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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왕k님의 서재입니다.

리어스(Re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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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왕k
작품등록일 :
2014.01.14 00:13
최근연재일 :
2021.06.12 14:54
연재수 :
3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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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15,518

작성
15.05.09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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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23쪽

Ⓡ 6장. 바퀴는 멈추었다. (2)

한 권이 끝날 때, 가슴에 남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DUMMY





“내일이구만...”


늦은 밤. 쉐노르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어땠나, 아르나브?”


아르나브는 뒤통수를 긁었다.


“물론 배우고 익힌 바는 적습니다. 하지만... 이루지 못해도 즐겁습니다.”


“어째서인가?”


“...길을 걸어봤잖습니까.”


쉐노르는 아르나브의 손을 잡았다.


“어쩌면 반드시 뭔가를 이루겠다는, 그런 집착이야말로 구도의 큰 걸림돌이지. ...큰 깨달음일세. 축하하네.”


바룬도 그 어깨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현세의 인연이 다함은 아쉽지만, 그런 집착도 이젠 의미가 없겠지. 내세엔 반드시 다시 만나기를 원하네. 아니, 이것도 욕심이려나.”


“그 정도 욕심은 가져도 될 겁니다.”


쉐노르의 웃음에 바룬은 그의 손을 잡았다.


“고마우이...”


“형님. 새삼 무슨 말씀을...”


“알잖은가. 나는 이 땅에 평등을 심고자 했지만... 싸움으로 그를 바꾸지 못했다면, 언젠가 스스로를 찾을 우리 후손에게라도 도움이 될, 그런 무언가를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했었지. 그러나 한 사람의 길을 열었으니 그것도 괜찮아. 나도 업을 좀 덜고...”


침묵했던 베아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각하께서는 내일 저와 함께 돌아가시고...”


“바룬 형과 아르나브는 자네가 죽이게 되겠지.”


“...그렇습니다. 오늘 저녁에 통신으로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두 분의 목을 가져오라고...”


그녀의 무릎 위, 두 손이 떨리는 것을 쉐노르는 놓치지 않았다.


“괜찮네. 자네도 입장이라는 것이 있고... 솜씨는 확실하니 일격에 끝나겠지. 부디 망설임으로 손이 무뎌져, 쓸데없는 고통을 주는 일은 없기를 바라겠네.”


“...저기...”


베아르는 한참 망설였다. 이런 질문을 해도 되는가.


나는 내 본분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각하께서는 모두가 살아날 방법을... 고려하지 않으십니까? 각하께서는 폐하의 둘도 없는 친구십니다. 어째서 정에 기대어 구명을 청하지 않으십니까...?”


“그런 걸 기대할 정도로 유연한 분도 아닐세. 그리고... 나는 이것을 기회로 생각하고 있네.”


“기회요?”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쉐노르의 쓴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나 싶더니 ‘어르신’을 부르며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 사내가 뛰어들었다. 바룬의 심복인 타룬이었다.


“무슨 일인가?”


바룬이 의아히 물었다. 타룬과는 오래 보아와, 이 신중한 사내가 서두르는 일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타룬이 더욱 급히 외쳤다.


“...군대입니다..!”


“군대? 어디의? 파르스(페르시아)인가?”


경악한 바룬은 벌떡 일어났다.


그 세력권과 접하고 있다고 해도 거리는 있고, 또한 멀지 않은 곳에 수천의 수비군이 있는데 어떻게...?


“그게... 어찌된 일인지... 탁실라 주둔군입니다.”


탁실라는 약간 동남에 위치한 상당한 규모의 도시다.


적이 아닌 아군? 당혹한 바룬에게 타룬은 빠르게 설명했다.


어둠 속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성문을 열라 소리친 1천이 넘는 경기병과 보병 다수. 수문장에게 탁실라 태수의 표식을 던져준 적의 대장은, 문을 열어주자마자 그 목을 베어버렸다.


이어 보병은 저택을 포위하고 기병이 안으로 난입했다. 그 모든 것이 어찌나 신속하든지, 타룬조차 급보를 받은 것은 난입 이후였다.


별채는 본채와는 거리가 있어 채 알지 못했고, 베아르도 힘을 쓰지 않아 장거리의 탐지는 하지 못했다. 그래서 소란은 닿지 않았지만, 그 덕에 더욱 급박하다.


바룬이 물었다.


“난입의 이유가 뭐라던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어르신...!”


“내 가족들은...? 다른 이들은?”


“하인들은 모르겠고, 가족 분들은 아미트가 모셔서 이리로 향하고 있을 겁니다. ...어서!”


하지만 재촉에도 바룬은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럼, 다들 올라오는 대로 돌을 굴려 길을 끊게.”


험준한 산에 자리 잡은 별채는 꽤 가파른 곳에 있다. 올라오는 길은 하나니 그것을 끊는다면, 분명 급습을 위해 가볍게 차려입었을 병력은 쉬이 올라오지 못한다.


“탁실라 태수는 신중한 자일세. 분명 마을 밖으로 향하는 길도 막고 있을 터. 일단은 기회를 기다리세.”


타룬이 부하들을 부르며 나가자 쉐노르가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일까요?”


“낸들 아나. 하지만 범상치는 않겠지.”


하지만 한동안의 시간이 흐른 후,


“반역자 바룬을 죽여라!”


마침내 타룬이 길을 끊은 듯, 멀리서부터 들리는 함성은 더 이상 접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렁찬 탓에 똑똑히 들린다. 바룬은 헛웃음을 지었다.


“...이거 굉장한 죄목이 붙었는걸. 반역자라...?”


이내 칼을 쥔 타룬이 다시 달려 들어왔다. 이미 몇 명을 베었던 모양인지 옷에 피가 꽤 묻어있다.


“어르신...!”


“잘 왔네. 그런데, 반역자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숨을 몰아쉰 타룬은 순간 아르나브를 곁눈질했다.


“전 왕조의 씨앗을 숨긴... 죄랍니다.”


