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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융전 - 한의 재건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흐후루
그림/삽화
문피아 제공
작품등록일 :
2014.06.05 20:50
최근연재일 :
2016.04.21 20:20
연재수 :
189 회
조회수 :
1,002,142
추천수 :
16,348
글자수 :
1,484,072

작성
14.10.30 20:00
조회
3,409
추천
51
글자
18쪽

병주 - 원소(12-남(南))

재밌게 읽으셨으면 해요. 대체역사 소설이므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DUMMY

사예 - 사수관


“그 잠깐 사이에 적이 빠른 속도로 도강하여 배치해둔 아군은 이에 반응할 새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8곳 중 2곳의 봉화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알 수 있었으니 늦기 전에 군을 파견해 서쪽의 원소군을 몰아내야 합니다.”


불과 몇 초 전에 끝난 전투를 수습하지도 못했는데 손에 떨어진 적의 기습 보고에 다급해져 앞뒤가 빠진 서황의 보고를 받은 유융은 인상을 쓰고 말했다.


“얼마나?”

“아, 3천씩 두 곳으로 상륙해 현재는 서로 뭉친 상태입니다.”

“이곳에서 꽤 떨어져 있는 곳인가?”

“예. 주군. 군을 절반으로 나누어야 할 듯 합니다.”


해가 뜬 후부터 쉴세 없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황에 눈을 깜빡일 시간도 없어 바람에 부서질 듯 피곤한 유융이었지만 약간의 짬을 내서 조금이라도 쉬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우선 어제 오후부터 시작된 형양 원소군의 사수관을 향한 공격은 이전과 달리 군의 규모를 무시할 수 없었으며 공격 양상이 훔쳐도, 훔쳐도 끝없이 흐르는 겨울 콧물처럼 끈질겨 무언가를 노리는 것 같다는 찜찜한 기분을 들게해 그들을 무시할 수 없게 했다.


그리고 이어진, 아침도 채 먹지 못하고 휘몰아치기 시작한 황하 너머 곽도의 공세는 이전과 다르게 하나하나가 모두 능숙해 방어에 성공했음에도 아군의 피해가 상당했다.


“마치- 수전(水戰)에 익숙한, 그것도 황하의 특성에 익숙해진 수군을 부리는 것 같더군. 아무리 육군으로 한 달 가까이 도강 시도를 해도 이처럼 능숙해질 수 없을 텐데.”


때맞춰 사마의가 밤낮 감시하던 사수관과 낙양 사이에서도 작지만 충분히 소란스러운 반란이 일어났고 가장 중요한 거점인 낙양에서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풍겼으니, 급파된 양습의 부하가 전하길.


“남문과 그 주변에서 큰 불이 나 성문 주위를 보수하는 일이 급합니다. 모든 것이 저 원소의 농간임이 분명하나 아직 성내에 숨은 적을 모조리 찾아내진 못했습니다.”


-라고 했다.


“주군. 전황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럴 때가 바로 아군 전체가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가목. 나는 근 십 여 일간 놀리는 군세가 없었네. 혹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는가?”


유융의 물음에 가목도 지친 듯 투구아래 먼지와 땀으로 얼룩진 이마를 한번 쓸고 말했다.


“주군. 남쪽 형양을 견제하는 일은 남양군에게 맡기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허면 사수관의 병력을 빼어 사마의 공을 도와 낙양을 안정시키는 일이 수월할 듯 합니다.”

“왕탁에게? 허나 그는 조조를 도와 연주 전선의 요충지를 맡고 있네. 설령 남양쪽이 평화로워도 유표의 견제를 받고 있어 빼낼 군사는 없다고 보네만.”

“소장이 듣기로 서주에 원소군에 대항해 조조를 옹호하는 반란이 일어났고 조조군 또한 이를 기회삼아 공세로 돌아섰다 들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조조군을 도울 뿐입니다.”


그제야 유융이 거친 턱을 쓰다듬으며 눈을 밝혔다.


“내가 명을 내리나 실행은 왕탁과 조조가 한단 말이지.”

