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 코인전쟁-025
모든 것이 연결될 때
턱!
파파팍!
올라오는 무릎은 손으로 쳐내고 주먹과 팔꿈치 어깨로 이어지는 연격이 창호의 몸에서 터져 나왔다.
준우 또한 만만치가 않았다.
평행선을 긋듯 창호의 공격에 맞춰 주먹과 팔꿈치, 어깨로 공격을 맞받으며 반격을 가했다.
파파팡
창호가 자신의 공격을 막으며 흘러나온 기운을 맞서는 어느 정도 특성을 알 수 있었다.
단전을 키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펼치는 무공!
그와 동시에 전신에서 발산되는 특유의 내력은 대륙과 한반도의 특징을 골고루 담고 있었다.
‘특징을 골고루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내력을 운용하는 무공은 지금까지 나타난 적이 없었다.’
단전과 전신에 있는 내력이 동시에 움직이는 무공은 지금까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무공과 겨뤄볼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준우는 곧바로 대련에 집중했다.
어떤 종류인지 최대한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공방을 주고받았다.
파파팟!
파파파파팡!
단호하고 빠른 움직임!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연계기!
무가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답게 창호가 가진 것을 모두 끌어낸 준우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미숙하기는 하지만 대륙과 한반도에 존재하는 무공들의 장점을 최대한 흡수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버지하고만 대련하던 터라 자신이 수련한 무공이 어느 정도 체감할 수 없었던 박창호도 마찬가지였다.
기상천외한 공격과 방어로 곤혹스러운 면이 많았다.
지독할 정도로 약점을 파고드는 터라 새롭게 정립해 가고 있는 무공을 발전시킬 수 있었기에 점점 빠져들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대련에 몰입했다.
상대에게 치명상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에 한바탕 춤사위를 보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좋구나.’
‘좋다.’
몰입할수록 공방을 주고받는 두 사람은 기분이 좋았다.
* * *
새벽이 가까운 시간.
민준은 책상에 앉아 고민에 빠져 있었다.
졸업식을 끝나고 벌어진 상황 때문이었다.
알고 있는 대로라면 졸업식이 끝난 후 집으로 가는 동안 교통사고가 나는 것이 이전의 삶이었다.
어디 가서 맛있는 것 먹고 가자는 말 한마디면 교통사고는 막을 수 있기에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렇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전개가 펼쳐졌다.
할머니인 유정이 오랜만에 고깃집으로 가자고 하는 순간부터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전해진 기억대로 진행됐다.
“완전히 다른 걸 보면 지금 여기는 내가 살았던 곳이 아니라 기억 속에 있는 세계가 분명하다. 하지만 사실 여부는 계속 확인해야 한다. 정신 계열 능력을 사용해서 만든 조작된 정보일 수도 있으니까. 사실이라면 행동도 조심해야 한다. 내 행동으로 인해 역사가 틀어질 수도 있으니까.”
완전히 달라진 상황에 골치가 아팠다.
또 다른 자신들과 비슷하지만 다른 기억들!
이 세계를 살았던 미래의 자신이 전해준 정보와 완전히 일치하는 모습에 민준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행동에 역사를 뒤틀 수 있다는 자각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전해진 기억과 정보대로 준비해보자. 하나 같이 현시대를 아득히 넘어서는 것들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것도 아니니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다.”
이상한 일이지만 이 세계가 아니라 다른 세계를 살았던 자신의 기억에 부모님과 할머니를 구할 방법이 있었다.
지금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의 어려운 방법이다.
해결법들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들은 지금 사람들이 보기에 만화나 공상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할 수 있다.”
자신이 가진 미래의 지식과 다른 세계의 자신이 전한 정보에 구체적인 설계와 함께 구현할 방법이 있기에 가능했다.
“전해진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도 준비하다 보면 저절로 알 수 있을 거다. 으음, 지금까지 준비한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데······.”
실제로 실현해 보려면 많은 것이 필요했다.
일단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였다.
장비를 마련하고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모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할머니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하자. 판을 잘 짜면 가능할 거다.”
민준의 할머니 유정은 국밥집 사장이지만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탓인지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덕분에 민준은 어려서부터 주식을 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모아온 용돈 500만 원으로 국민학교 5학년 무렵부터 주식에 투자해 현재는 1억 원이 넘었다.
주식 투자에 관해서는 만큼은 할머니의 신뢰가 높은 만큼 조금만 도움을 받는다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할지는 방향을 잡았으니 천천히 궁리해 보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이전과는 다르게 각성한 데다가 평행세계라는 것이 확실한 이상 지금까지 마련해 왔던 계획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상황에 맞춰 계획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와 능력에 관해 알아내는 것이 시급했다.
뇌리에 있는 방법을 실행하려면 IT 관련 기술이 필수적이기에 민준은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알아보기로 했다.
민준은 컴퓨터를 켜고 차분히 자신의 능력을 시험했다.
“거의 실시간으로 해석이 되는구나.”
계획을 모두 틀어야 하지만 오히려 괜찮다.
에너지 스펙트럼은 아니라도 지금으로서는 이만한 능력이 없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다른 능력은 없는 것 같으니 디멘션 코인에 대해서도 다른 정보가 있는지 살펴보자.”