모두가 할 말을 잊었다. 어찌 알았단 말인가?


그러나 그들은 이내 태연해졌다. 어차피 내일이 되면 죽을 목숨이다. 새삼 바뀌는 것이 없다.


앞으로의 경비를 명해 타룬을 내보낸 바룬이 말했다.


“일단 별채에 대기하세. 군대가 상대이니 위험해.”


“그러죠. 허나 그다지 위험하진 않을 겁니다.”


쉐노르가 베아르를 향해 웃었다.


“그 누군가는, 우리가 엉뚱한 자의 손에 죽도록 내버려두진 않겠죠.”


동의의 표시로 끄덕인 베아르는 손을 움켜쥐었다.


지상의 다툼이야 알바 아니지만 황제의 말도 있고, 무엇보다 이들에게 시간을 주고 싶었다.


1분이라도, 1초라도, 그리고 찰나라도 소중한 순간이다. 이들의 호흡을 조금이라도 일찍 끊고자 하는, 그 모든 것은 결코 용납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르나브가 여기 머무른 건 이제 고작 닷새. 탁실라가 가깝다고는 하나, 너무 빨리 밝혀지고 또한 쳐들어오지 않았는가?”


흰 수염을 쓰다듬는 바룬의 의문에 쉐노르가 말했다.


“혹시... 내부 배신자가 있었을까요??”


“이 별채의 모든 이는 오랫동안 함께 한 내 측근이네. 모두 충직하니 배반자는 예상하기 어려워.”


“하지만 수상한 자도, 그리고 뚜렷한 감시도 없었습니다. ...베아르 자네는 혹시 알겠나?”


베아르는 고개를 저었고 바룬이 다시 말했다.


“사정은 모르지만 당장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 또한 궁금한 것이 하나 더... 이런 막무가내는 절대 심상치 않네. 왕명은 분명 아닐 거야.”


“맞습니다. 형님은 공신입니다. 과오가 있더라도 먼저 죄목을 밝히고, 이후 반항하면 군대로 압박하면 그만인 것을 이리 다짜고짜? 아마 이건 최대한 빨리, 형에게 변명의 여지도 주지 않고 처형하려는 속셈으로 보입니다만... 혹시 짐작 가는 이는 없습니까?”


“설마... 챠나키아...인가.”


바룬의 실소에 쉐노르는 눈살을 찌푸렸다.


“재상... 말입니까?”


챠나키아는 찬드라굽타 황제의 스승이자, 자신의 군주에 맞추어 비슈누굽타라는 이명을 스스로 지어 가진 현 왕조의 수석재상인, 아샤르로 따지면 총재다.


후대에 알려진 실리론(實利論)의 저자로, 패권과 강압에 의한 전제정치와 이익 증대를 주장한 사람이다.


성향으로는 바룬과 극과 극이라 할 수 있었다.


“그는 정통 브라만이자 내 정적이니. 또 탁실라 태수는 그 부하 출신. 그럼 이 빠른 대응도 이해가 가.”


“...눈엣가시 정적을 빌미를 잡아 지워버리겠다?”


“그렇겠지. 자비롭고 너그러우신 찬드라굽타 황제께서, 날 살려주실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드니...”


그쯤 되니 이야기는 대충 예상된다.


투항자 출신, 그리고 대공을 세우고도 무슨 속셈인지 일개 촌장으로 내려앉은 이. 그런 주제에 이런 저런 손님은 많았던 탓에, 파탈리푸트라의 조정에서도 꽤나 군말이 많았던 참이었다.


찬드라굽타 황제는 그를 믿어주었지만, 그를 곱게 보지 않는 과거의 동료는 많았다. 무엇보다 카스트를 부정한 전례가 있어, 그가 이 마을을 받은 것도 신하들로부터의 보호를 노린 찬드라굽타의 배려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리 꼬투리가 잡혔으니, 아마 정적들은 이를 빌미삼아 ‘잡으러 갔더니 바룬이 반항하다 죽었다’ 라는 정도의 시나리오는 써놓고 일을 벌였을 것이다.


예전처럼 아르나브가 이 자리에 없었다면 모를까, 있다는 것을 안 이상 덮어씌울 증거는 충분하다.


바룬이 혀를 찼다.


“아무튼 내부 배신자가 있다고 쳐도, 당장 밝혀낼 여력은 없네. 굳이 그럴 의미도 없고...”


배신자를 찾겠답시고,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끼리 피를 볼 필요는 전혀 없다. 그들은 내일 죽는다.


“하지만 쓸데없는 수고를 하는군. 내일 죽을 목숨을 오늘 죽여서 무슨 차이가 있다고.”


노인의 실소에 아르나브가 진지하게 말했다.


“차이가 왜 없습니까? 우리가 가진 닷새의 가치는 컸습니다. 하루의 가치가 적겠습니까?”


“그렇군. 경솔했네. ...그럼 이제 해야 할 일은 뭔가, 그걸 생각해야지. 어차피 다들 자긴 글렀고...”


한동안 생각한 후, ‘나 좀 보세’ 라며 바룬은 쉐노르를 데리고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둘만 남은 방안은 정적이 맴돌았지만, 이내 침묵을 깨며 아르나브가 말했다.


“이건 새로운 업이군요. 나 때문에 사람이 죽어요...”


참담한 그가 고개를 숙였다.


“...나도 잠시 혼자 있고 싶습니다. 괜찮겠지요?”


끄덕인 베아르는 다시 조금 주저하며 말했다.


“...이런 말 하긴 다소 늦었지만, 그동안 속인 것은 본의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내일 내가 당신을 죽임도, ...제 본의는 아닙니다.”


왜 이런 변명을 하는 것일까. 하지만 하고 싶었다.


그를 죽이게 되는 그 순간은 하지 못할 말.


또한 아무리 그가 기꺼이 죽는다 해도, 아주 작은 원망이라도 받기 싫었기 때문이 아닐까...


“압니다. 당신은 연약한 사람이니까요.”


“저는 약하지 않습니다.”


