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 코인전쟁-043
모든 것이 연결될 때
이번 삶이 알고 있는 것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 민준은 유정에 대해 비밀리에 조사해 왔다.
유정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있었지만 민준은 해킹을 이용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부모님과 할머니를 지키기 위해 통신망을 장악한 후 세 사람이 사용하는 전화기를 감청한 덕분이었다.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가게가 끝난 후 유정이 통화하는 것을 전화기를 통해서였다.
감청자료가 하나하나 쌓이면서 민준은 무척 놀랐다.
정보대로라면 할머니는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더군다나 엄청난 재산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엄청난 수의 인재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 인재를 활용해 유망한 기업을 키우고, 정부 부처에도 진출시켜 경제가 발전하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그런 유정이 요즘 외출이 잦아졌다.
비밀리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쉬는 날이면 그곳에서 그동안 키워온 인재를 만나는 것이 종종 포착되었다.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것만이 아니지.”
유정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중이었다.
유성 투자증권의 경영권을 가지려고 하는 것만이 아니라 보유한 자금을 동원해 비밀리에 달러를 확보하고 있었다.
완벽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투입된 금액만 해도 1조 원이 넘어가고 있었다.
대한민국에 다가오는 위기가 어떤 종류인지 확실히 알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탓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닥쳐올 광풍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겠지만 완벽하게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그런 할머니의 움직임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도 있고······.”
할머니의 진실한 모습을 발견하고 계획을 수정해서 진행하는 중이지만 민준은 불안했다.
이번에 불어닥칠 경제 환란의 배후에 무가와 무인, 그리고 능력자가 움직이고 있다는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가올 환락을 막기 위한 유정의 움직임으로 인해 기억 속의 불행이 시작되었을 확률이 무척 높았다.
경제 분야 검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부모님께 사건 정보가 들어가도록 한 사람이 바로 유정이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부모님과 할머니의 죽음이 모두 이런 움직임과 연관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거의 확실한 이상 어차피 돌아가는 흐름을 보려면 전부 알아봐야 한다.”
민준은 부모님과 할머니의 죽음이 대한민국에 불어닥칠 위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민준은 이번 위기 상황에 전력을 기울이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할머니에게 알려드려 보자.”
민준은 유성 투자증권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돌아올 유정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 일부를 알려주기로 했다.
이제 혼자서 준비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자신이 준비한 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 유정의 협조가 있어야 계획하고 있는 것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생각을 정리한 민준은 서둘러 산에서 내려왔다.
* * *
폐허를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이었다.
다른 것은 다 무시하고 경제발전만 외치다 보니 대한민국 내부는 점점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군부독재와 정경유착의 폐해를 개혁하지 못한 까닭이다.
정권이 민간으로 이양되었어도 마찬가지였다.
부실한 금융시스템과 과도한 차입경영이 경제계에 만연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경제는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청렴을 외치던 대통령은 치적을 위해 환율을 조작해 국민소득 1만 불 시대를 선언하며 화를 불러오고 있었다.
선진국의 지속적인 개방 압력이 거세지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에 무지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처지도 모르고 명예욕에 사로잡혀 무방비 상태로 OECD 가입하려는 중이다.
앞으로 어떤 환란을 초래할지도 모르고 OECD에 가입하면 선진국이 되는 것으로 생각해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위험해지고 있다는 신호를 포착한 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배후를 장악하는 자들은 경제 환란보다는 다가올 혼천의 쟁투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두 번째 징조의 신호가 잡혔다.
첫 번째 징조가 나타난 후 시간이 흘렀음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두 번째 징조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혼천의 쟁투가 펼쳐지는 두 번째 징조!
그것은 바로 능력을 얻을 수 있는 신물의 출현이었다.
청와대에서 보고를 끝마치고 비서실과 의견을 나누던 박노현 또한 수장고를 책임지고 있는 민성희로부터 신물의 출현에 대한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신물의 출현으로 상황이 급변했음을 깨달은 그는 곧바로 청와대를 나와 다급히 박물관으로 향했다.
차를 몰고 박물관에 도착해 수장고로 향하는 박노현의 발걸음은 마음만큼이나 무척이나 분주했다.
새로 4개의 진법과 5개의 보안설비를 설치한 터라 발걸음이 지체되는 까닭에 박노현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설치된 보안설비를 통과하자 수장고 앞을 지키는 민성희가 보였지만 그의 시선을 다른 곳에 있었다.
‘드디어 개벽이 시작되는구나.’
강화 합금을 사용해 새롭게 설치한 육중한 수장고의 출입문이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서 오세요. 관장님!”
“언제부터 이렇게 빛나고 있었나?”
“전화로 연락을 드릴 때부터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저거 이외에 다른 이상 징후는 없었나?”
“빛이 나는 것밖에는 없었습니다.”
“수장고에 누군가 침입하려고 하지 않았냐는 말이네.”
“지금까지 보안시스템에 걸리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렇군. 그럼 수장고 안으로 들어간 본 건가?”