“형양은 지금 원소의 중요한 거점 중 가장 취약한 곳이니까요.”

“또 마주한 조조군보다 사수관을 신경 쓰고 있을 테니까.”

“예.”


말을 끝낸 유융이 사마의를 바라보았다.


“이전에 그대와 동행하던 젊은 문관은 어디 있는가?”

“아, 비의라 합니다. 지금 불러 오겠습니다.”

“음.”


가목의 조언에 머리를 굴려 자신의 생각을 더한 유융은 이처럼 중요한 일은 똑똑하고 경험 적은 이에게 맡겨야 하는 법이라 생각하며 장안에서 아이를 키우며 고생중일 서방님보다 공을 세워오라 내보낸 수족을 더 기다리고 있을 방씨를 생각했다.

장안을 떠난 지 꽤 되었으나 아직도 장안성을 손바닥에 두고 있는, 예전보다 정치에 능숙해진 유융이었다.


******


남양 - 영류성


“허허허허. 지난날 산적과 수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던 두 사람이 남양의 남쪽 군세를 이끌며 이곳 백성들을 지키는 모습이 이 유복의 눈에도 든든하기 그지없더이다. 이 모두가 장패공이 그들의 불같은 성정을 냉정히 잘 이끌어준 덕이지요. 허허허허.”


영류성은 물론 그 명성이 형주를 넘어 온 천하에 널리 퍼진 청백리(淸白吏) 유복의 다복한 웃음과 밝음에 함께 자리한 장패의 묵묵함이 하얀 빛으로 물들어 오랜 시간 군인으로 죽고 죽이며 살던 그의 얼굴에도 미소가 머물게 했다.


“그렇습니다, 태수님. 제가 방비하는 동쪽의 병사들보다 그 기세가 날카롭고 훈련도 잘 되어 있어 오히려 그들을 지도한 이 장패의 낯을 창피함으로 붉게 물들였지요.”


장패가 낮은 음성으로 길게 말하자 곁에 앉아있던 젊은 장수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왜 그러십니까, 문빙 장군?”

“아, 장패님께서 말씀을 길게 하시는 것을 처음 보아서..... 그보다 말씀을 낮추시지요, 태수님. 존대는 듣기 민망합니다.”

“아니, 아니지요. 푸르른 청춘을 다 전장에서 희생한 문빙 장군 같은 분들이 있어 이 남양이 평화롭지 않습니까. 또 주군의 처남이신데-.”


처남이란 소리에 문빙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 수줍은 청년에서 근 이십년을 전장에 머문 장수의 얼굴로 바뀌었다.


“말씀은 감사하나 그 때문에 공대(恭待)받을 것은 없습니다.”

“이런, 이런 내가 결례를........”


장패가 나서서 난처해하는 유복에게 물었다.


“어쩐 일로 이리 부르셨습니까?”

“아, 두 분을 찾는 손님이 계셔서요. 제가 남양에서 사람 찾는 것을 제일 잘하지 않습니까? 지난날 누규님도 저를 통해 수 백리 밖 전장의 왕 태수를 찾았더라지요.”


때마침 유복의 부름을 들은 비의가 세 사람이 모인 곳으로 도착했고 묘한 표정으로 젊고 당당하며 어딘지 문관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문빙을 아는 사람 보듯 자연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형주 강하군 맹현 출신의 비의라 합니다. 오늘날 주군의 명을 받들어 남양을 굳건히 지키고 계신 두 분을 만나게 되니 큰 영광입니다.”


비의의 차분한 음성과 반듯하다 못해 희고 고운 외모는 평생을 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두 사람에게 큰 편견을 심기 좋았다.

비의는 단박에 이를 눈치 챘으나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


“오늘 이렇게 제가 두 분을 찾은 것은 사수관에 계신 대장군님의 명으로, 이 비의를 도와 영천 전선을 흔드는 것입니다. 즉, 오늘부터 제가 두 장군님들의 상관-이 되겠습니다.”

“?”

“!!”


