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 코인전쟁-038
모든 것이 연결될 때
‘할머니의 민어 요리는 정말 최고지. 후후후!’
민준은 복화루 식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가 됐다.
큼지막한 민어를 사서 돌아오니 가게 안은 이른 아침인데도 손님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귀항한 후에 여기서 아침을 해결하는 모양이구나.’
배부분 아침부터 반주를 곁들여 짬뽕을 먹고 있었는데 작업복에 비린내가 진동하는 것을 보니 선원들로 보였다.
고기잡이를 끝내고 귀항해 아침을 먹고 있었던 것이었다.
유정은 인섭에게 부탁해 주방을 빌렸다.
아침에 올 손님들은 다 온 터라 인섭은 흔쾌히 빌려주었고, 유정은 민어를 이용한 복달임 음식을 준비했다.
민어회와 더불어 전을 만들고, 맑은 탕을 만들었는데 유정이 여름이면 식구들을 위해 해주는 음식이었다.
9시가 가까이 되어 손님들 발길이 뚝 끊어지자 인섭은 가게 문을 닫고 브레이크타임을 가졌다.
유정이 준비한 음식을 보며 모두가 좋아했다.
민어 회와 전은 무척이나 맛있었다.
특히 사장님은 유정이 끓인 맑은 탕을 맛보고는 군산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맛이라고 다들 극찬했다.
“정말 시원하고 맛있습니다. 군산에 민어를 하는 집이 많은데 이렇게 담백한 맛은 처음 봅니다.”
“집에서 해 먹는 대로 했는데 괜찮으셨나 봅니다.”
“괜찮다마다요. 민어를 요리하시는 것도 그렇고, 이런 솜씨가 드문데 혹시······.”
“조그마한 국밥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셨구나. 어쩐지 음식 솜씨가 남다르다 했습니다.”
인섭은 그러면 그렇지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지만 저도 민어탕 끓이는 법을 배울 있겠습니까? 아까 음식을 만들어내느라 자세히 보지 못해서 말입니다.”
“사장님 솜씨도 만만치 않으신 것 같던데······.”
“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식구들에게 만들어주려고 그럽니다. 원기를 회복하는데 아주 좋을 것 같아서 말이죠.”
“그러셨군요. 그렇다면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하루 더 묵었으면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하하하! 그러십시오. 저야 환영입니다.”
“고맙습니다.”
유정의 부탁에 인섭은 격하게 환영했다.
‘하루 더 묵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오늘 저녁에도 수련할 테니 그때 물어봐야겠다.’
무공을 배울 수는 없겠지만 디멘션 코인에 대해서는 물어봐야 하는 터라 민준으로서는 다행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일찍 잘 것이 분명한 유정이었기에 민준은 수련이 시작되면 그날의 일을 물어보기로 했다.
푸짐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난 뒤 각자의 일로 바빴다.
인섭을 비롯해 복화루 식구들은 점심 준비로 바빴고, 유정은 급히 처리할 일이 있다며 밖으로 나갔다.
혼자남은 민준은 준우에게 말을 붙여보려고 했지만, 가게가 워낙 바빠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다들 바쁜 것 같으니 근처나 돌아보자.’
심심했던 민준은 준우에게 말한 후 가게를 나섰다.
항구도시 특유의 비린내가 가득한 곳이었지만 민준은 복화루 근처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복화루 앞에 있는 전자오락실에 들러 오락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남들이 하면 오락에 정신을 빼앗긴 것처럼 보였지만 민준이 하는 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실행되어 화면으로 구현되는 게임을 의지만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수련을 겸해서 하는 작업이었다.
‘조금만 더하면 충분하겠다.’
중요한 부분이 실시간으로 수정되는 것을 보면서 민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민준에게 새로운 무기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민준은 전자오락실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뒤에서 지켜보는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거렸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할 때와는 다른 형태로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캐릭터의 움직임을 이상하게 여기는 것을 보면서 게임을 계속하기가 곤란했던 것이었다.
