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 코인전쟁-052
모든 것이 연결될 때
제8장. 또 다른 안배.
2층에는 탁자를 이어 붙인 후 빙 둘러 10명이 앉아있었는데 유정이 올라오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정은 그런 그들을 한 명 한 명 손을 잡으며 인사를 나누고는 비어 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다들 자리에 앉자.”
유정의 말에 다들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정진철은 가지고 온 가방에서 파일을 꺼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나눠 준 자료를 천천히 읽어 보도록 해라.”
정진철의 말에 다들 파일을 열어 내용을 살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정진철이 입을 열었다.
“어머님이 오늘 우리를 소집하신 것은 IMF 때문이다. 지금 나눠 준 자료를 봐서 알겠지만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목표는 어느 정도까지입니까?”
정진철의 말에 입을 연 이는 재정경제원에서 재정경제부 개편된 후 차관보가 된 이상호였다.
“현재는 오 할이 목표지만 더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어머님께서 어느 정도 준비를 해 놓으시기는 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니 너희들 도움이 절실하다.”
“이번 사태에 끼어든 자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나 미국계 핫머니들은 작정하고 나섰습니다. 달러가 부족한 상태에서 지킬 목표가 오 할이라면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는 하겠지. 다른 의견이 있나?”
정진철의 말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상호 말대로 달러가 부족한 상태지만 자금 문제는 진행하면서 조달할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자금이 충분하다면 가능성은 충분하겠네요.”
“그래. 자금은 걱정하지 마라. 이 계획은 너희들의 해줄 역할이 중요하다. 맡은 일을 실수 없이 해준다면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자신들이 아는 한 헛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었기에 정진철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수긍한 것 같으니 다시 한번 역할을 숙지해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들 파일을 살펴봤다.
내용을 살피면서 자신의 역할을 숙지한 것인지 하나둘 파일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내가 나눠주는 자료는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으니 놓고 가라. 준비가 끝난 후에 디데이는 별도로 연락해 줄 테니 상호만 남고 다들 돌아가 보도록 해라.”
정진철의 말이 끝나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유정을 향해 인사를 하더니 자리를 떠났다.
정진철은 떠나는 사람들을 따라 내려가 배웅을 한 후 문을 잠그고 다시 올라왔다.
유정과 정진철, 그리고 이상호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계획서를 같이 보며 앞으로의 일을 의논했다.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첫 번째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었다.
“금융시스템 개편도 그렇지만 새로운 대통령이 내세우는 산업군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겁니다.”
“대기업도 개편이 될 텐데 어떻게 할 생각이냐?”
“어머님께서 주신 계획대로 된다면 반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기는 할 게다. 놈들 뒤에 있는 자들이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시작도 하지 못할 수도 있고. 중소기업 쪽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도 검토해 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법조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으냐?”
“기업 장학금을 받는 이들도 많고, 정치권과 연결된 이들도 많아 제일 어렵습니다.”
“제일 깨끗해야 하는 곳이거늘······.”
“언제나 정치권의 시녀 노릇을 해온 집단입니다. 우리도 이번 기회에 세를 형성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우리도 말이냐?”
“예, 어머님. 이대로라면 언론사도 2개 정도 장악할 수 있을 테니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라. 그리고 기존 언론사뿐만 아니라 인터넷 쪽에도 나팔수가 될 수 있는 건 수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해라. 앞으로는 지면이 아니라 그쪽이 더 유망할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러지 않아도 새로운 정부도 IT로 방향을 잡고있는 것 같아서 포털 사이트 쪽에도 힘을 쓰고 있습니다.”
“잘했다. 오늘은 이만하면 되겠구나.”
“예! 어머님.”
“진철아! 상호야!”
“말씀하십시오.”
“예!”
“머지않아 천지가 개벽할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으니 다들 주의하라고 해라.”
“드디어 시작되는 겁니까?”
“그래. 적어도 내년 정도에 혼천이 시작될 것 같으니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할 게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진철아.”
“예, 어머님.”
“앞으로 이렇게 모이기가 힘들 게다. 될 수 있으면 연락은 인터넷을 통해서 하도록 해라. 조만간 우리끼리 연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보낼 테니 그걸로 하면 될 게다.”
“문제는 없는 겁니까?”
“지금 쓰는 메일과는 다른 특별한 프로그램이니 보안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을 테니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게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마.”
“조심히 살펴가십시오.”
“편히 들어가십시오.”
의논을 마친 유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이제 씨는 뿌려졌으니 무탈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것밖에 없는 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기에 모험에 가까운 계획이지만 대한민국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한 일이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유정은 앞으로의 행보가 순탄하기만을 빌었다.
