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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융전 - 한의 재건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흐후루
그림/삽화
문피아 제공
작품등록일 :
2014.06.05 20:50
최근연재일 :
2016.04.21 20:20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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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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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12.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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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글자
22쪽

익주 - 성도(남쪽으로 부는 바람)

재밌게 읽으셨으면 해요. 대체역사 소설이므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DUMMY

익주 - 성도


건안 13년(209년) 2월 중순.

마침내 성도로 귀환한 정서대장군, 익주자사 유융은 강주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생긴 난민을 정착시키고 그들에게 물적, 심적 은혜를 베풀며 아직 여진(餘塵)이 남아 위험한 강주로 직접 나서서 폐허를 정리하니 성도를 비롯한 익주전역에 유언의 뒤를 잇는 성군이란 칭송이 자자했다.

황제도 승상, 조조에게 이를 듣고 크게 칭찬하며 대사마의 직을 내리니 비록 이름뿐인 직위였으나 익주에서 유융의 위치는 명분상 완벽에 가깝게 변했다.


물론 때를 같이 해 원상에게 거기장군의 직책이 수여됨으로 익주의 관료들 중 조조를 원망하고 유융의 위세를 의심하는 이가 생겨났다.

이를 두고 유융은,


"하하하하, 원상에게 나와 버금하는 직책을 수여했으나 원담만은 달래지 않았으니 조조는 원담과 원상의 수하들을 이간질하려는 속셈이구나. 조조가 곧 북상하리."


하고 항의하지 않은 채 조용히 넘어갔다.


-----


공무를 위한 행차에 가족을 이끌고 이동하면 시일이 수배는 더 걸렸기에 유융과 따로 이동한 문씨와 방씨는 유융이 도착한지 한 달하고도 십일이 가까워서야 성도의 높고 단단한 성벽을 볼 수 있었다.


“와-아.”


특히 문씨는 남양이나 장안, 잠시 머물렀던 한중에서 항시 궁에 못 미치는 곳에 머물다가 건축양식이 색다른 익주의 왕궁에 들어오니 세상이 별천지였다.

덥고 습한 날씨에 땀을 닦던 문씨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촌티를 낼 때 급히 마중 나왔지만 흐트러진 티하나 나지 않아 차분해 보이는 40대 여인이 가볍게 예를 취하고 입을 열었다.


“이곳, 난궁(暖宮)이 마마의 거처이옵니다.”

“예? 궁? 마마라니요.”

“마마, 말씀은 낮추시고 편히 대하소서. 주인께서 아시면 큰 경을 치옵니다. 그럼 필요하실 때 부르시옵소서.”


문씨가 충분히 꿈에도 그리지 않았던 크기의 화려한 궁.

한때 방 세 칸짜리 낮은 지붕에 동생들로 북적이던 집에 거처하다 친족들의 목숨으로 받은 양양의 집은 어린 문씨의 눈에 저택 같아 보였고 세월이 흘러 유융에게 시집와 거처가 된 남양의 관사는 딱 그녀가 꿈꾸던 저택이었다.

시집오자마자 유융이 사방으로 바삐 움직여 떨어져 지내다 마침내 그를 다시 만나며 황제에게 받은 것과 마찬가지란 말을 들었던 장안의 저택은 크기가 제후의 것이었기에 스스로 출세한 일에 큰 감동이 일었는데 오늘날 이름 그대로인 궁을 보니 문씨는 열 살 소녀같이 들떴다.

어디 이 궁만 그녀를 들뜨게 했는가?

마마란 극존칭과 함께 배치 받은 여인들의 복색은 황궁의 시녀나 시비와 같았는데 문씨가 이들을 이끌고 가볍고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배다른 아들을 챙기러 방씨에게 향했을 때 문씨의 즐거움이 싹 달아나는 문제가 생겼다.


“이곳에 아우님이 있다고요.”