“아닙니다. 당신은 만들어진 이. 명령에 따라 살고 죽는 그런 존재입니다. 그리고 내게 한 모든 것이 그에 따른 것이고요. ...하지만 그것만이라면 그동안 당신에 내게 베푼, 그 많은 것을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나를 더 혹독하게, 그리고 차갑게 대할 수 있었잖아요? 그러니 당신이 평범하게 태어났다면요...?”


묘하게 측은한 시선이 그녀에게 쏘아졌다.


“당신은 다시 보통이 아닌 삶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이 닷새의 시간, 당신은 인간의 삶을 겪었습니다. 그 마무리가 부디... 아닙니다.”


그는 이곳 식대로 합장하고 방 밖으로 나갔다.


베아르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움켜쥐었다. 닷새 전만 하더라도 이들을 어떻게든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없어졌다.


이미 내 팔은 한 번 멈추었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차라리 정신제어가 되어 있는 편이 낫다.


그렇다면 내일의 고통도, 이 심장의 따끔거림도 없었을 테니까...!




새벽이 밝도록 바룬들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베아르는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도망친다는 생각은 할 수도 없었다. 대신 이곳을 포위한 인간들을 탐지를 총동원하여 살피고 있었다.


만약 적이 넘어온다면 바룬들을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또한 이 별채에 있는 50여명도 지킨다.


그 절반이 바룬의 군대 출신인 수하들. 하지만 나머지는 바룬의 다소 젊은 아내와 아들, 그리고 하인 등의 비무장 일반인들이다. 이들 역시 죽이고 싶지 않다.


아침이 되어 비로소 돌아온 바룬과 쉐노르. 어쩐지 어둡고 슬픈 표정의 바룬이 베아르를 불러 말했다.


“상대... 저들의 대장과 약간 이야기를 한 결과, 나와 아르나브를 내놓는다면 더는 건드리지 않겠다는군.”


“...따르실 생각입니까?”


“자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둘의 죽음 아닌가? 그래서 말인데... 비록 자네가 직접 죽이지는 못해도, 죽음만 확인하고 보고하면 어떻겠나? 어차피 우리가 죽음을 피하는 것이 아님을 알 터, 이것은 남겨질 하인들과 더 나아가, 푸스카르 4천 주민의 안전을 위함일세.”


베아르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결과가 같다면 자신도 굳이 이들을 죽이고 싶지 않고, 황제도 쉐노르의 귀환이 중요하지 누가 이들을 죽이느냐까지는 시시콜콜 따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지만 마음이 또 아팠다.


...결국은 다 죽는구나. 죽어버리는구나...


아픈 그녀의 귓가에 바룬의 탄식이 들렸다.


“그럼... 예정보다는 조금 이르지만 헤어져볼까. 먼저 할 일도 있고...”


“할 일...이요?”


바룬은 떨리는 눈꺼풀을 감았다.


“지금쯤 내 아내와 아들도, 반역의 오명과 잔혹한 극형을 피하기 위해, 각자의 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테지. 그 시신은 내 손으로 거둬주고 싶네.”


베아르는 몹시 놀랐다.


나뭇가지가 시들면 새들도 앉기 힘든 법이라지만...


문득, 지금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 생각이 미친다.


“그럼 저기, 아르나브는요?”


마지막 인사는 몹시 아프겠지만,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더욱 아프다.


“...미안하네.”


하지만 쉐노르가 고개를 숙임에, 지난밤 아르나브의 묘한 표정을 떠올린 그녀는 불안 속에서 반문했다.


“...무슨? 그에게 무슨 일이 있습니까?”


“이미 그는 스스로 목을 매달았네.”


베아르는 순간 입을 가렸다. 쉐노르가 소리쳤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네...!”


“...왜요?!”


단순하고도 거센 항변에 쉐노르는 탄식했다.


“그가 말하더군. 자신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다친다면 이것은 새로운 업보. 또한 며칠이나마 사람의 삶을 살아본 자네에게, 원치 않는 살인을 시킨다는 것 역시 못할 노릇이라고. 자네가 아픈 것은 참기 힘들다고...”


“...그...런...”


굳어진 몸을 움찔거리는 베아르.


쉐노르는 그녀의 어깨를 잡아 조금 흔들었다.


“진정하게... 그리고 그의 결정을 존중해주게.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네를 걱정하고, 또 고맙다 전해달라고 했었다네. 그 마음을 부디... 존중해주게.”


존중이라. 그래서 그는 그런 표정이었구나.


하지만 납득은 했어도 슬픔은 컸다. 숙인 턱에 어느덧 방울이 맺히자 쉐노르가 놀란 듯 급히 물었다.


“...혹시... 슬픈가? 눈물이 날 만큼 아픈가?”


“...아픕니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아픕니다.”


베아르는 여전히 신음했지만, 공교롭게도 쉐노르는 웃으며 어깨를 몇 번이고 두들겼다.


“...축하하이.”


“네...? 그게 무슨...”


그녀의 당혹함에 쉐노르는 다시 웃음으로 화답했다.


“타인의 죽음에 안타까워하고 아파할 수 있는 한, 자네는 이미 인간이야. 누군가에게 소중히 여김을 받은 자네는... 사람의 인생을 살고 또한 그 중 가장 좋은 부분을 맛본 거야. ...이것이 자네가 조금이라도 가져보길 원하던, 바로 그 인생이야. 그러니 거듭 축하하네.”


아직도 여전히 아프지만 순간 그녀는 몹시 기뻤다.


지난 며칠 받은 대접도 결코 가볍지 않았지만...


최후의 최후에 이르러서 비로소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이 아르나브, 그가 자네에게 남긴 선물이네. 그러니 부디 소중히 하게나. 돌아가서 설령 마음을 잃어도... 부디 기억하게나. ...알겠지?”


다시금 고개를 끄덕인 베아르.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타인에게 감사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아르나브... 한 사람을 사랑하되 사랑받지는 못하도록 태어난 내가,


오늘에 이르러서야 이토록 넘치도록 사랑받았습니다.


