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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44,501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3.01.2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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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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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62화

DUMMY

고스트 쪽도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놈들이 발악한 탓에 이제는 그 수가 열댓밖에 남지 않았다.


2층으로 내려가기 전, 계단 앞에 선 나는 다시 한번 로니에게 확인차 물었다.


“진짜 귀환할 수 있는 거지?”


“겁쟁이인 건 여전하군, 디오.”


“저기요, 선생님? 겁쟁이가 아니라 이럴 땐 신중한 사람이라고 해야 하는 겁니다.”


고정 던전이 껄끄러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귀환 불가라는 제약이었다.

어둠의 전당의 경우, 1층에선 귀환이 가능하지만 2층부터는 귀환이 불가능하다.

해서 2층으로 들어선 후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던전을 클리어하거나, 아니면 죽거나.

헌데 로니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귀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 신중한 너는 여기 남도록. 이 몸 혼자서 다녀올 테니.”


“물가에 애를 내놓고 어떻게 가냐? 가자, 가.”


애초에 가기로 마음먹었으니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먼저 내려가는 로니를 따라 나 역시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왔다.

물론 고스트들도 우릴 따라 같이 내려왔고 말이다.


2층의 형태는 1층과 비슷했다.

복도와 방이 번갈아 나오는 구조.

다만 차이가 있다면 출현하는 몬스터가 조금 더 추가된다는 점이었다.

바로 저 녀석처럼.


[타락한 사제] [중급]

HP / MP : 200 / 0

공격력 / 마법력 : 0 / 65

방어력 / 저항력 : 20 / 30


집행자의 법사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몬스터.

마법력이 높아 로니에겐 조금 버겁겠지만 거리만 떨어져 있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사제를 발견한 로니는 곧장 화살을 쏘아 보냈다.

선공을 당한 녀석은 눈을 부라리며 로니를 향해 달려왔지만 연이은 화살에 공격 한번 하지 못하고 그만 사망하고 말았다.


또 다른 녀석도 볼 수 있었다.


[블루 고스트] [중급]

HP / MP : 75 / 0

공격력 / 마법력 : 0 / 0

방어력 / 저항력 : 0 / 10


레드 고스트와는 달리 MP를 빨아먹는 녀석.


“이리 와.”


내가 손짓하자 녀석은 곧장 나에게로 날아왔다.

입을 쩍 벌렸지만 예상대로 MP를 흡수하진 못했다.

이에 흠칫하며 당황하는 녀석.


“너도 잠시 뒤로 가 있어.”


나는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린 후 손으로 뒤를 가리켰다.

뒤쪽엔 이미 열댓의 레드 고스트가 대기하고 있었다.

눈치를 살피던 녀석은 결국 얌전히 그들이 있는 곳으로 합류했다.


2층에는 집행자와 사제, 레드 고스트와 블루 고스트가 출현한다.

특히나 법사들을 가장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 이 블루 고스트였다.

하지만 나에겐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 녀석.

언데드로 판정받는 나는 이곳에선 그야말로 사기 캐릭이었다.


사제가 죽은 자리에는 원혼석이 떨어져 있었다.

1층보다는 2층이 템 드랍률이 더 높은 편인데, 이 때문에 귀환 불가라는 페널티를 무릅쓰면서도 사냥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통제를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


원혼석을 주운 후, 우리는 계속해서 던전을 탐방했다.

2층을 다 둘러볼 셈이었는데, 통제를 하는 곳인 만큼 살모사 길드 외의 플레이어는 찾아보기 어려울 듯했다.


집행자나 사제와 마주치면 나와 로니가 그 자리에서 즉결 처형했다.

대신 고스트들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모아가기만 할 뿐.


그렇게 돌아다닌 지 얼마 되지 않던 무렵.


“안녕, 얘들아.”


나는 저 앞에 있는 두 살모사 놈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길드원이 아닌 자를 보자 의아해하는 이들.


“뭐야 저 새끼? 어떻게 들어 온 거야?”


“그러게?”


하지만 나도 의아한 점이 있었다.


“니네 왜 카오가 아니냐?”