문씨를 안내한 시녀가 ‘아우’란 단어에 땀을 흘리고 몸을 떨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문씨가 안내받은 곳은 정비의 궁인 은덕궁(隱德宮)으로 크기는 난궁의 세 배요, 화려함은 정갈해 기품 있었고 시녀와 시비, 내시들의 모습은 선계의 월궁을 그린 그림과 같았다.


잠시 몸을 떤 문씨가 한숨을 내쉬고 당당히 정문으로 걸어가 방문을 지키는 내시가 묻기도 전에 방문을 활짝 여니 그사이 또 배가 부른 방씨가 배를 안고 환히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형님,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는데 더 쉬지 않으시고요~.”

“........”

“아버님께 듣기로 제가 머물 난궁은 아버지가 미리 정리를 해두었다 하여 예가 아닌 줄 알지만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이 은덕궁보다 먼저 모셨습니다. 제가 형님과 낭군을 위해 가산을 털어 이 은덕궁을 수리하려 했지요.”


방씨의 얼굴만큼 곱고 어여쁜 말에 문씨가 안심하며 혈색을 바로하고 웃음을 담아 수고를 전했다.


“그렇지 않아도 임부가 고생한다는 소식에 급한 걸음 했네. 앞으론 나와 상의하시게나. 혹 귀한 몸에 무리가 가면 어쩌는가?”

“형님께서 신경 써 주시고 낭군께서 밤낮 돌봐주시니 제가 무서운 것이 있겠습니까? 헤헤헤.”


후덕한 인상의 문씨와 젊고 아름다운 방씨가 자매마냥 다정히 말을 섞으니 궁 전체에 평화로운 기운이 퍼졌고 이 미담은 신출내기 어린 내시들과 때를 맞아 잠시 고용되었던 민가 여인네들의 입을 타고 궐 담을 넘어 성도에 흘러들었다.


----


깊은 궁에는 여인이 들고 얕은 궁에는 사내들이 드니 젊고 단단한 어깨의 양쪽으로 든든한 관료들이 나열해 그 주인을 뵈었다.


“장송은 알아보았는가?”

“예, 주군. 형주의 소식을 듣고 사람을 크게 풀어 형남과 교주는 물론 형북과 강동까지 긁어모은 정보 중 가리고 가려 믿을 만한 것을 가져왔나이다.”

“늘 그랬듯 말이 많구먼.”

“다 충심으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에 장송과 함께 명을 받았던 왕련이 나서서 아룄다.


“장송의 말처럼 신뢰할 수 있는 소식에 의하면 역도, 유모는 근래 형남의 계림을 근거로 수천의 훈련된 병력을 모아 일방의 군웅으로 할거(割據)하고 있었다합니다.”

“같잖은 병력은 이를 것 없고 복잡한 형주에서 그의 위치가 어떠하던가?”

“애초에 그가 의지한 인물은 같은 황실의 종친인 영릉태수였습니다. 헌데 황명에 의해 유비가 정남장군을 칭하며 형남에서 위명을 날리니 유모는 유비에 대비한다며 유도를 꾀어내 그를 가두고 영릉을 유비에게 바치는 대가로 교주의 창오태수 직책을 받았다합니다.”


유융이 사나운 눈썹을 한 법정에게 물었다.


“나는 형남은 대강 알지만 교주는 알지 못하오. 창오나 계림이나 유모에게 이익이 있는가?”

“예, 교주와 형남은 익주와 교통할 수 있는 곳으로 그 길이 험난하고 머나 북방의 산맥보다는 몇몇 길이 교통하기 수월합니다. 해서 엄안 장군과 황권 장군이 그 길들을 선점하고 형남과 교주를 주시하고 있으며 계림은 한족보다 산월이 많은 땅이고 같은 교주의 창오는 역시 한족보다 산월이 많으나 대도시인 남해와 어깨가 닿아 있는지라 야만함이 적고 황명과 제국의 법을 제법 아는 곳이라 합니다.”


