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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영 님의 서재입니다.

다차원 코인 전쟁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미르영
작품등록일 :
2018.01.07 14:34
최근연재일 :
2020.12.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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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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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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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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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차원 코인전쟁-036

모든 것이 연결될 때




DUMMY

‘어려 보이는데 생각하는 것이 대단하군.’


생각하는 것이 또래와는 많이 다른 터라 대화를 지켜보던 준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하! 여사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여느 보통 아이들과는 참 다르군요.”

“호호호! 이 녀석 별명이 애늙은이네. 내가 말한 것처럼 보통 아이들과는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다른 아이지.”

“제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습니다.”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학생들은 조직적으로 도우면서도 한 번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유정을 보면 알 것도 같았다.

선택을 받은 후에야 눈앞의 인물이 전설적인 대모라는 것을 겨우 알았을 정도로 유정은 철두철미한 사람이었다.

음으로 양으로 학생들은 지원하면서도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던 사람의 손자답게 생각하는 바가 남다른 것 같았다.


“그나저나 자네도 여기에 꽤 오래 있은 것 같은데 그만 서울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글쎄요. 아직 생각 중입니다.”


유정의 표정이 굳어졌다.

유준우는 각 대학교의 총학생회를 뒤에서 은밀히 지원하는 비밀결사를 만든 사람이었다.

수배령이 떨어지고 숨어서 지내느라 거의 활동을 하지 못한 준우로 인해 학생들을 돕는 것이 난감해진 상황이었다.

직접 지원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오랫동안 감춰온 자신의 정체를 들킬 수 있었기에 유정은 준우가 필요했다.


“자네가 떠나고 학생들을 돕는 게 어려워졌네. 그러니 서울로 돌아오게. 내 따로 손을 쓸 테니.”


유준우가 서울로 복귀한다면 많은 것이 순조로워진다.

아직도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체를 감추는 데도 좋았다.

나를 인맥을 갖추고 있는 터라 유정으로서는 준우의 수배를 푸는 것은 어렵지 않았기에 제안을 했다.


“여사님이 그리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수배가 풀릴 테지만 여기서 할 일어서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할 일이라는 게 뭔가? 혹시 복화루에서 중화요리라도 배우려는 건가? 그건 자네가 할 일이 아닐세.”

“여기서 일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말씀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당분간은 여기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간곡한 어조에 유정은 진짜 사정이 있는 걸 알았다.

“으음, 알겠네. 그렇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 수배가 풀리도록 해주겠네. 당분간은 조심하게. 수배가 풀리기 전에 잡히면 봉변을 당할 수도 있으니 말이네.”

“나름 조심하는 중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지금까지 경찰에 잡히지 않았던 준우였다.

조심하기만 한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거라고 판단한 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난 이만 돌아갔다가 내일 아침에 다시 오도록 하겠네. 생각이 바뀌면 말하게.”

“근처 여인숙에 방을 잡으신 겁니까?”

“맞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잡아두었네.”

“잠시만 기다려 보십시오. 여사님.”


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와 함께 계산대를 정리하고 있는 인섭에게로 갔다.


“사장님. 저기 저분이 제 은인이신데 위층에서 주무시게 하시면 안 될까요?”

“안 될 것이 뭐 있겠나. 하하하!”

“감사합니다. 사장님.”

“감사는, 어서 모셔라.”

“예.”


인섭의 허락을 받은 준우가 다시 돌아왔다.


“여사님, 여인숙 말고 여기서 주무십시오.”

“괜찮네.”

“제가 괜찮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근처 여인숙에 얼마 전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민준이도 있으니 여기서 주무십시오.

“사장님께 폐가 될 텐데······.”

“걱정하지 마세요. 사장님도 허락하셨고, 숙박 손님을 받으려고 얼마 전에 방을 고쳐서 편히 쉬실 수 있을 겁니다.”

“알았네.”


