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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44,478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2.06.15 21:20
조회
785
추천
13
글자
11쪽

13화

DUMMY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금속음.

전략이나 전술이랄 것은 찾아볼 수 없는 백병전이 펼쳐졌다.

한마디로 개싸움.

나는 뒤에서 라이트닝 볼트나 한 방 날리며 이에 손을 보탰다.


양측 모두 수는 비슷했지만, 전력이 비슷한 것은 아니었다.

오크와 일대일에서 밀릴 이들은 아니었기에, 몇 번의 투덕거림 끝에 오크들은 모두 깔끔히 정리되었다.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다시 진군하겠습니다!”


역시나 다르크가 힘차게 외치며 선봉에 나섰다.


이후로도 종종 소수의 오크 무리와 마주쳤다.

하지만 그저 훌륭한 잡템 공급원일 뿐, 우리의 앞길을 막진 못했다.

그렇게 파죽지세로 치고 나가던 무렵.


“다들 조심하세요! 이번에는 숫자가 좀 더 많습니다!”


얼추 30마리는 되어 보이는 오크 무리.

나름 긴장될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혀 기죽지 않은 그녀.


“제가 먼저 최대한 숫자를 줄일 테니 나머지 녀석들을 맡아주세요!”


오...

역시 강자의 여유인가.

그녀는 곧장 오크 무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나갔다.


“쿠오오!”


잔뜩 흥분한 녀석들은 곧 다르크를 에워쌌다.

그리고 이어지는 집단 린치.

하지만.


“다... 다르크가 쓰러지지 않아!”


전혀 줄어들지 않는 다르크의 HP.

누군가가 그녀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확실히 장비가 좋으니 그만큼 방어력이 높을 터.


반면 오크들은 하나둘 그녀의 검에 썰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녀석들은 곧 타겟을 바꾸어 우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또다시 펼쳐진 백병전.


콰릉! 서걱! 퍼억!


온갖 공격이 난무하며 다시 한번 개싸움이 펼쳐졌다.

이전보다는 조금 더 길게 이어진 전투.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다르크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HP와 MP가 어느 정도 닳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쉬겠습니다!”


사람들을 둘러보며 전력을 살피는 그녀.

한두 번 통솔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전형적인 리더의 모습이랄까.


곧 다시 회복한 우리는 계속해서 그녀의 통솔하에 진격해나갔다.

중간중간 계속 전투가 있었지만, 결과는 연전연승.

그렇게 속도는 조금 느리더라도 안전하게 진군하던 무렵.

마침내 저 앞에 투박하게 생긴 부락 건물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다르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말했다.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부락 입구에 다가가면 오크 투사들도 함께 나올 겁니다! 만만한 녀석들이 아니니 다들 투사한테 먼저 마법을 날리세요! 일부는 제가 상대할 겁니다!”


오호...

박력 있네, 이 누님.

역시 사람은 능력이 있어야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 법.


이제 주변의 오크는 사실상 모두 척결됐다.

해서 남은 것은 부락 안의 오크들.

그곳에 오크 장군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우리는 진열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부락 입구를 향해 걸어가자, 보초를 서고 있던 오크가 우릴 발견했다.


“쿠오오!”


아군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거친 함성.

소리를 들은 오크들이 부락 안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중 투박한 무구들을 갖춰 입은 녀석들도 대여섯 보였다.

저들이 바로 오크 투사.


“모두 마법 장전! 말한 대로 오크 투사 먼저 잡으세요!”


그녀의 외침에 모두가 라이트닝 볼트를 소환했다.

전장에 감도는 긴장감.

팽팽한 대치국면을 깨뜨린 것은 역시나 다르크였다.


“돌격!”


가장 먼저 튀어나가는 그녀.

이를 기점으로 양 진영 모두 함성을 지르며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여! 저 더러운 호드 새끼들!”


“호렌더스의 영광을 위해!”


...하여튼 적응이 안 된다.

왜 이렇게들 과몰입하는 걸까.

그리고 저 이상한 대사들은 또 뭐고.


아무튼,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다르크는 자신의 길을 막아서는 오크들을 거침없이 베어버렸다.

그리고 곧장 오크 투사 둘을 맡아 상대하기 시작했다.

역시 능력자.


