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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융전 - 한의 재건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흐후루
그림/삽화
문피아 제공
작품등록일 :
2014.06.05 20:50
최근연재일 :
2016.04.21 20:20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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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4,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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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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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7쪽

익주 - 백제(유종-1)

재밌게 읽으셨으면 해요. 대체역사 소설이므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DUMMY

형주 - 양양군 양양성


“채화가요, 후우~저런......”


순진한 얼굴로 노장과 마주앉아 한숨만 거듭 내뱉지만 진정한 근심은 한 줌도 없는 어린 얼굴에 노장을 따라온 몇몇 인사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차기 자사이며 근시일 악화되는 정세를 코앞에 두고 당장 집안일마저 남의 일인 듯 해결책 하나 없이 그저 한숨만 거듭하는 나이 어린 공자가 마음에 찰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형주의 오랜 노장이자 그늘의 머리인 채모만이 진지한 표정으로 유종에게 공대하며 말을 이었다.


“비록 채화의 죄가 가볍지 않으나 그 능력은 이 채모가 보장할 수 있습니다. 허니 작은 주인께서 은혜를 베푸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한편 채모는 군문(軍門)에 넣어둔 자신의 조카가 쉬운 일도 처리하지 못해 빌빌댐은 물론 약삭빠른 무리와 손을 잡고 단숨에 부패해 유세부터 부리자 제 손으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허나 정치에 쓰이는 명분은 결코 사사로움이 아니고 같은 뿌리는 함부로 자르는 것이 아니라는 채부인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꾼 채모는 오늘, 이른 아침부터 약관(20세)을 겨우 넘은 조카뻘에게 찾아와 무릎 아프게 빌고 있었다.


“형주의 반석이신 장군의 추천이라면 그 능력이 믿을만하겠지요. 그리 하세요. 다만 아버님께는 알리지 않음이 옳을 듯합니다. 괴월 군사님이 별세하신 후 영 좋지 않으셔 걱정이 크답니다.”


하며 유종은 채모를 따라온 자들을 눈여겨 보았다.

전형적인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는 자들로 과거 괴가(家)가 득세, 유표의 총애로 형주에서 제일일 때 그 지붕아래 있다가 두 형제가 모두 세상을 뜨자 그 권세를 모조리 채모와 채가(家)에게 넘긴 이들이었다.

유종은 마음과 달리 수려하게 웃으며 채모와 그 무리에게,


“그런 사소한 일로 중요한 일이 미뤄질 수 없지요. 장군이 공사다망(公私多忙)함은 형주 구석, 촌의 아이도 알 것이니 이만 물러가세요.”

“은덕에 감사드립니다.”

“오히려 아버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채모가 물러난 후 자신의 호위인 나몽을 부른 유종이 괴균을 만나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괴균은 괴량의 늦둥이로 정실의 자제가 아닌 이유 때문에 가문을 겉돌았으나 일찍이 그의 의리 있음을 본 유종이 열 살 연상인 그를 친히 거둬 술친구 삼았다.


“균! 균!”

“작은 공자님 오셨습니까.”

“하하하. 또 술을 담고 있는가?”

“공자님이 좋아하시나 좋은 술은 한방울이 금값이니 이 한 몸 고생하여 술을 마련해야지요. 또 집 마당에서 정성드려 담근 술은 약이란 소리가 있으니 다 공자님을 위함입니다.”


손발 둘 곳 없어지는 괴균의 과한 충정에 나몽이 투덜거렸으나 유종은 화통하게 웃으며 주인의 허락도 없이 술을 따 잔도 없이 벌컥 마셨다.

물론 주인을 위해 만들어둔 술이었기에 서운해 할 괴균이 아니었다.


“사원은?”

“공자님께서 명하신 일에 매달리느라 여직 연락이 없지요.”

“그 치가 돌아오면 제 사형(師兄)을 놀렸다 한소리 할 것인데 미리 기별해 내가 피해야함을 잊지 말게.”


문득 뒤에서 느껴지는 나몽의 손길에 뒤돌아본 유종은 표정이 심상치 않은 방통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인상이 말이 아닌 방통이 입을 열어,


“사형이라면 원직을 칭하는 것입니까? 공자님?”

“어허! 지금 제 주군에게 따지는가? 시킨 일부터 보고해야 함이 옳은 순서거늘?”