젊어 혈기왕성한 문빙은 물론 정치 방면으로도 경험이 적지 않은 장패 또한 비의의 말에, 유융의 명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제 3자의 입장으로 여유롭게 구경중인 유복이 보기에 방금 두 덩치를 향해 똥물을 부은 것 같은 비실이 비의의 표정은 노골적으로 즐거워 보였고 실제로도 똥물을 퍼부은 비의는 즐겁기 그지없었다.


“제가 대장군께 받아온 5백의 병력에 두 분이 좌우로 3천씩 총 6천 5백의 병력으로 저 십만 원소군이 지키는 영천 전선을 시원하게 뚫는 것이 제가 받아온 명이지요! 하하하하!!”


비의의 말이 이어질 동안 급히 표정을 수습하고 유복의 표정을 살피며 상황을 파악하는 장패에 비해 비의의 얼굴을 뚫을 듯 바라보는 문빙의 얼굴은 정색을 넘어 무한히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


?? - 조조군


“콜록, 콜록! 남쪽은 아직 따뜻해 다행입니다.”

“하하, 그대가 추운 곳에서 모래 섞인 주먹밥을 꾸역꾸역 먹으며 배를 채우는 동안 나는 비단에 둘러싸인 여인네들에게 안겨 그녀들의 가슴에 담긴 술을 핥으며 배를 채웠지.”


곽가의 얼굴에 묻은 병색을 살피면서도 약 올리기를 멈추지 않는 조조의 말에 곁에서 두 사람을 시중들던 사환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런 사환을 곽가가 불렀다.


“사환 장군.”

“옛!”

“저기 저 산을 넘으면 아군의 배를 열흘 넘게 채울 수 있는 군량이 가득한 창고들과 수백의 군마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기 저 산을 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장군의 통솔력과 호치(虎痴)의 무용이지요. 이번 작전을 성공하기 위해선 서로 협력하길 주군과 주군의 부인들처럼 해야 할 것입니다.”

“옛?!”


명을 받은 사환과 허저가 1천의 군을 이끌고 산을 향해 진군하자 조조는 장료를 불러 3천의 군사를 맡겨 산을 우회하되 최대한 소란을 일으켜 적의 눈을 끌어 들이도록 명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곽가는 따로 자신의 휘하 부장을 불러 5백의 병력을 이끌고 적의 퇴로에 불을 놓을 준비를 맡겼다.

이를 보고 곽가와 함께 조조를 따라 군을 이끌던 정욱이 조언했다.


“곽가. 그대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좋으나 5백은 너무 적지 않은가? 아군의 규모가 아무리 소소해도 군을 더 움직일 여유가 있다네.”

“정욱님. 이 곽가는 지금 적을 놀라게 하려는 것입니다. 도중에 군량을 얻으면 더 좋겠지만 제 목표는 군량이 아니지요.”

“하긴....... 해도 적을 죽여 그 수를 줄일 수 있는 기회일세.”

“조족지혈(鳥足之血) 입니다.”


곽가의 말에 씩 웃은 정욱 역시 부장에게 명해 5백을 이끌고 적의 퇴로에 대기해 있다가 적의 허리를 공격해 적의 군세를 분산하도록 명하며 말했다.


“전시에는 군량 한 톨도 소중하다니까.”


이처럼 조용히 시작된 조조군의 산발적인 공세는 청주와 서주를 비롯한 원소군의 동부 점령지와 연주사이의 육로를 삽시간에 뚝 끊어놓았고 그 사이에 안전하게 존재하던 수많은 병참들을 쓸모없게 만들었다.


뒤늦게야 조조의 공격에 반응한 원담과 전풍의 발빠른 대처들로 몇몇 곳에서 측면을 공격한 조조군을 방어하는 일에 성공했지만 조조가 영천 전선이 아닌 곳에서도 대군을 운용할 수 있는 물자가 남아있었다는 것에 놀라 도발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못했고 그저 없는 틈을 찾아 고착된 영천 전선을 슬쩍 찔러보는 것에 그쳤다.


******


같은 시각.


예주 - 허도


“조조님.”

“알았네, 알았어.”


피로해 보이는 음성이 순욱의 재촉에 짜증을 담아 대답했다.

