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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융전 - 한의 재건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흐후루
그림/삽화
문피아 제공
작품등록일 :
2014.06.05 20:50
최근연재일 :
2016.04.21 20:20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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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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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12.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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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병주 - 원소(25-원소-3)

재밌게 읽으셨으면 해요. 대체역사 소설이므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DUMMY

사예 - 낙양


전선에 휘날리는 원소군의 거대한 깃발 아래 황금빛으로 빛나는 당당한 마차 한 대에는 4마리의 준마가 묶여 그 위용을 더하고 있었고 그 위에 올라서서 저 멀고도 가까운 낙양의 성문을 바라보는 원소의 핏발 선 눈동자가 뿜어내는 기세에 마침내 낙양의 성문이 활짝 열리고 함성이 천지를 메웠다.


“작금의 시간을 놓치면 하늘이 두 번의 기회를 주지 않으리라!”


원소의 명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한 수천의 군마가 낙양성문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고 아직 성루를 확실히 점령하지 못한 원소군은 이를 보고 확실해진 우세를 다지기 시작했다.

이를 확인한 원소는 자신의 직속 부대를 움직일 결심이 섰는지 좌우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천천히 낙양으로 진군한다. 허나 성루에 고(孤)의 깃발이 제대로 서면 돌격을 시작하겠다.”


약간 흥분해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원소의 명에 서둘러 움직이는 군세를 낙양의 성루에서 굽어보길, 2만이 넘는 군세들 중 단 하나도 놀거나 쓸데없이 움직이는 군세가 없었으니 지난날 군막에서 장수들이나 부리며 여인을 품는 것을 업으로 삼던 이의 지휘 같지 않았다.

오히려 곽도나 안량, 신명의 지휘보다 더 자연스러워 옛 전국시대의 명장 왕전이 살아 돌아온 듯싶었다.

이를 왕처럼 굽어 살피던 원소는 군막을 벗어나 전장의 한 가운데 다시 나선 후 10년 더 젊어진 것 같은 활력에 휩싸였고 이 기분은 전장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졌다.


지금 승리감에 도취된 원소의 생각 속에 전풍은 너무 고집이 강하고 곽도는 너무 조심스러우며 안량은 너무 방만했고 신명은 너무 위용이 없어서 자신의 지휘만 못하다 여겨졌다.


원소를 중심으로 천천히 움직이던 거대한 군세는 마침내 성루에 수십 개의 깃발이 휘날리기 무섭게 땅을 짓누르기 시작했는데 어찌나 빠르고 강하던지 그들이 지나간 자리만 주변의 지세(地勢)보다 한 치정도 낮은 듯 했다.


무서운 기세로 그을리고 피로 물든 성의 외벽을 지나 성문 아래의 피 냄새 매캐한 그늘을 구경하는 원소의 머리 곁에 눈먼 화살이 자리 잡아 원소를 주저앉게 만들었다.

이중으로 만들어진 외성의 내(內)성벽과 외(外)성벽 사이를 가득 채운 원소군과 작게 열린 내(內)성벽의 문으로 밀려들어가는 원소군. 그 사이에 몇몇 시체가 있었지만 확고한 승리를 약속하기에는 그 수가 터무니없이 적었다.


“이 무슨?! 듣도 보도 못한?”


원소는 낮게 고개를 숙이고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금세 낙양의 이중 성벽이 다른 성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은 외성벽보다 내성벽이 더 높거나 그 규모가 비슷한 법인데 낙양의 내성벽은 너무 낮았고 너무 허술했으며 두 성 사이에 거리가 너무 멀었다.

또 그 허술한 성벽의 문은 무려 4개로 나뉘어 있었는데 마치 따로 떨어진 작은 성벽모양 요새들을 연결해주는 나무기둥을 엮은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크기만 널찍이 클 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허술한 목책에 가까워 도끼로 세 번만 찍으면 조각이 날 듯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조금 더 용기를 낸 원소가 마차에 달려 있던 장식용 방패들 중 하나를 뽑아 가슴과 머리의 반을 가리고 몸을 곧게 세우자 이미 뚫린 낙양의 나무기둥 문 사이로 원소군의 현 상황을 좀 더 확실하게 살필 수 있었다.

보건데 원소군은 뚫린 문들을 촘촘히 채우며 진격, 낙양성으로 진입하고 있었고 이 기세를 막거나 반전하기에 성벽모양 요새들이 쏘아대는 화살들은 너무 약하고 적었으며 지휘가 없는 양 화살이 향하는 방향도 중구난방 이었다.