나머지 오크들은 우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중 섞여 있는 세 마리의 오크 투사들.

다르크의 말대로 우리는 미리 소환해놓은 라이트닝 볼트를 모두 투사들에게 날려 보냈다.


콰릉! 콰릉! 콰릉! 콰릉!


작은 벼락이 연속해서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쿠어어...”


역시 다굴 앞에는 장사 없는 법.

쏟아진 마법 앞에 세 투사 모두 공격 한번 펼치지 못하고 그대로 사망하고 말았다.


이제 남은 것은 일반 오크들.

허나 우리 측도 대부분 MP가 바닥난 상태였다.

쉽지만은 않은 상황.


그렇게 꽤나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다.

전세가 비슷하다 보니 마냥 개싸움처럼 싸울 수는 없었다.

해서 어느 정도 치고 빠지기를 반복.

위기의 순간도 있었으나, 덕분에 다들 살아남은 채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정리하고 보니, 다르크는 혼자서 투사를 둘이나 잡아낸 상황.

그녀는 다시 우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말했다.


“한 번 더 올 겁니다! 모두 회복되는 대로 방금처럼 마법을 장전해서 대기하세요!”


잠시 후.

역시나 그 말대로 또 한 번 오크 무리가 부락에서 튀어나와 결집했다.

숫자는 아까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


“쿠오오오!”


“가자!”


이번에도 양측 모두 함성을 외치며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투사를 상대하기 위해 먼저 튀어나가는 다르크.

뒤이어 쏟아지는 라이트닝 볼트들.


콰릉! 콰릉! 콰릉! 콰릉!


정확히 꽂혀 들어간 마법에 이번에도 몇몇 투사들은 힘도 써보지 못하고 먼저 쓰러지고 말았다.

남은 것은 개싸움.

다만 이번에는 녀석들의 수가 좀 더 많았다.

치고 빠지기를 반복함에도 조금씩 밀리는 상황.

결국, 전력의 손실이 불가피해 보이던 순간.


서걱!


빠르게 투사 둘을 처리한 다르크가 다시 돌아와 오크들을 썰기 시작했다.

혼자 종횡무진하며 무쌍을 찍는 그녀.

상여자가 따로 없다.


덕분에 전세는 우리 쪽으로 기울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오크들이 줄어나가던 무렵.


푸욱!


마지막 오크 역시 다르크가 등에 검을 꽂으며 마무리했다.

하지만 기뻐하기도 잠시.


“다들 뒤로 물러나세요! 이제 곧 보스가 나올 겁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


쿵. 쿵. 쿵.


2미터는 족히 넘는 거구.

시커먼 갑옷에 서슬 퍼런 도끼를 들고 다가오는 녀석.

필드 보스인 오크 장군이었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절대 공격하지 마세요! 제가 상대할 테니 저한테 힐만 밀어주세요!”


그러면서 다르크는 녀석을 향해 검을 겨눈 채 몇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곧 그녀 앞에 당도한 오크 장군.


“인간! 내 부하들을 모조리 죽인 게 너인가!”


오호...

그래도 꼴에 보스라고 말 다운 말은 할 줄 아네.

그 말에 다르크는 긴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답했다.


“내가 아니라 우리들이다. 물론 내가 가장 많이 죽이긴 했지만.”


“크크큭. 그렇군. 결국, 네년이 가장 강하다는 말이군.”


“그래.”


“좋다! 그 말이 사실인지 어디 한번 확인해 보마!”


그리고 곧바로 펼쳐진 전투.


후웅!


역시나 보스답게 꽤나 위협적인 도끼질이었다.

맞을 때마다 쭉쭉 닳는 다르크의 HP.

이에 우리는 서로 돌아가면서 그녀에게 힐을 넣어주었다.


공격이 매섭긴 했지만, 다르크는 잘 버티고 있었다.

게다가 조금씩 먹혀들고 있는 그녀의 공격.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아 전투 모드가 아니었다.

해서 자연스레 MP가 회복될 때마다 그저 힐만 밀어주면 되는 상황.


게다가 녀석의 패턴은 아주 단순했다.

무시무시하게 생겼어도 결국 오크는 오크.