황제를 만나러 움직이는 ‘조조’의 옷깃이 당당히 흔들렸고 뒤 따르는 시종들과 관리들이 한 무더기였기에 이런 ‘조조’를 보러 다가오는 인물은 몇 없었으며 그마저도 조조의 곁에 항시 머무는 것 같은 순욱이나 진군, 전위에 의해 몇 발자국 앞에서 멈춰야했다.

여드레 전에 있었던 조조 암살 사건의 주모자가 아직 잡히지 않은 탓이었다.


“이 짓도 하루 이틀이면 질리는 구나.......”

“아버님.”

“오, 조비! 네가 있어 일이 좀 덜 버겁다.”


조비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마지못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담론을 시작했는데 너무나 자연스러워 원소의 쥐들은 물론 황제의 쥐들도 조조의 부재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였다.


“-하다하니 아버님께서 직접 둘러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오냐. 내 알아서 하지. 들었지, 진군?”

“예. 잊지 않도록 때에 맞춰 말씀드리겠습니다.”


조비는 한심함을 담아 상석(上席)에 앉은 그럴듯한 조조를 바라보았다가 문득 군공(軍功)을 세워 진짜 조조는 물론 황제에게도 직접 칭찬받은 여남의 조휴를 떠올렸다.


“저런 허접을 두고는 아직 허도를 비울수가 없으니-.”


하지만 조비는 수하를 과거의 배로 부려 영천 전선과 전선에 배치된 적장들은 물론이고 아군 장수들도 주시하길 멈추지 않았다.


“나의 군공은 서쪽에서 세우리라.”


총총히 물러나는 조비의 귀에 상석에 앉아 경박한 농담에 즐거운 유훈의 웃음소리가 조조만큼이나 경박하게 울렸다.


******


익주 - 성도


“억!”


옷이라곤 여인들이나 입는 얇디얇은 속곳뿐이 걸치지 않은 크고 작은 상처들로 가득한 무릎이 그대로 땅에 닿자 어느 정도 연식이 있는 사내들의 입에서는 체통없는 굵고 짧은 비명들이 마치 그들의 계획과 삶 처럼 세어 나왔다.


“나는......나는 아무 잘못 없소. 이는, 그것은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응?”


차례대로 무릎 꿇은 그들의 앞에 비단옷을 입었으나 몰골은 추레해 죄수나 다름없는 유장의 축 처진 뒷모습이 보였다. 그의 성정이라면 바들바들 떨 것이 분명한 자리였으나 이미 걱정들로 밤낮 잠을 이루지 못해 기력이 다한 듯 공허하게 울리는 목소리를 따라 떨리는 것은 유장의 목젖뿐이 없었다.


“닥치시오! 지난 전투에서 세운 공들과 친족을 아끼는 주군의 배려로 선대의 잘못을 묻지 않았고 억울하게 쫓겨나거나 재산을 빼앗긴 신하들도 주군께 그대의 죄를 고하지 않았거늘! 이리 맹렬히 뒤통수를 치다니!!”


붉어진 얼굴이 터질 듯 고함을 지르는 인물은 지난날 성도를 비우고 남만 토벌에 나섰던 이엄이었다.


이엄의 곁에 서 이런 광경을 바라보며 한마디씩 던져 이엄의 성질을 돋우는 인물은 난 당시에 재동에 있던 법정으로 재동에서 북쪽의 일에 신경 쓰는 동안에도 과로하며 성도까지 신경 써 지난날 허정과 유모의 잦은 만남을 캐내어 전체적으로 난(亂)을 진압한 인물은 법정이었으나 일등공은 그도, 법정에게서 기별을 받고 성도에서 신속히 가병을 움직인 방희도 아닌 이엄이 가져갔는데 이는-.


“다만 은혜로운 주군의 성정을 생각해 주군께서 성도로 돌아오실 때까지 혹은 따로 명이 있기 전까지 그대를 서쪽 냉궁(冷宮)에 구금토록 하겠소! 감히 비천한 만적과도 손을 잡고 친족의 권력을 탐하다니!”