각성한 능력에서 다른 기능을 찾아낼 수 없었던 민준은 디멘셔 코인에 집중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지금 있는 것 말고 다른 능력을 각성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민준은 인식된 기억 속에 관련 정보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생각만 하면 관련된 것들이 순식간에 뇌리에 떠올랐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디멘션 코인을 사용해 다른 세계로 정보를 전달한 것 말고는 다른 기억은 없었다.
“이상하군. 어째서 어떤 아이템인지 관련 정보가 하나도 없는 거지? 분명히 사용했는데 말이야. 기억이 지워져 버린 것처럼 말이야.”
사용한 것이 분명한 이상 또 다른 자신들의 기억에 디멘션 코인을 얻은 과정에 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없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는데 전혀 없었다.
자신이 아는 것 이외에 다른 자신들이 어떻게 디멘션 코인을 얻었는지는 없고 그저 사용한 기억만 있었다.
“일단은 디멘션 코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민준은 차분하게 일어났던 일을 정리했다.
검은 딱지 같은 것을 만지고 각성을 했다.
재질이 달라서 그렇지 디멘션 코인이 틀림없었다.
다른 물질로 덮어씌웠다면 충분히 가능한 모습이었다.
“그게 내 머리를 때려서 그런 현상을 겪게 됐다는 건데······.”
각성을 시켜줬을 뿐만 아니라 코인의 형태로 나타난 후 사라지면서 사건의 지평선을 넘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보니 이 세계의 디멘션 코인은 두 가지 권능이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평행세계로 정보를 전하는 것 말고도 자신이 살던 세계의 아이템처럼 능력을 주는 권능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 확실했다.
“기억에 따르면 이 세계에 존재했던 내가 평행세계로 정보를 전할 때 사용한 디멘션 코인은 일곱 개뿐이었다. 컴퓨터 위에 나타난 것은 다른 코인이니 나머지 것들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건데······.”
머리를 때리고 사라진 디멘션 코인에 새겨져 있던 문양은 정보를 전했던 7개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 세계의 자신이 사용한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겪은 일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같은 수의 디멘션 코인이 이 세상에 존재할 확률이 높았다.
“혹시나 나머지 걸 얻게 되면 내가 가진 것 말고 다른 능력을 얻을지도 모르니 한번 알아봐야겠다.”
나머지 다른 디멘션 코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었다.
수가 같다면 남아 있는 코인은 모두 100개!
남아 있는 걸 찾을 수 있다면 새로운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민준은 기대감이 높아졌다.
민준은 재빨리 기억을 살폈다.
“젠장! 어디 있는지는 알 수가 없구나.”
민준은 실망스러웠다.
기억 속에 디멘션 코인에 관한 정보는 죽기 직전에 사용한 것 하나밖에 없었다.
7개의 코인을 어디서 어떻게 얻었는지 알지 못했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자.”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민준은 다른 디멘션 코인에 관한 생각을 빠르게 접었다.
제9장. 위험이 따르지만 해야 한다.
자신에게 전해 것 말고는 어떤 정보도 없었다.
진짜 존재하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인 터라 지금 다른 디멘션 코인을 찾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디멘션 코인에 대해서는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지금은 어떻게 그걸 구현할지만 집중하자.”
지금은 현실에 집중할 때였다.
무엇보다 가족을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가족을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낼 방법을 찾는 것이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
“십 년 후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겠지만 지금 기술 수준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내가 쌓아온 지식하고 기계어를 볼 수 있는 능력으로 IT 관련 기반 기술을 개선한다면 아주 불가능한 일만도 아닐 거다. 일단 얼마나 바꿔야 하는지 살펴보자.”
가족을 구하기 위한 기술들을 어떻게 해야 구현할 수 있을지 알아야 하기에 민준은 하나하나 분석해 나갔다.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민준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 삶에서 자신이 보았던 것들보다 최소한 몇 단계나 앞서 있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부품 수준이 떨어져서 완벽하게는 힘들지만, 어느 정도 흉내 낼 수 있겠다. 일단 더 검토해 봐야······.”
사실이라고 확신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정보의 진실성에 관해서는 판단을 뒤로 미루는 것을 느끼며 민준은 흠칫했다.
이전의 자신이었다면 확신하며 이미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 텐데 망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아무래도 무의식에 있던 기억과 정보가 성격에 영향을 끼친 것 같구나. 앞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감에만 의존해서 실패했던 예전보다는 나을 거다. 이런 성격이라면 실패할 가능성을 아주 낮을 테니까.”
신중하게 생각하고 진행해야 하는 일이라 민준은 이런 성격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급했던 민준은 쓸데없는 염려를 털어버리고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기계어를 집중해서 살폈다.
“운영 체제의 소스 코드도 전부 알고 있으니 지금 기종으로도 최대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바꿔보자.”
눈앞에 있는 컴퓨터는 현재 시점에서 부품 하나하나가 최고 사양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이대로는 쓸모가 없었다.
미래를 살다 온 민준이나 이 세계를 살았던 미래의 자신이 보기에는 허접한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운영 프로그램 자체도 수준이 아주 낮았다.
그렇지만 상관은 없었다.
부품들은 하루하루 발전할 것이고, 프로그램은 직접 수정하여 사용하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하드웨어는 어쩔 수 없으니 최대한 성능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일단 운영 체제부터 고칠 필요가 있었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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