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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융전 - 한의 재건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흐후루
그림/삽화
문피아 제공
작품등록일 :
2014.06.05 20:50
최근연재일 :
2016.04.21 20:20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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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5.0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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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19쪽

익주 - 성도(숙청(肅淸)-1)

재밌게 읽으셨으면 해요. 대체역사 소설이므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DUMMY

양주 - 역양


황명으로 토로장군, 양주자사가 되어 회남 일부의 개발을 맡은 손권은 몸이 열이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는데 단순히 백성들을 안정시키는 수많은 사업에 대한 문제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 아니라 끝없이 변모하는 강북 세력들에 대한 정보들이 복잡했기 때문이었다.


“또? 참말이냐, 자유?”

“예. 주군.”


제갈근에게서 전해진 소식은 원씨와 조씨의 밀고 당기는 정쟁에 대한 것이었다.

황명으로 인해 아비의 죄를 용서받은 원상, 원담, 원희는 조조가 일전을 승리하고 일전을 패한 후 하북에서 물러나자 대놓고 후계를 두고 서로 다투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의외로 첫 승자는 남피의 원담이라.


원담은 빠른 기병을 이용. 원상에게 향하던 원희의 물자를 가로채고 청하를 수비하던 봉기를 잡아 죽이는 등 뛰어난 군사적 활약을 보였다.

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원상과 원희는 물론 고간까지 서로 연합하며 천하에 원소다음이 원상임을 공표하니 원담이 크게 당황했는데 그동안 그를 지지하던 인사의 절반이 빠르게 원상에게 돌아서 기반의 절반을 단 한 번의 전투 없이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원씨들이 물고 뜯는 사이, 조조는 허도에 얌전히 앉아 멀고 먼 청주의 남피까지 다스리니, 홀로 고립된 원담에게 거기장군을 반절로 갈라 좌거기장군의 직책을 내린 것.

이 거기장군은 원소 사후 황제의 명을 가장한 조조가 원상에게 내린 것으로 이미 원상의 것이었다.

눈에 뻔히 보이는 조조의 수였지만 어린 치기에 당장 분한것을 풀어야하는 원상이 급히 낚이니 원상의 사자는 조조에게 항의했고 원담의 사자는 조조에게 감사를 보였다.

이에 조조는,


“이 조조는 천하의 평화를 위해 황상께 표를 올려 그들이 지방에서 할거하는 것도 인정하게 했거늘, 아직 수염도 나지 않은 원상은 감히 형제가 서로 친밀(親密)하라는 황은에 어깃장을 놓는구나! 이 조조는 한의 승상으로 그냥 넘길 수 없다.”


라 말하고 조인에게 1만의 병력을 맡겨 청하를 점거하게 만들었다.

헌데 이 청하는 원담이 봉기를 죽여가며 원상에게서 빼앗은 것으로 죄는 원상이 지었으나 벌은 원담이 받는 형태가 되니 원상이 조조가 겁먹었다 생각하며 크게 자만해 3만의 병력을 이끌고 제수를 넘어 조조를 치려했다.

허나 원상이 만난 것은 순수한 조조의 병력이 아니었고 원담이 1만을 이끌고 조조와 함께하니 같은 원씨가 스스로 조조의 편에 선 것에 크게 사기가 꺾인 원상군은 단 한차례의 공격에 제수를 넘어 복귀해 명성을 잃게 된다.


“헌데 원담이 조조와 밀약을 맺었단 말이지?”

“예. 언뜻 원담이 최후의 승리자로 보이지만 실제는-.”

“조조로군.”


입이 쓴 것을 느끼며 손권은 보즐을 불렀다.


“자산, 수춘은 좀 어떤가. 조인이 북쪽으로 물러났으니 우리가 세력을 확장할 틈이 있는가? 이 역양은 외로운 지경이라 수비에 취약하니 우리에겐 꼭 유수호가 필요한데.”


유수호는 역양에서 꽤나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언뜻 상관없어 보이지만 실제는 여강의 환성과 역양 사이에 위치해 이곳을 손에 넣으면 두 개(환-역양)의 힘으로 하나(수춘)를 견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아직 북쪽이 복잡하고 조조는 남쪽의 안정을 위해 손권님이 필요하니 시간이 많습니다.”

“언제 변할지 모르는 것이 오늘의 정세일세.”

