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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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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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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793

작성
22.05.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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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화

DUMMY

남은 부분을 마저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또 손을 댔다간, 오늘도 책만 읽다가 끝날 것 같아 독서는 잠시 미루기로 했다.


우선 가보지 못한 다른 상점들을 둘러볼 생각이었다.

먼저 방문한 곳은 가죽 공방.


“어서 오시오. 찾으시는 물건이라도 있소?”


호리호리한 체격의 중년 남성 NPC 리데.

마찬가지로 그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내 앞에는 자동으로 판매창이 떠올랐다.


판매 물품은 많지 않았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투구, 갑옷, 신발, 장갑.

나는 우선 갑옷을 살펴보았다.


[초보자용 가죽 갑옷] [D급] 5골드

방어력 / 저항력 : 1 / 1


방어력과 저항력이 둘 다 1인 것으로 보아 균형 잡힌 방어구였다.

하지만 다르게 보자면 어정쩡한 능력치.


연이어 투구와 신발, 장갑도 살펴보았는데 능력치가 갑옷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딱히 끌리지 않는 방어구들.

나는 판매창을 닫고 밖으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옷가게로 들어갔다.


인자한 인상의 중년 여성 NPC 틸다.

마찬가지로 그녀의 인사와 함께 내 앞에 판매창이 자동으로 떠올랐다.

딱 봐도 마법사들이 쓸법한 방어구들을 팔고 있었다.


[초보자용 로브] [D급] 5골드

방어력 / 저항력 : 0 / 2


전형적인 판타지 게임다운 설정이랄까.

천 쪼가리로 만든 옷이 방어력이 좋을 리가 없었다.


방어력은 아마 물리 공격인 공격력을 상쇄할 것이며, 저항력은 마법 공격인 마법력을 상쇄할 것이다.

나중에는 저항력이 중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초보자 수준에서는 방어력이 더 중요할 듯했다.


역시나 판매창을 닫은 후, 나는 어제 가기로 했던 대장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반갑소. 그래, 목검은 마음에 들었소?”


목검을 쥐고 있어서인지 란센트는 나에게 반갑게 말을 건넸다.


“뭐... 그럭저럭 이요. 그런데 여기 방어구는 따로 안 파나요?”


그러자 란센트가 엄지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방어구는 뒤쪽에 있소. 한번 가서 살펴보시오.”


그가 가리킨 곳의 벽면에는 금속으로 만든 방어구들이 나란히 걸려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역시나 어김없이 떠오르는 판매창.


헬멧, 아머, 부츠, 건틀릿이 있었는데, 나는 이 중 아머를 먼저 살펴보았다.


[초보자용 아머] [D급] 5골드

방어력 / 저항력 : 2 / 0


역시나 방어력 위주의 방어구인 갑옷류.

하지만 수중에는 4골드밖에 없어 1골드가 부족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방어구는 다음에 사기로 하고, 나는 다시 란센트에게 돌아와 지난번에 살펴보지 않았던 무기들을 한번 살펴보기로 했다.


[메이스] [D급] [손상 불가] 3골드

공격력 : 2


...손상 불가?

정확히 뭔진 모르겠지만, 무기 손상과 관련된 어떤 시스템이 존재하는 듯했다.


[모닝스타] [D급] [손상 불가] 5골드

공격력 : 3


둥근 공 모양에 뾰족뾰족 가시가 솟아있는 위협적인 자태.

란센트가 파는 무기 중 이 모닝스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손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초반부터 무기가 손상될 일은 없을 듯했다.

해서 공격력이 똑같이 3인 롱 소드가 조금 더 싸긴 하지만, 이상하게 내 시선은 모닝스타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다만 이 역시도 1골드가 부족해 구입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여 슬라임을 좀 더 사냥해야 되나 고민하던 찰나.


“그게 마음에 드는 모양이구만. 골드가 부족한 것 같은데 그 목검을 다시 내게 파는 건 어떻소? 내 1골드에 다시 매입하리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란센트가 나의 목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야 좋죠. 그렇게 하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무기 슬롯에서 목검을 해제하여 란센트에게 팔아넘겼다.

