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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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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44,482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2.06.1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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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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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4화

DUMMY

조그마한 체구와는 달리 녀석의 움직임은 매우 빨랐다.


슉. 슉. 슉. 슉.


금화를 집어넣는 손놀림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

그 짧은 시간에 족히 30개가 넘는 금화가 털렸다.


다르크도 이를 발견하고는 재빨리 달려가 배쉬를 사용했다.

하지만.


티잉!


맑게 울려 퍼지는 금속음.

흡사 구리 동상에 쇠붙이를 내려친 것 같은 소리였다.


공격당한 녀석은 멀리 튕겨 나가 데굴데굴 굴렀다.

하지만 큰 타격은 없었는지 곧바로 멀쩡히 일어섰다.


“키히히히.”


수확이 만족스러웠는지 녀석은 자루 안을 들여다보며 킥킥거렸다.

그리고 곧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도망쳤다.

점차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지는 녀석.


자식...

보는 내가 다 얄밉네.


아직까지 코퍼 그렘린을 잡아 본 플레이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잡게 되면 뭘 뱉어낼까?

궁금하긴 하지만, 이미 떠나간 버스.

다르크 역시 원하는 물건은 챙겼기에 크게 미련은 없어 보였다.


아무튼, 정말 볼 일이 다 끝났으니 우리는 마을로 귀환했다.

그리고 사망했던 이들까지 모두 광장에 모였다.

보수를 지급하기에 앞서 다르크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겐세이’님이 추방되었습니다.]


아까 라이트닝 볼트를 날린 녀석을 용병단에서 쫓아내는 것.

이후 그녀는 용병 창을 열어 보수 지급 버튼을 눌렀다.

모두에게 일시에 지급된 골드.


[보수 100골드를 지급 받았습니다.]


이로써 이번 임무는 정말로 끝이 났다.

하지만 다르크는 아까 사망한 플레이어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복구하는 데 쓰세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앗... 감사합니다.”


그들에게는 50골드씩 더 지급한 것.

사용 스탯과 미사용 스탯을 합한 총 스탯이 20 이상일 경우 사망 시 페널티가 발생한다.

총 스탯의 1/5만큼이 사용 불가 스탯으로 바뀌는 것.

이 페널티를 해제하기 위해선 여신상에 가서 일정 골드를 바쳐야 한다.


역시 수아르.

이 정도면 빛의 여신이 아니라 돈의 여신이다.


아무튼, 새삼 나는 다르크에게서 대인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처음엔 차가운 듯했지만, 인제 보니 넉넉히 베풀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었달까.

다음에 또 만날 일이 있으면, 그때도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이로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첫 레이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용병으로 참가했기에 주역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레이드는 레이드.

다음번엔 내가 직접 오크 장군을 사냥할 것이다.

물론 그게 언제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왜일까.

나는 그때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

.


“아아아악! 시발! 왜 실패냐고! 앞에 제물을 두 개나 날렸는데!”


란센트 앞에서 강화를 시도하던 한 플레이어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보아하니 실패한 셈.

나는 뒤에서 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물이라 함은 원래 강화하려던 물건 대신 미리 실패해서 날려 먹는 아이템을 말한다.

앞서 이렇게 제물로 강화 실패를 유도했으니, 다음번 강화는 성공확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 것.

전형적인 도박사의 오류다.

독립 시행의 개념을 이해한다면 저런 짓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물을 쓴다는 건 단지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

하여튼 인간은 이래서 재밌다.


레이드 이후 이틀간 나는 이전처럼 공동묘지에서 사냥했다.

해서 얻은 것은 20장가량의 강화 주문서.

다시 방어구를 강화할 때가 왔다.


아직 강화하지 않은 부위는 총 3개.

나는 넉넉하게 부츠, 건틀릿, 방패를 구입한 후 바닥에 쫙 깔아 놓았다.

그리고 소지한 주문서를 모두 꺼내 들었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강화를 하느냐고.

나는 답한다.

그곳에 아이템과 강화 주문서가 있기 때문이라고.


“가자.”


남자는 제물 따위 쓰지 않는다.

그런 건 겁쟁이들이나 하는 것.

나는 전단지를 붙이듯 주저 없이 주문서를 방어구에 갖다 붙였다.


빛난다. 사라진다. 사라진다. 빛난다. 사라진다...

그렇게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한 결과.


[초보자용 부츠 +2] [D급]

방어력 / 저항력 : 3 / 2

*+2 강화 : 이동속도 +5%


[초보자용 건틀릿 +2] [D급]

방어력 / 저항력 : 3 / 2

*+2 강화 : 공격속도 +5%


[초보자용 방패 +2] [D급]

방어력 / 저항력 : 4 / 2

*+2 강화 : 방어력 +1


“휴...”


주문서를 거의 다 사용한 끝에 세 부위 모두 +2 강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로써 방어력은 19.

모든 장비를 +2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마침내 달성.

이제 슬슬 더 큰물로 나아갈 때가 되었다.

이곳을 졸업할 때가 온 셈.


나는 잠시 도감을 열어 한 번 쭉 살펴보았다.

슬라임, 그렘린, 등등.

그리고...


[오크] [하급]

HP / MP : 35 / 0

공격력 / 마법력 : 16 / 0

방어력 / 저항력 : 4 / 4


[오크 투사] [하급]

HP / MP : 100 / 0

공격력 / 마법력 : 22 / 0

방어력 / 저항력 : 8 / 7


[오크 장군] [중급]

HP / MP : 200 / 0

공격력 / 마법력 : 30 / 0

방어력 / 저항력 : 15 / 15


지난 레이드로 완성된 도감들.

특히 오크 장군은 필드 보스라서 그런지 보상으로 스탯을 2개나 주어 총 4개의 스탯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고블린 장군, 브루탈 코볼트, 그리고 구울.

