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 코인전쟁-09
모든 것이 연결될 때
‘젠장!’
디멘션 코인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귀가 따가운 소음을 흘리는 가운데 폭주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마음이 급해진 종운이 다급한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 억울했기 때문이다.
파츠츠츠츠!
“크아아악!”
뇌전이 닿은 이종운의 손이 산산이 부서졌다.
사방으로 피가 터져 나와야 정상이지만 엄청난 열기에 곧바로 기화되며 회전하는 디멘션 코인으로 빨려 들어갔다.
손뿐만이 아니라 팔뚝에 뒤이어 어깨까지 믹서기에 갈리듯 부서져 나가며 끌려 들어가며 부서졌다.
“으아아아악!”
영혼은 찢어발기는 것 같은 엄청난 고통!
몸이 부서지며 디멘션 코인의 중심부로 빨려 들어가고 있기에 이종운 비명을 지르며 벗어나려 애를 썼다.
어떻게 해서든지 허공에 돌고 있는 디멘션 코인으로부터 발생한 인력에 끌려 들어가지 않으려 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가슴과 목이 부서지는 것과 동시에 산산이 흩어졌다.
그렇지만 특이하게도 심장에 은빛 가지가 꽂힌 세 사람은 디멘션 코인에서 인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마치 보호벽처럼 어느새 검은 기운이 솟아나 비늘 형태로 전신을 덮어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한동안 삼재를 형성한 그대로 서 있었다.
번쩍!
콰-아아앙!!!!
얼마 후 황금 잔에서 붉은 섬광이 터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이질적인 에너지의 충돌로 일어난 거대한 폭발이었다.
폭발의 파장은 엄청났다.
왕이의 회사 건물이 터져 나가며 발산된 에너지가 주변의 모든 것을 휩쓸며 가루로 만들기 시작했다.
핵폭탄이 터질 나타나는 버섯구름과는 달리 수평으로 퍼져나간 에너지가 사방 100km를 폐허로 만들었다.
달에서도 관측된 이 거대한 폭발로 인해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라는 홍콩을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모든 것이 사라져 폭발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각국의 정보기관도 아이템을 이용해 능력을 얻은 자들도 원인을 알아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폭발이 일어난 후 일주일이 지나자 사람들은 뭔가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얼마 후 세상이 변했다.
디멘션 코인에 담겨 있던 에너지가 역류한 탓에 발생한 거대한 폭발은 대륙의 지형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었다.
아이템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능력이었는데 자연적으로 각성하는 능력자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세상을 지배하고 있던 자들은 당혹스러웠다.
자신들의 세상의 질서를 유지한다고 자부하던 그들에게 도전하는 자들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 *
거대한 에너지가 폭주했다.
핵폭발에 버금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의식이 끊어지는 순간 민준은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도 의식의 흐름은 명료했다.
떠올리기만 하면 바로바로 생각날 정도로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말고 깨끗했다.
‘설마, 내가 산 건가? 어째서지? 아이템이 붕괴하며 발생한 폭발에서 붉은 기운을 머금은 금빛이 쏟아졌는데······.’
죽었다고 생각했던 민준은 당혹스러웠다.
죽은 자가 이런 명료함을 가질 수 없는 까닭이다.
‘아이템 때문인가?’
강탈이 실패하며 오류가 발생해서 일어난 폭발이었다.
살아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이렇게 된 것은 아이템밖에는 설명이 되지를 않았다.
‘폭발하는 순간 아이템이 원래대로 회복하며 본래의 모습을 찾아 나를 보호한 것 같은데, 어떻게 본래대로 작동한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군.’
민준은 자신이 살아난 이유가 아이템이라고 결론내렸다.
‘봤으면 좋았을 것을······.’
폭발이 일어나며 의식을 잃은 까닭에 아이템의 회복 과정을 지켜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나저나 이 건 뭐지?’
자신의 상황을 점검해 보던 민준은 몸 주변을 휘감고 있는 따뜻한 액체에 주목했다.