* * *
가게에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온 민준은 먼저 자신의 계좌를 담당하고 있는 이에게 전화부터 걸었다.
자신이 어리다는 걸 알면서도 시종일관 존대를 하는 사람이라 전화하는 것이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실적을 확인해야만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어서였다.
전화기의 신호가 끊기고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민준이예요.”
-하하하! 오늘쯤 전화를 주실 것 같았는데 반갑습니다.
“다행이네요.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이 됐나요?”
-지금 정산하는 중입니다. 내일 오후면 결과가 나올 테니 그때 정확하게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대충 얼마나 수익이 난 겁니까? 정확한 것이 아니라도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현재까지 정산된 결과로는 대략 스물다섯 배 조금 넘게 수익이 날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한 성과입니다.
“그렇게까지 수익이 나다니, 고생해 주신 덕분이네요.”
-아닙니다.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전에 재투자하신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투자를 하실 생각입니까?
“사실 그것 때문에 전화를 한 겁니다. 다음에 투자할 종목들은 골라 놨습니다. 제가 투자를 원하는 주식은······.”
투자할 종목들과 함께 얼마의 자금을 얼마나 투입할지, 그리고 언제쯤 정산을 할지에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일반적인 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조용히 듣고 있던 양반이 입을 열었다.
-으음, 위험한 투자 같아 보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원하신다면 제 쪽에서 충분히 처리가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말씀한 것만 진행하면 되겠습니까?
“이전처럼 제가 말한 대로만 진행해 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투자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금은 전에 그 계좌로 전액 이체시켜 주십시오.”
-곧바로 이체시켜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볼일 모두 마쳤기에 통화를 끝내고 전화를 끊었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이러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이렇게 해주기가 쉽지 않은데 자신의 말대로 해주는 것을 보면서 할머니가 단단히 일러두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투자한 자금과 수익금을 전부 합친다면 꽤 큰 돈이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투자에 대해서 이런저런 군말이 없었다.
상당한 전문가라 이것저것 참견할 만도 한데 그러지 않는 걸 보면 할머니가 신용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며칠을 고민해 포트폴리오를 짠 것이니 내가 원하는 만큼 정도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다.”
상당히 큰 자금을 투자한 상황이다.
지금 부탁한 투자는 금융 전문가라면 누가 보더라도 위험한 곳에 발을 들이미는 것이었다.
전문가라 할지라도 이게 작전이라는 내막을 알지 못하는 한 절대 하지 않을 투자인 터였다.
미래를 알고 하는 투자라 예상보다 수익이 적을 수는 있어도 손해가 날 염려는 거의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기본 정보를 기반으로 자신의 가진 능력을 이용해 수많은 정보를 확인한 후 만든 계획이라 더욱 그렇다.
자신과 비슷한 행보를 걷는 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대비해 두었으니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할 터였다.
“어디 한 번 확인해 볼까?”
컴퓨터를 부팅 한 후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국내 투자사에서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탈 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
“프로그램들은 정상대로 작동하고 있으니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니······.”
IMF를 이용해 투기하는 세력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미래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했고, 상당한 자금을 번 상황이라 이번 투자는 할머니를 위해 하는 것이었다.
다른 투기 세력의 감각을 흐리게 만드는 투자라 더욱 신중하게 진행해야만 했다.
“일단 할머니의 투자 움직임보다 빠르지 않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니까 나도 움직여보자.”
민준은 비밀 벽장을 열어 터미널을 꺼냈다.
미래투자와 골든리버에 정보를 보내고 있는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투자사들은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중이지만 그것은 정보를 그대로 표출하는 것이 지나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가동하려면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기에 실제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현재 나와 있는 사양의 컴퓨터로는 절대 돌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정보를 연동해 분석하려면 최소한 슈퍼컴퓨터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민준은 자신이 만든 기반 시스템에서 할머니가 믿을 수 있는 두 사람에게 정보가 송출되도록 만들었다.
자신이 장악한 전화망을 이용해 만들어 둔 네트워크를 통해 여기에서 분석된 정보가 실시간으로 보내지는 것이다.
ADSL을 이용하기에 전화망의 장악도 인터넷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중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일이었다.
민준은 신중하게 분석 결과를 살폈다.
“별다른 일은 없구나. 다행이다. 나비효과라도 발생할지 몰라 걱정했는데 말이야.”
모든 것이 민준이 예상한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개입함으로 인해 기억 속에 있는 정보와 수치는 약간 달라도 사건들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확인하는 데만 며칠 걸렸을 텐데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확인했다.
전자기파를 의지대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다행스러울 수가 없었다.
능력을 활용해 정보를 선점하고 비밀스러운 움직임들을 알아내지 못했다면 모든 것이 불가능했을 터였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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