잠시 미간을 웅크렸던 유융이 입을 열었다.


“허면 얼마나 먼가? 아니, 얼마나 가까울까?”


이 질문에는 방희가 나섰는데 이제 백발을 숨길 수 없어 수염을 정리하길 포기하고 풍성히 기르고 있는 그는 지혜롭고 위엄있어 보였다.


“방가의 상단이 틈틈이 교주와 소통하는데 멀고 가까운 문제가 아니라 풍토가 다른 문제라 이곳의 사람이 저곳에 살기 힘들고 저곳의 사람이 이곳으로 오지 않는다 합니다.”

“형남을 거쳐야 교주를 볼 수 있는가?”

“형남은 물길과 육로가 이곳과 같아 항시 교통하고 있습니다. 반면 교주는 먼 거리와 기후의 문제일 뿐, 만일 형남과 한 치 다름이 없었다면 형남과 같이 오가는 길이 많고 그 방법이 같았을 것입니다.”

“허면 마차가 갈 수 없고 배가 뜨지 않는단 소린가?”


이 물음에는 감녕이 나섰다.


“신이 직접 1천의 정예를 이끌고 주군께 투신한 남만의 부족 하나와 함께 소문나지 않은 길 몇을 조사했는데 땅에서는 마차가 움직이기 쉽고 물길이 작지 않아 배를 띄우기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허면?”

“마차를 끌 마소가 얼마 버티지 못했고 배를 저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고 활기찬 이는 현지인 뿐이어서 곤란했습니다. 또한 숲이 많고 매우 습해 독을 가진 것들이 많아 용기없고 경험없는 자는 걸음을 옮기기 곤란할 정도였습니다.”


마침내 유융이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법정이 다시 나서서 교주의 사방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는데 유융이 가장 바라던 것이었다.


“교주는 익주보다 양주와 가깝고 양주보다 형주와 가깝습니다. 주군.”


간단한 설명에도 뜻이 통한 두 사람이 활짝 웃었다.

익주가 멀다면 형주가 가까우리.

즉-.


----


회의를 끝낸 유융은 아내들과 자식들을 챙기기 전, 그의 가족을 호위한 인물들을 포상하기 위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소인은 장안태수 동화의 아들, 동윤이라 합니다.”

“그대의 상재는 허도에서도 장안에서도 낙양에서도 남양에서도 익히 들었다.”

“소인은 형남 영릉출신, 유파라 하옵니다.”

“아들은 추천하지 않는 동화가 그대를 추천해 기대가 크다. 듣기로 나와 같은 유씨던데 앞으로도 내 휘하에서 큰 공을 세워 나라의 대들보가 되길 바란다.”


동윤과 유파는 형주자사의 둘째아들 유종의 객으로 만나 의기투합, 함께 유기와 유종 사이를 오가며 막대한 이득을 취해 당시 원소의 편에 기울어 있어 남양이나 예주로는 이동하지 않던 형주의 물류를 자연스레 유출, 재야의 신분으로 남양군에 전해 군량과 군비를 조달하고도 물자를 남겨 낙양의 백성들에게 베푼 공이 있었다.


“소인은 역도 허정의 장남 허흠이라 하옵니다.”


지난날 문씨의 배려로 진류로 향해 유융을 만났으나 유융이 허락하지 않아 전쟁기간동안 식사 때를 제외하곤 입을 열지 못했던 허흠이 마침내 유융의 허락을 받아 입을 열었다.

그런 허흠을 보고 유융이 짐짓 노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무슨 낯이 있어 반역의 죄를 사해주었는데도 내게 이리 뻗대는가?”

"아직 제 아비의 목이 몸에 붙어있으니 주군께 그 죄를 사해달라 청하는 바입니다."

"허, 네 아비의 죄가 무엇인지 모르는가? 그도 아니면 네놈도 당연히 내 폭정에 대항해야했다 생각하는가!"