“남향에 다녀왔습니다. 과히 채씨들의 제 2의 근거라. 남향은 양양이나 완성만큼 번화하여 눈 둘 곳 없었으니 형주의 절반에 이르는 보고라 할 수 있었습니다.”

“정황은? 익주자사가 한중을 정벌할 때 그 태수를 마음대로 휘둘러 남향의 소유가 애매해졌다 들었는데.”

“상용과 영류, 완성에 둘러싸인 남향이 어찌 익주자사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았겠습니까만 의외로 익주자사가 간섭하지 않고 남양태수의 입김보다 형주자사의 입김이 강한 분위기가 관과 민에 퍼져있었습니다.”


아리송한 표정의 유종이 입을 다물자 나몽이 마저 물었다.


“내 듣기로 근래 남양과 상용의 병력이 강하다 들었는데 그에 대해 방비는 하고 있던가? 물론 남향과 신야 둘 다 묻는 것이네.”

“내가 네 아랫사람이냐? 허나 공자님께서 궁금하실 것 같으니 말씀드립니다. 남양과 상용은 과히 병사들의 체계가 삼엄하기 그지없어 첩자 신분인 소인의 간이 다 떨릴 지경이었습니다.”

“네가? 설마.”

“시끄럽다, 나몽. 이 몸이 보고하는데 감히! 공자님. 소인이 돌아보니 남향은 남양과 우호적인 관계로 경계가 부실했고 신야에 새로이 파견된 형주군의 상황은 바닷가에 잘 벼린 명검을 내놓은 것과 같아 곧 녹슬어 삭을 듯 보였나이다.”


신야는 유비가 깔끔히 정리해 털어간 후 대군이 머물기 여러모로 부실했고 남향은 채씨의 이름아래, 양양과도 거리가 있어 간섭이 적다는 이유 때문에 모두를 자신의 아래에 두고 자만하고 있었다.

마침내 유종이 입을 열어,


“그대의 사형 서복은 잘 구슬려 양양에 봉사토록 했네.”

“예에?”

“또 그 모친을 내 부중에 잡아두어 그를 겁박하는 도구로 부렸지.”

“예에에?!”

“괴균이 짠 작전을 나몽이 실행했지. 두 사람이 어찌나 빠르게 손을 맞춰 서복의 모친을 납치하던지 그게 본업인 줄 알았다네. 그래서 나는 잘못 없으니 두 사람과 다투게나. 그럼 이만!”


하고는 냅다 달려 나가니 한손에는 술병이 들려있고 한손에는 미처 입에 넣지 못한 고기조각이 들려있으며 뒤로는 못난 얼굴에 남루한 복식의 방통이 쫓아오며 욕설을 쏟아내었다.

괴균 주변에 가득한 낮고 허술한 담의 민가백성들은 이런 유종을 매일 같이 보며 형주의 미래를 걱정하는 일에 익숙했다.


******


익주 - 파동군 영안성


“형님. 흑흑흑......”

“계옥(季玉)아. 고생이 많았구나. 못난 형이라 시류에 휩쓸려 못난 꼴을 면치 못하게 했으니 참으로 미안하다, 미안해.”


뼈 위에 거죽만 남아 비단이 어울리지 않는 유장은 그간 유배지였던 남부의 습기와 태양빛에 까맣게 타 유융보다 열 살은 많아보였고 언뜻 유언의 노년 얼굴마저 보였다.


감녕은 유융의 명에 따라 4천의 익주병에 1만 1천의 남만병력을 이끌고 북상, 파의 너른 들판을 거쳐 영안성에 도착했고 이를 보고받은 유융은 친히 영안성으로 향해 술과 진귀한 어육(魚肉)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 도중에 유융은 감녕과 황권에게 명해 유장의 유배를 풀고 함께 성으로 오도록 했으니 사마의를 위시한 측근들의 반대가 극심했으나 이미 절대적인 권력자로 자리 잡은 유융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고 유장은 물론 함께 유배된 그 식솔까지 불러올릴 수 있었다.


“이런, 내 조카가 이리 컸는가?”


유융이 역시 까맣게 탄 갈색 눈동자를 마주하며 묻자 유장이 냉큼 손짓으로 아이를 불렀다.

그 고단한 세월이 순진하고 멍하던 유장을 고되게 가르쳐 유장에게 욕심이 조금 깃들게 만든 것 같았다.

아무리 못난 이라도 제 자식 고생하는 모습은 보지 못하는 법이니.