그러니 나는... 당신을 잊지 않을 거에요...


...내 삶의 즐거운 증거로 영원히 기억할 거에요.


대화가 끝나길 기다려준, 겨우 혈육에 대한 고통을 지운 듯 평온함으로 돌아온 바룬이 낮게 말했다.


“나는 아르나브의 목을 들고 탁실라 태수를 찾아가겠네. 갈 땐 가더라도 이 마을 사람들은 지켜야지...”


“작별의 시간이군요, 형님...”


다가가 바룬을 껴안은 쉐노르가 눈을 감았다.


“그리울 겁니다... 형님.”


“나도 그렇네. 내세에도 형제로 지내세. ...어떤가?”


“기꺼이 그리하겠습니다. 아니, 그리하게 해주세요.”


팔을 푼 바룬이 베아르에게 웃어보였다.


“앞으로도 기억해주게나. 자네는 인간을 만났고 인간의 삶을 살았었다고. 이를 양식 삼아 부디, 앞으로도 슬퍼하지 않고 살았으면 하네.”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호의에 베아르는 길게 읍했다.


이 순간만큼은 그녀는 스스로를 사람으로, 또한 그들을 친구로 여겼다.


황제를 떠올릴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녀는 행복했다.


...죄 없는 아르나브의 죽음에도 한없이 불행했다.




가족의 시신을 홀로 거둔 후, 별채를 나서 작은 정원을 지나 인접한 정문으로 향하는 바룬의 손에는 피에 물든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안에는 아르나브의 잘려진 머리가 담겨 있겠지만, 혹시라도 작은 눈물이라도 흘린다면 그에 대한 모욕이 될까, 차마 베아르는 볼 용기를 내지 못했다.


대신 그녀와 쉐노르는 2층의 발코니에서 바룬의 마지막 등을 전송했다.


타룬을 필두로 한 바룬의 수하 몇이 바룬을 감쌌다. 아르나브의 목과 스스로의 죽음으로, 바룬은 충직한 부하들의 목숨도 보장받았다.


정문을 열기 직전, 문득 타룬이 멈춰 섰다.


“저기, 어르신...”


“왜 그런가?”


오랫동안 모신 주인의 죽음이니 그도 착잡할까.


하지만 바룬이 위로하려는 순간, 가슴팍에 격통을 느낀 그는 짧은 신음과 함께 소리쳤다.


“...자네?!”


“어리석은...! 버릴 목숨이면 나를 주면 될 것이지...!”


바룬의 가슴에 단검을 꽂은, 타룬의 햇볕에 탄 얼굴에 흐뭇한 웃음이 지어졌다.


“형님!”


대경실색,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달리는 쉐노르. 베아르도 뒤를 따랐다. 하지만 그들은 곧 칼을 든 수하들에게 저지당했다.


쉐노르가 소리쳤다.


“이봐! 대체 왜!”


타룬은 꽂아버린 단검 대신 장검을 뽑으며 웃었다.


“말했잖나. 어차피 버릴 목숨이면 내가 갖겠다고.”


쉐노르는 입술을 씹었다.


“...어차피 죽을 주인의 목을 선물로, 자네는 뭔가 한 자리 노릴 생각인가? ...어째선가? 자네는 바룬 형을 그리 오래 모셨는데...!”


“그래. 오래 모셨으니까 그런 거지.”


문득 분노한 듯 타룬은 발을 쿵 굴렀다.


“망할 늙은이. 전쟁에서 죽을 고생을 다해가며 따른 우리들은... 전쟁이 끝나자 어느 정도는 편하게 살 줄 알았어. 늙은이가 공을 혼자 세운 것은 아니잖나? 그런데... 무슨 속셈인지 이 시골구석에 틀어박혀서...!”


뿌드득 이가 갈렸다.


“그래도 언젠가는 모두가 다시 조정에 들어가고, 우리도 따라서 얻는 것이 있다고 여겼지. 그런데 이제 반역자 씨앗까지 숨겨서 뭔가 획책하잖나? 이게 조정의 귀에 들어가면 우리까지 반역자가 될 판이잖아...?!”


경악 속에서도 쉐노르는 머리를 재빨리 굴렸다.


“묻겠네. ...이 모든 것을 고변한 것도 자네인가...?”


베아르는 크게 눈을 떴고 타룬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치가 꽤 좋군.”


“...진즉에 고변하지 않은 이유도 알 만 하군.”


쉐노르는 처참하게 웃었다.


“자네는 고변의 공만이 아닌, 반역자가 된 바룬 형의 목도 같이 갖고 싶었던 거야.”


“그렇지. 공적이 훨씬 커지니까. 고변만이면 상금 뿐이지만, 이 목이면 그 뒷자리를 이을 수도 있으니.”


즐거운 얼굴로 타룬은 수하들을 향해 손을 들었다.


“뭐하는 작자인지 그동안 궁금했지만, 이제는 상관없으려나... 아는 입이 있어서는 곤란하지. ...죽여!”


베아르는 슬픔 속에서도 어이가 없었다.


오래 모시던 주인을 개인의 욕심으로 배반함은, 그녀는 결코 생각해 본 없는 것이었다. 또한 아르나브와 바룬과 쉐노르는, 저들에게 어떤 해도 입히지 않았다.


...이런 이들도 지상에 있다. 지금껏 느끼지 못한 진한 혐오감이 그녀를 물들였다.


“...이별을 방해받지 않도록... 뒤를 부탁하네...”


쉐노르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끄덕인 베아르는 달려드는 이들을 향해 손을 들었다.


그녀와 바룬의 적이자 도덕의 적들은 바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노성과 비명이 이어졌다.


여섯 발의 영자섬광으로 여섯 명의 적을 순식간에 쓰러뜨린 베아르는 한 걸음에 타룬의 앞에 도달했다.


대경실색한 타룬은 장검을 휘둘렀지만, 그녀가 퉁기는 손가락에 칼은 단번에 두 토막 났다. 경악성을 내지르는 그 목을 움켜잡으며 베아르는 쓰게 웃었다.


