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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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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31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2.06.1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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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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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화

DUMMY

순식간에 벌어진 일.

압도적인 무력 앞에선 구울 따위는 벌레만도 못한 존재였다.


정적만이 감도는 납골당.

침묵하던 검은 해골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실소를 흘렸다.


“종잡을 수가 없는 녀석이군...”


또다시 흐르는 정적.


“...다음번엔 조금 더 일찍 들어와야겠어.”


다음을 기약하며 그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이번엔 이거 한번 시켜봐야겠네.”


오늘은 발주를 넣는 날.

재고가 떨어진 상품을 다시 채워 넣고, 행사 상품인 신제품을 시키기도 한다.


올해로 벌써 5년째.

편의점 알바를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다.

하여튼 사람 일이라는 것은 어찌 될지 알 수가 없다니까.


그간 나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평범한 초중고시절을 보낸 후, 스무 살이 된 나는 남들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대학생이 된 것.

그저 책을 읽는 것이 좋아 국문학과에 입학했지만, 현실은 내 생각과 많이 달랐다.

매우 따분한 강의들.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 코로나가 전국을 휩쓰는 바람에 그마저도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

해서 더 이상 대학 생활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1학년을 마치고 곧바로 군대에 갔다.

물론 제대한 이후 복학하지 않았다.

그길로 대학 중퇴.


이후 돈을 벌기 위해 이런저런 알바를 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서점 알바.

인생은 실전이었다.

책이 좋아 해본 일이었지만, 독서를 할 수 있기는커녕 사실상 무거운 책만 나르는 육체노동이나 다름없었던 것.

해서 몸이 축나기 전에 일을 관두고 어찌어찌 흘러온 곳이 이곳 편의점이었다.


나름 만족스러웠다.

몸도 그리 힘들지 않고, 일이 끝나면 여유시간도 보장되었다.

책과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에게는 딱 맞는 알바랄까.


남들은 이 나이에 번듯한 회사에 취직하는 등 커리어를 쌓아가고 인생을 설계하고 있었다.

해서 알바만 하는 나를 종종 걱정이라는 명목으로 참견하는 주변 어른들도 많았다.

그렇다고 뭐 하나 해준 것도 없는 양반들이...


허나 시대가 많이 변했다.

직장도 더 이상 내 미래를 온전히 책임져주지 않는 세상.

바야흐로 지금은 각자도생의 시대.


어찌 됐든 귀가 두꺼운 나는 남이 뭐라 하든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산다.

개 썅 마이웨이.

그것이 남자니까.


“이제 이거는 그만 시키고.”


내가 일하는 이곳의 주인은 점장님이지만, 올해로 일흔인 분이라 컴퓨터를 다루는 일에는 능숙하지 못하다.

해서 발주나 기기를 다루는 일은 사실상 내가 전담.

덕분에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 할 수 있었다.

내 발로 나가지 않는 이상, 아마 오래오래 다닐 수 있을 터.


따릉.


그때 마침 손님이 들어왔다.


“...왔군.”


CCTV를 확인하니 고등학생.

눈빛으로 보아 진상 유망주가 틀림없다.

컵라면을 고른 고딩은 계산 후 비닐을 뜯고 안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이에 나는 관리실에서 나와 카운터 앞에 섰다.

나를 살짝 흘겨보는 녀석의 눈빛에는 약간의 짜증이 담겨있었다.

아마 먹고 나서 쓰레기를 그대로 내버려 둘 셈이었을 것.


진상(진)이 라면을 먹을 동안 나는 폰으로 유튜브를 검색했다.

검색어는 당연히 Heaven & Hell.

흥행가도를 달리는 중인지라, 이미 수많은 영상들이 올라와 있었다.

어떤 영상을 먼저 볼까 살펴보던 중.


“오...”


내 눈을 끄는 제목.

바로, 오크 장군 공략 영상이었다.

해당 유튜버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 스트리머였다.

그를 주축으로 자기 팬들과 레이드를 시도한 것.