"익주와 형주가 황건동란 이후 수많은 현사들이 뿌리내리며 한의 문화가 꽃피었습니다. 허나 사마휘와 송충이 아무리 노력해도 전대 익주자사님이 아무리 훌륭해도 결국 변방의 문화일 뿐이니 오직 명사들만이 중원과 교류하고 중앙정계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해서?"


아무리 유표와 유언이 잘 다스려도, 아무리 영제 당시의 명사들이 자리잡고 널리 가르쳐도 형주와 익주, 양주와 량주는 척박하고 무례하며 무지한 지방이었고 근래 조조와 유융의 활약으로 여포와 곽사, 원술등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물러나며 피신했던 명사들이 다시 예주와 사예로 몰리고 있었다.


"앞으로 이 익주의 인재들은 누구에게 의지해 배우고 누구에게 의지해 중앙에 연줄을 대겠습니까? 이 익주는 두 대에 걸쳐 은혜를 입은 주군의 땅인데 짧은 시간 형제간 피를 흘렸다고 모든 노신을 잡아 죽이고 모든 선비를 몰아낸다면 주군은 익주에 고인 물만 삼키다 병에 걸리시게 될 것입니다."

"흥, 그대의 출신이 고귀하다 자랑하는가!"

"........ 병에 걸려 일찍 고친다면 다행이나 그 사이 건강한 이들은 비대하게 자라나 주군을 위협할 테요, 병에 스러지면 당장에 달려들 승냥이들이 천지에 가득한데 어찌 잡은 생쥐들만 주무르며 당장의 평안만 생각하십니까?"


스스로를 생쥐에 비유하는 허흠의 목소리에 함께 자리했던 유파와 동윤의 혈색이 과히 좋지 않았다.

그들은 함께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며 은근히 허흠을 경계하고 멀리했는데 허흠의 학식이 그들에 모자르지 않고 가문이 한미하지 않아 제법 당당해 보였던 탓이었다.

또한 허흠이 익주와 형주의 명사들을 까내리는 바, 동윤의 아버지 동화와 유파의 아버지 유상은 각기 남군과 강하 즉 형주 출신이었다.

이를 진즉 알고 있던 유융이,


"그대는 그대와 함께 자리한 이 두사람의 출신이 형주란 것을 알고 있는가? 또 내가 그 혈족을 크게 쓰고 있으며 지금 이자리에서 중용을 약조했거늘."

"........."

"드디어 잘난 입을 다무는 군. 그래 내 병이 그것이라면 어찌 고치면 좋을까?"

"주군께서 남양에 자리잡아 뜻을 펼치기 시작할 때와 같이 사방에 사람을 보내어 명사와 재인들을 초빙하고 아래를 살펴 재능이 특출난 인재를 거두어야 합니다."

"그으래? 그것으로 어찌 자네 아비의 죄가 사해지지?"


잠시 숨을 삼켰던 허흠이 내뱉었다.


"죄 있는 소인의 아비, 허정은 그 명성이 작지 않아 예주와 연주, 청주와 서주에 명성이 가득하며 오랜 시간 즉, 선선대 황제 때 부터 조정에 헌신하신 노신이니 주군께서 죄를 사해주신다면 많은 선비들이 주군 아래로 몰려들 것입니다."

"오히려 죄있는 자를 벌하지 않았음을 손가락질 하지 않을까?"

"죄에 이유가 있듯 사면에도 이유가 있으며 어찌 죄에 대한 처벌이 따로 없겠습니까."


호기심이 동한 유융이 시간을 끌며 허흠의 땀을 빼다가 물었다.


"사면은 어떤 이유를 대고 그대 아비에게 어떤 처벌이 어울릴까?"


허흠은 그제야 다른 사람이 자리함을 깨닫고 주변을 살폈는데 유융이 두 사람에 대한 신뢰를 보이자 신경 쓰지 않고 답했다.