“...묘하네요. 인간이 아닌 나는 인간이 되길 원했지만, 이미 인간인 당신은 스스로 인간임을 버리는군요...”


이어 타룬의 목뼈가 부러졌다. 인생 120년, 이것이 그녀의 첫 살인이지만 의외로 거리낌은 없었다.


“...형님...”


쉐노르는 바룬을 껴안았다. 피로 붉어진 수염 속에, 노인의 여전히 따뜻한 미소가 감돌았다.


“...원망하지 말게나. 그 누구도...”


“...하지 않습니다. 의미가 없지요.”


“타룬도 잠시... 잘못 생각했을 뿐인 게야... ...그 마음을 몰라준... 내 탓...인 걸세.”


“참 속도 좋으십니다만... 그러니 제 형님이시죠...!”


눈물이 흘렀지만 쉐노르는 웃었다.


“...고마웠습니다, 즐거웠습니다. 편히 가세요, 형님...”


“나...도 즐거웠네... 기다리고... 있겠...네. 아우님...”


만족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바룬을 더더욱 껴안은 쉐노르. 그 뒤로 다가온 베아르가 중얼거렸다.


“인간은... 참 묘하네요. 스스로를 기꺼이 희생하기도 하지만, 또 이렇게 쉬이도 남을 해치네요...”


“그렇지... 그러나 부디... 자네가 좋은 것만 기억하길 바라네.”


마음은 또다시 전해진다. 베아르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하겠습니다.”


“...가세. 파우르 폐하께로...”


마지막 슬픔을 털어내며 쉐노르는 일어섰다.


평생을 같이 보내온 부하의 손에 죽은 바룬처럼, 그도 이제 평생 쌓아온 우정의 손에 죽으러 간다.


불타오르기 시작한 별채를 본 군인들은, 한동안의 노력 끝에 문을 부수고 난입했다. 비록 말끔하게 불타 생존자는 없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 타룬과 동귀어진 했을 것으로 보이는 바룬의 시신과, 역적 씨앗의 목을 얻은 그들은 쾌재를 불렀다.


푸스카르의 구도자들은 그렇게 지워졌다.


기억에서, 추억에서, 그리고 역사에서.




수고하셨어요.


작가의말

굉장히 급전개가 되었습니다. 침울...

원래 2개 파트, 즉 군대의 푸스카르 난입과 타룬의 배신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만 급축약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6장은 파트마다 평소보다도 2할이 긴, 그것도 4개 파트입니다. 몇 가지의 협상과 외교를 그린 7장도 4개 파트. 가디언즈 본부 결전인 8장은 5개 파트를 넘습니다. 그러니 이 이야기 ‘따위는’ 후딱 넘어가야 할 판이네요. 쳇 ㅠㅠ

4권의 이야기는 5권에 있을 사건, 그리고 그것이 일어나는 배경에 대한 사전 작업입니다만, 덕분에 많은 독자들이 별로 궁금해하지는 않을 그녀의 이야기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아마 최근의 폭망은 그것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다시 ㅠㅠ

 

그 분풀이는 아니지만, 이 장에서는 제 자판에 찔려 죽는 이가 많았습니다. 타룬에 대해서는 좀 다뤄야 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만, ‘죽도록 뺑이치다 주인따라 출세길 막혀버린 부하의 버럭질’ 이면 충분하겠지요. 그래도 아쉽네요. 배신은 작은 사건이 아닌데.

 

<대사로 보는 다음 편>

...은 없습니다. 스포가 되거든요.