민준은 오락실을 나와 복화루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방으로 올라가 어젯밤에 봤었던 것들을 복기하다가 유정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오세요.”
“그래 늦었구나. 심심하지는 않았니?”
“잘 놀았어요. 볼 일은 다 보신 거예요.”
“잘 끝났다. 점심은 먹었고?”
“중국식 탕수육을 해주셔서 맛있게 먹었어요. 가게에서 파는 것이 아니라 식구들끼리 간혹 해서 먹는 것이라고 하던데 정말 보기 드문 맛이었어요.”
“맛있다고 하는 걸 보니 할미도 일찍 올 걸 그랬다.”
“조금 있으면 저녁 먹을 시간이니 같이 내려가세요. 점심에 그걸 내신 것을 보면 할머니께 대접해 드리려고 만들어 보신 것 같으니까요.”
“그래. 그럼 내려가 보자.”
함께 내려가니 준우를 비롯한 세 사람은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고, 인섭은 주방에서 저녁 식사를 만들고 있었다.
민준은 주방으로 달려가 할머니가 중국식 탕수육을 먹어보고 싶어 하신다고 인섭에게 말했다.
인섭은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승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탁에 음식들이 차려졌다.
민어탕을 맛보게 해준 보답으로 준비한 음식들이었다.
탕수육도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고, 다른 것들도 처음 보는 음식이라 유정이 묻자 화교인 영순의 집안 음식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기름을 많이 쓰는 중국의 음식답지 않게 담백하면서도 정갈한 것이 유정과 민준의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다.
유정은 차려진 음식마다 전문가적 소견을 드러내며 뿌리 깊은 전통이 담겨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정의 칭찬에 인섭과 영순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차를 한 잔씩 마신 후에 유정과 인섭은 주방으로 갔다.
‘사장님이 오늘 작정을 하셨구나.’
인섭은 저녁 장사를 아예 접고, 잘 아는 선장에게 부탁해 이미 민어를 사다 놓은 상태였다.
민어탕을 제대로 배울 생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습이 진행되는 동안 준우를 비롯한 세 사람은 설거지 맡아 했는데 민준도 옆에서 도왔다.
설거지가 끝나고 세 사람이 수련을 위해 옥상으로 올라갈 때 민준도 유정의 눈치를 보다가 따라서 올라갔다.
옥상에 올라오자 준우가 말했다.
“표정이 좋지 않을 걸 보니 아직 허락하지 않으셨구나?”
“꼭 배우고 싶었는데 허락하지 않으시네요.”
“으음, 그렇구나.”
“할머니가 수련하는 것은 허락하시지 않으셨어도 구경하는 것은 괜찮을 테니 여기 있어도 되지요?”
“그래라. 어제처럼 평상에 앉아서 구경하도록 해라.”
“고마워요. 형!”
민준은 얌전히 평상에 가서 앉았다.
세 사람이 민준을 보고 나란히 서서 자세를 잡았다.
‘뭘 하려는 거지?’
서로 간에 상당한 간격을 두고 일자로 선는 터라 대련은 아닐 것이 분명하기에 민준은 뭘 하려는지 궁금했다.
‘기본적인 것을 보여 주려는 거구나.’
세 사람은 각자 여러 가지 자세를 차례로 선보였는데 익히고 있는 것들을 연마하는 것이 기본형이 분명했다.
‘언제든지 떠올릴 수 있으니 자세히 봐 두자.’
민준은 정신을 집중해 세 사람의 연무를 지켜봤다.
유정이 배우는 것을 승낙하지 않은 상태라 민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도움이 되는 기회였다.
‘세 사람이 익힌 것이 다 다르구나.’
대련할 때는 조금 다르다고 느꼈었는데 시범 보이듯 움직임을 보니 확실히 형식이 전부 달랐다.
세 종류의 무공이 전부 다른 유형인지라 정신을 집중해도 머릿속에 새기기가 쉽지 않았다.
의식을 나누는 게 가능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연무가 제일 먼저 끝난 것은 태우였다.