"사면의 이유는 충과 효이니 소인이 만들어 드릴 것이오, 처벌은 오로지 주군의 의지이나 감히 여쭙자면 평생 관로에 오르지 못하도록하는 것이옵니다."

"관로에 오르지 못하면 어찌 다른 명사들을 초빙할 수 있겠는가?"

"사마휘와 송충 또한 관로에 오르지 않았으나 많은 명가의 후계들이 그를 찾아 배워, 형주와 양주, 예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명사를 초빙하던 익주가 명사를 생산하는 익주가 될 것입니다."

"허정의 명성은 이미 역모로 더럽혀 지지 않았는가? 누가 귀한 자식을 역적 밑에서 배우게 허락할까?"


동윤이 허흠의 생각을 눈치 채고 말리려 입을 열었지만 유파가 기침을 해 막았다.


"주군께서는 장안에 있는 사마휘 공에게 익주의 공자님들을 맡기실 생각이십니까?"

"..............하하하하하. 고얀 놈. 좋다, 네 뜻대로 하되 효심을 찾지 못하면 다 없는 일이며 효심이 있어도 충심을 찾지 못하면 네 아비의 목을 우선 자르겠다."

"이미 주군께서 아비를 오래 살려두셨으니 천심이 곧 주군의 뜻이리다."


그제야 동윤이 유융을 바라보며 놀랐는데 지난날 전쟁이 끝나고도 유융의 손에 목이 잘린 반역자가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날 새벽부터 허정의 장남 허흠은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 저자에 앉아 아비의 죄를 사해달라 청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욕을 하던 백성과 관료들이 한 달 보름이 지나자 그의 정성과 언사에 융화되어 마침내 허흠을 불쌍히 여기고 허정을 지난날 유언의 명신으로 유융과 뜻이 달라 내쳐졌다가 이번에 죄 없이 무고당한 인물로 여겼다.


물론 허정은 유언이 아닌 유모에게 초빙된 인물이며 유융을 욕하던 인물이란 것이 사실이었으나 다수인 백성들과 몇몇 관료들은 이를 알지 못했기에 마침내 유융이 직접 거리에 나서 허흠을 다독이니 허정이 끈질기게 구명한 것이 이와 같았다.


******


형주 - 무릉군


조조와 유융, 원소와의 싸움이 한창일 때 조조와 원소 사이에서 줄을 타며 신야를 손에 넣고 서서의 의견을 받아들여 동으로는 손권과 서로는 유융과 관계를 다진 유비는 황명에 밀려 형남으로 내려왔지만 형주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그 결과 조조와 유표가 다시 엉성하게나마 손을 잡았고 조조와 상하관계를 다지며 명분을 손에 넣은 손권은 유표가 원소와 손을 잡았던 일을 황조에게 책임전가하며 강하를 침략, 황조를 죽이는 쾌거를 이루며 황조의 지지를 받던 유기가 형주 후계에서 밀려나 형주의 후계가 안정되었다.

다행히 같은 유씨요, 야심찬 유모와 만나 생각보다 빠르게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고 그에게 창오태수를 강제하여 강력한 동맹을 만드니, 유표나 장사의 유반을 더욱 쉽게 견제할 수 있었다.


“무릉은 계획된 일이요, 영릉은 천운이었는데 계양과 장사가 그 사이 손을 잡아 동쪽의 세가 만만치 않으니 어쩌면 좋은가?”


유비의 물음에 서서가 나섰다.


“강동의 손권이 크게 이겼음에도 강하를 점하지 않은 것은 아직 내실이 다져지지 않아 세수가 적어 군을 먼 곳에서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독립적으로 성장해 풍족한데 반해 유표의 그늘이 적은 이 형남은 손권에게 탐나는 곳. 손권과 손을 잡고 그 명성을 이용한다면 배는 쉬운 일이 될 것입니다.”