법정이 슬쩍 남만의 준동(蠢動)을 이번 난에 끼워 넣은 것 때문이었다.


“이엄 장군, 너무 흥분하지 마시오. 이 모든 죄가 저 허정 무리의 망상과 욕심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간 유장공의 능력으로 볼 때 남만을 모으고 흩어지도록 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으니 진정한 죄는 다 저이들 것이지요.”


한숨과 함께 이어진 법정의 말에 이엄의 사나운 눈초리가 물에 부은 것처럼 퉁퉁하여 죄인들 중 단연 눈에 띄는 허정을 향해 꽂혔다.


“죄인 유장에 대한 판결이 끝났으니 나머지 죄인들을 가까이 끌고 오라! 나는 잔챙이들을 벌주는 것보다 주모자(主謀者)의 행적을 알아야겠다.”


사방을 쩌렁쩌렁 울리는 이엄의 목소리에 자신이 주도한 난 중에도 태연히 먹다 가장 먼저 잡혀 아는 것이 없는 허정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편 법정은 수상한 웃음을 삼키며 저 멀리 동쪽의 산속 어딘가를 멍하니 바라보았는데 그의 곁에 있던 왕련이 이에 한기를 느끼고 조금씩 희어지기 시작한 수염을 부르르 떨며 생각 했다.


'저 법정의 괴랄한 성정에 아무도 믿지 못해 모든 일을 본인의 손에서 처리했으면서도 그가 알아채지 못하게 주유모가 도망쳤다고? 정말 사실일까?'


---- 성도의 동쪽, 산 속.


“나는, 이 몸은 이제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유모님.”


추레하지 않은 곳이 단 하나도 없는 유모의 추레한 물음이 산속에서 길을 잃은 듯 퍼져나가자 그를 따르던 정탁은 검을 손에 꽉 쥐고 울음을 삼켰다.

이 모든 것이 저 여우같은 법정과 늙은 개같은 방희 때문이었다.


법정이 유융에게 명분을 안겨주고 길을 안내했기에 유융이 익주로 진출해 유모와 정씨를 몰아낼 수 있었던 것이었고 정씨와 세력을 다투던 방희가 별다른 투정없이 순순히 인정했기에 반쪽짜리 황족 유융이 익주에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또 다시 방해한 그들로 인해 이번 거사가 실패로 돌아가 정탁마저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린 지금, 오랜 시간 익주의 중앙으로 진출해 드넓은 이곳을 다스리며 수십 년을 두고 쌓았던 정씨의 장원과 가산은 법정이, 정씨의 명성과 비어버린 관직들은 모두 방희에게 돌아가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정탁은 그들을 마음 깊히 원망했다.


“유모님!”


주저앉은 유모에게 다가간 정탁이 결심하고 피를 토하듯 말했다.


“동쪽에는 넓고 풍족하며 그 군세도 거대한 형주가 있습니다. 제 친우 중 하나가 형남에서 작지 않은 관직을 하고 있어 성을 맡아 다스리고 있으며 그의 작은 아내가 제 사촌 동생이니 매우 의지할 만합니다. 또한 가는 길에 거치는 곳 중 하나는 지난날 방희가 다스리던 강주로 지금 이를 맡은 이는 그의 사위 비관이니 우리는 도중에 잡히더라도 사사로운 복수는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비관을?”

“예, 주군.”

“비관을!”


유모는 유융과 그의 군에 가장 먼저 투신해 자신의 신의를 저버린 비관의 이름이 나오자 이를 갈며 품에 안은 어린아이의 머리통만한 금덩이를 꽉 쥐었다.

빈 배를 채우지도 못하고 바삐 도망가는 길, 먹지도 못할 것이나 욕심에 차마 버리지도 못하고 쥐고 있었는데 이 정도의 금이라면 충분히 형주까지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뿐인가? 유모는 지난날 익주의 관리들은 그 고하를 막론하고 뇌물을 밝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면 비관 한 사람의 목숨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할 자신이 있었다.


“좋다. 정도-탁아, 가자꾸나.”

