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 코인전쟁-031
모든 것이 연결될 때
1시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프로그래밍이 끝났다.
“다 됐구나. 컴파일부터 하자.”
작업이 끝나자 민준은 컴파일했고, 버그 하나 없는 완벽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이 났겠지만 그랬다가는 난리가 날 테니 데이터베이스는 조금 조정하자.”
머릿속에 있는 각종 분석자료를 그대로 쓰면 곤란한 상황이라 민준은 일부를 수정해서 쓰기로 했다.
머릿속에 있는 데이터라 수정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민준이 생각하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데이터가 입력되었다.
입력이 끝난 후 민준은 프로그램과 연동해서 실행했다.
머릿속에서 그린 대로 만들어졌기에 만족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을 완성한 다음 날부터 민준은 유정을 설득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도서관에 가서 필요한 책을 보고 난 뒤 경제 서적을 빌려와 가게에 달린 방에서 공부하며 유정의 시선을 끌었다.
그렇게 며칠간 경제 관련 서적을 탐독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경제신문을 챙겨서 가게로 갔다.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이니?”
“예. 할머니.”
“그건 신문은 뭐냐?”
“아버지가 보는 경제신문이에요.”
“궁금한 것이라도 생긴 게냐?”
유정이 관심이 생긴 것을 깨달은 민준은 쾌재를 불렀다.
“앞으로 경제 상황이 어떤지 궁금해서요.”
“경제 상황이라니?”
“지금까지는 심심풀이로 했는데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주식에 투자해 보려고 그래요.”
“잘하고 있다는 건 안다만 어떻게 하려는 거냐?”
“제가 예측하는 것이 맞아떨어지는지 먼저 알아볼 생각이에요. 제가 생각한 알고리즘이 맞는 것을 확인하고 투자할 생각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할머니.”
“그렇구나. 그나저나 점심은 먹었니?”
“책 보다가 늦어서 못 먹었어요. 배고파요. 할머니.”
“알았다. 거기 앉아 있어라.”
유정은 가슴이 뛰었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갔다.
‘지금까지 해온 게 심심풀이였다니······.’
내색하지는 않아도 유정은 그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이 소개한 이로부터 손자가 최고의 애널리스트도 내지 못하는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듣고 있었다.
유정은 통장에 있는 돈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었다.
그런데 그런 수익률을 올린 것이 그저 심심풀이였다니 경악해 마지않을 일이었다.
‘아버님 말씀대로구나. 특별한 사람이 될 거라고 하시더니. 아직 더 지켜보아야 하니 침착하자.’
시아버지의 유언대로 손자인 민준이 특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유정은 국밥을 끓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국밥이 끓자 유정은 양념을 넣고 식탁으로 가지고 갔다.
보글! 보글!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어 정말 맛있어 보였다.
“우와! 맛있겠다.”
“따로 준비했어야 하는데 미안하구나.”
“전 좋아요. 제가 국밥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시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할머니도 참! 이게 얼마나 영양 만점인데요.”
선지를 비롯해 내장이 듬뿍 들어간 국밥이었다.
어디 가서 이 가격에 이렇게 푸짐한 국밥은 먹기 어렵다.
워낙 맛도 좋고 유정이 정성을 쏟아서 만든 것이라 민준은 불만이 없었다.
“많이 먹어라.”
“예, 할머니.”
점심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계속 들어오는 터라 유정은 서둘러 주방으로 가셨다.
“쩝! 한 번 먹어볼까?”
침이 고이는 것을 삼키며 수저를 들고 국물부터 떠먹었다.
약하게 간을 한 탓에 적당히 소금을 넣고 고추기름을 두른 후 파와 청양고추 다진 것을 넣었다.
“잘 먹겠습니다.”
민준은 연신 국밥을 떠먹었다.
상큼한 신맛과 아삭함이 살아있는 깍두기와 겉절이, 그리고 매콤하고 달콤한 무말랭이가 있어서 좋았다.
할머니가 손수 만든 반찬들이 국밥과 아주 잘 어울리는 통에 어느새 뚝배기가 바닥을 드러냈다.