그리고 곧장 구입한 모닝스타.


“오...”


우악스럽게 생긴 외형은 다시 봐도 마음에 들었다.

시범 삼아 휘둘러보니 목검과는 다른 묵직함이 느껴졌다.

이것만 있으면 그 망할 고블린 놈의 뚝배기를 단번에 깰 수 있을지도 몰랐다.


란센트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나는 사냥을 위해 곧장 마을 밖으로 나섰다.

오솔길을 따라가니 많은 이들이 슬라임을 때려잡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슬라임 따위는 졸업하신 몸.

다음 도감 완성을 위해, 나는 녀석들을 지나치며 계속 길을 따라나섰다.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보에 의하면 슬라임 다음은 고블린이 아니라 그렘린이었다.

고블린보다도 작고 약한 몬스터.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슬라임 너머로 슬슬 그렘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선빵 필승.

비선공 몬스터였기에, 나는 곧장 녀석에게 달려들어 모닝스타를 내려쳤다.


“쿠엑!”


[전투모드 시작]


[그렘린에게 4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당신은 2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남은 HP 8.]

[그렘린에게 4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그렘린이 사망하였습니다.]


[전투모드 종료]


녀석이 날카로운 손톱으로 나를 할퀴긴 했으나 그것도 고작 한 번뿐.

단 두 번의 공격에 그렘린은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역시 이래서 게임에는 무기가 중요하다.


기세를 이어 나는 연달아 세 마리의 그렘린을 더 사냥했다.

하지만 낮은 드랍률 때문인지 역시나 아무런 아이템도 나오지 않았다.


바닥난 나의 HP.

회복을 위해 잠시 쉬고 있던 중.


“저기... 디오님. 혹시 그렘린 사냥하시나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돌아보니 나처럼 허름한 행색에 롱 소드를 든 30대 후반 가량으로 보이는 사내가 서 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 적힌 ID ‘스트라’.


“네.”


“잘됐네요. 안 그래도 저도 그렘린 사냥하려고 했는데 괜찮으시면 저랑 파티하실래요?”


그러자 곧 내 앞에 떠오른 메시지창.


[스트라님이 당신을 파티에 초대하였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나는 손으로 ‘예’를 눌렀다.


파티가 형성되자 그의 HP / MP 바가 아이디 위에 표시되었다.

물론 그에겐 나의 HP / MP 바가 보일 것이었다.


HP가 모두 회복된 나는 손으로 인근의 그렘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시죠.”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동시에 그렘린에게 달려들었다.

합공을 펼친 덕에, 녀석은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좋은데요? 같이 하니까 아예 맞을 일도 없네요.”


확실히 이런 것이 파티의 장점이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냥은 순탄하게 흘러갔다.

홀로 떨어진 녀석들을 열 마리째 처치할 동안, 우리는 아무런 HP 손실도 입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쉽게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붙어있네.”


이번엔 네 마리가 가까이 뭉쳐있었다.


참고로 그렘린은 동족의식이 있다.

한 놈을 치면 모든 녀석이 동시에 달려들 터.

잘못하다간 우리 둘 중 하나는 죽을지도 몰랐다.


놈들을 포기해야 하나 하며 잠시 고민하던 순간.


“잠시만요. 저한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스트라는 한 손을 쫙 펼쳤다.

그러자 손바닥 위에 주먹만 한 불덩이가 형성됐다.


“좀 전에 마법을 배워 왔거든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는 한 녀석을 향해 손바닥을 내질렀다.

불덩이는 곧 화살처럼 날아가 정확히 녀석의 가슴팍에 꽂히며 폭발했다.


화륵!


“키엑!”


[스트라가 그렘린에게 10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그렘린이 사망하였습니다.]


화염에 휩싸인 녀석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가시죠.”


“네.”


동족이 공격당하자 남은 세 녀석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문제 될 건 없었다.