허나 성벽과 성벽 사이에 널부러진 시신의 숫자들을 볼 때 낙양의 병력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원소군의 군기가 성의 외벽에서 흩날리고 성문이 열리는 것을 신호로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던 성내의 낙양 병력이 마침내 반격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리고 작은 요새에 의해 병력이 집중되지 못하고 나뉘어 시가전 아니게 된 시가전에서 고전을 겪으며 일진일퇴를 반복하는 낙양 성내 원소의 군세였다.


하지만 원소는 포기하지 않았다.


“얕은 수로 시간을 벌고 아군을 혼란에 처해 시간을 벌겠다는 것은 간파되었다. 성 밖으로 병력의 일부를 빼고 성 밖의 공성병기 몇을 들여와 저 작디작고 허술한 요새들을 우선으로 공략하면 될 일.”


원소의 명은 서둘러 후방에 전달되었지만 원소의 명에 따라 승리의 공을 나누기 위해 돌격한, 혹은 지금도 성문으로 내달리는 원소군을 쉽게 멈추거나 빠르게 되돌릴 수 없었다.

그저 몇몇 소수가 앞뒤를 오갈 뿐, 오히려 성벽과 성벽 사이에 고인 물처럼 몰려있는 원소군에 혼란만 가중했을 뿐이었다.


“윽, 허면 외벽에 오른 아군에게 활과 화살을 충분히 전해 그곳에서 아군을 엄호하도록 명하라!”


기세가 기운 것도 그렇다고 잠시 멈춘 거나 원소가 완전히 승리한 것도 아닌 애매한 전황은 원소의 욕심을 부채질하기 충분했다.

물론 저 멀리 성의 내성벽을 넘어 낙양의 시가지에서는 난전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먼 곳의 일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원소가 어찌 알겠는가?

해서 답답해진 원소의 속내에는 '단 한 수면, 딱 한 수면 낙양은 물론 천하에 원소의 고명(高名)이 퍼지리라-'는 기대들로 가득해 그것이 끌어올라 넘치기 직전에 달했고 곧 조급하게 상황을 판단하게 만들었다.


"성 밖의 공성병기는 들이고 점령한 성벽에서 저 작은 요새들을 향해 화살을 들이부으란 말이다!"


원소의 명에 곧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 낙양의 외성벽의 성루들과 소음들은 원소가 기대하던 화살의 비상(飛翔)소리가 아닌 병장기들이 부딪히는 소리로 변질되었다.

이에 원소가 방패마저 내린 채 고개를 빼고 사방을 둘러 살폈으나 아직 성문 아래를 벗어나지 못했음이라, 어찌 성벽 위를 볼 수 있을까?


“이익, 밀집된 병력 때문에 공성병기를 들일 수 없다면 기어올라라! 성벽의 채 절반이 되지 않는 낮은 저것하나 넘지 못해 어찌 대(大)원소군이라 할 수 있을까!”


원소의 명에 따라 부서지고 땅에 떨어진 나무기둥 문을 이용해 성벽모양 요새를 오르고 두드리기 시작한 원소군.

이에 반응한 듯 화살 몇 개 날리다 잠잠해지는 낙양의 작디작은 요새.

이를 훈훈하게 바라보던 원소는 곧 눈을 동그랗게 하고 손을 저어 다른 방패를 쥐어 올렸다.


작은 요새에서 잠깐 사이에 튀어나온 소 몇 마리가 꼬리에 불이 붙은 채 요새의 작은 성벽을 빠른 속도로 미친듯 빙빙 돌기 시작한 것이었다.

심지어 요새 속의 병사들도 그 소를 모는 일에 정신이 팔려 거의 꼭대기에 근접한 원소군을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소만 나타났다면 그냥 넋 놓고 저게 뭐 하는 짓일까- 구경했겠지만 문제는 소들의 등에 달린 기구와 쇠사슬로 연결된 거대한 나무 기둥들이었는데 적병이 힘겹게 성벽을 따라 늘어뜨린 이 나무 기둥들은 붉게 칠해져 있었고 몸체에는 작은, 하지만 충분한 크기의 철심들이 가득 박혀 흙으로 쌓아올린 요새의 성벽과 그 성벽을 기어오르는 원소군의 병사들을 한꺼번에 갉아 털어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열심히 달리던 소들이 지쳐 점차 속력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요새의 병사들은 침착하게 걸어 나와 성벽에 매달려 그 나무기둥에 불을 붙였는데 미리 기름을 먹인 탓인지 붉고 뜨겁게 타오르며 매캐한 연기를 생산해내 원소군을 시각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원소뿐 아니라 대다수의 병사들이 처음 보는 흙먼지와 불씨가 날리는 광경에 잠깐 눈을 팔았을 때 잠잠해졌던 성의 외벽에서 화살이 난사(亂射)되기 시작했다.

