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 코인전쟁-017
모든 것이 연결될 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성찬은 대검찰청이 있는 교차로 근처에서 커다란 건물 앞 주차장으로 들어가 차를 세웠다.
“왜요?”
“여기서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을까 하는데 너는 어떠냐?”
“아빠! 할머니한테 혼나지 않을까요?”
“녀석도! 괜찮다.”
“그럼 좋아요.”
성찬의 할머니인 유정은 햄버거를 질색했다.
하지만 두 부자는 가끔 이렇게 유정 몰래 햄버거를 먹곤 했기에 의견의 일치를 봤다.
차에서 내려 두 사람은 햄버거 가게로 들어갔다.
“뭐 먹을 거니?”
“전! 새우 햄버거요!”
“콤보로 시킬까?”
“좋아요.”
성찬이 주문대로 가니 매장 직원이 반갑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것으로 봐서는 여기 자주 오시는 것 같구나. 햄버거로 대충 끼니를 때우는 걸 들키면 할머니한테 혼나실 텐데 말이야. 식사는 제때 하시는 것이 좋을 텐데 걱정이구나.’
검사 일이라는 것이 끼니때마다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켜 먹는다고 해도 질릴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민준은 아버지가 건강을 해칠까 염려가 되었다.
그렇게 민준이 걱정하는 사이 성찬은 주문한 새우 햄버거 콤보를 가지고 탁자로 왔다.
“자! 먹자.”
“예! 아빠!”
“쩝! 쩝! 오랜만에 먹으니 먹을 만하네.”
“그러게요. 그렇지만 이런 걸로 끼니 때우지는 마세요. 할머니가 그러셨잖아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 거라고.”
“알았다. 알았어. 자중하마.”
“약속하셨어요? 아빠!”
“그래. 약속하마. 대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그건 눈감아 드릴게요.”
“하하하 고맙다. 자 먹자.”
“예.”
대화를 끝낸 두 사람은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두 사람 다 먹성이 좋은 터라 햄버거는 금방 사라졌다.
“이거 가지고 되겠니?”
“조금 있다가 배고프면 할머니 가게로 갈게요. 아빠는 다시 사무실에 나가 봐야 하잖아요.”
“하하하! 알고 있었니?”
“바쁘시잖아요.”
“하하하! 아빠를 이렇게나 생각해 주다니 고맙네. 그럼 빨리 집에 가서 설치하자.”
“그래요.”
차를 타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온 민준은 컴퓨터를 설치했고, 성찬은 옆에서 아들의 그런 모습을 지켜봤다.
전원 코드를 꽂고, 인터넷 회선을 연결하는 아주 간단한 잡업이라 금방 끝낼 수 있었다.
“다 된 거니?”
“끝났어요.”
“잘 작동하는지 한 번 켜봐라.”
“그럴게요.”
민준은 전원을 누르고 부팅을 시켰다.
컴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냉각팬이 힘차게 도는 소리를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니터 화면이 켜졌다.
“잘 작동하는 것 같아요. 아빠.”
“역시, 우리 아들이네. 모니터를 너무 많이 보면 눈이 나빠질지도 모르니까 쉬엄쉬엄해야 한다. 알았지?”
“그렇게 할게요.”
“하하하! 그래. 아빠는 이만 간다. 자!”
‘에휴!’
출근할 때마다 하는 의례적인 행사.
성찬이 뺨을 내밀자 민준은 한 차례 고개를 흔든 후 마지 못해 입술을 가져다 댔다.
쪽!
“하하하! 고맙다. 아들. 오늘 힘 좀 나겠는데! 하하하!”
아들의 뽀뽀를 받은 성찬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민준의 머리를 헝클어트린 후 꽉 안아주었다.
올해부터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터라 뽀뽀한 것이 부끄럽기는 해도 민준은 아버지가 안아주는 느낌은 무척 좋았다.
“잘 다녀오세요.”
“그래. 너도 잘 놀고.”