준우가 웬만해서는 이러지 않는 성정이라는 것을 아는 터라 유정은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정거장 근처 삼정 여인숙에 잠자리를 잡으신 거죠?”

“그렇기는 하네만, 왜 그러나?”

“제가 가서 짐을 가져오려고 합니다.”

“자네 혼자 가도 되겠나?”

“거기 주인이 우리 가게 단골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았네.”


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가게를 나서 여인숙으로 갔고, 인섭이 웃으며 다가왔다.


“머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준우가 사장님께 신세를 많이 진 모양이던데.”

“하하하! 아닙니다. 신세라니요.”

“준우 말투를 보아하니 아닌 것 같던데요. 도우시기 힘드셨을 텐데 정말 감사합니다.”

“당연한 일인데요. 뭘.”

‘알면서도 보살핀 것을 보면 심지가 굳건한 사람이구나.’


유정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는 인섭이 마음에 들었다.

준우가 학생운동으로 수배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데리고 있었던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올라가서 머무실 방을 좀 치워 놓겠습니다.”

“그럼, 폐를 끼치겠습니다.”

“아닙니다. 편히 묵으시면 됩니다.”


인섭은 올해부터 민박 손님을 받으려고 고쳐 놓았던 방을 정리하기 위해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준우가 짐을 가지고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짐은 이게 맞지요?”

“고생했네. 그나저나 사장님이 좋은 분 같아서 다행이네.”

“하하하! 요즘 분 같지 않으신 분이세요.”

“다행히 자네가 인복이 있는 모양이네.”

“그런데 사장님은 어디 가셨나요?”

“우리가 묵을 방을 보신다고 올라가셨네.”

“그럼 저하고 같이 올라가세요.”

“알겠네.”


준우의 안내로 두 사람은 2층으로 올라갔다.

방으로 가니 인섭이 이불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었다.


“이부자리를 가져다 놨습니다. 얼마 전에 수리한 곳이라 불편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그럼 편하게 쉬십시오.”


인섭이 내려간 후 유정과 민준은 양치하고 씻었다.

그리고 얼마 뒤 마실 물을 가지고 준우가 방으로 오더니 할 말이 있는 듯 자리에 앉았다.


“내게 할 말이라도 있는 것인가?”

“저 말고 사람을 추천해도 되겠습니까?”

“말해 보게.”

“수배령이 내려 서울을 떠날 때 저를 대신해서 일해 줄 사람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민주화운동에 열성적인 사람이기는 하지만 완벽하게 신뢰할 수는 없어 여사님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었는가?”

“제가 지켜보기는 했습니다만, 여사님께서 한 번 살펴보시고 쓸 만하다 싶으면 쓰셔도 될 겁니다.”

“이유라도 있는 건가?”

“제 행적이 드러난 적이 있어서 그 친구가 변절했을 수도 있어서 그렇습니다.”

“알겠네. 혹시 모르니 자네 일을 맡아서 할만한 사람들도 좀 추천해 주게.”

“알겠습니다. 여사님.”


준우는 주머니에서 볼펜과 종이를 꺼내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쪽지에 적기 시작했다.


‘어쩐지. 할머니가 이런 일도 하고 계셨었구나.’


유정이 학생들을 돕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단순히 장학금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

대화의 내용이 주로 민주화운동을 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민준으로서는 정말 뜻밖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여기 있습니다. 첫 번째로 적은 사람이 제가 부탁한 사람입니다. 살펴보시고 아니다 싶으면 적어드린 순서대로 살펴보신 다음 쓰시면 될 겁니다.”

“알았네. 내 살펴보도록 하지.”

“그럼 피곤하실 텐데 쉬십시오. 가게를 정리해야 해서 저는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그러게.”


준우가 밖으로 나간 후 민준은 이불을 펴려고 했다.

일찍 주무시는 것이 습관이 되신 유정을 위해서였다.


“민준아. 잠깐 앉아 봐라.”

“예.”