사람으로 가득해 발디딜 틈 하나 없는 두 성벽 사이에서 머리 바로 위로 떨어지는 화살촉의 위력은 굉장해 맞은 사람은 맞은 대로, 맞지 않은 사람은 맞지 않은 대로 정신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직 성문 아래에 머물러있던 마차 덕분에 원소는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 갑자기 마차가 앞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주군! 후방에 수천의 군세가 나타났습니다. 대충 보이는 것은 남양군의 그것과 같다합니다.”

“남양군?! 어찌 그들이?”


순간 빠르게 회전하는 원소의 머리가 연주와 기주를 한 바퀴 돌아 사수관에 안착했다.

사수관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그 관을 견제하라 후방에 남겨 두었던 원소의 1만 5천 군사도 잘게 부서진 것이 분명했다.

어디 그 뿐일까?

연주, 원소가 남쪽에서 지닌 가장 큰 승리의 상징인 연주가 원소의 손에서 싹 벗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주군?”


원소는 대답하지 않고 4마리의 말 중 가장 크고 힘센 녀석의 줄을 빠르게 끊어낸 뒤 마차를 버리고 근신들을 모아 챙겨 병사들의 사이사이를 헤치며 후방의 평야로 냅다 내달리기 시작했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난 것인지 말을 달리는 원소의 두 손에는 큰 방패 두 개가 각기 자리했다.

그리고 그 방패들이 성벽에서 쏟아지는 화살을 막아내 주었다.

달리는 말 위로 원소의 목소리가 몇 번이고 같은 내용을 담고 전장에 울렸다.


“북서로, 안량과 신명에게로 달린다!!”


----


남양군 중 3천에 이르는 발 빠른 병력만 챙겨 빠르게 달리는 유융의 말.

그리고 그 뒤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쫓는 왕탁과 1만 3천의 군세.


유융이 보낸 학소가 사마의의 계획을 입에 담고 다시 돌아와 낮은 목소리로 그것을 쏟아놓았을 때 유융은 또 다시 자신의 몸을 앞세운 결단을 내렸다.


“이것은 원소에게 낙양이 넘어가도 우리의 기회가 될 작전이다.”

“허나 지난날 주군께서 몸소 전장의 전방에 서신 후 위급을 겪으신 바, 이 왕탁을 비롯한 제장들은 심려를 거둘 수가 없습니다.”


애매하게 말리는 왕탁의 말투와 웅성거리며 작은 파동이 이는 남양의 제장들 표정에 유융이 웃음 지으며 대답했다.


“4만에 이르는 군세가 첩첩히 둘러싼 상황에서 살아남은 것은 천기가 이 몸에 깃들었음이네. 이 시간을 놓치면 그 기세가 원소나 타인에게 돌아가 우리에게 큰 벌로 돌아올 것인데 이 유융은 작은 상처를 피하기 위해 큰 위기를 맞을 수 없네.”

“허나 주군. 비록 원소군이 낙양성에 매달려 그 군세가 줄어들었을 것이라지만 어찌 1천으로 2만을 향해 달리겠습니까? 허니 이끄는 군세를 늘리신다면 이 왕탁은 안심하겠습니다.”


왕탁이 말을 마치자 유융의 용기에 탄복한 부장 몇이 나서서 유융을 수행하길 청했고 왕탁이 다시 한 번 이를 강조하니 유융은 결국 군세를 늘려 가장 선두에 서서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고 왕탁 또한 남은 병력을 재촉해 그 뒤를 따르며 따로 1천씩 두 부대를 두 군 사이에 배치. 연락을 그치지 않았다.


멀리 보이는 성벽과 개미처럼 까맣게 몰린 원소군.

4만의 병력에 둘러싸여 생사를 오갔던 탓인지 저 멀리 떨어진 곳, 위 아래로 요동치는 군마 위에서도 유융은 원소군의 군복을 알아볼 수 있었다.