“예. 아빠!”
환하게 웃으며 성찬을 문밖까지 배웅한 민준은 갑자기 굳은 얼굴로 방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봤다.
“하아아! 저건 또 뭐냐?”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 민준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버지가 옆에 있어서 애써 내색하지 않았는데 컴퓨터가 부팅되고 난 후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전파와 전자기파를 봤을 때와는 다른 현상!
놀랍게도 지금 민준의 눈에는 기계어가 보이고 있었다.
“휴우우! 도대체 각성한 게 어떤 능력인지 모르겠군. 전자기파에 이어 기계어까지 보이니 말이야.”
다른 전자기기들에서는 그저 파장의 파형만 보였는데 컴퓨터에서 보이는 것은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모니터 화면과는 별개로 0과 1로 나타나는 배열들이 컴퓨터 주변에서 넘실거리고 있으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계 사이에서 교환되는 신호를 보고 있는 건 분명하다. 전과는 다른 형태로 각성한 것은 확실한데 이런 형태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컴퓨터 내부의 CPU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산 작용이 실시간으로 눈에 보인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보다 더 믿을 수 없는 것은 컴퓨터 내부에서 연계되는 전기적 신호인 것 같은 데 해석이 된다는 것이었다.
컴퓨터 관련 책들을 사서 읽기는 했어도 기계어를 해석하는 것에 관해 공부한 적이 없는데 0과 1의 숫자열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즉시 이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곧바로 이해되고 있으니 각성으로 얻은 능력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건 이전 삶에서도 듣지 못했었는데 회귀해서 이런 능력을 각성한 건가?”
민준이 아는 범위에서는 없는 능력이다.
이전의 삶에서 자연 각성이나 아이템을 이용해 각성한 자 중에서 기계와 관련된 능력자조차도 없었다.
전부 현상계나 정신계통과 관련된 능력자들 뿐이었다.
지금처럼 전파와 전자기파를 직접 볼 수 있고, 컴퓨터 내부에서 CPU에서 오가는 기계어까지 보는 능력은 없었다.
보는 것만이 아니라 마치 글을 읽는 것처럼 완벽하게 해석까지 되는 터라 민준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이런 능력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컴퓨터를 구동시키는 운용프로그램이 중앙처리장치에서 처리되고 있는 내용이다.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프로세서의 연산은 거의 빛에 버금가는 속도로 이루어진다.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 기계어가 한눈에 들어오고, 순식간에 해석된다는 것은 아무리 능력자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봐도 자신이 알고 있는 능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후우우! 한가지 가능성은 있다. 디멘선 홀더와 디멘션 코인이라는 것이 폭발해서 과거로 전생한 것만이 아니라 다른 것에도 영향을 끼쳤다면 말이야. 예전과 조금 달라도 그냥 무시했었는데 내가 잘못한 생각한 모양이다.”
눈앞에 보이는 현상을 보면서 회귀한 후 지금까지 민준의 가슴 속에 묻혀있던 의문이 고개를 쳐들었다.
지금까지는 애써 흘려버렸던 것들인데 이전의 삶과는 조금씩 다른 부분이 연이어 기억났다.
“나도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다.”
만 24개월이 됐을 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전생의 기억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언어는 아니었다.
영어를 비롯한 8개 국어의 읽기와 쓰기, 그리고 듣기가 원어민 수준으로 가능했다.
다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러시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는 생전 배우지 않았던 것이었다.
“언어뿐만이 아니라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까지 생각하자마자 곧바로 떠오르곤 했었지······.”
뭔가에 의문이 들면 곧바로 이해되고 전에는 알지 못하던 정보가 떠올라 당혹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전과는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배우지도 않은 것들과 미지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무엇인가 고민하고 해결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냉철할 정도로 치밀할 뿐만 아니라 과감했다.
“이게 정말 이전의 나인가?”