수염을 길게 늘인 관우가 성을 내며 나섰다.


“형남을 모두 모아도 남군하나 따라잡지 못할 텐데 어찌 공을 나누겠소? 형님. 이 관우에게 맡겨주신다면 일단 장사부터 쳐 계양을 숙이게 하겠습니다.”

“아우는 자신 있는가? 또 현재 장사가 가장 크지만 계양은 교주와 가까우니 장사를 버리고 사섭에게 투신하면 스스로 지킬 정도는 되는데 어찌 계양마저 자신하는가.”


미축이 나서서 관우의 편을 들었다.


“신이 조사하기로 사섭과 계양태수는 오랜 원한이 있습니다. 비록 그 원한이 치졸한 것이어서 서로 티내지 않지만 잊을 만큼 속이 너른 인물들도 아니지요. 사섭에게 투신해 권한을 잃고 스스로 미천해 지느니 세력이 작고 새로워 아직 형남에 익숙치 않은 우리에게 투신해 권한을 유지하고 공신을 노릴 공산이 큽니다.”


이에 손건이 서서의 의견을 곱씹다 말했다.


“우리의 손으로 일궈낸 것은 백의 가치가 있으나 그것은 눈앞의 당장이고 외부세력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얻은 것은 외부세력이 강성한 이상 수 십년간의 일이라, 이 손건은 서서의 의견도 중요하다 생각하옵니다. 마침내 장사와 계양을 얻어도 손권과 사이가 좋을 수 없다면 사방이 적이어서 유표만 견제하는 편리를 유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마침내 유비가 양측의 의견에 장단을 모아 판단을 내렸다.


“손건은 강동을 방문해 황조를 죽여 원한을 갚은 것을 축하하고 더불어 형남을 치는데 물자를 빌어 오며 훗날 강하를 재 정벌 할 때 아군이 돕는 것을 약조하라. 관우는 이 물자를 기다릴 필요 없이 손권과 손을 잡았다는 소문을 흘리고 장사를 공격하면 계양의 조범은 손권과 연합한 아군이 무서워 눈치만 보며 장사를 돕지 않으리.”

“현명한 판단일세, 유비. 그래, 더 있는가? 이제 집에 가도 되지?”


어서 회의를 파하자는 간옹의 짧은 몇 마디가 유비에게 큰 웃음과 큰 땅을 선물했다.


----


계림은 덥고 위험했다.

허나 창오는 덥지만 풍족하고 쾌적했다.

또 같은 천한 민족이더라도 배운 바가 있어 다스리는 일이 배는 쉬웠다.


“유비의 덕이 천하에 자자하더니 참말인가 봅니다, 주군. 계림을 주고 창오를 얻었으니 얼마나 큰 이득을 본 것입니까? 교주의 유일 명장이라 명성이 자자하던 오거가 주군의 손에 목을 잃었으니 주군의 명성이 교주를 채운 지금, 교주 또한 금방입니다.”


정탁의 말에 고개를 설렁설렁 끄덕인 유모가 손부채질을 멈추지 않고 사방을 훔쳐보았다.


유비가 창오를 넘겨줄 때 사섭이 군사적 조취를 취할 것을 생각해 유모에게 군을 빌려주었는데 유모가 큰 어려움 없이 오거의 군을 파하고 창오를 점한 후에도 불안한 치안을 핑계 삼아 수천에 이르는 군세가 남아돌아가지 않았던 것 때문이었다.

이에 유모가 정탁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건 정탁, 네가 몰라 그런 것이다. 사섭과 유비가 결코 만만치 않음이야.”


사섭은 부유한 가문에서 모자람 없이 자라난 평범한 유학자로 그 학문과 성품이 고고해 지금 같은 난세에는 맞지 않는 인물로 명성이 자자했으나 중원과 멀찍이 떨어진 교주란 점과 조부에서 이어져 내려온 가문의 명성, 아버지인 사사의 군공 덕에 형주자사 유표의 추천을 받아 전 교주자사를 손쉽게 밀어내고 교주자사의 위치에 앉은 인물이었다.