영상을 틀어보니, 그는 방송의 재미를 위해 흥분한 목소리로 레이드를 지휘하고 있었다.


“시끄럽네.”


나는 그런 호들갑이 싫어, 음소거를 한 후 영상을 시청했다.

내용은 뻔했다.

졸개들을 처치한 후 필드 보스인 오크 장군을 처치한 것.

영상의 핵심은 녀석이 드랍한 오크 장군의 건틀릿이라는 아이템이었다.

그는 과장되게 기뻐하며 아이템을 확인했다.


[오크 장군의 건틀릿] [D급]

방어력 / 저항력 : 4 / 3

*+2 강화 : 공격속도 +10%

*세트 효과 : ?


확실히 좋은 능력치였다.

이 정도면 D급 템 중에서도 최상급 템일 것.


영상이 마무리될 때쯤, 라면을 다 먹은 녀석은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쓰레기를 버리고 곧바로 편의점을 나섰다.

그렇게 오늘도 진상 퇴치에 성공한 나는 물티슈로 그 자리를 한번 닦은 후 다시 관리실 안으로 들어갔다.


“잡긴 한번 잡아야 하는데...”


템은 차치하고, 도감을 위해서라도 오크들을 사냥할 필요가 있었다.

영상에 나온 정보에 의하면 엘리트 몬스터인 오크 투사는 10마리만 잡아도 도감이 완성됐고, 필드 보스인 오크 장군은 한 번만 잡아도 도감이 완성됐다.

문제는 레이드에 성공할 만한 전력을 모을 수 있냐는 것.

행여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있는 사람이 있나 싶어 나는 마을 게시판을 한번 살펴보았다.


“없나...”


하지만 그런 글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다른 목적으로 파티를 구한다거나, 미리 길드원이 될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글들만 종종 있을 뿐.

해서 포기하고 게시판을 닫으려던 순간.


“...용병?”


오크 장군 레이드에 참여할 용병을 모집한다는 게시글이 눈에 들어왔다.

Heaven & Hell의 특징 중 하나인 용병 시스템.

말 그대로 돈을 주고 플레이어들을 고용하는 것으로 얼핏 보면 파티와 비슷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파티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고용주가 조건을 정할 수 있다는 점.


우선 참가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

임무 난이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돈을 주고 사람을 쓰는 만큼 어중이떠중이들을 고용하고 싶어 하는 고용주는 없다.

해서 보통은 능력치로 참가 제한을 두는 편.


“문제없네.”


작성자가 내건 조건은 사용 스탯 20 이상.

일단 참가할 자격은 갖추었다.


또 한 가지 조건은 아이템 습득 관련.

보통, 파티의 경우 아이템이 나오면 돌아가면서 분배되거나 기여도에 따라 분배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용병단의 경우 고용주가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다.

작성자가 내건 조건은 단 하나.


“이게 목적이었구만.”


오크 장군에게서 나오는 아이템은 모두 자신이 가진다는 것.

뭐 상관없다.

어차피 나는 도감이 목적이니까.


그리고 용병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항목.

바로 고용비.

작성자가 내건 조건은 인당 100골드였다.


“오... 후한데?”


사실 돈을 안 줘도 참여할 생각이었다.

말했듯이 도감만 완성해도 나에겐 이득이기 때문.

하지만 준다는데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그만큼 오크 장군의 아이템이 가치가 있다고 여겼을 터.


잘 됐다.

돈도 벌고 도감도 완성할 수 있는 기회.


시간은 오늘 오후 9시.

저녁 먹고 접속해도 충분한 시간.

약속 시각 전까지는 혼자 공동묘지에서 사냥하며 주문서나 모으고 있으면 될 것이었다.


.

.

.


슬슬 때가 되자 광장에는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번 레이드에 참여할 용병들.

다들 현질 한 사람들일 것이다.

나야 업적 덕분에 조건을 맞췄지만, 현질 없이 벌써 스탯 20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


9시가 되자 대략 20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고용주.


