용 권리라고 하니까 좀 웃기긴 한데, 어차피 거기는 걔들이 독차지하고 있잖아요? 근데 뭐 하러 걔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려 하는 거죠?”


이에 다르크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확실한 승리, 공식적인 우위를 갖고 싶어서겠지요. 양강 구도가 아닌, 이곳 날갯짓 고원의 최강 길드라는 타이틀을 말입니다.”


현재 살모사 길드는 정령의 탑 주변을 그들의 주둔지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니 탑 역시 현재 그들이 독차지하고 있었다.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기면 그걸 바탕으로 더 설쳐댈 테고...”


보아하니 이는 둘 간의 단순한 이권 다툼이 아니었다.

향후 두 길드의 성장 및 위상 변화에 있어 큰 분기점이 되는 중요한 전쟁이었다.


“만약 블러드 나이트가 이기게 되면 걔들이 깔끔하게 물러난다고 하던가요?”


“물러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카오들인 만큼 사망하거나 귀환하게 되면 곧장 연옥으로 끌려갈 테니까요. 설령 일부가 살아 도망친다 해도 세력이 위축된 상황에서 다시 탑 주변을 점령할 수는 없을 겁니다.”


사실 녀석들이 탑 주변을 주둔지로 삼은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정령의 탑은 기암괴석들이 울타리처럼 원을 이루는 그 한 가운데에 있었다.

문제는 이 기암괴석이 워낙 높아 플레이어들이 넘나들 수가 없었다는 점인데, 이 때문에 기암괴석이 이어져 있지 않은 단 한 군데만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간신히 출입을 할 수 있었다.


천연의 요새가 따로 없었다.

하여 안쪽을 선점한 녀석들이 아예 주둔지를 차려 좁은 입구를 막고 있으니, 다른 이들은 이곳에 출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살모사들을 몰아낸 후엔 다르크님도 그곳을 통제하는 건가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모두가 공평하게 누려야 할 것을요.”


알면서도 물어봤다.

그녀를 도울 명분을 내 귀로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그건 뭐 저랑 의견이 같네요. 좋습니다. 용병으로 참여할게요. 근데 지금 전력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 거죠?”


“저희가 100명가량이니, 그쪽이 50명 정도는 더 많겠군요.”


힘의 균형이 살모사 쪽으로 기운 지는 제법 되었다.

그러니 용병으로 그 차이를 메우려는 것이었다.


“근데 길드 대 길드 싸움에서 용병을 고용한다고 하면 그쪽에서 뭐라 하진 않던가요? 성격상 가만히 있을 리가 없을 텐데요.”


이에 다르크가 침묵하자 만춘이 질문을 이어받았다.


“저희보고 뭐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다른 이들에게 공표를 했죠. 블러드 나이트를 돕는 이들은 척살령을 내릴 거라고요.”


“으휴... 그놈의 척살령...”


“게시글에 몰드보트가 강조해서 명시했습니다. 용병으로 참여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고.”


한마디로 블러드 나이트 측에 참여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대놓고 협박하는데 누가 살모사와 척을 지면서까지 참여하겠는가.


“그래서 저희도 고민입니다. 과연 용병들이 모일지 말이지요...”


“뭐... 그래도 올 사람은 오겠죠. 근데 모집 조건이 어떻게 되는데요?”


“우선 50명을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보수는 인당 1만 골드. 만약 지원자가 거의 없다면... 2만 골드까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솔직히 돈으로 해결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 저와 로니는 둘이니까 많아 쳐봐야 4만 골드겠네요?”


“아닙니다. 디오님은 특별한 분이시니 당연히 더...”


“그래요? 특별 대우를 해주신다니 감사하네요. 그럼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흥정을 할 때는 드래곤 마운틴 화법만 한 게 없다.

얼마를 줄 거냐는 내 질문에 만춘 역시 잠시 입을 닫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저 이에 관심 없는 니싸만이 로니의 관심을 끌기 위해 손을 꼼지락거리고 있을 뿐.

물론 로니는 먼 곳을 쳐다보며 그녀를 무시하고 있었다.


“이거야 원 분위기가 싸늘해서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것 같네. 그럼 제가 제시할게요.”


결국 내가 먼저 나섰다.

나는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다르크를 향해 손을 뻗었다.


“...3만 골드를 원하시는 겁니까?”


하아...

이 누님 참 순진하시네...


“아이고, 누님... 돈도 많으신 분이 왜 이러십니까... 고거 3만 골드 먹고 인건비나 나오겄어요? 로니야, 슬슬 오함마 준비해야 쓰겄다.”


그러면서 로니를 쳐다보자, 로니는 이 미친놈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3만이 아니라 30만이요. 우릴 그렇게 헐값에 쓰려고 그랬어요?”


30만이라는 말에 모두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30만이라... 진심이십니까?”


“진심이죠. 저 농담 따먹기나 하려고 여기 있는 거 아니에요.”


상상도 못 한 금액일 것이다.

현금 가치로 무려 3천만 원.

아무리 중요한 전쟁이라지만 한 사람에게 주기엔 너무나 큰돈이었다.


“그럼... 두 분을 다 모시려면 60만 골드라는 뜻입니까?”


“에이, 그건 아니고요. 로니랑 저는 한 팀이에요. 합쳐서 30만인 거죠. 저 그렇게 양심 없진 않아요.”


합쳤든 아니든 30만은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에 만춘이 또 한 번 대화에 나섰다.


“디오님. 두 분이 강하신 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30만이라니요? 그건 너무 과합니다. 저희도 정해진 예산이라는 게 있습니다.”


“알죠. 근데 저도 사정이 있어서 그래요. 아니, 뭐 흑마법사는 땅 파서 장사하는 줄 아십니까?”


“......”


“그리고 제가 30만을 받겠다는 건, 못해도 30인분은 하겠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골드가 많이 필요한 거고요.”


“그렇지만...”


“아니, 어제 그 메시지 못 보셨어요? 여왕개미 잡았다는 메시지요.”


여왕개미 레이드에 성공했다는 메시지는 날갯짓 고원의 모든 플레이어에게 예외 없이 전달된다.

이 말에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마냥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제가 여러분들을 이해시킬 생각은 없어요. 대신 하나만 물어볼게요. 뱀새끼들... 이기고 싶지 않아요?”


“......”


“이겨야 돼요, 반드시! 왜냐면 여러분이나 저나 탑에 가야 하니까요!”


“......”


“그 쓰레기 같은 자식들 때문에 원소석도 제대로 못 구하고 있잖아요.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참에 싹 밀어봐요. 제가 도와드릴 테니까.”


그들이 카오든 아니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모두가 누려야 할 귀한 사냥터를 남들은 사용하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건방진 새끼들...

그런 건 내가 차마 눈 뜨고 봐줄 수가 없다.


“30만 골드가 엄청 큰돈인 건 저도 알아요. 그니까 조건을 하나 걸 게요. 만약 전쟁에서 패한다, 그러면 한 푼도 빠짐없이 모두 돌려드릴게요.”


이에 다르크가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반대로 승리한다, 그러면 한 가지 부탁만 들어줘요.”


“무엇입니까?”


“한 시간만 저 혼자 탑을 사냥하게 해줘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시간만이요. 전쟁에서 승리하고 난 바로 직후예요.”


.

.

.


열흘 뒤.


“...길마님 이제 들어가시죠. 아마...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약속한 시간이 10분이 더 지났지만 디오는 결국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다르크는 씁쓸한 마음을 안고 기암괴석의 울타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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