내일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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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 <15권. 괴물(怪物)의 낙원 後 > 에필로그 : 진정 강해지는 법 (+ 작말후기) 21.06.12 96 2 14쪽
379 8장. 괴물의 낙원 (7) 21.06.05 78 2 20쪽
378 8장. 괴물의 낙원 (6) 21.05.28 65 2 19쪽
377 8장. 괴물의 낙원 (5) 21.05.15 64 1 18쪽
376 8장. 괴물의 낙원 (4) 21.05.08 59 1 20쪽
375 8장. 괴물의 낙원 (3) 21.04.30 66 1 19쪽
374 8장. 괴물의 낙원 (2) 21.04.24 66 2 20쪽
373 8장. 괴물의 낙원 (1) 21.04.23 68 1 19쪽
372 7장. 다시 찾은 대지. (7) 21.04.17 72 1 19쪽
371 7장. 다시 찾은 대지. (6) 21.04.16 62 1 19쪽
370 7장. 다시 찾은 대지. (5) 21.04.10 69 2 19쪽
369 7장. 다시 찾은 대지. (4) 21.04.09 67 2 21쪽
368 7장. 다시 찾은 대지. (3) 21.04.03 70 2 20쪽
367 7장. 다시 찾은 대지. (2) 21.04.02 116 1 22쪽
366 7장. 다시 찾은 대지. (1) 21.03.28 78 1 20쪽
365 6장. 동상이몽. (7) 21.03.27 98 1 19쪽
364 6장. 동상이몽. (6) 21.03.21 70 1 18쪽
363 6장. 동상이몽. (5) 21.03.20 93 2 20쪽
362 6장. 동상이몽. (4) 21.03.13 107 1 21쪽
361 6장. 동상이몽. (3) 21.03.12 97 2 22쪽
360 6장. 동상이몽. (2) 21.03.06 71 1 21쪽
359 6장. 동상이몽. (1) 21.03.05 88 1 20쪽
358 5장. 올림포스 아카데미. (6) 21.02.28 126 1 22쪽
357 5장. 올림포스 아카데미. (5) 21.02.28 75 1 20쪽
356 5장. 올림포스 아카데미. (4) 21.02.26 125 1 20쪽
355 5장. 올림포스 아카데미. (3) 21.02.21 182 1 19쪽
354 5장. 올림포스 아카데미. (2) 21.02.20 83 1 20쪽
353 <15권. 괴물(怪物)의 낙원 後> 5장. 올림포스 아카데미. (1) 21.02.19 136 2 18쪽
352 4장. 대탈출(하). (8) -4부 1권 끝- 20.10.03 182 3 22쪽
351 4장. 대탈출(하). (7) 20.10.02 157 2 23쪽
350 4장. 대탈출(하). (6) 20.09.26 153 1 22쪽
349 4장. 대탈출(하). (5) 20.09.25 115 1 22쪽
348 4장. 대탈출(하). (4) +2 20.09.19 119 3 24쪽
347 4장. 대탈출(하). (3) +2 20.09.18 122 2 22쪽
346 4장. 대탈출(하). (2) 20.09.12 124 2 19쪽
345 4장. 대탈출(하). (1) 20.09.11 139 1 23쪽
344 3장. 대탈출(중). (7) 20.09.05 120 1 21쪽
343 3장. 대탈출(중). (6) 20.09.04 107 1 21쪽
342 3장. 대탈출(중). (5) +2 20.08.29 188 1 22쪽
341 3장. 대탈출(중). (4) 20.08.28 118 1 21쪽
340 3장. 대탈출(중). (3) 20.08.22 133 1 24쪽
339 3장. 대탈출(중). (2) 20.08.21 125 1 22쪽
338 3장. 대탈출(중). (1) 20.08.15 161 1 24쪽
337 2장. 대탈출(상). (7) +2 20.08.14 215 1 23쪽
336 2장. 대탈출(상). (6) 20.08.08 182 1 22쪽
335 2장. 대탈출(상). (5) 20.08.07 110 1 21쪽
334 2장. 대탈출(상). (4) 20.08.03 247 1 16쪽
333 2장. 대탈출(상). (3) 20.08.02 176 1 21쪽
332 2장. 대탈출(상). (2) +2 20.08.01 144 1 25쪽
331 2장. 대탈출(상). (1) +2 18.10.14 336 3 20쪽
330 1장. 역사의 변화는 언제나 격류. (3) +2 18.09.08 328 2 21쪽
329 1장. 역사의 변화는 언제나 격류. (2) +2 18.09.01 333 3 21쪽
328 1장. 역사의 변화는 언제나 격류. (1) +4 18.08.25 300 4 25쪽
327 4부. 또 다른 세상 <14권. 괴물(怪物)의 낙원 前> 프롤로그 : 발버둥 +2 18.08.25 249 4 2쪽
326 3부. 미래에의 지표 편 후기. +8 18.07.29 260 4 2쪽
325 Ⓡ <13권. 미래(未來)의 지표 後> 에필로그 : 각자의 꿈 +2 18.07.29 250 3 38쪽
324 Ⓡ 8장. 내일에의 선물. (10) +2 18.07.29 219 3 24쪽
323 Ⓡ 8장. 내일에의 선물. (9) +4 18.07.29 210 4 25쪽
322 Ⓡ 8장. 내일에의 선물. (8) +6 18.04.07 263 6 26쪽
321 Ⓡ 8장. 내일에의 선물. (7) +6 18.01.27 321 5 25쪽
320 SS(Special Story) : 구원자 +6 17.12.28 352 5 36쪽
319 SS(Special Story) : 회상(回想) 17.12.28 329 3 17쪽
318 Ⓡ 8장. 내일에의 선물. (6) +3 17.03.18 497 4 26쪽
317 Ⓡ 8장. 내일에의 선물. (5) 17.02.25 357 3 30쪽
316 Ⓡ 8장. 내일에의 선물. (4) +2 17.02.12 457 4 24쪽
315 Ⓡ 8장. 내일에의 선물. (3) +2 17.02.05 627 3 25쪽
314 Ⓡ 8장. 내일에의 선물. (2) +2 17.01.22 535 3 22쪽
313 Ⓡ 8장. 내일에의 선물. (1) +2 17.01.07 641 4 23쪽
312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10) 16.12.24 492 4 25쪽
311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9) +2 16.12.11 604 3 24쪽