유융은 이를 눈치 챘으나 모르는 척 물었다.


“음, 이름이 순(循)이던가? 네 나이가 몇이냐?”

“자사님의 일(一)공자님, 이(二)공자님과 같사옵니다.”

“그으래? 허허허. 벌써 한세월이구나. 그렇지 않은가, 아우님?”

“예. 형님.”

“총명해 보이니 능히 배우면 실천할 인물이 될 수 있겠지.”


유융의 칭찬에 기뻐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나 유장은 혹여나 싶어 어버버거리며 사양했다.


“다행히 제 어미도 닮아 첫인상은 총명하나 말을 길게 하면 못나길 저와 같습니다. 그저 익주의 창고지기만 되어도 자사형님과 조상님들께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쯧, 사내가 어찌 그리 꿈을 작게 갖는가. 허흠은 가까이오라.”

“예, 주군.”

“이 두 아이는 내 조카이나 아들 같이 아끼니 허정에게 서찰을 보내 공맹과 노장을 가리지 않고 가르칠 수 있도록 하게. 내 친히 그 배움을 확인할 것일세.”

“예, 주군.”


유장이 기쁨과 불안을 어쩌지 못하고 난색을 표했으나 감녕이 공무로 기다린다는 핑계를 들어 자리를 뜬 유융이 유장을 먼저 백제성으로 보냈다.

언뜻 유장에게 은혜를 베푼 모습이나 실제는 부자를 멀리 떨어뜨려 놓음이니 일가가 올라와 잠시 함께 머물다 두 부부만 남아 백제성으로 향하는 유장과 그 내자의 얼굴에서 서러움이 뚝뚝 흘러내렸다.


감녕이 이를 날카롭게 구경하다 유융에게 말했다.


“소장의 식견이 짧아 주군을 잠시나마 의심했던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하하하. 그대는 내 명령에 충실하였으며 저 남만에서 세운 공이 천하에 가득한데 어찌 그리 쉬이 겸양하는가?”

“모두 당연한 일을 한 미천한 소장에게 과하게 신경 써주시니 참으로 감읍(感泣)하옵니다.”


유융은 읍한 감녕의 어깨를 두드려 웃어주고 남만의 병력에 대해 본격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먼 곳에서 글로 보고 받길, 깊은 남쪽의 젊은 남자들로 꾸린 병력 중 1만 1천이 이곳으로 향했고 따로 고순이 꾸린 8천의 병력은 성도로 향했다 들었는데 확실한가?”

“예. 또한 이엄 장군이 징병한 3천과 황권 장군이 모병한 1천 8백의 잡군이 한중으로 향했나이다.”

“모병? 잡군?”

“황권 장군의 위명에 산월과 남만을 가리지 않고 모두 마음으로 승복함이 그와 같아 굳이 무리해 징병할 필요가 없었으니 다 주공의 복이 이러합니다.”

“산월마저도........”


유융은 감탄을 금치 않았다.

문관의 일에도 능해 치정(治定)자의 풍모와 일군의 장수의 풍모를 두루 갖춘 고순과 이엄도 여직 그들을 온전히 굴복시키지 못했는데 황권의 능력은 그들의 몇 수 위에 있어 벌써 감화시킴이 그와 같으니 유융은 입 밖으로 나오는 감탄을 조절할 수 없었다.


“흠흠. 그들의 훈련 상태는 어떤가? 의사소통과 기후, 식습관의 문제가 만만치 않을 텐데.”

“몸을 굴려 진을 짜고 호통하며 군법을 가르치는 일은 쉬웠으나 한마음으로 싸우는 일만은 주군의 말씀대로 만만치 않습니다.”


유융이 고민하기 시작하자 감녕이 입을 열었다.


“신이 이에 관해 사람을 추천할까 합니다. 비록 출신은 미천하나 한족이라 믿을 수 있고 남부출신이라 저들의 관습에 익숙하니 능히 소통할 수 있으리다.”

“그래?”

“장익이란 인물로 군무는 물론 물자를 관리하고 민심을 살피는 일에도 능해 무능한 소장이 일찍이 의지한 인물입니다. 또 고순 장군이 추천하길 마충이란 인물은 일군을 맡겨 수비하는 일에 모자람이 없고 일방을 맡겨 다스리며 은혜를 입히는 일에 능하다 하였습니다.”


고순과 감녕이 추천하는 인물이니 여직 믿을만할까?

