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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영 님의 서재입니다.

다차원 코인 전쟁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미르영
작품등록일 :
2018.01.07 14:34
최근연재일 :
2020.12.28 15:15
연재수 :
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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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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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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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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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다차원 코인전쟁-015

모든 것이 연결될 때




DUMMY

뿌연 수증기가 탕 안에 가득했다.

후끈한 열기와 함께 목욕탕 특유의 냄새가 코로 들어왔다.

탕에는 20여 명 정도가 있었다.


‘사람이 많군.’

“민준아, 일단 머리부터 감도록 하자. 유리 파편이 머리카락 속에 있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알았어요.”


털어내기는 했어도 성찬의 말처럼 머리카락 속이나 몸에 혹시라도 유리 파편이 붙어있을 수도 있었다.

민준은 아버지가 가리킨 목욕 의자에 조용히 앉은 후에 머리를 삐죽하게 앞으로 내밀었다.


“아프면 말해야 한다.”

“그럴게요.”


쏴아아아!


혹시 유리가 묻어 있을까 봐 걱정스러웠는지 성찬은 샤워기로 조심스럽게 물을 뿌리며 머리를 훑어내렸다.


“자! 머리는 된 것 같다. 이제 비누로 씻자.”

“제가 할게요.”

“그래라.”


민준은 때 수건에 비누를 칠하고 몸을 닦았다.

등 쪽에는 손이 닿지 않았기에 성찬이 닦아 주었다.


“아버지 등은 제가 닦아 드릴게요.”

“하하하! 그래라.”


웃으며 허리를 돌리는 아버지를 보며 민준은 비누를 잔뜩 묻혀 커다란 등을 문질렀다.

성찬은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자! 이제 다 됐어요. 아빠!”

“고맙다. 앞에는 아빠가 할 테니 먼저 탕에 들어가 있어.”

“그럼 저 먼저 들어갈게요.”


때 수건은 건넨 민준은 샤워기로 몸에 묻는 비누 거품을 씻은 후 목욕탕 한가운데 있는 열탕으로 갔다.

40도에 가까운 뜨거운 온수로 가득 찬 탕 안으로 들어간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트렸다.


“어! 시원하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노인이나 할 법한 말을 흘리니 탕에 있는 어른들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참 실하네.”

“허허! 그러게.”


시선이 탕 속으로 향한 어른 들의 대화에 무엇을 말하는지 깨달은 민준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창피하지는 않았다.

실한 물건이 결코 창피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잠시 뒤 성찬도 탕 안으로 들어왔다.


“고등학생 같은데 요즘 아이들 같지 않아. 조금 전에 보니 아버지 등도 닦아 주던 것 같던데 말이야. 아들을 잘 뒀네.”

“고등학생쯤 되면 아버지하고 목욕탕에 오는걸 질색하는데 등까지 닦아주고 부자간이 사이가 좋아 보여 좋네.”

“하하하! 어르신들 이제 중학생입니다. 제 아들이지만 저 녀석이 효잡니다. 효자.”

‘정말 못 말리겠네.’


성찬은 주변에서 목욕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칭찬에 다시 팔불출이 되어 버렸다.

시도 때도 없는 아버지의 자랑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민준은 모르는 척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 보이는 건 저거 하나뿐이니 살펴보자.’


여러 군데서 선과 파장이 보였지만 목욕탕 안에서는 오직 한 곳만 그런 현상이 보였다.

바로 목욕탕 벽에 달린 스피커에서 음악과 함께 선과 파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니 시야가 확장됐다.

천정에 달린 스피커에서 빛처럼 흘러나오는 선과 파장이 조금 전보다 훨씬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거리를 지나올 때 봤던 것들도 그렇고, 정신을 집중할수록 저것들이 잘 보이는구나.’


미처 몰랐는데 의지에 반응하는 것이 분명했다.


‘각성이 시작됐을 때부터 생각해보자.’


민준은 딱지 같은 것이 갑자기 사라지고 난 뒤부터 갑자기 시야가 변한 상황부터 반추했다.