“잘 먹었다.”
“천천히 좀 먹지.”
유정은 식혜를 식탁에 내려놓으며 한마디 했다.
“헤헤헤! 배가 고파서요.”
“아침을 걸렀다고 어멈이 전화하더니만, 그러면 안 된다.”
“죄송해요. 할머니. 체육관에 가느라고 그랬어요.”
“집에 바로 갈 거니?”
“조금 있다가 갈게요. 여기서 신문 좀 봐도 돼요?”
“손님도 줄었으니 그래라.”
“손님 가시는데 상은 제가 치울게요.”
“호호호! 알았다.”
유정이 계산을 하는 동안 민준은 빈 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하는 아주머니에게 맡겼다.
그리고는 식탁으로 돌아와 신문을 펼쳐 읽으며 주식 시세표 옆에 연필로 끄적거리며 적어나갔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난 후 한가해지자 유정이 식탁 앞에 앉는 것을 알았지만 모르는 척하며 작업을 했다.
“뭘 그렇게 열심히 적고 있는 게냐?”
“주가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한번 생각해 봤어요.”
“주가가 어떻게 될지 살펴봤다고?”
“앞으로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한 번 생각해 본 거예요.‘
“그렇구나.”
‘죄송해요. 할머니.’
민준은 유정을 속이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거예요. 할머니.”
“호호호! 알았다. 그렇다고 너무 빠지지는 말고. 알았지?”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 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읽어야 할 책도 있고, 전 이만 집에 가서 공부할래요. ”
“그래라.”
민준은 서둘러 가게를 나섰다.
유정이 살펴볼 것이기에 신문은 그냥 두고 나왔다.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 것 같다는 말을 흘리기보다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
그림을 그리 건, 글씨를 쓰건, 민준이 뭘 하면 그게 무엇이 되든지 알뜰히 모아놓는 유정이라 그렇게 한 것이었다.
민준은 주식가격의 등락만 적어 놓은 것이 아니었다.
개별 주가에 대한 산업 동향부터 등락의 사유까지 적어놨기에 유정이 관심을 가질 것이 분명했다.
며칠간 민준은 가게에 들러 신문에다가 개별 주가나 산업 동향에 대한 것들을 적어 놓은 후 모르는 척 두고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유정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민준이 가게에 올 때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역력했다.
적어 놓은 것들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터라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민준은 할머니가 먼저 말을 꺼내길 기다렸다.
민준의 의도가 성공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가 쉬는 날이 됐을 때 유정은 민준을 불러 앉혀 놓고 물었다.
“민준아, 네가 신문에 적어 놓은 것 말이다.”
“아! 주식 시세표에 분석해 놓은 거요?”
“그래. 어떻게 그렇게 잘 맞추는 게냐?”
“분석해보면 어떻게 될지 대충 답이 나와요. 할머니.”
“분석해서 전부 맞추는 거란 말이니?”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한 번 해봤어요. 주식시장을 분석한 후 개별 종목별로 어떻게 될지 계산해봤는데 상당히 잘 맞더라고요.”
“그런 거였구나. 그거 어렵지는 않은 게냐?”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요.”
“그렇구나. 전에 보니 날짜를 써놨던데 오르거나 내릴 종목은 어느 정도 기간까지 예측이 가능한 게냐?”
“으음, 한 일주일 정도는 가능한데, 경제 상황이라는 것이 상당히 복잡해서 그 이후로는 좀 어렵더라고요.”
“일주일간 오를 종목들을 확실히 알 수 있다는 게냐?”
“대충은요. 알려드릴까요?”
“그래. 이 할미가 알고 싶구나.”
“하하하! 알았어요. 알려드릴게요.”
기회를 잡았기에 민준은 일주일간 어떻게 주가 변동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어떤 종목이 오를지 천천히 말씀드렸다.
유정은 민준의 들으며 신문에 있는 주식 시세표 해당 종목 옆에 꼼꼼하게 기록했다.
민준은 다음 날부터 한가한 시간에 가게에 들러 종목별로 예측한 내용을 유정에게 말했다.