길드 문양은 살모사 길드인데 ID가 평범한 플레이어들처럼 하얬던 것.


“디오? 어! 그 흑마법사!?”


“어. 나 디오 맞으니까 어서 묻는 말에 대답해.”


잠시 어리둥절하는 이들.

하지만 곧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어떻게 왔는지는 몰라도, 여긴 우리 구역이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꺼져라.”


“어떻게? 귀환석도 못 쓰는데?”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죽어야지.”


곧바로 무기를 치켜드는 녀석들.


“쯧쯧... 이 미친놈들아.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냐?”


“...뭐?”


“얘들 안 보여?”


그러면서 나는 내 뒤에서 뭉쳐있는 고스트들을 가리켰다.


“얘들아. 저기 싱싱한 놈이 둘이나 있다. 저기로 가라 이제.”


나는 살모사 놈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생기를 빨아먹을 대상이 나타나자 신이 난 고스트들.

우글우글 뭉쳐있던 이들은 마치 내 명령을 따르듯 놈들을 향해 날아갔다.


“뭐... 뭐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이들.

황급히 달아나기 시작했지만 어림없었다.

고스트들의 이동속도는 플레이어들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


“저리 가 이 새끼들아!”


벌떼에 쫓기는 것 마냥 두 놈 모두 손을 휘저으며 달리고 있었다.

그중 법사 한 명은 뒤늦게 마법을 쏘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늦었다.


“아악!”


순식간에 고스트들에게 둘러싸이자, 둘 다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바닥에 누워버렸다.


“후후후후.”


이 광경이 즐거운 로니.

다굴 앞에 장사 없는 모습을 보자 나 역시 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강제 귀환 되기 전, 나는 녀석들에게 다가가 다시 한번 물었다.


“아직 대답 못 들었어. 니네 왜 카오가 아니냐?”


“그걸 알아서 뭐하게 이 새-”


욕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요새로 귀환 된 그들.

사실 답하지 않아도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곳 보스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기에 2층에서 사냥한 후 다시 요새로 돌아가려면 사실상 죽어서 가는 수밖에 없었다.

허나 카오 상태에서 죽거나 귀환석을 쓰면 요새가 아닌 ‘그곳’으로 귀환 된다.

하여 그런 불상사를 피하고자 원혼석 수급 담당인 놈들은 카오가 아닌 상태에서 사냥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나 마나 이런 놈들이 더 있을 게 뻔했다.

나는 곧장 지도를 열어 2층 전체를 한번 훑어보았다.


역시나 가장 많은 것은 검은 점들이었다.

검은 점은 몹을 의미했는데, 층 전반에 걸쳐 고루고루 분포하고 있었다.


하얀 점은 카오가 아닌 상태의 플레이어였다.

그래 봤자 모두 살모사 놈들이겠지만...

군데군데 퍼져 있는 것으로 보아 구역을 나누어 사냥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빨간 두 점 있었다.

카오를 의미하는데, 1층에서 계단을 지키고 있던 그 두 놈인 듯했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나는 놈들의 적인 고스트들을 아군 삼아 계속해서 데리고 다녔다.

그렇게 중간중간 집행자와 사제만 처리하며 던전을 순방하던 중, 나는 또 다른 살모사 놈 셋과 마주쳤다.


“가라 고스트! 너로 정했다!”


나의 손짓에 타겟을 바꾼 고스트들.

어리둥절하던 세 녀석 역시 뒤늦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늦었죠?


“아악!”


복도에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

발악하긴 했지만 결국 셋 다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안 그래도 마음에 안 들던 놈들이라 언제 한번 교육시킬 참이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빨리 올 줄 몰랐다.


하지만 놈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지도를 보니 흩어져 있던 이들이 한 곳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아마 길드 채팅을 통해 이 상황을 전달받았을 터.


대충 수를 세어보니 얼추 30명 가까이 되어 보였다.

아무리 고스트가 많다 한들 저 인원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인 상황.

이에 나는 고스트를 더 모으기 위해 최대한 외곽으로 던전을 돌기 시작했다.