“허나 확실히 유수호의 이점을 차지하는 방법이 있지요. 명분과 실력을 골고루 손권님께 받칠 계획입니다.”

“허나 시간이 좀 걸린단 말이지.”


손권의 고민에 선뜻 나서는 이가 있었는데 얼굴은 유려했지만 덩치가 커서 갑옷을 입은 모양이 제법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주군. 소장, 능통이 보기에 보즐이 실력을 손에 넣는다 함은 전쟁을 의미한다 생각합니다.”

“보즐, 그런가?”

“예. 주군. 현재 여강군에는 조조도 손대기 꺼려하는 도적단이 있습니다. 도적단의 규모가 커 피해가 예상되는데 피해를 줄여 소탕할 마땅한 수는 없고, 그들을 토벌해 이익을 얻는 것은 우리이기 때문이지요.”

“허면 그대는 지금 뇌박의 군세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고 있겠지?”

“예, 그는 지난날 황명을 가장한 조조의 묘수로 하후돈이 이끄는 어림군 1만을 피해 협석에서 벗어나 석정에 들어와 있습니다.”


석정이란 소리에 제갈근이 티나게 좋아하자 손권이 물었다.


“그대는 석정이 우스운가? 나도 같이 웃지.”

“잠시 결례를 했습니다, 주군. 지난날 그들이 환성을 나와 장산과 협석에 의지했을 때 우리는 막대한 피해를 입어 군을 물려야 했습니다.”

“그랬지. 그들의 기동력이 우리보다 뛰어났으니 우리에게 쓸 수가 얼마 남지 않은 탓이었네. 절대 우리가 약해 그런 것이 아니야.”


과연 손권은 무가의 자식이라, 강하고 약함을 가리는 전장의 승패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러자 제갈근이 손권에게 머릴 조아리며 말했다.


“주군. 승패만큼 중요한 일이 아군의 강약을 알고 이를 보완 혹은 대비하는 일입니다. 보완은 쉽지 않으나 대비는 할 만 한데 전장은 평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지형이 있고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마(牛馬)는 물론 하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대는 지금 석정에 대해 이야기하다 내 눈치를 보아 말을 돌리는가? 나도 전쟁에 천시와 지세, 병력이 중요함은 아네.”

“허면 제가 하는 말을 더욱 잘 이해하실 겁니다. 지금 천시는 평화 그 자체로 춥지도 덥지도 않고 비를 걱정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는 병사들도 마찬가지라 전 병력에 누수가 되는 부분이 없으나 이는 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보즐이 끼어들었다.


“허면 지세가 남는구먼. 아!! 주군. 석정은 유수호와 장산, 환성 사이에 있어 지세가 우리에게 이롭습니다.”

“무슨 소린가?”

“기동력이 뛰어난 적이 석정에 있다면 우리는 유수호를 통해 더 빠른 기동력을 확보, 적을 강하게 압박하면 됩니다.”

“압박만 하면 뭘 하는가? 적은 근거를 가지고 그곳에 미련을 갖는 할거세력이 아니라 도적에 가깝네.”

“예. 허면 적은 당장 아군에 쫓겨 장산으로 가겠지요.”

“..........아! 그대의 말에 따르면 장산과 환성이 가까우니 그들의 병력이 유수로 몰린 틈을 타 장산을 점령하고 매복해 돌아온 그들을 크게 부수면 되겠구만.”


다시 제갈근이 끼어들었다.


“보즐은 내 공을 이리 탐내는 구먼! 주군. 주군께서 장산에 깊은 의미를 두시는 이유는 알겠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석정입니다. 굳이 뇌박따위에 크게 피 흘려 석정에 주둔할 군세를 잃을 필요는 없지요.”

“허면?”

“저 수춘으로 몰아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군께서 그러시지 않았습니까? 조인이 자리를 비워 수춘이 크게 약해졌다고. 저들도 알고 있으며 이미 조조가 그들에게 창을 들이민 바, 수춘에 보복성이 짙은 도적질을 계획하고 있을 공산이 큰 상황입니다.”


손권이 크게 기뻐하며 막 형주의 소식을 갖고 합류한 노숙에게 물었다.


“공, 공에게서도 이와 같은 좋은 소식이 있길 바라오.”

“주군. 암담한 말씀이나 형주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바로 이틀 전만 하더라도 그대는 형주가 쉽게 떨어질 것이라 말하지 않았소? 어찌 어제와 오늘이 그리 다른지?”