‘일반적인 물은 아닌 것 같고, 도대체 이게 뭐지?’
점성이 있어 저항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물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기이한 진동이 끊임없이 느껴졌다.
두근! 두근!
‘마치 사람의 맥박 같다.’
심장의 박동과 비슷한 진동이 액체를 타고 전신으로 전해지고 있어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확인해 보자.’
민준은 눈을 뜨려 했다.
‘뭐지?’
눈을 떠보려 애를 써 봤는데 이상하게 떠지지 않았다.
바위를 얹어 놓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눈꺼풀 하나 올리지 못하다니, 전신이 마비된 상태라 그런 건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
느껴지는 감각을 보면 마비인 상태인 것은 아니었다.
그저 눈이 떠지지 않을 뿐이었다.
‘폭발의 영향을 받아서 눈을 잃은 건가?’
아무래도 폭발과 마주쳐 눈을 다친 것이 분명했다.
‘하긴 살아난 것만도 용하지. 그런 폭발에서 죽지 않고 살아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얼마나 다쳤는지 몰라도 산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아무리 부상이 심각해도 능력자를 이용하든 기계로 대체하든 어떻게 해서든지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멘션 홀더와 디멘션 코인을 팔고 받은 엄청난 자금이 있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덕배와 종철이는 괜찮은 건가?’
민준은 동생들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다.
폭발의 중심이었던 자신이 살았다면 의동생들 또한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통도 별로 없고 기분이 아주 좋은 걸 보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치료하는 것 같았다.
자신이 치료를 받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야 할 것 같아 민준은 감각을 집중했다.
‘어떤 치료를 받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기분은 최고군.’
따뜻한 액체 속에 있는 데다가 마치 자장가처럼 다독이는 듯한 이 진동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아주 어렸을 적 빼고는 느껴본 적이 없는 기분이었다.
더군다나 아이템의 폭발로 인해 전신이 만신창이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손발에 감각이 있었다.
‘으음, 미치도록 졸린 걸 보면 약물을 투여한 것 같구나. 지금은 몸을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니 일단 좀 자 두자.’
집중해서 그런지 급격히 피로해지며 졸음이 쏟아졌다.
민준은 의식이 끊어지는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잠들었다.
그리고 얼마나 잤는지 알 수 없는 시간에 민준은 다시 정신을 차랄 수 있었다.
‘상태는 여전하군.’
아직도 주변 환경은 전과 같은 상태였다.
얼마간 꿈틀거리다가 다시 졸음이 몰려오려고 한다.
‘여전히 졸리네. 혹시, 회복 캡슐인가?’
생각해 보니 자신의 상태가 회복 캡슐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현상과 비슷함을 깨달았다.
전신을 세포를 활성화하는 젤에 전신을 담그고 각종 약물을 주입해 신체를 회복시키는 최첨단 장비!
회복 캡슐에 생각이 미치자 민준은 졸음이 달아났다.
치료 단계까지 회복캡슐이 개발된 곳은 미국과 러시아뿐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그것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 리 없는데 어째서······.’
미국이나 러시아가 나를 위해 나설 이유가 없었다.
디멘션 홀더와 코인은 소멸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이템에 대해 알기 위해 미국이나 러시아가 극비에 가까운 회복 캡슐을 이용해 자신을 치료할 리 없었다.
‘혹시, 내 능력에 대해서 알게 된 건가?’
에너지 스펙트럼을 느끼고, 그걸 이용해 아이템이 될 만한 유물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혹시 몰랐다.
‘이종운인가 하는 놈도 내 능력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덕배나 종철이도 어떤 능력인지 모르는 마당에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알 리는 없다. 아아함! 미치겠군.’
민준은 생각을 이어 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주입하는 약물이 강력한 것이라 그런지 쏟아지는 졸음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민준은 의식을 잃듯 깊이 잠이 들었고, 어느 사이인가 스르르 자신도 모르게 깨고 다시 잠이 드는 시간이 반복됐다.