한참을 바깥쪽으로만 돌아다닌 탓인지, 대기하던 녀석들도 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내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한 명씩 정찰조를 보내기 시작한 것.


이들은 내 위치를 모르지만 나는 미소바의 지도 덕분에 이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맵 핵을 쓰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정찰조를 보내는 것은 오히려 나에겐 좋은 일이었다.


로니는 정찰조가 올 만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곤 꺾어진 복도 벽에 붙어 녀석이 나타날 때까지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벽을 투시하여 녀석이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내 고개를 빼꼼히 내민 녀석.

하지만 그의 얼굴을 맞이하는 것은 암녹색의 망치였다.


콰앙!


그렇게 로니는 또 한 놈을 처리했다.


나 역시 다른 쪽 복도에서 매복하고 있었다.

상대가 거의 다 다가왔을 무렵, 나는 먼저 튀어 나가 소환해둔 라이트닝을 날려 보냈다.

이와 동시에 녀석을 덮치는 고스트들.


이런 식으로 야금야금 살모사 놈들을 잡아내자, 이들은 더 이상 정찰조를 보내지 않았다.

그저 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 중앙의 큰 방에 몰려있을 뿐.


시간은 나의 편이었다.

계속해서 외곽을 돈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이게 고스트야, 구름이야?”


복도를 꽉 매운 레드 고스트와 블루 고스트들.

마치 빨간 구름과 파란 구름이 뒤엉킨 것 같았는데, 못해도 도합 100마리는 될 듯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준비를 마친 나는 곧장 중앙의 큰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방으로 이어지는 복도는 총 네 곳.

그중 한 곳에 도착한 나는 살짝 고개를 내밀어 그들의 동향을 먼저 살폈다.


“조장님.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리고 있어야 합니까? 우리가 먼저 그 새끼를 찾아다니면 안 됩니까?”


“안 돼 새꺄. 시야가 트인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돼. 복도로 들어갔다간 그 새끼 농간에 놀아나는 거라고.”


“하지만 벌써 한 시간째 이러고 있지 않습니까?”


“더 기다려. 정 안 되면... 부길마님께 지원을 요청하는 수밖에.”


“앗... 그건...”


멀어서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저들의 표정을 보니 모두 불만이 한가득했다.

그러든 말든 이쪽은 준비가 끝났다.

나는 로니를 보며 시작하자는 의미로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후후.”


이에 대뜸 앞으로 나선 로니.

곧장 활시위를 당겨 그들에게 화살을 쏘아 보냈다.


푹!


“아악! 뭐야!?”


이로써 시작된 전투.

굶주렸던 고스트들이 화살이 날아간 방향을 따라 일제히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왔다! 법사들 빨리 파이어볼 날려!”


다급한 조장의 외침.

그 말에 대기하고 있던 법사들이 미리 소환해둔 파이어볼을 일제히 날려 보냈다.


하지만 고스트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순식간에 흩어져 동시에 광역 피해를 입는 것을 최소화했다.


살모사 놈들의 수는 대략 25.

그중 15명이 법사였지만 100에 가까운 고스트들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날아드는 로니의 화살.

로니는 일단 앞서 도망쳤던 두 카오 녀석들을 먼저 처리했다.

타락의 기운이 내게로 날아와 흡수된 것은 덤.


방안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욕지거리와 비명 사이로 고스트들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함께 섞여 불협화음을 이루었다.


물론 그들도 꽤나 선방했다.

악명높긴 해도 제법 수준 있는 플레이어들로 구성된 탓인지 생각보다 고스트들을 많이 처리했다.


그래도 승리는 고스트들의 것이었다.

30마리가량을 남기고 법사들이 모두 사망한 것이다.


남은 전사와 궁수들은 이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흩어져 달아났지만 고스트들의 추격을 뿌리칠 순 없었다.

결국, 머지않아 모든 이들이 HP가 빨려 사망했다.

그렇게 던전을 통제하던 살모사 놈들은 한순간에 궤멸되고 말았다.


속이 다 후련했다.

정말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릴 정도로.

허나 기뻐하기에 앞서 아직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나는 곧장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살아남은 고스트들을 다시 모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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