무엇보다 남만과 전쟁이라는 실무로 발탁된 인물들이니 실력 또한 이미 보증된 샘이라, 유융은 크게 기뻐하며 직접 만나보길 원했다.

곧 감녕이 이들을 부르니 늘씬하게 키가 큰 장익과 평범한 풍채이나 예의가 칼 같은 마충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융은 그들과 군사, 행정에 관한 일을 몇 마디 주고받으며 감탄하여 크게 기뻐하며 각기 영안성과 백제성의 군무를 맡기니 감녕이 끌고 온 1만 1천의 남만군을 셋으로 갈라 그들에게 이끌도록 명했다.


******


익주 - 건위군 성도


유융이 파로 향한 이후 법정은 유융으로부터 성도의 제반사를 마음대로 할 권한을 부여받고 지난날 완벽히 처리하지 않았던 인물들에 대한 청소를 나섰다.

유융이 방희를 기회로 매섭게 처리했어도 여직 여린 마음이 있어 완벽하지 않았던 탓이었다.

심지어 그 아들 방균이란 이에게 낮긴 하지만 관직마저 권하지 않았던가?


“찾으셨습니까.”

“팽양, 공이 군무에도 재능이 있어 성도의 왕궁을 맡을 정도로 출세할 수 있었으나 지난날 고아의 오늘날 출세함이 다 누구 덕이오?”

“개인적으로는 한중의 가룡 옹(翁)덕이오, 공적으로는 익주자사님 덕입니다.”


법정이 만족하며 재촉했다.


“비록 허정은 명성이 있고 쓰임이 있어 용서받았으며 유모나 유장의 경우 혈족을 아끼는 주군의 마음을 감히 거스를 수 없었소.”

“그렇지요.”

“난궁의 방씨가 오만방자하여 주군을 지아비로 인정하지 못함을 알고 있소?”

“자사님께서 제게 궁을 맡기신 이유이니 어찌 모르겠습니까. 사사로이 감시함이 방씨가 먹는 것을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은덕궁 마마님께 피해가 가는 일이 없어야함이 하나요, 귀하신 공자님들을 걱정함이 둘이오, 난궁의 방씨가 사사로이 시비와 내관을 모아 궁내에서 위세부리며 난을 일으키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 마지막이오.”


팽양의 눈동자에 총기가 차올랐다.


“막내이신 구(具) 공자님께서 난산으로 태어나신 후 자사님이 대사를 미루고 싶어 동부로 떠나지 않으실 정도로 아끼셨습니다. 그로인해 방가(家)가 다시 은혜를 입어 방균이 멀쩡한 자리에 앉아 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천한 행색을 벗어났는데 혹시 이를 걱정하심인지요?”

“그렇소. 그자는 감히 숨겨둔 방가의 가산은 물론 궁인 방씨가 내어준 궁의 재산까지 동원해 시정의 잡배나 토호들의 자제들과 어울리며 은밀히 재야에서 당을 결성하고 있었소. 헌데 근래 들어 주인께서 성도를 비우시자 오히려 그들의 적막함이 마치 무덤가 같으니 어찌 의심하고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소?”


팽양이 은근히 고심했다.


“한 가문을 세 번 치는 일은 없었습니다. 일찍이 유모가 방희와 척을 졌다가 그를 몰아냈으며 주군께서 유모와 엮어 늙은 방희를 서량으로 쫓아냈으니 익주 전역에 방가에 대한 악명(惡名)이 자자합니다. 반면 유융님은 방씨를 내치지 않고 아들을 인정했으며 그 오라비에게 관직을 하사하니 좋은 명성을 얻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이제야 법정 군사님이 옛일을 들추며 다시 벌한다면 세상의 민심은 권세가를 미워하는지라, 그 반심으로 방가를 불쌍히 여겨 이제껏 방씨가 듣던 욕이 주군께 갈 수 있음입니다.”


방희가 익주의 한 쪽을 차지할 정도로 부유했던 만큼 그의 슬하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은혜를 입은 서생, 한량, 무부들이 천을 넘게 헤아릴 정도로 많았는데 유융이 방균과 방씨를 벌하지 않았고 방희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죄가 있었으며 익주의 민심이 유융의 선정(善政)을 쫓았기에 그들의 불만이 그리 노골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유융이 성도를 비운 지금 총신인 법정이 방희의 유일혈육을 벌한다면 당장 방가의 은혜를 입었던 자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고 그들에게 선동된 민심 또한 크게는 유융, 작게는 법정에게서 돌아설 확률이 많았다.