“너도 들어서 알겠지만, 준우는 학생운동을 주도한 아이다. 수배가 내려져 있으니 오늘 들은 이야기는 비밀이어야 한다. 알았지?”

“그럼요. 할머니. 그 정도는 저도 알아요.”

“그래. 피곤할 텐데 그만 자자.”

“이불 펴 드릴 테니까 먼저 주무세요.”

“잠이 안 오는 게냐?”

“이상하게 졸리지 않네요.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갈 데가 어디 있다고 나간다는 게냐?”

“멀리 안 가요. 옥상에서 형들이 운동하는 것 같은데 그냥 구경이나 좀 하고 오려고요.”

“그러려무나. 할미는 자마.”

“예, 할머니.”


민준은 자리에 누우시는 유정을 보고 방을 나섰다.

옥상에서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계단으로 올라갔다.

옥상 문을 열어보니 준우를 비롯해 세 사람이 있었다.


‘역시 여기 있었구나.’

“민준이구나. 무슨 일이니?”

“잠이 안 와서요. 바람 좀 쐬려고 하는데 위에서 소리가 들려서 한 번 올라와 봤어요.”

“하하하! 그러냐.”

“형, 소개 안 해줄 거예요.”


짬뽕을 가져다주었던 창호가 준우를 재촉한다.


“알았다. 이 아이는 내가 신세를 많이 진 여사님의 손자인 민준이다. 민준아. 여기 이 형은 복화루 사장님의 아들인 창호고, 옆에 있는 형은 창호 친구인 태우다. 둘 다 경찰대학에 다니고 있다.”

“안녕하세요. 민준이라고 해요.”

“그래, 반갑다.”

“반갑다. 민준아.”

“그런데 여기서 운동하시는 거예요? 언 듯 보니까 무술 같은 걸 하시는 것 같던데, 태권도를 하시는 거예요?”


민준은 모르는 척 물었다.


“하하하! 태권도는 아니고, 각자 수련하는 것이 있다.”

“와아! 여기서 구경 좀 해도 돼요?”

“그래라. 심심하지는 않을 테니 거기 앉아서 봐라.”

“고마워요. 형.”


민준은 준우가 가리키는 평상에 앉았다.

한참 몸을 풀던 세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마주 섰다.


‘재미있을 것 같은데?’


서 있는 자세를 보면 일반적인 대련이 아닌 것 같았다.

좌우를 서로 경계하는 것을 보면 세 사람이 동시에 하는 대련인 것이 분명해 보여 무척 흥미로웠다.


파파팟!


창호의 공격을 시작으로 대련이 시작되었다.


삼자 대련!

자신 이외의 사람은 모두 적으로 상정하고 셋이 한꺼번에 펼치는 대련을 보면서 민준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자신도 수련하는 터라 여러 가지 무술을 많이 찾아봤었는데 눈앞의 움직임은 완전히 격이 달랐다.

잠깐 한눈만 팔아도 놓칠 것 같은 빠른 움직임은 미래에 봤던 무협 영화의 주인공은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하나하나가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움직임뿐이었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적이었다.

다른 사람을 공격할라치면 다른 쪽에서 파고드니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랫동안 칼라리파야투를 수련해온 민준으로서도 난감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여러 번 발생했는데도 세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방을 펼쳐나갔다.

각자 적으로 상정한 두 사람의 움직임을 읽어나가며 공방을 주고받는 것을 보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삼자 대련의 특성상 보일 수 없는 움직임들!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공방을 주고받는 세 사람의 모습이 한 편의 무협 영화나 다름없었다.


‘관장님들과는 다르다.’


지금 체육관에 정착하기 전까지 민준은 할머니의 추천으로 무술을 배우려고 여러 체육관을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관장들의 경우 대부분 실전 무술의 달인들이라 무척이나 놀랐었는데 세 사람의 움직임은 그것과는 격이 달랐다.

뭔가 한 차원 높은 움직임이었다.


‘보는 사람도 쫓아가기 어려운데 저렇게 삼자가 공방을 주고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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