문득 유융의 속에서 끓어오르는 열기에 유융이 몸을 더 낮추고 말을 세게 몰았고 이에 원소를 따라 움직이지 않고 후방에 남겨져 원소의 진을 지키던 소규모의 군세를 그대로 돌파, 어리벙벙하게 진을 지키던 원소군은 뒤이어 닥친 왕탁의 군세에 놀라 이번에도 진을 지키기만 했다.

왕탁 또한 이런 원소군의 행태를 알아채고 진을 지나쳐 낙양성으로 향했고 이를 우물쭈물 하다 놓친 원소군 후방 진을 책임지던 말장 몇 사람은 진과 병력을 버리고 원소의 개인 물품을 챙겨 도망쳤다.


성문에서 고전(苦戰) 아닌 고전을 면치 못하던 원소가 보고를 듣고 성문 밖으로 내달려 일군을 이끌고 도망가기 시작하는 것이 유융의 눈에 똑똑히 보였지만 유융은 이를 쫓지 않고 낙양성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적당한 원소군 병사 하나의 목을 잽싸게 후려쳐내고 그것을 창대 높이 들어 올리며 크게 외쳤다.


“원소는 이 유융의 손에 목이 잘렸다!”

“남양군은 보라, 보라! 주군께서 우리를 위해 가장 앞장서서 적 수괴의 목을 친히 자르셨다!!”


유융의 말을 이은 학소의 외침에 거침없는 질주로 흥분했던 남양군의 기세가 크게 올랐고 성문을 통해 남양군의 함성이 수만에 이르는 듯 성 안으로 울려퍼졌다.


마침 원소가 도망간 방향이 유융이 들이닥친 방향이고 원소가 도망간 시간이 유융이 들이닥친 시간이라, 정황상 너무나도 분명한 것 같은 원소의 사망 소식에 격분한 몇몇 충신들이 단신으로 유융을 향해 돌격했지만 어찌 기세 올라 유융의 사방을 채운 남양병사들을 외롭게 뚫을 수 있을까?

그들은 채 유융에게 닿기 전 몸과 머리를 다른 곳에 두게 되었고 이는 남의 일 마냥 가만히 구경하고 있던 여타 원소군의 미래이기도 했다.

유융이 지난날의 분기(憤氣)를 발산하며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원가의 쥐새끼는 단 한 사람도 살려주지 마라!”


곁에서 침착히 유융을 살피던 학소는 유융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명을 내리자 안심했다.

지난날의 설욕을 위해 흥분해 가장 앞장서 날뛰리라 예상했던 탓이었다.

허나 두 성벽 사이에 끼인, 혹은 성문을 돌파하려던 원소군의 시신이 바삐 늘어가자 학소가 물었다.


“주군. 원소군이 비록 강대하며 아직 그 수가 많지만 이들은 백성의 한 모습일 뿐입니다. 어찌 항복을 청하여 불우한 백성을 은혜로 거두지 않으십니까?”


이에 유융이 붉어진 눈으로 학소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난날 그대의 창날을 잡고 살아남은 내가 버린 병사들은 ‘나의’ 착한 백성이었고 이제 다행히도 기회를 잡은 내가 저 민가에서 하듯 사적인 복수를 하는 것뿐이네. 원소가 도망하지 않았더라면 그 목 하나로 이 몸의 분을 풀고 원혼들에게 사과했겠지만 내 손에 쥐인 원소의 목은 거짓이고 저들은 내 군세보다 많으니 어찌 다 살려둘 수 있겠는가?”


이에 학소가 안타깝게 말했다.


“소장은 그저 충심으로 주군의 마음을 보필하여 명을 따를 뿐입니다-. 어찌 작은 장수가 큰 주인의 마음을 헤아리겠습니까.”


곧이어 도착한 왕탁의 군세에 유융은 자신의 3천 병력을 급히 뒤로 물렸고 낙양성을 향해 투항하지 않은 원소군은 남김없이 왕탁의 칼밥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상황을 갈무리한 유융이 명했다.


“듣기로 원소의 난잡함과 오만함이 그 식솔을 전장의 한 가운데 두게 만들었다 들었소. 아마 저 후방의 진에 그들이 있을 듯하니 그대가 모조리 잡아 관리하되 식솔만은 조용히 빼돌려두게.”

“예, 주군. 충!”