법정 또한 이를 알기에 충심이 깊고 총기가 남다르며 인망도 적지 않은 팽양에게 의논한 것이었다.


“내 팽양 공의 걱정을 모르지 않소. 허나 그냥 두면 반드시 주군의 총애를 등에 업고 무리를 만들어 내부의 소란이 될 것이니 나는 감히 일신을 위해 모른 척 할 수가 없소.”

“......허면 이러저러 하시면 어떻습니까?”


곧 귀를 기울인 법정에게 팽양이 몇 마디 고하니 법정은 흔쾌히 팽양에게 이를 허락하여 일임했다.


----


“불이야!!”


팽양과 방균은 나란히 달려 소란이 일어난 곳으로 향했는데 두 사람의 뒤로 각 서른이 넘는 관군이 따르니 달밤에 소란이 요란스러웠다.


“참으로 큰일이지 않습니까, 방균 공!”

“이게 다 저 남만 것들을 성안에 들인 것도 모자라 궁에도 쓴 탓이지요! 어찌 저들을 쉬이 믿으셨는지, 기어코 반란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방균이 보고받은 바로는 궁 근처에 있는 관에서 불길이 솟았는데 남만의 전쟁 포로를 구하고 원수를 갚기 위해 그들과 동조한 몇몇 남만 자유민들의 행태요, 마침 무기를 보관하던 곳이 털려서 인명에 피해가 예상되는 위험한 수준이라 했다.


매캐한 연기가 검은 밤하늘을 다시 검게 덮으니 제법 불길이 세고 상황이 혼란스러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태양을 눈앞에 둔 듯 화기(火氣)가 거세 단숨에 잡을 수 없을 불길이었다.

이에 팽양이,


“공! 공은 이곳의 불을 끄오. 나는 남만 무리를 쫓겠소.”


방균은 불길의 위급함에 이를 소화(消火)하는 쪽에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바, 그 책임을 미루어 팽양이 실패하면 팽양을 밀어내고 궁의 경비를 장악할 수 있다 생각했다.

그래서 급히 팽양을 붙잡고 말했다.


“팽양 공의 병사들은 소화 훈련을 끝낸 정예이나 내 수하들은 그들만 못하오. 다만 성내는 잘 아는 것이 손바닥을 보는 것처럼 훤하니 내가 그들을 잡아 벌하리다.”

“과히 천하에 둘도 없는 충신이시오. 믿겠습니다.”


자신이 직접 뽑고 훈련시킨 부하들을 이끌고 어둠을 향해 달음박질하는 방균의 뒷모습에 팽양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서 불을 꺼라!”


팽양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화마의 앞뒤를 둘러싸고 있던 민간인들이 훈련받은 병사들 마냥 손발을 맞춰 화재를 진화하기 시작했고 불은 기세에 맞지 않게 삽시간에 꺼지니 상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다만 잘 탄 목재만 남아 관청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슬퍼하고 있었다.


“불씨를 마저 살폈느냐?”

“예, 장군.”

“오냐, 수고했다. 늘 훈련을 이렇게 실제처럼 해야 실전에 강하느니. 내 수고의 의미로 술을 사지.”


팽양의 눈길이 먼 허공을 향했다.

조용히 불길에 몸을 던졌으면 좋았을 것을, 방균은 야심에 능력이 따라주지 않아 불구가 될 불쌍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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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ㅇㅅㅇ괴월의 아들이름도 균, 방희의 아들 이름도 균.

다행히 둘 다 그리 유명하지 않아 작가의 마음이 편하다는.


다음주에 뵙고 지적 받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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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가람76
    작성일
    15.01.17 00:01
    No. 1

    감사합니다. 실제 삼국지에서 그다지 의미가 없던 유종이 무언가 빛을 발하는 느낌이네요. 즐독하고 있습니다. 건필하시길.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3 흐후루
    작성일
    15.01.17 11:53
    No. 2

    조연들이 주연급으로 나오는 유융전을 읽고 계십미다 ㅇㅅㅇ/~★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RockHear..
    작성일
    15.01.17 11:15
    No. 3

    드디어 뒷정리의 대단원이 시작되는건가요 ㅎ

    청소끝내고 다시 밖에 나가야죠 ㅇㅅㅇ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3 흐후루
    작성일
    15.01.17 11:53
    No. 4

