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 코인전쟁-071
모든 것이 연결될 때
“쉴 만큼 쉬었으니 이제 다시 시작하자.”
“이번에 좀 세게 가 주세요.”
“후후후! 알았다.”
다시 대련이 시작되었다.
민준의 호흡이 생각보다 거칠어지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유준우는 기세를 더욱 일으켰다.
피부가 저릿할 정도로 전신을 파고드는 가공할 기세에도 민준은 투지를 잃지 않았다.
휴식 시간을 갖기 이전이라면 간신히 방어할 수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느낌이 완전히 달았기 때문이다.
‘해볼 만하다.’
파파팡!
퍼퍼퍼퍽!
이전보다 날카로워진 공세가 이어졌다.
‘여유를 찾았구나. 조금 더 세계 밀어붙였는데도 이렇게 빨리 적응하다니 내가 과소평가했다.’
이전과는 달리 위험한 공세를 단단히 막는 가운데 반격을 가하는 모습을 보며 유준우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난 뒤 민준의 반격이 점점 더 많아졌고, 유준우는 민준이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두 개의 의식으로 유준우와 맞서던 민준이 이제는 하나의 의식으로 분석과 공격이 가능해진 것 때문이었다.
‘익숙해져야 한다.’
치열했지만 한결 여유로워진 민준의 변화를 알아차린 유준우는 공세를 유지하며 적응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서며 대련을 끝냈다.
“이제 제법 봐줄 만 해졌다. 오늘은 이만하자.”
“후우우! 고생했어요. 형!”
“아니다. 네가 잘하고 있어서 힘든 줄 모르겠다.”
“고마워요. 형.”
“하하하! 고맙기는.”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뭐냐? 궁금한 것이라도 있냐?”
“움직이면서 운기를 할 방법은 없나요?”
“하하하! 마음이 급한 모양이구나?”
“그냥요.”
“아직은 어렵겠지만 네가 세 호흡 내에 운기할 수 있다면 저절로 방법이 생길 거다.”
“저절로 알 수 있다는 건가요?”
“내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될 거다. 네가 수련하고 있는 것은 동공을 겸하는 것이니 말이다. 아직은 기초를 잡는 중이라 힘들겠지만, 호흡이 내가 말한 수준에 다다른다면 조금 달라진다.”
“어떻게요?”
“신체에 각인이 시작된 상태로는 어렵겠지만 정착이 되면 굳이 운기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의식하지 않아도 각인된 기운이 스스로 움직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금물이다. 각인이 틀어져 몸을 망칠 수 있으니 말이다. 세 호흡에 가능할 때까지 지금처럼 조심해서 운기를 해야 한다.”
“알았어요. 고마워요. 형.”
지금 하던 대로 수련하더라도 한두 달 내로 세 호흡까지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민준은 기뻤다.
가부좌를 틀고 운기를 해야 하는 제약에 고민이 깊었던 것이 단번에 풀려 버렸기 때문이다.
“시간이 됐으니 얼른 내려가라. 그리고 나와 대련했던 상황에 대해서 고민을 좀 해 봐라. 얻는 것이 있을 거다.”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오늘은 너 먼저 가자.”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민준은 유준우를 뒤로하고 공터를 떠나 집으로 향했다.
‘준우 형이 고민해 보라는 뜻은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일 테니 집에 가서 고민해 보자.’
반격하기는 했어도 주도적인 공격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도 했으니 아무래도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민준은 집으로 돌아와 곧장 운기 하며 기를 각인시켰다.
심상 속의 형을 따라 호흡을 하는 것뿐이지만 조금씩 기의 흐름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늘어났구나.”
운기법을 따라 심상 속에서 연무하는 동안 호흡하는 길이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호흡수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기에 민준은 기뻤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세 호흡에 운기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유준우와 마주할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민준은 시간을 치밀하게 쪼개어 최선을 다해 움직였다.
새벽에 산 중턱에 있는 공터로 가서 대련하고 집으로 돌아와 운기를 하며 기운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학교에 가서 운기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장비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새벽에 준우와 만나 대련을 했다.
거의 보름에 걸쳐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날이 많은 힘든 여정이었지만 운기 할 때 호흡수가 줄어 견딜 수 있었다.
정신적으로는 약간 힘들어도 신체에 기운이 각인되고 있어 잠을 자지 않는데도 피곤함이 풀어진 까닭이었다.
그렇게 전력으로 수련을 하니 성취도 점차 높아졌다.
대련을 빙자한 실전 수련이 열흘이 지나갈 무렵에는 비슷한 수준으로 내력을 사용하던 유준우도 곤란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수련을 시작하고 보름이 되자 민준은 심상 속에서 천환무의 모든 형을 펼치는데 세 호흡이면 가능하게 되었다.
수업 중에 일어난 일이라 민준은 운기를 멈췄다.
각인이 끝난 것을 알았지만 본격적으로 기운을 축적하는 작업을 하다보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기 때문이다.
수업을 마치고 오늘도 변함없이 도현의 구애를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온 민준은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가게로 가서 할머니와 함께 저녁을 먹은 민준은 본격적으로 운기를 하며 심상 속에서 천환무를 시작했다.
세홉 만에 천환무를 끝내자 민준은 자신의 신체 곳곳에서 기운이 밀려들어 기혈로 몰려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피부를 통해 기운이 흡수되고 곧장 일곱 개의 기혈에 묵직하게 형성되는 내력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대단하다.”
이전 삶에서 유물을 얻고 느꼈던 기운과는 천지 차이였다.
당시에는 자신과는 유리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본래 자신의 것처럼 동화된 기분이었다.