“저는 아직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잘했네. 문을 열어 주겠나?”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민성희는 출입자를 인식하는 ID카드 대신 손바닥을 펼쳐 새롭게 강화된 문 위로 가져다 댔다.
손바닥에서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미세한 침을 이용해 자신의 혈액을 채취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민성희는 가만히 있었다.
철컥!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텅스텐이 들어간 강화된 합금으로 만들어진 출입문에 각인된 결계가 해제되었다.
스르르르!
커다란 문이 옆으로 밀려나며 기존의 출입문이 드러났다.
푸르다 못해 선명한 광채가 문에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두 번째 징조가 나타난 것은 확실하다. 도대체 어떤 신물이기에 저런 광채를 뿜어낸다는 말인가?’
드디어 기다리던 두 번째 징조가 나타났지만, 역사적 기록과는 많이 달라 박노현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광채의 세기로 봐서는 자신이 예측하는 것보다 더욱 강력한 신물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들어가 볼 테니 자네는 보안 강화를 요청하게.”
“예. 관장님.”
민성희에게 지시를 내린 박노현은 한 점 망설임도 없이 기존에 만들어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자 자동으로 문이 닫혔다.
“이런!!! 어떻게 이런 일이?”
안을 가득 매우 푸른빛에 박노현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특별한 힘을 가진 신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맞았지만, 그가 예상한 것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신물의 표식이라 일컬어지는 푸른빛의 광휘!
광휘의 농도를 보고 S급의 신물이 출현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눈으로 본 것은 그것이 전혀 아니었다.
가품으로 보이는 유물 한두 개를 제외하고는 수장고 안에 있는 모든 유물이 푸른 빛을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빛이 나지 않는 것은 그동안 진품이 의심되는 유물들 뿐이다. 그런데 어째서 전부 빛을 내뿜는 것이지?’
수장고 안에 있는 유물의 수는 만 점이 넘어갔다.
신물로 각성할 것이 예상되는 유물 중에 가짜인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광휘를 내뿜고 있었다.
지금까지 혼천이 시작되면 나타났던 신물은 전 세계를 합쳐도 100개가 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물 대부분이 신물의 광휘를 뿌리고 있으니 박노현으로서는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이 유물들이 전부 신물이라면 다른 데도 그럴 확률이 높으니 알아봐야 한다.’
마음이 급해진 박노현은 황급히 수장고를 나왔다.
문 옆에서 민성희가 초조하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폐쇄하게.”
“예! 관장님.”
민성희는 옆으로 밀려나 있는 문에 다시 자신의 손바닥을 가져다 댔고 강화된 합금으로 만들어진 문이 닫혔다.
쾅!
“보안을 강화해 달라는 연락은 했나?”
“말씀하신 대로 바로 연락했습니다.”
“잘했네. 전에 말한 이들이 배치될 수도 있네만······.”
“저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겠네. 그들을 봐도 너무 놀라지 말게.”
“예! 관장님!”
“그나저나 민학예사, 다른 박물관에도 여기와 같은 현상이 일어났는지 알아볼 수 있겠나?”
“그날 이후로는 연락이 전혀 어렵습니다.”
“그렇겠지. 겉은 국립이지만 알고 보면 그들 소유의 개인 보관고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래도 특이한 현상이 일어났는지 한번 알아보게. 최소한 동정이 어떤지라도 말이야.”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친분이 있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을 통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난 청와대로 가보겠네.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게.”
“알겠습니다, 관장님.”
박노현은 민성희를 두고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탄 후 청와대로 향했다.
‘다른 것도 그렇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
신물이 출현하면 반드시 게이트가 발생한다.
게이트에서 나오는 존재를 처리해야만 신물을 얻는다.
많아야 하나둘 정도 나타날까 생각했는데 그동안 나타난 것을 아득하게 넘어서는 숫자의 신물이 나타났다.
‘제발 아니기를 빌지만 그럴 리는 없을 거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태가 발생할 테니 대비해야 한다.’
신물이 나타나면 그것을 매개로 게이트가 발생한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창천오문이라면 10여 개 정도는 감당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는 무가는 달랐다.
일반적인 수준의 무가가 가진 무력이라면 게이트 하나 정도를 감당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국립박물관만 해도 만점이 넘어가고 다른 곳도 마찬가지라면 무가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사태가 아니었다.
광휘를 발하는 신물 모두에서 게이트가 열린다면 종말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가슴만 답답할 뿐이었다.
박노현의 예상한 것처럼 전국에 있는 박물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신물로 각성할 것이라고 예상되어 모아 놓은 유물들이 모두 광휘를 발휘하고 있었다.
신물이 광휘를 발현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던 자들은 경악해 마지않았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배후에서 혼천의 쟁투를 준비하던 모든 이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신물과 함께 발생하는 게이트!
다른 차원과 연결이 되는 초자연적 현상이 이전과는 다른 형태가 될 것이라는 사실에 무가들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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