“예, 주군.”


유모는 아직도 산속에서 자신을 기다리며 아버지의 무덤을 지킬 자신의 가속들을 미련 없이 떨치고 발걸음을 옮겼다.

익주에서 형주까지는 정말로 먼 길이었고 그 먼 길을 따라 저 너머에 있을 형주를 성도에서 멀리 바라보고 있는 이가 있어 유모의 목덜미에 이유없는 소름이 돋아나게 했다.


난립하던 제후들은 이제 큰 세력으로 나뉘어 평화로운 시골이 천하에 가득했으나 바둑이나 두며 죽을 날만 기다리는 노인들은 뛰노는 어린 사내아이들이 과부가된 어미의 부름에 밥먹으러 달려가는 것을 보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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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남쪽은 북쪽보다 분주하네요.ㅇㅅㅇ;

는 분량조절 실패.


애먼 유장만 잡은 이엄, 법정과 난에 실패하고 열심히 도망중인 유모.

주인공 유융보다 대사가 많은 느낌이죠? 하하하하핳하하하하핳ㅎ

유훈은 그 유훈이 맞습미당


내일 뵙죠!!

지적 받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 작성자
    Lv.45 karl123
    작성일
    14.10.30 20:29
    No. 1

    유훈이 누군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3 흐후루
    작성일
    14.10.30 20:57
    No. 2

    거시기 그게 원술의 세력에서 여강의 경영을 맡았던....원술이 수춘에서 도망치고 최후로 의지했던...ㅇㅅ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무음처리
    작성일
    14.10.30 21:27
    No. 3

    남쪽에서 큰일 터질 줄 알았더니 순식간에 제압됬네요 다행다행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3 흐후루
    작성일
    14.10.30 21:49
    No. 4

    분량이 적당히 삭제되었답니다 ㅇㅅㅇ
    사실 삭제하고 보니까 더 그럴 듯 해서 섭섭했다능.....
    익주전쟁을 얼마나 공들여 썼는데 한 큐에 뺏길 수는 없죵 ㅇㅅㅇ☆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RockHear..
    작성일
    14.10.31 09:37
    No. 5

    지난화 마지막 부분을 '허도에 있는 (또다른) 조조' 정도로 표기해주셨으면 더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요.

    남쪽 반란은 스킵이되었군요. 하긴 쓸데없는 부분에서 질질 끄실 필요는 없겠죠. 과연 모는 무사히 남형주로 갈 수 있으려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3 흐후루
    작성일
    14.10.31 10:30
    No. 6

    아무래도 한편 한편 올리는 인터넷 연재의 한계죠 ㅇㅅㅇ
    종이책 같으면 헷갈리거나 까먹는 건 앞, 뒤를 찾아 뒤져보는뎅....
    그래도 이해하셨다니 ㅇㅅㅜ 다행입미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5 karl123
    작성일
    14.10.31 20:23
    No. 7

    아 원술 독살 혐의의... 그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3 흐후루
    작성일
    14.10.31 20:33
    No. 8