네 마리면 몰라도 세 마리는 우리 둘로도 충분했으니까.


HP가 조금 줄긴 했지만 우리는 손쉽게 녀석을 제압했다.


“파이어 볼트를 배우셨군요.”


“하하. 네. 어제 슬라임 노가다를 좀 했거든요. 배우는데 10골드라서 애 좀 먹었습니다.”


파이어 볼트.

가장 기초적인 불 마법.


태초의 마을에서도 마법을 배울 수 있었다.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마법사 길드 NPC에게서 기초적인 마법을 배울 수 있었는데, 파이어 볼트는 그중 하나였다.

사실 마법에 대해서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쓰는 모습을 보니 한번 고려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복을 마친 우리는 또다시 사냥을 이어 나갔다.

종종 뭉쳐있는 녀석들과 마주치긴 했지만, 그의 마법 덕분에 역시나 무리 없이 제압할 수 있었다.


너무 열심히 사냥했는지, 주변의 그렘린들이 씨가 말랐다.

남은 녀석이 더 없나 주위를 살피던 중, 마침 조금 떨어진 곳에 그렘린이 새로이 리젠됐다.


이에 나는 곧장 녀석을 잡으러 가려 했다.

하지만.


서걱.


누군가가 먼저 달려들어 그렘린을 처치했다.

그것도 칼질 단 한 방에.


“...뭐지?”


초보자용 갑옷으로 풀 무장한 플레이어.

분명 스트라와 같은 롱 소드를 들고 있었지만, 그는 일격에 그렘린을 썰어버렸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멀뚱히 서 있는 내 옆으로 스트라가 슬쩍 다가오며 말했다.


“...저 사람 현질했나 보네요.”


“현질이요?”


“네. 혹시... 현질이 뭔지 모르시나요?”


“아뇨. 당연히 알죠. 근데 뭔 벌써 현질을...”


“하하. 뭐...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니까요. 근데 이 게임, 회사에서 골드를 직접 파는 거 아시나요?”


“네?”


“설정 메뉴에 보면 캐쉬 상점이 있거든요. 거기서 캐쉬로 골드를 살 수 있더라고요.”


“골드를 직접이요?”


“네. 좀 황당하죠? 보통은 가챠나 기간제 버프, 패키지 이런 걸 파는데 이 게임은 아예 대놓고 골드를 팔더라구요. 그것도 다른 품목 없이 오로지 골드만요.”


그랬다.

보통 오픈 초창기에는 캐쉬니 다이아니 하는 재화를 할인하거나, 아니면 패키지 상품 등을 할인해서 파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게임상의 화폐를 판다고?


나는 직접 확인해보고자 곧바로 캐쉬 상점을 열었다.


[골드]

*1골드당 100캐쉬.

*계정당 한 달에 10,000골드까지 구입이 가능합니다.


캐쉬라는 건 사실상 현금이다.

즉, 1골드는 100원이라는 뜻.

한 달에 구입할 수 있는 최대한도는 100만 원 치인 1만 골드였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캐쉬 상점에서는 다른 어떠한 품목도 없이 오로지 골드만 판매되고 있었다.


참으로 희한한 게임이었다.

그래도 좋게 보면 말도 안 되는 확률의 가챠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아마 저 사람도 현질을 했겠죠. 방어구도 그렇고 그렘린을 한 방에 잡는 걸 보니 신전에 가서 스탯도 산 것 같네요.”


“신전이라...”


마을 내에는 신전도 존재했다.

아직 들러보진 않았지만, 신전 안의 여신상을 통해 골드를 내고 스탯을 살 수 있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했었다.

스탯이 어찌 보면 레벨인 셈.

경험치도 레벨도 없는 게임이지만, 스탯이 사실상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돈으로 모든 걸 살 순 없지만, 그래도 거의 모든 걸 살 수 있다.

이 게임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은 씁쓸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스트라 역시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A&Q가 아예 양심이 없는 것 같진 않아요. 골드 구매에 제한을 두긴 했으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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