잠에서 깨어있는 시간 동안 민준은 감각을 집중해 주변을 살펴봐도 알아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부상이 큰 탓인지 에너지 스펙트럼도 느껴지지 않아 능력을 잃은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상당한 시간이 흐르고 점차 졸린 시간이 줄어들었다.
부상이 많이 회복되어 감각이 활성화된 덕분에 주변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되자 민준은 당혹스러웠다.
눈꺼풀이 떠지지 않아 볼 수는 없어도 자신이 있는 곳은 회복 캡슐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확실하다. 아무래도 지금 태아 상태인 것 같은데······.’
회복 캡슐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50대가 된 자신이 태아인 상태로 여기 있는지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혹시? 클론을 만든 건가?’
폭발로 죽은 뒤에 자신의 시체를 찾아내 세포를 채취해 복제인간을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내 세포를 이용해 클론을 만든 것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하지 않아도 비밀리에 인간 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민준도 알고 있었다.
대부분 장기 채취를 위해 만들어지는데 급속한 성장을 위해 과다한 약물을 사용하기에 의식적인 면에서는 그저 동물적 본성만 남아 있는 것이 클론이다.
실험을 위해 성장시킨 클론도 마찬가지다.
떨어지는 학습 능력과 본능에만 의존하는 터라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다.
‘이렇게 고차원적인 의식이라니. 도대체 이건······.’
온전한 의식이고, 자신을 자각하는 의식이다.
더군다나 이전에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완벽하게 가지고 있는 상태라 민준은 혼란스러웠다.
인간이란 존재를 규명하는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혼(魂)과 백(魄)은 소우주라 불릴 정도로 방대하기 그지없다.
그 때문에 완벽하게 인간의 정신을 보존한다는 것은 아이템으로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민준의 의문은 깊어만 갔다.
‘에너지 스펙트럼을 느낄 수 없는 것도 내가 태아 상태라서 그럴 거다. 일단 내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면서 기다려 보자. 여길 나가면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
아직 감각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다.
미숙한 태아라 아직 오감이 완전하지 않은 탓에 에너지 스펙트럼을 느끼는 것도 불가능했다.
지금으로서는 정보를 모은 것이 불가능했다.
기다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자다 깨다 하는 시간이 반복됐다.
몸이 자라면서 민준의 오감이 점차 뚜렷해졌다.
주변 상황을 확실히 알 수는 없어도 자신이 클론이 아니라 진짜 태아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디론가 이동하는 듯한 움직임은 기계적이지 않았다.
뭉개져서 희미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여러 사람의 대화도 그렇고 간간이 들려오는 음악은 태교를 위한 것이 분명했다.
‘황당한 일이지만 태아 상태가 맞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거지? 불가능한 일이지만 내 영혼이 의식을 잃지 않고 태아에 깃들었다면 문제가 커진다.’
자신이 태아라는 것을 확인한 민준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누군가의 의도로 자신의 의식이 태아에 옮겨졌다면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에너지 스펙트럼을 느껴야 하는데 아직 불확실하다. 될지는 모르겠지만 의식에 마법이나 주술을 막을 수 있는 벽을 쌓아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최선이다.’
에너지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다면 마법이나 주술 같은 능력을 막아내기 쉬울 테지만 지금운 여의치 않았다.
다행인 것은 세상으로 나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탓인지 감각이 확실해 자리를 잡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민준은 의식에 벽을 쌓는 연습을 했다.
강력한 의지 덕분에 의식에 쌓은 벽이 점점 견고해졌다.
‘이제 나갈 때 구나.’
어느 정도 분비가 끝난 후 민준은 주변에 가득 찼던 양수가 빠져나가고 압박이 심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리가 먼저 빠져나갔고, 희미하게 빛이 느꼈다.
양수를 토해내기 위해 출산을 담당했던 의사가 민준의 다리를 잡고 거꾸로 들더니 엉덩이를 때렸다.
찰싹!
“아아앙!”
“하하! 산모분. 아들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하아아아, 고마워요. 선생님.”
기다리던 아이를 본 산모의 얼굴에 지친 미소가 맺혔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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