    ㅇㅅㅇ 제 작품에서는 그랬죠.
    현재는 조조 막하에서 식객 신세랍니다. 정확히는 도피중이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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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유융전 - 한의 재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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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익주 - 백제(유종-3) +4 15.01.22 2,461 55 19쪽
138 익주 - 백제(유종-2) +6 15.01.21 2,550 39 17쪽
137 익주 - 백제(유종-1) +4 15.01.16 2,535 43 17쪽
136 익주 - 백제(도(度)) +9 15.01.15 2,572 40 22쪽
135 익주 - 성도(형주를 두고-2) +6 15.01.14 2,795 51 17쪽
134 익주 - 성도(형주를 두고-1) +9 15.01.09 2,875 49 16쪽
133 익주 - 성도(남만-3) +8 15.01.08 2,919 61 17쪽
132 익주 - 성도(남만-2) +8 15.01.07 2,480 43 15쪽
131 익주 - 성도(남만-1) +8 15.01.02 2,729 47 17쪽
130 익주 - 성도(숙청(肅淸)-2) +4 15.01.01 2,753 51 16쪽
129 익주 - 성도(숙청(肅淸)-1) +2 15.01.01 2,977 58 19쪽
128 익주 - 성도(남쪽에서 부는 바람) +8 14.12.31 3,163 44 16쪽
127 익주 - 성도(남쪽으로 부는 바람) +6 14.12.26 3,385 65 22쪽
126 병주 - 원소(33-설욕(雪辱)-3) +10 14.12.25 3,077 43 16쪽
125 병주 - 원소(32-설욕(雪辱)-2) 14.12.25 3,262 40 17쪽
124 병주 - 원소(31-설욕(雪辱)-1) +4 14.12.24 2,846 54 16쪽
123 병주 - 원소(30-원소-8) +6 14.12.19 2,870 46 17쪽
122 병주 - 원소(29-원소-7) +4 14.12.18 2,988 66 15쪽
121 병주 - 원소(28-원소-6) +4 14.12.17 2,802 48 15쪽
120 병주 - 원소(27-원소-5) +2 14.12.12 2,780 45 13쪽
119 병주 - 원소(26-원소-4) +8 14.12.11 2,891 55 15쪽
118 병주 - 원소(25-원소-3) +4 14.12.10 2,764 51 18쪽
117 병주 - 원소(24-원소-2) +6 14.12.05 4,479 70 14쪽
116 병주 - 원소(23-원소-1) +6 14.12.04 4,540 72 13쪽
115 병주 - 원소(22-낙양의 파종(破腫)-4) +4 14.12.03 3,411 59 12쪽
114 병주 - 원소(21-낙양의 파종(破腫)-3) +4 14.11.21 2,962 51 13쪽
113 병주 - 원소(20-낙양의 파종(破腫)-2) +8 14.11.20 2,731 54 14쪽
112 병주 - 원소(19-낙양의 파종(破腫)-1) +4 14.11.19 3,384 64 14쪽
111 병주 - 원소(18-추수(秋收)-2)+지도 +6 14.11.14 3,203 49 14쪽
110 병주 - 원소(17-추수(秋收)-1) +2 14.11.13 3,486 56 15쪽
109 병주 - 원소(16-쟁(爭)-4) +8 14.11.12 3,397 56 16쪽
108 병주 - 원소(15-쟁(爭)-3) +8 14.11.07 3,512 60 12쪽
107 병주 - 원소(14-쟁(爭)-2) +6 14.11.06 3,645 54 14쪽
106 병주 - 원소(14-쟁(爭)-1) +6 14.11.05 3,148 59 15쪽
105 병주 - 원소(13-흔들리는 전선(戰線)) +2 14.10.31 3,878 73 15쪽
» 병주 - 원소(12-남(南)) +8 14.10.30 3,410 51 18쪽
103 병주 - 원소(12-북(北))+지도 +4 14.10.29 4,512 50 14쪽
102 병주 - 원소(11-동(東), 서(西)-3) +8 14.10.23 3,823 57 13쪽
101 병주 - 원소(10-황하너머로) +8 14.10.22 3,406 58 15쪽
100 병주 - 원소(9-사수관을 울리며) +6 14.10.21 3,889 69 16쪽
99 병주 - 원소(8-동(東), 서(西)-2) +10 14.10.16 3,567 73 14쪽
98 병주 - 원소(7-기둥(柱)) +4 14.10.16 3,715 61 15쪽
97 병주 - 원소(6-황윤(皇胤)) +13 14.10.15 4,671 67 15쪽
96 병주 - 원소(5-동(東), 서(西)-1) +10 14.10.14 4,489 108 16쪽
95 병주 - 원소(4-영천을 사이에 두고) +8 14.10.09 4,262 84 16쪽
94 병주 - 원소(3-황하를 사이에 두고) +6 14.10.08 4,507 67 16쪽
93 병주 - 원소(2-분잡(紛雜)-2) +6 14.10.07 4,464 66 17쪽
92 병주 - 원소(1-분잡(紛雜)-1) +10 14.10.02 4,847 6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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