딱지 같은 것이 사라지고 난 뒤에 시야가 일그러졌다.

안테나가 없는 텔레비전을 켰을 때 나타나는 것처럼 이상한 선들과 파장들이 보였다.

여러 가지 선과 파장들이 겹쳐지거나 서로 교차하고 있어서 시야가 아주 어지러웠다.

어디서 발생하는 것인지 보면 시선을 돌려보면 그곳에는 전원이 켜져 있는 전자기기가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스피커에서만 파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보는 게 전파나 전자기파가 분명하다. 각성한 것 때문에 저런 걸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 것 같기는 한데 무슨 능력인지 도무지 모르겠군. 이걸로 뭘 할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를 않으니······.’


자신이 무엇을 보는 것인지 파악했다.

그렇지만 전파나 전자기파를 볼 수 있는 것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완벽한 각성을 기대한 민준으로서는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에너지 스펙트럼이 어떤 능력인지 파악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도 오래 걸렸으니 실망하기보다는 어떤 능력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특별한 에너지를 느끼는 능력으로 유물이나 아이템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도 제법 시간이 걸렸었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지금 각성한 능력도 자신이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뿐이었기에 실망하기는 일렀다.

에너지 스펙트럼을 감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 터라 오히려 이전의 삶보다 나은 상황이었다.


‘실체를 볼 수 있으니 금방 알아낼 수 있을 거다. 그나저나 저런 걸 볼 수 있게 된 그것 때문인 건 확실하다. 그게 어떻게 변수로 작용한 것인지 파악하기만 한다면 이게 무슨 능력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딱지 같은 것을 만졌는데 갑자기 사라지고 나타난 현상이라 변수는 애써 찾을 필요도 없었다.

이전의 삶에서는 벌어지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다.

보지 못한 사람이 나타나 유리창을 부수며 딱지 같은 것을 놓고 간 것도 이전에는 없던 일이라 변수는 확실했다.


‘그게 뭐기에 영향을 준 거지? 이전 삶에서도 불가해의 영역이라는 각성에 영향을 줄 정도면 보통 물건이 아니다.’


민준은 아이템에 관한 기억을 떠올려 봤다.


‘단번에 능력을 각성시키는 아이템은 이전 삶에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고.’


아이템으로 능력을 얻으려면 일정한 절차가 필요하다.

아무런 절차 없이 각성에 영향을 주는 검은 딱지 같은 것에 관한 정보는 이전 삶에서도 접해 본 적이 없었다.

회귀하기 전에 이종운이 했던 것처럼 주술을 사용할 수도 있고, 마법 같은 것으로 아이템을 깨워야만 한다.

아이템에 대해 생각하던 민준은 한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어쩌면 내가 만졌던 건 아이템이 아니라 자연 각성을 촉진하는 촉매일 수도 있겠구나. 자세히 알아보는 건데.’


아이템을 이용하지 않고 능력을 얻을 수 있는 자연 각성에 관한 것은 우연히 정보 상인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자연 각성은 뜬금없이 이루어지는 일이고, 천문학적인 확률로 일어나는 일이라 이전 삶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더군다나 에너지 스펙트럼을 확장하기 위해 거래하던 상황이라 자연 각성에 대해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 후회됐다.


‘정보 상인들도 자연 각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눈치였었지. 거대 가문이나 정부에서 자연 각성에 대한 정보를 통제한다고 했으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아이템은 그리 쉽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발견한다고 해도 능력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롭다.

이전 삶에서 이름난 가문이나 조직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수의 능력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많은 능력자를 거느릴 수 있는 여건이 아닌 데도 그런 것을 보면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자연 각성이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진 딱지 같은 것으로 촉진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거대 가문이나 조직, 그리고 정부 최고위층에서는 아이템 없이도 각성하는 법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다른 형태의 각성 방법이 존재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래야 말이 된다. 어지러우니 일단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자.’


민준은 자연 각성에 관한 미련을 지웠다.

시간을 내서 자연 각성에 관해 알아볼 생각이지만 하루 이틀 걸릴 일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몸에는 이상이 없으니 됐고······.’