“다들 모이셨습니까?”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플레이어 ‘다르크’.

선이 굵은 얼굴로, 소싯적 게임을 꽤나 해본 듯한 느낌을 풍겼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것은 그녀의 장비.

초보자용 장비가 아닌 갑옷과 긴 검.

태초의 마을 다음 단계인 부화의 마을에서 파는 장비들이었다.


현재, 진행이 빠른 이들은 벌써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녀가 착용한 아이템은 역시 그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C급 아이템.

확실히 이번 레이드를 주도할 만했다.


“일단 모집을 시작하겠습니다. 보수는 말씀드렸던 대로 100골드. 다른 아이템들은 상관없으나 오크 장군이 떨어뜨리는 아이템의 습득 권한은 오직 저에게만 있습니다. 이해 가시죠?”


그러자 여기저기서 ‘네’ 하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동의하신 거로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지만, 오크 장군은 절대 공격하지 마세요. 제가 상대할 건데 그때 저한테 힐만 밀어주시구요.”


이번에도 고분고분 대답하는 사람들.

용병이면 그냥 돈 주는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맞다.

착용 장비만 보더라도 그녀가 오크 장군을 상대하는 것이 옳은 상황.


모집을 시작하자, 그녀 옆에 회색 깃발이 형성되었다.

금화 더미에 검 한 자루가 꽂혀있는 문양이 새겨진 깃발.

모여있던 이들이 줄지어 차례대로 깃발에 손을 대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차례.


[참가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용병단에 참가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예’.

그러자 참가한 이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HP/MP 막대기를 볼 수 있었다.

고용주인 다르크의 막대기는 30/10.

스탯만 봐도 이미 한참을 앞서가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현질을 한 걸까.


곧 모두가 참가하자, 그녀가 힘차게 외쳤다.


“자. 출발합시다!”


선봉장이 된 다르크.

그녀를 선두로 용병들은 줄지어 그 뒤를 따라갔다.

사람이 많다 보니 거칠 것이 없었다.

도착지점까지 최단거리로 달려가는 와중, 마주치는 슬라임이나 그렘린 따위는 그냥 무시.

고블린을 지나 놀을 마주쳤을 땐, 선공 몹인 녀석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20명이 넘는 용병들 앞에서는 놀들은 바람 앞의 등불이나 다름없었다.


일방적인 학살.

오크를 사냥하러 가는 이들에게 놀 따위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 모습은 마치...

놀을 사냥하던 BJ쏨이 패거리 같은 모습이랄까.

물론 그들보다 지금의 우리가 훨씬 강하지만.


그렇게 마을에서 출발한 지 20분가량 되었을 무렵.


“모두 멈추세요! 천천히 다 정리하면서 진격할 겁니다.”


그녀의 명에 모두가 멈춰섰다.

그리고 저 앞에 보이는 네 마리의 오크.

녀석들을 치기 위해 천천히 다가가던 순간.


“쿠오?”


제법 거리가 있었음에도 한 녀석이 우리를 인식했다.

그리고 이어진 함성.


“쿠오오!”


녀석은 곧장 고개를 쳐들고 크게 울부짖었다.

그러자 이를 들은 인근의 오크들이 순식간에 녀석이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생각보다 지능이 높은 몬스터였다.

동족의식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상황을 파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능력까지.


곧 있을 전투에 앞서, 그녀는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알아서 잘 싸우세요. 일일이 신경 못써드립니다.”


확실히 비지니스 관계인 만큼 살갑지 않은 말투.

하지만 그런 편이 오히려 관계 정리에 있어 깔끔하고 좋다.


어느덧 몰려든 오크놈들의 숫자도 어림잡아 20마리.

머릿수만 봤을 땐 양쪽 다 비슷했다.

양 진영은 마치 뒷골목에서 만난 조직들처럼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향해 서서히 전진하기 시작.

하지만 그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그러던 순간.


“돌격!”


다르크가 함성을 외쳤다.

이를 기점으로 양쪽 모두가 함성을 외치며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나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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