비록 남에 의해 거저 앉은 자리였지만 자리에 오른 사섭의 외교력은 특출 났는데 우선 자사에 취임하자마자 남해만큼 큰 도시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창오에 유표의 사람인 오거를 초빙하여 태수로 앉히고 창오의 전권을 슬쩍 위임했다.

그 결과 사섭은 유표가 아닌 한 수 아래, 오거와 상대하며 독립을 적절히 유지할 수 있었는데 항상 외교적으로 오거를 통했기에 유표의 아랫사람인 척 자신을 낮춰 속일 수 있었고 사섭이 아닌 오거에 의해 교주가 통제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기 때문에 사섭의 위치도 가장 높은 곳을 유지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한편, 사섭은 이 오거를 끝없이 치켜세워 대소사를 의지하니, 결국 군권마저 맡기며 교지에 만연하던 이민족들의 반란을 통제했는데 교주의 영역이 드넓게 확장되는 와중에 오거는 이민족들에게 우위의 무력을 맹신하며 폭력을 행사했고 사섭은 뒷구멍으로 그들을 위로하며 조심스레 선정을 베풀었다.

마침내 이민족들은 선정을 베푸는 사섭을 오거에게 학대당하는 바보군주라 부르며 안쓰럽게 생각하고 부모마냥 충실히 따르기 시작하니, 사섭은 공고한 민심을 얻었다.


시간이 흘러 형주가 비대해져 힘을 겨룰 수 있는 이가 없자 유표가 자만하여 교주를 무시하기 시작했고 오거 또한 스스로의 공을 크게 내세우며 딴 마음을 품었을 때 사섭은 오거를 통하지 않고 유표와 소식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을 이간, 유표에게 호통을 듣고 자존심이 상한 오거를 구슬려 자신의 편으로 끌어드리는 것에 성공했다.


헌데 오거를 침공한 유모와 유비를 상대한 것은 오거 혼자로 사섭은 오거가 꺾이기 무섭게 두 팔을 벌려 유모와 유비의 군대를 환영하여 오거를 반역자이자 백성을 학살하는 도적으로 칭했던 것.

이런 저런 정황을 수집하던 유모가 마침내 결론을 얻어 정탁에게 말했다.


“정탁아, 이제 우리가 오거 대신 창오를 다스리게 되었으니 사섭의 편에 서서 유비와 대치하며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유비의 편에 서서 사섭을 공격한 뒤 교주를 그의 손에 쥐어주는 방법뿐이 없는 것 같구나.”


유모는 다시 한 번 익주에 있을 때 자신의 무지함과 교만을 생각하며 바르르 떨었고 어째서 집을 나가 세상을 떠돌던 유융이 자신보다 뛰어난 안목과 식견을 보였는지 깨달았다.

북쪽에서는 유융이 조조와 손을 잡아 원소를 이겼고 익주로 돌아와 자신을 찾고 있으며 남쪽의 자신은 유비와 사섭사이에 끼어 주목받고 있으니 유모가 살아남을 길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었다.


이후 정탁은 제 주군을 위해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며 남만과 산월을 가리지 않고 사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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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오늘이 길다면 ㅇㅅㅇ 다음주가 짦으리(? 농담입니다?)

유비가 죽고 제갈량만 남아 촉에 사상이 섰는데 사상이 모두 죽고 아무도 없으니 인재가 없고 있어도 쓸 사람이 없어 촉이 삽시간에 망했다죠.

물론 하나만 이유로 확정하고 바라보긴 힘들지만 결국 흥망이 다 사람의 일이란 점은 사람의 능력과 존재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듭니당

........