눈앞에 보이는 것이 무척이나 특이한 현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이 크게 이상하거나 아프지는 않았다.

목욕탕에 올 때는 전자기기가 많았던 탓인지 시야가 어지러워 집중하기 어려웠다.


‘일단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을 집중할수록 선명하게 보이는 것을 보면 충분히 조절이 가능할 것 같기에 민준은 스피커를 보면서 연습했다.

예상대로 일부러 집중하지 않자 전파와 전자기파가 희미해지며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생각을 하자 다시 보였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되는구나. 의식하면 보이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구나. 고민해 봐야겠다.’


의지대로 제어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았지만 의식하지 않아야 보이지 않으니 완벽한 방법은 아니었다.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연습하면서 어떤 능력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검은 딱지 같은 게 무엇인지 알아볼 방법이 없구나. 그걸 알아야 뭐라도 할 텐데······.’


지금으로서는 자신이 각성한 것이 어떤 능력인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민준의 고민이 깊어졌다.

촉매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검은 딱지 같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이 깊어질 무렵 성찬이 말을 걸었다.


“민준아, 아빠는 조금 뜨거운데 괜찮은 거냐?”

“괜찮아요. 아주 적당한 것 같아요.”

‘이럴 때는 마치 동네 어르신들을 보는 것 같으니 어머니 말씀대로 애늙은이가 맞아.’


어렸을 때는 다른 아이들과 비슷했다.

하지만 말문이 트이고 난 뒤부터 보통 아이들과는 무척이나 다른 모습을 보이는 아들이었다.

돌이 지나고 약간 어눌하게 단문으로만 말하다가 2살 무렵부터는 장문으로 말하기 시작했는데 어휘력이 남달랐다.

또래 아이들이 아니라 고등학생 수준의 어휘력을 구사해 무척이나 놀라게 했던 아들이었다.


놀랐던 것은 어휘력뿐만이 아니었다.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가 어른이나 다름없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경향이 강해지는 터라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성찬이었다.


“괜찮다니까 다행이긴 한데 뜨거운 탕에 너무 오래 있는 것은 좋지 않으니 열이 오르면 바로 밖으로 나가야 한다.”

“조금만 더 있다가 나갈게요.”

“그래. 알았다.”


대답과 함께 살며시 눈을 감고 다시 온탕을 즐기는 아들을 보며 성찬은 고개를 저었다.


‘녀석도!’


언제나 신중하고 침착한 것이 다 큰 어른을 보는 것 같다.

이제 겨우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지만 생각하는 것이나 말하는 것을 보면 마흔 대의 아저씨나 다름없었다.

얼마 전부터는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기에 기겁을 하고 또래처럼 아빠라 부르라고 했었다.

아들이 훌쩍 큰 것 같아 서운했기 때문이다.


‘민준아, 너무 앞서가지 말고 천천히 즐기면서 살아라.’


집안의 유산을 물려받아 보통 아이와는 다르기에 사실 기르는 게 쉽지는 않았다.

아들의 특별함이 드러나지 않도록 어머니의 당부대로 최대한 또래처럼 기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무인의 길을 걷게 될 아이라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까지 평범함의 행복을 느끼기를 바라는 것이 성찬의 마음이었다.


눈을 감고 있는 민준은 아버지의 눈빛이 계속 떠올랐다.

돌이 지나면서 전과는 달리 조심스러워진 부모님이었다.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그때부터 5학년이 될 때까지 자신의 뛰어남을 애써 모른 척하는 모습도 이상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뭔가 안타까워하는 빛이 역력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사연이 있는 것이 분명한데 말해 주지 않아 답답했다.


‘밖으로 나가자. 이렇게 열이 오를 땐 냉탕이 좋으니까.’


답답한 마음을 푸고 싶었던 민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빠. 냉탕 좀 할게요.”

“그래라.”


민준은 곧바로 열탕을 벗어나 냉탕을 찾아 들어갔다.


‘시원하네.’


냉탕의 차가운 기운이 답답함을 조금 씻어주었다.

차가운 냉탕에 잠시 있던 민준은 다시 온탕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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