텔레비전에서 본 태껸과 비슷한 것이었는데 움직이는 형이 많이 없는 대신 기본이 매우 튼실해 보였다.
다음으로 창호가 연무를 끝냈다.
연무를 계속하는 것은 준우뿐이었다.
‘두 사람과는 형태가 다르구나.’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아서 무척이나 특이해 보였다.
제4장. 가문의 비밀.
먼저 연무를 끝낸 두 사람도 민준과 함께 평상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준우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대단하구나.’
민준은 연무를 보면서 자신이 그동안 수련한 칼라리파야투보다 움직이는 경로가 많아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집중에서 연무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2시간이 넘도록 연무가 이어졌고, 빠르게 연무를 이어가던 유준우가 천천히 호흡을 골랐다.
‘끝났구나.’
호흡을 가다듬은 유준우가 평상 앞으로 왔다.
“후우우! 어때 잘 봤니?”
“예. 정말 잘 봤어요.”
“너희들은?”
“잘 봤어요.”
“저도요. 덕분에 안계를 넓히네요.”
“다들 얻은 것이 있는 것 같으니 다행이구나. 수련할 때마다 내가 보여 준 걸 곱씹어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 오늘 고생했다. 나는 민준이와 할 이야기가 있으니 너희들은 먼저 가서 씻어라.”
“알았어요. 형.”
“먼저 내려갈게요.”
두 사람이 아래로 내려가자 준우는 평상에 앉았다.
“정말 오랜만이구나.”
“으음.”
“후후! 전에 한 번 봤는데 모르겠니?”
“세운상가에서요?”
“역시, 나를 알아보는구나.”
민준은 자신을 몰라보는 것이 아니라, 알고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겠지만 나도 사실 아는 것이 없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믿기 힘들겠지만 난 꿈을 꾼 대로 했던 것뿐이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걸 너에게 전하는 꿈을 계속해서 꾸었었다. 나는 꿈을 꾼 대로 그것을 찾아서 너에게 전한 것이 다다. 너로서는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다.”
‘거짓말인 것 같지는 않은데······.’
꿈을 꾼 대로 한 것이라니 민준으로서는 황당한 일이었다.
“도대체 어떤 꿈이었어요?”
“첫 번째 꿈은 비금도에서 유물을 찾는 것이었다.”
‘뭐지 이건?’
준우의 이야기에 민준은 가슴이 철렁했다.
회귀하기 이전에 자신이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 유물이나 아이템을 찾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스펙트럼으로 유물이나 아이템을 찾았던 자신과 달리 꿈을 통해 찾았다는 준우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유물을 찾는 꿈이요?”
“너에게 전한 물건 말이다. 그걸 비금도에서 찾은 후부터 너에게 전달하는 꿈을 다시 꾸었다. 마치 미래의 일을 나에게 보여 주는 것 같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적인 꿈이 아니었기에 민준의 입술이 바짝 말랐다.
“으음, 그랬었군요. 그런 꿈을 꾸다니······.”
“내 말을 믿는 거냐?”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다른 이가 들으면 미쳤다고 할 이야기였다.
그러나 민준은 디멘션 코인을 통해 이미 특별한 경험을 한 터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바로 믿어주다니 내가 다 당황스럽구나.”
“그냥 믿어지네요. 일단 꿈 이야기를 더 해주세요.”
“사실 처음에 꾼 꿈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매일 똑같은 꿈을 열흘 동안이나 꾸게 되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지. 덕분에 비금도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으음.”
“나는 당시에도 수배 중이라 비금도로 가기는 어려웠다. 그러다가 어렵게 고기잡이배를 이용해 비금도에 들어갈 수 있었지. 그리고 놀랍게도 그곳에서 꿈에 나온 유물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에 장면들 때문에 비금도에서 얻은 걸 너에게 전하려고 서울로 갔다.”
“어떻게 나에게 그걸 전달할 수 있었던 거죠? 나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을 텐데 말이죠.”
민준은 자신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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