왕탁이 따로 이끄는 5천의 남양군이 원소가 남기고 간 진을 향해 움직일 때, 유융은 남은 1만의 군세를 이끌고 낙양성으로 들어와 태수, 양습과 사마의를 만났다.

먼저 말에서 내려 성내의 전황을 갈무리하던 양습이 유융이 이끄는 말머리를 보고 반갑게 달려와 맞이했다.


“정서대장군의 용맹은 저 먼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승리로 원소군이 반 토막 났으며 낙양이 살아남았으니 이 모든 것이 황실과 황상의 은복이요, 대대손손 전해질 장군의 충심입니다.”

“낯 뜨겁소. 다 태수께서 물심양면으로 이 유모를 믿고 도와준 덕 아니겠소? 태수와 황보 장군의 명성이야 말로 황실에 남아 대대손손 이어갈 것이오.”


유융의 말에 이목에 그늘이 진 양습이 고개를 숙이고 답했는데 그 좌우 무장들 중 슬퍼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황보숭 장군 때부터 혼란한 한을 위해 고생한 황보 가문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만, 단 한순간도 사사로이 공을 탐하지 않고 전장의 살덩이로 잊혀 진 이의 이름을 말씀을 하시는 장군의 은혜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황보 가문의 적자(嫡子)와 장로(長老)는 가까운 미래에 정서대장군부의 이름으로 장군의 반열에 올라 황상의 용안을 뵐 수 있을 것이오.”


두 사람이 사이좋게 걸어가며 미래를 설계하는 동안 시신이 된 원소군 1만 8천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는데 그간 낙양과 남양, 유융의 근신들도 입은 피해를 삭히느라 속상했던 모양인지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헌데 사마의가 불쑥 나서서 물었다.


“낙양성에서 양습 태수님께 투항한 원소의 잡군이 모두 1천이 넘습니다. 이는 모두 원소의 간자요, 훗날 고름이 될 것인데 어찌 처리하오리까?”


학소는 사마의의 눈빛에 순간 당황했으나 표정을 갈무리하고 침착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았는데 각기 낙양과 대군을 책임진 두 사람 모두 별다른 말없이 사마의를 지나쳐 학소를 더 당황하게 했다.

이에 학소가 총총 사마의에게 다가가 물었다.


“장군. 어찌 답을 다시 청하지 않으십니까?”

“답이 너무 빤하네. 아끼는 것을 잃은 두 분의 속내가 어떠하겠는가? 허나 지금 원소의 도피로 인해 두 분의 신경이 크게 날카롭고 적이 가까운 곳에 있으니 가까운 날 다시 물을 것이야.”


그 가까운 날은 바로 그 날이었는지 생각보다 배는 빠르게 진을 정리한 왕탁이 돌아오기 무섭게 유융을 보고 답하듯 보고했다.


“진을 지키던 8백의 원소군을 저항하나 없이 모두 사로잡았습니다. 그들에게 들으니 약 2백이 일찌감치 탈영했으며 원소는 그곳을 거치지 않고 북쪽으로 향한 듯싶습니다. 주군, 이를 어찌 하오리까?”


의무적으로 물어오는 왕탁의 눈동자와 유융의 눈동자는 서로 의기투합한지 오래이나 유융이 양습에게 물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도적이 모두 2천에 가까운데 태수께선 어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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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ㅇㅅㅇ

즐거운(?) 수요일 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상태가 좋아 분량이 늘어나고 분위기가 바뀐 작품을 보고 계십니다.

앞으로도 옛날 읽었던 고전 삼국지 처럼 쓸까....생각 중입니다.

물론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ㅇㅅㅇ;;;.