310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8) +4 16.11.26 540 4 24쪽
309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7) +2 16.11.13 629 3 26쪽
308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6) +6 16.10.23 706 5 26쪽
307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5) +4 16.10.08 700 5 26쪽
306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4) +2 16.09.25 744 3 27쪽
305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3) +4 16.09.10 730 4 27쪽
304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2) +8 16.09.03 705 3 25쪽
303 Ⓡ 7장. 성배(聖杯)는 피를 원한다. (1) +4 16.08.20 630 4 23쪽
302 Ⓡ 6장. 미래에의 지표. (9) +6 16.08.06 715 3 27쪽
301 Ⓡ 6장. 미래에의 지표. (8) +4 16.07.30 811 4 34쪽
300 Ⓡ 6장. 미래에의 지표. (7) +6 16.07.16 860 4 32쪽
299 Ⓡ 6장. 미래에의 지표. (6) +4 16.07.03 758 4 27쪽
298 Ⓡ 6장. 미래에의 지표. (5) +4 16.06.18 751 5 24쪽
297 Ⓡ 6장. 미래에의 지표. (4) +6 16.06.05 731 5 25쪽
296 Ⓡ 6장. 미래에의 지표. (3) +6 16.05.21 838 4 27쪽
295 Ⓡ 6장. 미래에의 지표. (2) +4 16.05.15 1,122 3 25쪽
294 Ⓡ <13권. 미래(未來)의 지표 後> 6장. 미래에의 지표. (1) +4 16.05.08 869 5 24쪽
293 Ⓡ 5장. 판도라의 상자. (6) +6 16.04.30 960 5 21쪽
292 Ⓡ 5장. 판도라의 상자. (5) +4 16.04.20 940 7 25쪽
291 Ⓡ 5장. 판도라의 상자. (4) +6 16.04.09 812 9 25쪽
290 Ⓡ 5장. 판도라의 상자. (3) +10 16.03.26 984 8 26쪽
289 Ⓡ 5장. 판도라의 상자. (2) +4 16.03.20 852 8 21쪽
288 Ⓡ 5장. 판도라의 상자. (1) +4 16.03.12 1,056 7 19쪽
287 Ⓡ 4장. 난장판. (6) +2 16.03.05 731 4 22쪽
286 Ⓡ 4장. 난장판. (5) +4 16.02.27 845 7 25쪽
285 Ⓡ 4장. 난장판. (4) +4 16.02.20 979 8 28쪽
284 Ⓡ 4장. 난장판. (3) +4 16.02.13 1,044 9 26쪽
283 Ⓡ 4장. 난장판. (2) +2 16.02.06 1,041 6 22쪽
282 Ⓡ 4장. 난장판. (1) +2 16.01.30 986 6 20쪽
281 Ⓡ 3장. 열리는 문. (4) +2 16.01.23 840 9 20쪽
280 Ⓡ 3장. 열리는 문. (3) +2 16.01.16 1,015 8 24쪽
279 Ⓡ 3장. 열리는 문. (2) +2 16.01.09 1,055 7 21쪽
278 Ⓡ 3장. 열리는 문. (1) +2 16.01.02 832 9 21쪽
277 Ⓡ 2장. 보다 강인한. (4) +4 15.12.26 1,007 12 21쪽
276 Ⓡ 2장. 보다 강인한. (3) +8 15.12.19 1,029 9 26쪽
275 Ⓡ 2장. 보다 강인한. (2) +4 15.12.12 991 11 19쪽
274 Ⓡ 2장. 보다 강인한. (1) +4 15.12.05 1,110 10 22쪽
273 Ⓡ 1장. 가시나무 둥지. (4) +6 15.11.28 1,114 16 19쪽
272 Ⓡ 1장. 가시나무 둥지. (3) +6 15.11.21 1,256 14 22쪽
271 Ⓡ 1장. 가시나무 둥지. (2) +8 15.11.14 1,028 11 22쪽
270 Ⓡ 1장. 가시나무 둥지. (1) +4 15.11.07 881 7 22쪽
269 Ⓡ <12권. 미래(未來)의 지표 前> 프롤로그 : 시작, 궤멸, 재생의 역사 +6 15.10.31 1,231 9 26쪽
268 Ⓡ <11권. 애증(愛憎)의 파편> 에필로그 : 각자의 밤 (+ 작말후기) +4 15.08.08 891 12 24쪽
267 Ⓡ 8장. 웃을 수 없는 영화. (7) +4 15.08.01 1,031 16 21쪽
266 Ⓡ 8장. 웃을 수 없는 영화. (6) +4 15.07.26 818 10 25쪽
265 Ⓡ 8장. 웃을 수 없는 영화. (5) +4 15.07.18 833 11 25쪽
264 Ⓡ 8장. 웃을 수 없는 영화. (4) +2 15.07.11 1,074 11 22쪽
263 Ⓡ 8장. 웃을 수 없는 영화. (3) +4 15.07.04 1,388 14 20쪽
262 Ⓡ 8장. 웃을 수 없는 영화. (2) +4 15.06.27 1,317 16 21쪽
261 Ⓡ 8장. 웃을 수 없는 영화. (1) +4 15.06.20 1,544 13 32쪽
260 Ⓡ 7장. 만화경(萬華鏡). (4) +6 15.06.14 1,341 15 27쪽
259 Ⓡ 7장. 만화경(萬華鏡). (3) +4 15.06.07 968 13 25쪽
258 Ⓡ 7장. 만화경(萬華鏡). (2) +2 15.05.30 1,290 12 29쪽
257 Ⓡ 7장. 만화경(萬華鏡). (1) +12 15.05.23 956 13 24쪽
256 Ⓡ 6장. 바퀴는 멈추었다. (5) +4 15.05.17 1,067 14 22쪽
255 Ⓡ 6장. 바퀴는 멈추었다. (4) +4 15.05.16 911 15 21쪽
254 Ⓡ 6장. 바퀴는 멈추었다. (3) +2 15.05.10 1,036 18 27쪽
» Ⓡ 6장. 바퀴는 멈추었다. (2) +4 15.05.09 1,077 18 23쪽
252 Ⓡ 6장. 바퀴는 멈추었다. (1) +4 15.05.03 1,107 9 22쪽
251 Ⓡ 5장. 돌고 도는. (3) +4 15.05.02 1,096 11 23쪽
250 Ⓡ 5장. 돌고 도는. (2) +4 15.04.26 1,000 13 23쪽
249 Ⓡ 5장. 돌고 도는. (1) +4 15.04.25 1,120 13 22쪽
248 Ⓡ 4장. 모자라고 비었기에, 갈구하고 채워진다. (3) +2 15.04.19 1,019 12 21쪽