“이틀 전에는 형주에 내란이 일어나 상황이 복잡했으며 틈이 많았으나 지금은 성공하고 안정되어 내란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고 그 당시에는 오직 불완전한 유비만이 우리와 수를 다투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헌데 지금은 어떻단 소리오?”

“양양에 익주자사 유융의 사절이 도착해 있습니다.”

“그래서?”

“그자가 돌아가면 반드시 형주의 혼란을 보고할 것이고 그 유융이라면 반드시 남양과 익주 두 방향으로 형주를 노릴 것이니 아직 강하와 역양도 안정시키지 못한 우리가 어찌 끼어들 수 있겠습니까?”


유융이 끼어든단 소식에 크게 놀란 손권이 얼굴을 붉히며 노숙에게 물었다.


“아버지 이후로 형주는 우리 손가의 숙원이었소. 어찌 내게 포기하라 말하는 것인가!”

“남쪽에서는 많은 산월이 주군께 투신했으나 신이 보기에 주군의 군세가 한 곳에 모여 그들에 대한 감시가 줄어들면 반드시 배신하리다. 또 북쪽의 일이 복잡한데 오늘 해결책이 생겼으나 이 또한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면 큰 손해를 볼 계책이니 주군 혼자의 힘으로는 형주를 가질 수 없으십니다.”

“허면? 유융과 같은 큰 세력이 나와 손을 잡아 형주를 나누려할까?”

“우리의 처지가 비록 여유롭지 못하나 아직 우위를 포기할 정도는 아닙니다. 허니 아직 우리보다 못한 유비와 손을 잡아 형주를 노리소서. 그와 손을 잡아 형주를 나누면 우리는 강하와 남군, 양양군을 차지해 형주의 노른자위에서 힘을 비축, 후사를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비가 바보가 아닌 이상 쉽게 응할까.”

“이미 유비가 먼저 손을 써 우저에 유비의 측근이 와 있으니 주군께서 체면상할 일도 없고 그저 올바른 결단만 내리시면 됩니다.”


노숙의 말에 손권이 놀랐다.


“유비의 명성이 큰데 비해 별 거 없어 얕잡아 봤는데 오늘 천하의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는 그의 혜안을 보니 그도 만만치 않구나.”


그리고 여범과 손교에게 일러 제갈근의 계책을 시행하게 한 후 유비의 사절을 만나러 바쁘게 우저로 향했다.


******


익주 - 성도


유융은 돌아온 사마의의 보고를 들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으로 형주의 실패를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는데 지난날 황명과 황실의 성(姓)하나만 믿고 사방에 적이 가득한 황무지에서 일어난 자신의 아버지나 유표를 바라보며 감탄하던 때를 회상했기 때문이었다.

그 대단하던 유표도 나이가 들어 상황에 안주하자니 총명한 근신들이 제 안위와 권력을 우선하기가 채 몇 년이 걸리지 않는구나-.


유융이 멍한 눈으로 사마의를 보자 사마의가 물었다.


“주군. 형주의 상황에 무슨 잘못이 있나이까?”

“아니다. 그저 옛날 형주자사의 기개를 그렸다. 한때 남양에서 그의 눈치에 죽고 살았는데....... 그 인물이 아직 죽지 않았거늘 그 유산이 무너지는 것이 보여 그랬다.”

“주군.......”


유난히 씁쓸한 차에 인상을 찌푸리는 유융과 그의 기분을 맞추려 조용한 회의장에 늦게 도착한 인물이 있었다.


“하하 오랜 만이오, 법정. 그래, 강주는 좀 어떠하던가?”

“주군의 은혜에 감동한 백성들이 있을 뿐. 더 이상 여진의 피해에서 주군을 원망하는 백성은 없었습니다.”

“나는 내 욕을 듣지 않기 위해 은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지진의 사후 처리가 어떤지가 궁금한 것이오. 한 번 더 가보려 했으나 바쁜 일이 급하니 갈 수 없음이라.”


이에 법정이 다시 보고했다.


“여진은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닙니다. 본격적인 복구를 위해 큰 물자가 급박한데 지난날 주군께서 쓸데없는 지출을 하신 덕에 물자를 구하기 마땅치 않으니 이번에도 토호들에게 눈치를 준다면 이 법정은 두 손 들고 반길 것이나 그리 권하진 않을 것입니다.”