지적 받슴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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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유융전 - 한의 재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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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익주 - 백제(형산 너머-1) +10 15.01.24 2,620 35 16쪽
140 익주 - 백제(유표와 채모) +6 15.01.23 2,440 41 17쪽
139 익주 - 백제(유종-3) +4 15.01.22 2,461 55 19쪽
138 익주 - 백제(유종-2) +6 15.01.21 2,550 39 17쪽
137 익주 - 백제(유종-1) +4 15.01.16 2,535 43 17쪽
136 익주 - 백제(도(度)) +9 15.01.15 2,572 40 22쪽
135 익주 - 성도(형주를 두고-2) +6 15.01.14 2,795 51 17쪽
134 익주 - 성도(형주를 두고-1) +9 15.01.09 2,875 49 16쪽
133 익주 - 성도(남만-3) +8 15.01.08 2,919 61 17쪽
132 익주 - 성도(남만-2) +8 15.01.07 2,480 43 15쪽
131 익주 - 성도(남만-1) +8 15.01.02 2,729 47 17쪽
130 익주 - 성도(숙청(肅淸)-2) +4 15.01.01 2,753 51 16쪽
129 익주 - 성도(숙청(肅淸)-1) +2 15.01.01 2,977 58 19쪽
128 익주 - 성도(남쪽에서 부는 바람) +8 14.12.31 3,163 44 16쪽
127 익주 - 성도(남쪽으로 부는 바람) +6 14.12.26 3,385 65 22쪽
126 병주 - 원소(33-설욕(雪辱)-3) +10 14.12.25 3,077 43 16쪽
125 병주 - 원소(32-설욕(雪辱)-2) 14.12.25 3,262 40 17쪽
124 병주 - 원소(31-설욕(雪辱)-1) +4 14.12.24 2,845 54 16쪽
123 병주 - 원소(30-원소-8) +6 14.12.19 2,870 46 17쪽
122 병주 - 원소(29-원소-7) +4 14.12.18 2,988 66 15쪽
121 병주 - 원소(28-원소-6) +4 14.12.17 2,802 48 15쪽
120 병주 - 원소(27-원소-5) +2 14.12.12 2,780 45 13쪽
119 병주 - 원소(26-원소-4) +8 14.12.11 2,891 55 15쪽
» 병주 - 원소(25-원소-3) +4 14.12.10 2,764 51 18쪽
117 병주 - 원소(24-원소-2) +6 14.12.05 4,479 70 14쪽
116 병주 - 원소(23-원소-1) +6 14.12.04 4,540 72 13쪽
115 병주 - 원소(22-낙양의 파종(破腫)-4) +4 14.12.03 3,411 59 12쪽
114 병주 - 원소(21-낙양의 파종(破腫)-3) +4 14.11.21 2,962 51 13쪽
113 병주 - 원소(20-낙양의 파종(破腫)-2) +8 14.11.20 2,731 54 14쪽
112 병주 - 원소(19-낙양의 파종(破腫)-1) +4 14.11.19 3,384 64 14쪽
111 병주 - 원소(18-추수(秋收)-2)+지도 +6 14.11.14 3,203 49 14쪽
110 병주 - 원소(17-추수(秋收)-1) +2 14.11.13 3,486 56 15쪽
109 병주 - 원소(16-쟁(爭)-4) +8 14.11.12 3,397 56 16쪽
108 병주 - 원소(15-쟁(爭)-3) +8 14.11.07 3,512 60 12쪽
107 병주 - 원소(14-쟁(爭)-2) +6 14.11.06 3,645 54 14쪽
106 병주 - 원소(14-쟁(爭)-1) +6 14.11.05 3,148 59 15쪽
105 병주 - 원소(13-흔들리는 전선(戰線)) +2 14.10.31 3,878 73 15쪽
104 병주 - 원소(12-남(南)) +8 14.10.30 3,409 51 18쪽
103 병주 - 원소(12-북(北))+지도 +4 14.10.29 4,511 50 14쪽
102 병주 - 원소(11-동(東), 서(西)-3) +8 14.10.23 3,823 57 13쪽
101 병주 - 원소(10-황하너머로) +8 14.10.22 3,406 58 15쪽
100 병주 - 원소(9-사수관을 울리며) +6 14.10.21 3,889 69 16쪽
99 병주 - 원소(8-동(東), 서(西)-2) +10 14.10.16 3,567 73 14쪽
98 병주 - 원소(7-기둥(柱)) +4 14.10.16 3,715 61 15쪽
97 병주 - 원소(6-황윤(皇胤)) +13 14.10.15 4,670 67 15쪽
96 병주 - 원소(5-동(東), 서(西)-1) +10 14.10.14 4,489 108 16쪽
95 병주 - 원소(4-영천을 사이에 두고) +8 14.10.09 4,262 84 16쪽
94 병주 - 원소(3-황하를 사이에 두고) +6 14.10.08 4,507 67 16쪽
93 병주 - 원소(2-분잡(紛雜)-2) +6 14.10.07 4,464 66 17쪽
92 병주 - 원소(1-분잡(紛雜)-1) +10 14.10.02 4,846 6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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