민준이 예측이 적중한 것은 100%에 가까웠다.
금액에서 약간 차이가 나기는 해도 상승이나 하락 폭을 거의 정확하게 맞추고 있었다.
한 달을 지켜보던 유정이 민준을 불렀다.
“민준아.”
“예, 할머니.”
“방으로 잠깐 좀 오너라.”
주식 때문임을 직감한 민준은 유정의 방으로 갔다.
“무슨 일이세요. 할머니.”
“거기 앉아라.”
“예.”
“민준아. 이야기한 게 전부 맞더구나. 어쩜 이렇게 잘 맞는 게냐? 분석하고 계산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으음, 제가 분석하는 건 아니고요. 사실 주가를 예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활용하고 있어요.”
“주가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네가 만들었다는 말이냐?”
“여러 가지 조건을 부여하면 맞춰서 계산되는 프로그램인데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게냐?”
“그게 말로는 잘 설명할 수 없는 건데 프로그램을 보시면 이해하기 쉬우실 거예요.”
“그렇다면 한 번 보도록 하자.”
민준은 유정과 함께 자신의 방으로 가서 컴퓨터를 부팅시킨 후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보여드렸다.
“이걸 통해 예측한 걸 그동안 할머니께 말씀드린 거예요. 어떻게 하는 거냐 하면요.”
민준은 프로그램 사용법을 설명했다.
하루 단위로 주가를 예측하고 일주일 치의 동향을 해 표시해 준다는 설명을 들은 유정은 무척이나 놀랐다.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그렇지만 그걸로 신도 알아맞히기 어렵다는 주식 시작을 정확하게 예측했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하구나. 이런 걸 만들어 내다니······.”
민준의 입장에서 사실 별거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미리 작업해서 입력한 데이터와 변수에 따라 결과를 내놓는 프로그램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유정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보이는 내용이 전부 심상치 않은 것들이었다.
앞으로 30년간 대한민국과 전 세계 기업들의 주가 변동사항을 기반으로 표출되는 정보였기 때문이다.
‘놀라실 만도 하실 거다. 데이터를 그대로 표출하는 프로그램이 시중에 나와 있기는 해도 이런 것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다 맞는 것도 아니지.’
자신이 사용하는 것과는 성능을 떨어트린 것이었다.
미래 데이터를 표시해 주기에 100% 확률로 예측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2% 정도의 오차 범위를 두고 적중할 확률을 55%로 맞춰두었다.
문제가 될 확률이 높아서였다.
그렇지만 이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성능이었다.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대로 투자만 한다면 실패 없이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민준아. 더 상세한 정보는 보지 못하는 게냐?”
“아니에요. 이렇게······.”
“나오는 내용을 보니 이 기업과 연관된 것은 대부분 알 수 있게 되어있구나.”
“예, 할머니.”
‘확실히 재테크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답다. 그냥 말씀만 드리면 믿지 않으실 것 같아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흥미를 보이시니 잘한 것 같다.’
유정은 주가 상승 분석뿐만 아니라 연관 기업을 비롯한 관련 산업계에 대한 분석에 더욱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민준은 프로그램이 표출하는 기업정보를 살피다가 놀라는 유정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웠다.
“민준아, 여기 나오는 분석 내용이 얼마나 정확한 게냐?”
“그동안 확인해 봤는데 오 할이 조금 넘는 것 같아요. 예측이 실패할 수도 있어서 종목을 선택하면 따로 분석해야 투자해야 손해를 줄일 수 있어요.”
“그래도 성공적으로 예측하는 확률이 오 할을 넘는다니 정말 쓸모가 많아 보이는구나.”
“할머니께 필요한 것 같은데 어떠세요?”
“아무래도 그래 보이는구나.”
“이거 할머니 컴퓨터에 설치해 드릴까요?”
“그랬으면 좋겠다. 이 할미도 쓰게.”
“참고만 하시고 투자하실 때는 저에게 꼭 말씀해 주세요. 틀리는 경우도 사 할이 넘으니 제가 분석해드릴게요.”
“알았다. 고맙구나.”
‘이제 됐다.’
민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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