247 Ⓡ 4장. 모자라고 비었기에, 갈구하고 채워진다. (2) +4 15.04.18 1,113 15 21쪽
246 Ⓡ 4장. 모자라고 비었기에, 갈구하고 채워진다. (1) +6 15.04.12 1,437 13 18쪽
245 Ⓡ 3장. 무대 뒤의 속삭임. (3) +6 15.04.11 1,340 16 17쪽
244 Ⓡ 3장. 무대 뒤의 속삭임. (2) +6 15.04.04 1,261 12 28쪽
243 Ⓡ 3장. 무대 뒤의 속삭임. (1) +6 15.03.28 1,439 15 18쪽
242 Ⓡ 2장. 맺은 끈과 꼬인 끈. (3) +2 15.03.25 1,396 17 17쪽
241 Ⓡ 2장. 맺은 끈과 꼬인 끈. (2) +4 15.03.21 1,149 12 18쪽
240 Ⓡ 2장. 맺은 끈과 꼬인 끈. (1) +2 15.03.18 1,299 15 19쪽
239 Ⓡ 1장. 빛과 그림자. (3) +4 15.03.14 1,381 20 17쪽
238 Ⓡ 1장. 빛과 그림자. (2) +4 15.03.11 1,300 16 15쪽
237 Ⓡ 1장. 빛과 그림자. (1) +8 15.03.07 1,428 20 18쪽
236 Ⓡ <11권. 애증(愛憎)의 파편> 프롤로그 : 일방통행 +8 15.02.27 1,746 20 12쪽
235 과거의 유산 후기 & 공지 +16 14.12.29 1,521 19 3쪽
234 Ⓡ <10권. 과거(過去)의 유산> 에필로그 : 바보 이반의 나라는 평화로웠다 +10 14.12.28 1,277 23 27쪽
233 Ⓡ 8장. 죽음에 이르는 병. (3) +10 14.12.27 1,048 19 28쪽
232 Ⓡ 8장. 죽음에 이르는 병. (2) +10 14.12.21 1,194 16 26쪽
231 Ⓡ 8장. 죽음에 이르는 병. (1) +12 14.12.20 1,681 21 22쪽
230 Ⓡ 7장. 요구받은 혈채(血債). (3) +14 14.12.14 1,403 18 16쪽
229 Ⓡ 7장. 요구받은 혈채(血債). (2) +6 14.12.13 1,167 27 22쪽
228 Ⓡ 7장. 요구받은 혈채(血債). (1) +12 14.12.07 1,434 19 18쪽
227 Ⓡ 6장. 피로 씻은 피. (3) +10 14.12.06 1,722 21 19쪽
226 Ⓡ 6장. 피로 씻은 피. (2) +12 14.11.30 1,467 25 20쪽
225 Ⓡ 6장. 피로 씻은 피. (1) +12 14.11.29 1,623 23 16쪽
224 Ⓡ 5장. 장미꽃밭 아래 피어나는 양귀비꽃. (3) +12 14.11.26 1,711 20 16쪽
223 Ⓡ 5장. 장미꽃밭 아래 피어나는 양귀비꽃. (2) +14 14.11.23 2,045 19 19쪽
222 Ⓡ 5장. 장미꽃밭 아래 피어나는 양귀비꽃. (1) +10 14.11.22 1,593 23 22쪽
221 Ⓡ 4장. 겨울을 대비하는 이들의 자세. (3) +14 14.11.19 1,632 30 19쪽
220 Ⓡ 4장. 겨울을 대비하는 이들의 자세. (2) +16 14.11.16 1,330 22 21쪽
219 Ⓡ 4장. 겨울을 대비하는 이들의 자세. (1) +8 14.11.15 1,605 19 18쪽
218 Ⓡ 3장. 음모의 시작. (3) +12 14.11.12 1,745 22 21쪽
217 Ⓡ 3장. 음모의 시작. (2) +4 14.11.11 1,592 25 19쪽
216 Ⓡ 3장. 음모의 시작. (1) +8 14.11.10 1,505 23 20쪽
215 Ⓡ 2장. 마음의 끈. (3) +14 14.11.09 1,742 39 21쪽
214 Ⓡ 2장. 마음의 끈. (2) +6 14.11.08 1,628 24 25쪽
213 Ⓡ 2장. 마음의 끈. (1) +6 14.11.02 1,585 27 20쪽
212 Ⓡ 1장. 그들의 봄. (3) +10 14.11.01 1,321 15 12쪽
211 Ⓡ 1장. 그들의 봄. (2) +12 14.10.26 1,720 19 14쪽
210 Ⓡ 1장. 그들의 봄. (1) +6 14.10.25 1,701 26 18쪽
209 Ⓡ <10권. 과거(過去)의 유산> 프롤로그 : 10년, 그 변화의 흐름 +12 14.10.20 1,501 33 6쪽
208 변혁의 시대 후기 & 설문. +18 14.10.12 1,372 25 8쪽
207 Ⓡ <9권. 변혁(變革)의 시대> 에필로그 : 변혁의 시대 +14 14.10.11 1,817 29 28쪽
206 Ⓡ 8장. 두려움을 지우는 말. (3) +8 14.10.10 1,583 21 17쪽
205 Ⓡ 8장. 두려움을 지우는 말. (2) +10 14.10.09 1,343 24 20쪽
204 Ⓡ 8장. 두려움을 지우는 말. (1) +8 14.10.08 1,444 23 19쪽
203 Ⓡ 7장. 경계선. (3) +10 14.10.07 1,605 22 16쪽
202 Ⓡ 7장. 경계선. (2) +6 14.10.06 1,435 19 18쪽
201 Ⓡ 7장. 경계선. (1) +14 14.10.05 2,118 21 18쪽
200 Ⓡ 6장. 신의 아들. (3) +12 14.10.04 1,703 27 18쪽
199 Ⓡ 6장. 신의 아들. (2) +10 14.10.01 1,842 27 25쪽
198 Ⓡ 6장. 신의 아들. (1) +10 14.09.30 1,430 26 23쪽
197 Ⓡ 5장. 돌이킬 수 없는 일. (3) +4 14.09.29 2,449 21 19쪽
196 Ⓡ 5장. 돌이킬 수 없는 일. (2) +8 14.09.28 1,738 23 21쪽
195 Ⓡ 5장. 돌이킬 수 없는 일. (1) +10 14.09.27 1,876 24 22쪽
194 Ⓡ 4장. 많이 아픈 찔러보기. (3) +8 14.09.26 1,956 28 16쪽
193 Ⓡ 4장. 많이 아픈 찔러보기. (2) +4 14.09.25 1,609 29 15쪽
192 Ⓡ 4장. 많이 아픈 찔러보기. (1) +8 14.09.23 1,725 25 18쪽
191 Ⓡ 3장. 불편한 진실. (3) +20 14.09.21 2,155 33 21쪽
190 Ⓡ 3장. 불편한 진실. (2) +8 14.09.19 1,718 22 17쪽
189 Ⓡ 3장. 불편한 진실. (1) +8 14.09.18 1,638 32 19쪽
188 Ⓡ 2장. 인간의 땅. (3) +6 14.09.16 1,986 33 19쪽
187 Ⓡ 2장. 인간의 땅. (2) +8 14.09.15 1,924 2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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