이 셋을 완성하면 이곳에서의 도감도 끝이다.


주저할 게 뭐가 있나.

결심이 선 나는 곧바로 고블린 땅굴을 찾으러 마을 밖으로 나섰다.


“일단 하나.”


땅굴이 보이는 족족 잽싸게 달려가 입장했다.

그리고 빠르게 클리어하기를 수차례.

이윽고 고블린 장군의 도감을 완성할 수 있었다.


다음은 브루탈 코볼트.

역시나 인기가 많은 지역이라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하지만 가죽이 목표가 아니라 도감이 목표였기 때문에 나는 부지런히 녀석들만 찾아 돌아다니며 라이트닝 볼트를 꽂아 넣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녀석의 도감도 완성.


이제 남은 것은 구울.

공동묘지로 가기 위해 나는 일단 마을로 귀환했다.

그리고 반대편 마을 입구로 발길을 옮기려던 순간.


“......”


잡화점 건물이 눈에 밟혔다.

구울 도감까지 완성한다면 이제 이곳 태초의 마을에 올 일도 없을 터.

그렇게 되면 딱히 미소바를 볼 일도 없을지 모른다.

NPC긴 해도 그간의 정이 든 것일까.

그래도 작별인사 정도는 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지냈어요?”


“오랜만에 오셨군요.”


안으로 들어가니, 여전히 미소바는 나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마침 아무도 없는 잡화점.


“앉으시지요.”


미소바는 손으로 의자를 가리킨 후, 늘 그렇듯 주전자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다시 한번 이곳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아늑한 인테리어와 잘 꾸며진 실내 장식들.

그러다 나는 벽면에 걸린 거울 앞에 멈춰섰다.

초보자용 헬멧을 착용하고 있는 내 얼굴.

눈코입만 간신히 보여 뭔가 우습기도 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잔하시지요.”


마침 차를 다 우려낸 미소바.

오늘도 나는 그와 탁자 앞에 마주 앉아 차를 홀짝였다.

무슨 말로 입을 열까 생각하던 중.


“이제 곧 떠날 때가 되셨나 봅니다.”


하여튼 귀신이다.

관심법 같은 게 패시브 스킬로 있는 건가?


“네. 그렇게 됐네요.”


“그러시군요.”


미소바는 잠시 차로 입을 축였다.


“착용한 장비만 보아도 그간 많은 성장을 하신 것 같습니다.”


“성장이라... 뭐 성장이라 부르기도 민망하네요. 그냥 거지꼴만 면한 거죠.”


“본인을 너무 과소평가하시는군요.”


“아뇨. 뭐 사실인데요. 아직 갈 길도 멀고.”


“갈 길이라...”


그러자 미소바는 잠시 상념에 잠긴 듯, 허공을 응시했다.


“아무튼,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 궁금했습니다. 그때 이후의 이야기도 궁금했었달까요.”


“그랬나요?”


“보시다시피 저는 이곳에 매인 몸. 그렇다 보니 바깥의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쩌면 제가 도달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기도 하지요.”


흠...

뭐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구나.


“해서 디오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제겐 참으로 즐거운 일입니다. 괜찮으시면 그때 이후의 일도 한번 들려주시겠습니까?”


“음... 그러죠. 근데... 제가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죠?”


“변태를 만났다는 이야기까지 하셨습니다.”


“아...”


생각났다.

그 터미네이터.


그때는 코볼트를 사냥할 당시의 이야기였다.

해서 나는 그 이후로 공동묘지에서 사냥한 일, 납골당에서 구울을 만나 도망친 일, 오크 장군 레이드에 참가한 일, 그리고 방금 고블린 장군과 브루탈 코볼트를 사냥한 것까지 모두 이야기해주었다.


“그래서 이제는 구울만 남으신 거군요.”


“네.”


“이후로는 어떡하실 예정입니까?”


“부화의 마을로 가야겠죠.”


“그렇군요...”


잠시 흐르는 정적.


그러다 미소바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영원한 것은 없지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이제 더 큰 세계로 나아가시겠군요. 알에서 나온 새처럼 말이죠.”


그 말을 듣자 나는 소설 데미안이 떠올랐다.


“하지만 디오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 진정으로 보는 것이지요.”


“......?”


“하하. 그냥 해본 말입니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다만...”


미소바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앞으로 먼 길을 가시게 될 텐데, 가다가 길을 잃지 마시라는 뜻에서 제가 작은 선물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 앞에 떠오른 메시지창.


[미소바의 선물]

잡화점의 주인인 미소바는 당신을 위한 선물을 만들려고 합니다. 작은 숲에 있는 레드 울프의 가죽 10개를 모아 미소바에게 전달하십시오.

*보상 : ?


이건... 히든 퀘스트?

숨겨진 업적이 있었던 것처럼 숨겨진 퀘스트도 있었던 모양.

그런데 이게 갑자기 왜 뜬 거지?

그간 우호도 같은 게 쌓여서 발동 조건을 만족시킨 건가?


“오크도 물리치셨으니 가죽을 구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보상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건 절대 놓칠 수 없다.


“알겠습니다. 구해오도록 하죠. 그런데 작은 숲이라고 하면 혹시...”


“맞습니다. 코볼트들이 출몰하는 곳 뒤편에 있는 그 숲을 말하지요.”


“......”


의아했다.

분명 그곳은 진입이 불가한 지역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 안으로 들어가냐는 듯한 표정이시군요. 맞습니다. 평소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지요. 하지만 허락된 자에게는 길을 내어 줄 것입니다. 가서 한번 확인해 보시지요.”


허락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충 퀘스트를 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그런 뜻인 듯했다.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죠.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요. 차가 식기 전에 다 모아올 테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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