각성이 우선이었기에 애써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생각해 보니 이전의 자신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고민해 봐야겠다. 디멘션 홀더나 코인 때문에 내가 변했고, 그로 인해 다르게 각성이 진행된 것일 테니까.”
생각이 깊어지는 순간 뭔가 허공에 나타났다.
“허어!”
컴퓨터 위에 덩그러니 떠 있는 건 디멘션 코인이었다.
기하학적인 문양이 있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동전과 같은 홀로그램을 몰라볼 수가 없었다.
“저게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
회귀부터 지금까지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눈앞에 보이는 디멘션 코인과 관련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디멘션 코인이 확실한지 살펴봐야겠다. 젠장! 기계어 때문에 정신이 사납군.”
디멘션 코인을 살펴보려고 하는데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기계어 때문에 시야가 어지러웠다.
민준은 컴퓨터의 전원을 껐다.
틱!
“응?”
눈앞에서 돌고 있던 디멘션 코인이 희미해져 갔다.
열을 식히기 위해 열심히 돌던 팬이 멈추자 투명하게 변하더니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디멘션 코인이 있던 자리를 휘저어 봐도 보이지 않았다.
“컴퓨터 때문에 나타난 건가? 어디!”
틱!
위이이잉!
민준은 전원을 눌러 다시 부팅을 시켰고, 컴퓨터 위로 디멘션 코인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컴퓨터와 관련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다시 나타난 디멘션 코인을 보면서 민준은 전율이 흘렀다.
지금까지의 의문도 그렇고, 시공간을 넘어 과거로 전생할 수 있었던 건 디멘션 코인 때문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이템은 절대 아니다. 저런 종류는 아이템은 내가 수집한 정보에도 전혀 없었으니까.”
이전 삶에서 조사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였기에 디멘션 코인을 아이템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아이템이 전하는 능력과는 전혀 다른 형태였기 때문이다.
“오파츠인 건가?”
전자기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터라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전의 삶에서도 저런 홀로그램 같은 것은 있었으니 시대를 건너뛴 기술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쩌면 외계인이 만든 걸 수도 있다. 하지만······.”
홀로그램에 기계어의 작동을 볼 수 있게 만든 것을 보면 지구상의 물건이 아닐 수도 있었다.
과학이 극도로 발달한 외계 행성에서나 존재할 법한 기술 같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불확실했다.
“후우, 오파츠건 외계인이 만든 것이 건 일단 살펴보자.”
누가 만든 건지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무엇인지 지 알아보려면 살펴봐야 할 것 같아 민준은 손을 대봤다.
“어?”
홀로그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놀랍게도 주변에 배열되고 있는 기계어와는 달리 실체가 느껴졌다.
손가락 끝을 스치는 감각을 보면 영락없는 금속이었다.
“어디!”
민준은 디멘션 코인을 움켜잡았다.
회전하는 것이 멈췄다.
“어?”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디멘션 코인은 허공에 박혀 있는 것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어디!”
민준은 코인을 양손으로 잡고 잡아당겼다.
이번에도 허공에 못으로 박아놓은 듯 꿈쩍도 하지 않는다.
힘이 약해서 그런 것 같아 의자 위로 올라가서 있는 힘껏 잡아당겨 봐도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민준은 꼼짝도 하지 않아 포기하고 손을 뗐다.
“허공이라 고정할 곳도 없는데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뭔가 이걸 붙잡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휘이이익!
디멘션 코인이 갑자기 회전하기 시작했다.
피이이이잉!
시간이 흐를수록 회전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쐐애애애액!
엄청난 속도로 가속되자 공기를 찢는 소리가 울렸다.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있어서 그런지 공처럼 보였다.
“이제는 만질 수도 없겠구나. 저기에 손을 댔다가는 박살이 날 테니까. 자세히 살펴봐야 하는데······.”
홀로그램에 있던 문양을 살펴보고 싶었는데 속도가 속도인지라 정확하게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민준은 가까이 다가가서 살폈다.
‘이렇게 해도 보이지 않는······.’
피-잉!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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