    밖에 나갈 준비 중....
    준비가 한 세월 걸릴 느낌 같은 느낌.ㅇㅅㅇ;;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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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익주 - 백제(유종-3) +4 15.01.22 2,460 55 19쪽
138 익주 - 백제(유종-2) +6 15.01.21 2,550 39 17쪽
» 익주 - 백제(유종-1) +4 15.01.16 2,535 43 17쪽
136 익주 - 백제(도(度)) +9 15.01.15 2,572 40 22쪽
135 익주 - 성도(형주를 두고-2) +6 15.01.14 2,795 51 17쪽
134 익주 - 성도(형주를 두고-1) +9 15.01.09 2,874 4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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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익주 - 성도(남쪽으로 부는 바람) +6 14.12.26 3,384 65 22쪽
126 병주 - 원소(33-설욕(雪辱)-3) +10 14.12.25 3,077 43 16쪽
125 병주 - 원소(32-설욕(雪辱)-2) 14.12.25 3,261 40 17쪽
124 병주 - 원소(31-설욕(雪辱)-1) +4 14.12.24 2,845 54 16쪽
123 병주 - 원소(30-원소-8) +6 14.12.19 2,869 4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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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병주 - 원소(28-원소-6) +4 14.12.17 2,801 48 15쪽
120 병주 - 원소(27-원소-5) +2 14.12.12 2,779 45 13쪽
119 병주 - 원소(26-원소-4) +8 14.12.11 2,890 55 15쪽
118 병주 - 원소(25-원소-3) +4 14.12.10 2,763 51 18쪽
117 병주 - 원소(24-원소-2) +6 14.12.05 4,479 70 14쪽
116 병주 - 원소(23-원소-1) +6 14.12.04 4,540 72 13쪽
115 병주 - 원소(22-낙양의 파종(破腫)-4) +4 14.12.03 3,410 59 12쪽
114 병주 - 원소(21-낙양의 파종(破腫)-3) +4 14.11.21 2,961 51 13쪽
113 병주 - 원소(20-낙양의 파종(破腫)-2) +8 14.11.20 2,731 54 14쪽
112 병주 - 원소(19-낙양의 파종(破腫)-1) +4 14.11.19 3,383 64 14쪽
111 병주 - 원소(18-추수(秋收)-2)+지도 +6 14.11.14 3,203 49 14쪽
110 병주 - 원소(17-추수(秋收)-1) +2 14.11.13 3,486 56 15쪽
109 병주 - 원소(16-쟁(爭)-4) +8 14.11.12 3,396 56 16쪽
108 병주 - 원소(15-쟁(爭)-3) +8 14.11.07 3,512 60 12쪽
107 병주 - 원소(14-쟁(爭)-2) +6 14.11.06 3,645 54 14쪽
106 병주 - 원소(14-쟁(爭)-1) +6 14.11.05 3,147 59 15쪽
105 병주 - 원소(13-흔들리는 전선(戰線)) +2 14.10.31 3,877 73 15쪽
104 병주 - 원소(12-남(南)) +8 14.10.30 3,409 51 18쪽
103 병주 - 원소(12-북(北))+지도 +4 14.10.29 4,511 50 14쪽
102 병주 - 원소(11-동(東), 서(西)-3) +8 14.10.23 3,823 57 13쪽
101 병주 - 원소(10-황하너머로) +8 14.10.22 3,406 58 15쪽
100 병주 - 원소(9-사수관을 울리며) +6 14.10.21 3,888 69 16쪽
99 병주 - 원소(8-동(東), 서(西)-2) +10 14.10.16 3,566 73 14쪽
98 병주 - 원소(7-기둥(柱)) +4 14.10.16 3,714 61 15쪽
97 병주 - 원소(6-황윤(皇胤)) +13 14.10.15 4,670 67 15쪽
96 병주 - 원소(5-동(東), 서(西)-1) +10 14.10.14 4,489 108 16쪽
95 병주 - 원소(4-영천을 사이에 두고) +8 14.10.09 4,261 84 16쪽
94 병주 - 원소(3-황하를 사이에 두고) +6 14.10.08 4,506 67 16쪽
93 병주 - 원소(2-분잡(紛雜)-2) +6 14.10.07 4,464 66 17쪽
92 병주 - 원소(1-분잡(紛雜)-1) +10 14.10.02 4,846 6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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