“허면 어찌해야 하는가?”

“아직 남은 곡식이 많고 그 상태도 온전하니 이를 다시 팔 것을 권유 드립니다. 또한 남만에 아직 우리를 따르지 않는 부족이 많으니 그들을 정벌하여 재물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자 조용히 듣고 있던 사마의가 나섰다.


“곡식을 파는 것은 좋으나 살 곳이 적어 걱정입니다. 형주에 팔자니 경계를 부를 익주자사의 이름을 쓸 수 없고 옹주로 가져가자니 길이 험하고 가는 길 기온이 습해 곡식이 상할까 저어됩니다.”

“중달은 제 일이 아닌 이상 너무 걱정 마시오! 주군, 남만은 아군이 저 형주로 진출하기위해 혹은 익주를 반석에 올려놓기 위해 혹은 정권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이에 유융이 웃으며,


“그대가 권하는 방법은 강매가 아닌가? 그들이 가만히 있을지, 혹 우리가 저들의 자긍심을 자극하는 꼴이 되어 미래에 그들을 진정으로 투신시킬 희망마저 차버리는 것이 아닐까?”

“남만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갖은 핑계를 들어 우리를 침범해 왔지만 결론은 하나로 저들에게 부족한 것을 갖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좀 더 너른 땅과 좀 더 많은 노예, 좀 더 많은 위상까지. 그리고 저들은 애초에 그 성정이 간악하여 힘이 약할 때는 스스로 신하라 부르고 강성해지면 스스로 형제라 부르며 마침내 군을 일으키면 왕이라 부르니 없는 미래를 위해 고민하실 필요 또한 없습니다.”

“즉, 저들에게는 명분을 내걸 가치가 없단 소린가?”

“즉, 우리가 명분을 내세울 대상이 잘못되었단 소립니다. 명분은 황실의 것. 황실을 표면적으로나마 따르는 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입니다. 또한 때가 때인 만큼 형주에서 익주로 모아졌을 눈들에게서 우리의 존재감을 슬며시 지울 수 있겠지요.”


법정의 말에 유융이 사마의를 보며 물었다.


“형주에 만연한 세작들이 우리가 서두르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구나. 아마 지금쯤 어부지리(漁夫之利)를 노리고 우리가 먼저 형주 침공을 시작하길 바라며 이를 조작하는 무리가 있겠구나.”

“죄송합니다, 주군. 이 사마의가 좀 더 조심했어야 하는데 형주 관리들이 이미 주군의 명성을 접하고 소신을 강하게 경계한 것이 저들의 눈을 끌었던 모양입니다.”


듣고 있던 장송이 나서서 법정과 사마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투기를 흐려놨는데 유융이 이미 눈치 챘으리라 생각해 식은땀을 훔치고 있었다.


“주군. 남만의 일이 시급하나 당장 하루, 이틀의 날을 내어 익주의 기강부터 바로 잡길 청하옵니다. 현 익주에는 오로지 오래된 권신과 새로운 권신만 있을 뿐이니 훗날 주군의 머리 아래 몸이 없고 또 다른 머리들만 제각기 주렁주렁 달려있을까 끔찍이 저어되는 바입니다.”

“그대의 말이 옳다. 허나 나는 잘 모르겠으니 그대가 사람을 모아 익주의 인물평을 해보라. 이 일을 하는데 적임은 그대가 더 잘 알것이다.”


은근히 허정에 대한 낌새를 풍기는 유융의 말을 고분고분 삼키는 장송이 개성강한 얼굴에 미소를 드리웠다.


“다만 이 일이 익주에서 그칠 문제가 아닐 것이라, 주군의 현명함이 이와 같아 위아래가 화목할 것이니 이는 익주와 옹주, 사예와 형주의 홍복입니다.”


장송은 넌지시 익주가 중심이 되어 대사마가 아닌 익주자사 유융의 이름으로 다른 주들을 시찰하길 바랬고 넌지시 법정과 사마의를 다그쳤다.

그제야 사마의와 법정은 제 성질을 죽이고 무릎 꿇어 죄를 청했고 두 총신이자 권신이 죽을상을 하고 유융의 위엄에 고개 숙이자 권신, 방희가 나서서 그들의 죄를 삭감해주길 청했다.