유준우가 예상했던 것과는 기운의 크기가 달랐다.
칠성문을 얻은 탓에 큰 효과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과는 달리 유물을 얻었을 때보다 몇 배나 높았다.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 조심해야 한다.”
아직은 기운의 흐름이 거칠고 자신의 의지로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민준은 조심스러워졌다.
함부로 사용하려고 했다가는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세 호흡에 끝내면 실제 천환무를 수련하면서 운기가 가능하다고 했으니 준우 형을 만나서 의논해 보자.”
동공 형태로 천환무를 수련하며 운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거칠 어진 기운의 흐름을 잡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동공으로 수련하는 방식을 알아야 다스릴 수 있을 것 같기에 민준은 시간이 되기만 기다렸다.
부모님과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잠이 든 뒤 민준은 산으로 가서 유준우를 만났다.
“벌써 각인이 된 거냐?”
“어떻게 아셨어요?”
“흘러나오던 기운이 사라져서 알게 됐다. 불과 보름 만에 가인을 끝마치다니 대단하다.”
“모두 준우 형 덕분이에요.”
“아니다, 네가 그만큼 재능이 있다는 것이겠지. 오늘은 그냥 해서는 안 되겠다. 전력으로 와라.”
“각인이 끝났으니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
쏴아아아!
“헛!”
유준우의 기세에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지금까지 겪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생각날 정도로 오싹한 기세였다.
‘진짜 실전인가?’
민준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사지와 삼단전에 있는 기혈에 의지를 실었다.
기혈에서 청량하고 포근한 기운이 흘러나와 전신을 감싸자 유준우가 보여주는 압박감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유준우가 흘리던 기세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형! 뭐예요?”
“대련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그런다.”
“오늘은 대련하지 않는 거예요?”
“그래.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지금 수준이면 어디 가서 당할 일은 없을 거다.”
“설마 그럴리가요.”
“아니다. 이제는 웬만한 일류 무인이라도 네 상대가 될 수 없을 거다. 그렇지만 필요한 것만 가르친 상황이니 앞으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거다.”
“고마워요. 형. 앞으로도 열심히 수련할게요. 그런데 형을 수련하면 운기 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설마 했는데 진짜 세 호흡 만에 끝낸 거구나.”
“오늘 성공할 수 있었어요. 어서 가르쳐 주세요.”
“동공으로 기를 축적하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로 움직이며 가르쳐 준 호흡법대로 하면 되니 말이다.”
“심상 속에서 하던 걸 현실에서 하면 된다는 건가요?”
“그래, 그렇게 하면 각인된 신체에 기가 깃들게 될 거다.”
“그것으로 끝인가요?”
“말했다시피 그게 전부다. 네가 해보면 알게 될 거다.”
“알았어요.”
민준은 호흡을 가다듬은 후 천환무를 펼쳤다.
휘이이잉!
아주 빠른 속도로 초식을 이어나가자 민준의 주변으로 가벼운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이어지는 초식만큼이나 바람의 세기도 거세지는 것을 지켜보며 유준운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일류를 넘어 절정의 경지에 이르러야 겨우 외기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처음 각인을 했는데도 저 정도로 외기를 움직이다니 확실히 칠성문은 특별하구나.’
천환무만으로는 일으킬 수 없는 현상이었다.
내기를 축적하는 바탕인 심법이 고절한 것이 아닌 한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문득 칠성문이 궁금해졌다.
백림사가의 기록에도 활동한 것은 많지만 칠성문의 무공에 대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세밀한 눈초리로 살피는 유준우와는 달리 민준은 천환무를 세 호흡에 끝내는 것에 집중했다.
처음 펼칠 때부터 동공으로 운기가 되는 것을 확인한 터라 오롯이 그 과정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민준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불과 세 호흡 만에 천환무에 담긴 모든 형을 펼친 후 천천히 호흡을 골랐다.
‘마치 맞춘 것 같은 걸 보면 확실히 대단하다. ’
예상보다 많은 양의 내력이 기혈에 모여있음을 깨달은 민준은 천환무가 가진 특별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천환무와 칠성문의 기혈은 마치 요철(凹凸)처럼 서로의 짝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겠지?”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인지 믿을 수 없네요. 정말 대단한 운기법인 것 같아요.”
“나는 네가 더 대단하다. 처음 천환무를 각인했는데도 이런 수준이라니 말이다. 네 주변에서 기가 회오리치며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며 정말 놀랐다.”
“모두 형 덕분이에요.”
“각인이 됐어도 아직 멀었다. 동공을 할 때뿐만이 아니라 적과 싸울 때도 운기를 할 수 있어야 하니 말이다.”
“알았어요. 열심히 수련할게요.”
“그래 다음 단계부터는 어려울 거다.”
“우리 가문 것과 합쳐야 해서 그런가요?”
“그래.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아쉽네요. 형이 도와주면 수월할 텐데.”
“어쩔 수 없다. 더군다나 앞으로 널 만나기가 쉽지 않을 거다. 그러니 내가 없더라도 최선을 다해라.”
“알았어요. 최선을 다 할게요. 그나저나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임무가 떨어진 건가요?”
“후후후! 눈치챘구나.”
“그렇군요. 정말 아쉽네요.”
“아쉬워할 것 없다. 지금까지 대련하던 모습을 보면 내가 없더라도 빠르게 단계를 올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요?”
“몇 단계로 확답을 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다섯 번째 단계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고, 그 위로는 네가 노력한 만큼 올릴 수 있을 거다.”
“그렇군요. 죽어라 해야겠네요.”
민준의 결연한 눈빛을 본 유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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