힐을 쓴다고 힐러에게 어그로가 튀거나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대로만 흘러간다면 레이드 성공은 떼어 놓은 당상.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다들 다르크에 시선이 집중되어있을 때, 나는 주변을 한번 살펴보았다.

왼쪽을 보았을 땐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

내 바로 옆에 있는 놈의 눈빛이 이상했다.

뭔가 정상이 아닌 듯한 느낌.

예리한 나의 진상 레이더가 경보를 울리고 있었다.


이 새끼...

느낌이 쎄- 한데.

아니나 다를까.


“흐흐... 흐흐흐...”


갑자기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음 흘리는 녀석.

곧 그의 손에서 라이트닝 볼트가 소환됐다.


야.

하지 마라.

제발.


콰릉!


시발...


불길한 느낌은 피해가질 않는다.

이 미친놈이 갑자기 오크 장군을 공격한 것.

나는 본능적으로 왼쪽으로 튀며 최대한 놈과 멀어졌다.

모두들 황당해하는 사이.


“쿠오오오! 네 놈이 감히!”


어그로가 이 미친놈에게 튀어버렸다.

다르크를 제치고 빠르게 달려오는 오크 장군.

그를 응징하려 도끼를 높이 들어 올린 순간.


슈욱.


그는 귀환석을 사용해 마을로 귀환해버렸다.

갑자기 타겟이 사라진 상황.


“쿠오오오!”


이에 더욱 분노한 녀석은 주변의 다른 이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으악!”


“뭐, 뭐야!”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상황.

도끼질 한 번에 한 명씩 썰려 나갔다.

물론 미리 몸을 내뺀 덕에 나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타다다닥.


다시 어그로를 돌리기 위해 황급히 달려온 다르크.

그녀의 검에는 푸른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등짝을 향해 펼쳐진 일격.


슈왁!


부화의 마을에서 배울 수 있다는 전사용 스킬 ‘배쉬’.

제법 강한 공격이었는지, 다행히도 어그로가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갔다.


그 짧은 순간에 사망한 자는 총 넷.

다행히 아직 전력이 많이 남아 있었다.


“다들 거리를 벌리고 다시 저한테 힐만 밀어주세요!”


빠르게 수습하는 다르크.

그녀의 외침에 우리는 모두 뒤로 물러나 다시 힐을 밀어주기 시작했다.


상황이 진정되고 다르크와 오크 장군의 싸움이 다시 이어졌다.

그렇게 20여 차례 공방이 이어지던 순간.


“쿨럭... 내... 내가... 인간 따위에게...”


마침내 녀석이 검은 피를 토하며 앞으로 쓰러졌다.

우여곡절 끝에 레이드는 성공.


[‘다르크’님이 오크 장군을 쓰러뜨렸습니다.]


필드 보스를 사냥했다는 메시지가 이 지역 전체에 퍼졌다.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다르크.


사망한 녀석은 많은 양의 골드와 시커먼 무엇인가를 떨구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몰렸지만, 습득 권한은 오직 그녀에게 있기에 우리에겐 그저 그림의 떡일 뿐.

다르크는 곧바로 그 시커먼 무언가를 주워들었다.

생긴 걸 보아하니 오크 장군의 헬름.


부럽다.

나는 언제 저런 거 먹어보려나.


다르크는 곧바로 투구를 바꿔 착용했다.

확실히 보급형과는 다른 모습.

멋진 투구를 착용한 그녀는 곧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레이드에 성공할 수 있었네요.”


뭘, 감사하기까지야.

나도 그 덕에 도감을 3개나 완성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내가 감사할 따름이지.


“그리고 약속한 보수는 마을에 가서 드리겠습니다. 곧 광장에서 뵙죠.”


게다가 덤으로 100골드까지.

아주 보람찬 원정이었다.

이제 마을로 귀환해서 고용비만 받으면 정말로 끝.

하지만.


...뭐지?


저기 그녀 뒤로 풀숲에서 무언가가 번쩍였다.

그 순간.


사사사삭.


조그마한 녀석이 매우 빠른 속도로 오크 장군이 쓰러졌던 곳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금화를 야금야금 주워 자루에 담기 시작했다.


“저... 저건!”


누군가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온몸이 구릿빛인 작은 몬스터.

심지어 들고 있는 자루까지도 구릿빛인 녀석.

코퍼 그렘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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