“두 신하들이 오늘 서로 싸움은 다 충심에서 비롯된 일이라, 비록 방법과 행위가 그르나 그 기상만은 칭찬 할 만 하다고 사료되옵니다. 허니 주군께서는 큰 은혜를 내려 남만과 형주를 정벌하는 일로 그들의 죄를 사할 수 있게 허해주심을 청합니다.”


노신이자 강력한 토호이며 유융의 총애를 받고 있는 여인의 아비인 방희의 말에 회의장에 모여있던 신료들이 찬성하며 유융의 은혜를 청했다.

평소 방희의 말이라면 크게 귀 기울여 항상 쓰는 유융의 행동을 곁에서 직접 목격한지 오래인 덕이었다.

헌데 평소와 달리 유융이 인상을 쓰고 소리쳤다.


“방희는 지금 나의 권위에 도전하는가? 두 사람이 감히 내 앞에서 자신의 권리를 위해 서로 눈치주며 다퉜는데 이를 그냥 흘린다면 그는 고스란히 나의 흠이라. 그 큰 흠을 지고서 내가 무슨 위엄에 기대어 사람을 골라 임무를 부여하며 어찌 믿고 쓸 수 있을까?”

“소신의 말 뜻은 결단코 그와 같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군께서 별일 아닌 것으로 익주의 반석이 될 젊은 인재들을 상하게 할까 심려되어 드린 말씀이니 이를 너무 노여워 마소서.”

“지금 나와 장난하는가! 내가 곧 익주고 익주가 곧 나이거늘, 그대들은 자신들과 법정, 사마의 따위를 대체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머릿수로 나를 내리누르려 하는 것인가!”


갑자기 심각해진 분위기에 모두 땀을 흘리며 목을 밀어 넣고 고개로 땅을 뚫으려할 때, 방희만이 한발 앞으로 나서 다시 답했다.


“주군께서 인재를 아끼시는 마음을 잘 알기에 훗날 오늘의 벌을 후회할 것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구나! 배우고 익히지 못한 백성들에게 자애로운 것과 이미 앎이 가득해 머리가 무거운 그대들을 상대함이 같을 수 없는 법. 그대의 말이 그리 옳다면, 좋다. 장송은 방희를 필두로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자들을 삭탈관직(削奪官職)하고 감히 명에 항거한 죄를 들어 옥에 가두라! 오늘 저리 방자하니 지난날 총애로 가득할 때는 어떠했을까. 조사해 만천하에 이를 공개하며 그 죄에 준하는 벌을 내릴 것이다.”


유융이 장송에게 명했지만 장송은 듣기만 했을 뿐, 실제 회의장에 들이닥쳐 그들을 압송한 것은 감녕으로 애초에 대기하고 있던 것인지 3백에 가까운 관군이 일거에 모두 잡아들이니 토호나 그 일족, 혹은 줄을 대고있었던 이들은 당장에 방희와 같은 신세가 되었다.


물론 그들의 일신이 병사들에 의해 크게 경망스러웠던 와중에 법정과 사마의가 무슨 벌을 받는지 본 사람은 없었다.

마침내 유융과 그 측근들만 남은 회의장에서 법정이 옷을 털며 일어나 즐겁게 말했다.


“이제 저들의 가산을 압류하고 가병을 몰수해 남만에 대한 일에 쓰고 본인들은 죄를 사하는 형식으로 은혜를 베풀 듯 목숨만 남겨 익주에서 추방해야 합니다. 저 옹주와 량주에 새로이 주군의 것이 된 땅이 많으니 저들이 힘쓸 수 없으나 능력은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시옵소서. 옥석을 구분(區分)할 수 있을 것이요, 훗날 옥석이 구분(俱焚)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지난 원정과 달리 후방에서 반란이 일어날 염려를 완전히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


사마의 또한 조심스레 입을 열어 보탰는데 놀라서 경직된 사마의의 목소리에 법정이 흡족한 모양으로 소리내어 웃었다.


“토-오, 흠흠. 토호들의 가산을 압류하고 가병을 몰수하는 일은 지난날 전쟁에서 줄을 잘 선 토호, 방희에게 맡겼지만 이제 그들을 모두 뿌리 뽑으려 하시니 반드시 주군께서 직접 행하셔야 깔끔하고 십년간 뒤탈이 없으리다.”


사마의 자신역시 사예에서 토호이자 고관이니 자신도 모르게 짜였던 정치적 놀음에 얼마나 놀랐을까.

유융이 이를 만족스럽게 지그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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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ㅇㅅㅇ 방희가 뜬금없이 당해서 많이 놀라셨죠~

하지만 우리 주인공(※유융;;)입장에서는 뜬금없지 않답니다.

떡밥은 던졌지만 아마 아무도 몰랐을 듯.

나란 작가 못난 작가(아련ㅡㅅㅡ** )


설명을 붙이면 더 떫은 맛이 날 것 같아서 줄이며 ㅠㅅㅜ

지적 혹은 언제 떡밥을 던졌죠? 꿈에서 던졌나요?

받습니다.


5분 후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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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익주 - 백제(유종-3) +4 15.01.22 2,460 55 19쪽
138 익주 - 백제(유종-2) +6 15.01.21 2,550 3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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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익주 - 성도(형주를 두고-1) +9 15.01.09 2,874 49 16쪽
133 익주 - 성도(남만-3) +8 15.01.08 2,918 6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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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익주 - 성도(남쪽으로 부는 바람) +6 14.12.26 3,384 65 22쪽
126 병주 - 원소(33-설욕(雪辱)-3) +10 14.12.25 3,077 43 16쪽
125 병주 - 원소(32-설욕(雪辱)-2) 14.12.25 3,261 40 17쪽
124 병주 - 원소(31-설욕(雪辱)-1) +4 14.12.24 2,845 54 16쪽
123 병주 - 원소(30-원소-8) +6 14.12.19 2,869 46 17쪽
122 병주 - 원소(29-원소-7) +4 14.12.18 2,988 66 15쪽
121 병주 - 원소(28-원소-6) +4 14.12.17 2,801 48 15쪽
120 병주 - 원소(27-원소-5) +2 14.12.12 2,779 4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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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병주 - 원소(25-원소-3) +4 14.12.10 2,763 5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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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병주 - 원소(20-낙양의 파종(破腫)-2) +8 14.11.20 2,731 54 14쪽
112 병주 - 원소(19-낙양의 파종(破腫)-1) +4 14.11.19 3,383 64 14쪽
111 병주 - 원소(18-추수(秋收)-2)+지도 +6 14.11.14 3,203 49 14쪽
110 병주 - 원소(17-추수(秋收)-1) +2 14.11.13 3,486 56 15쪽
109 병주 - 원소(16-쟁(爭)-4) +8 14.11.12 3,396 56 16쪽
108 병주 - 원소(15-쟁(爭)-3) +8 14.11.07 3,512 60 12쪽
107 병주 - 원소(14-쟁(爭)-2) +6 14.11.06 3,645 54 14쪽
106 병주 - 원소(14-쟁(爭)-1) +6 14.11.05 3,147 59 15쪽
105 병주 - 원소(13-흔들리는 전선(戰線)) +2 14.10.31 3,877 73 15쪽
104 병주 - 원소(12-남(南)) +8 14.10.30 3,409 51 18쪽
103 병주 - 원소(12-북(北))+지도 +4 14.10.29 4,511 50 14쪽
102 병주 - 원소(11-동(東), 서(西)-3) +8 14.10.23 3,823 57 13쪽
101 병주 - 원소(10-황하너머로) +8 14.10.22 3,406 58 15쪽
100 병주 - 원소(9-사수관을 울리며) +6 14.10.21 3,888 69 16쪽
99 병주 - 원소(8-동(東), 서(西)-2) +10 14.10.16 3,566 73 14쪽
98 병주 - 원소(7-기둥(柱)) +4 14.10.16 3,714 61 15쪽
97 병주 - 원소(6-황윤(皇胤)) +13 14.10.15 4,670 67 15쪽
96 병주 - 원소(5-동(東), 서(西)-1) +10 14.10.14 4,489 108 16쪽
95 병주 - 원소(4-영천을 사이에 두고) +8 14.10.09 4,261 84 16쪽
94 병주 - 원소(3-황하를 사이에 두고) +6 14.10.08 4,506 67 16쪽
93 병주 - 원소(2-분잡(紛雜)-2) +6 14.10.07 4,464 66 17쪽
92 병주 - 원소(1-분잡(紛雜)-1) +10 14.10.02 4,846 6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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