그, 그래서 그나마 네임드(....중앙 조정에요.)인 허정을 살렸다능 ㅇㅅㅇ;;

물론 장안을 비롯한 옹주와 남양 사예에도 사람이 있겠지만 인구 수만 봐도 연주와 예주, 서주와 청주의 인재들을 이길 수 없엉.

물량 최고.;;;


지적 받아용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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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99 管産
    작성일
    14.12.26 20:18
    No. 1

    네임드라.. 높이는 것보다는 오히려 반하는 인사를 용서했다는 관용을 보이는 것이 더 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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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Lv.93 흐후루
    작성일
    14.12.26 20:22
    No. 2

    ㅇㅅㅇ 허정을 통해 익주로 유명 인사들을 끌어들인다는 의미가 큽니다.
    사마휘와 같은 인물이 익주로 이사를 온다는 의미가 아니라 익주로 눈을 모은다는 이야깁니다.
    명사가 움직이면 백성들도 함께 움직이고 그 친인척들도 관심을 갖죠.
    익주 인구 중 인재를 구하면 한계가 있지만 유명한 누군가가 인정한 유명한 익주에서 인재를 구하면 천하가 관심을 갖는다는 거지요.
    일종의 연나라의 천금대?
    혹은 지방에 위치한 거대기업, 포항제철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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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RockHear..
    작성일
    14.12.27 11:46
    No. 3

    익주 한군데서 뽑아낸 물량으로 조위를 몰아붙였던 제갈량이 어떤의미론 새삼 대단하다 느껴지는 군요. 하지만 이소설의 주인공은 융이 아닌 조조나 유비 아니면 손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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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Lv.93 흐후루
    작성일
    14.12.27 12:30
    No. 4

    제갈량은 제갈량일 뿐, 아직 그렇게 큰 소실(이릉이라던가,)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의 익주입니다. 인정받고 오랜시간 숙련한 관료들도 아직 살아있죠.
    그래서 제갈량이 필요없....ㅇㅅㅇ;;
    농담입니다.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은 사실 접니다ㅇㅅㅇ/★(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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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Bilene
    작성일
    14.12.28 08:47
    No. 5

    이릉대전의 패배로 촉의 운명은 끝난거죠. 인재를 갈아버렸으니...
    솔직히 제갈량의 모습은 무너져가는 나라를 잡고 버티는 발악같아서 안쓰럽더군요.
    그런데 소설의 상태로는 유비는 형남정도가 한계이고 손권은 양주.
    아무리 생각해도 조조가 너무 유리한 상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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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Lv.93 흐후루
    작성일
    14.12.28 11:17
    No. 6

    스포라 작가가 할 말이 없다.
    작가가 침묵한다.
    독자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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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유융전 - 한의 재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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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익주 - 백제(형산 너머-1) +10 15.01.24 2,620 35 16쪽
140 익주 - 백제(유표와 채모) +6 15.01.23 2,440 41 17쪽
139 익주 - 백제(유종-3) +4 15.01.22 2,461 55 19쪽
138 익주 - 백제(유종-2) +6 15.01.21 2,550 39 17쪽
137 익주 - 백제(유종-1) +4 15.01.16 2,535 43 17쪽
136 익주 - 백제(도(度)) +9 15.01.15 2,572 40 22쪽
135 익주 - 성도(형주를 두고-2) +6 15.01.14 2,795 51 17쪽
134 익주 - 성도(형주를 두고-1) +9 15.01.09 2,875 49 16쪽
133 익주 - 성도(남만-3) +8 15.01.08 2,919 61 17쪽
132 익주 - 성도(남만-2) +8 15.01.07 2,480 43 15쪽
131 익주 - 성도(남만-1) +8 15.01.02 2,729 47 17쪽
130 익주 - 성도(숙청(肅淸)-2) +4 15.01.01 2,753 51 16쪽
129 익주 - 성도(숙청(肅淸)-1) +2 15.01.01 2,977 58 19쪽
128 익주 - 성도(남쪽에서 부는 바람) +8 14.12.31 3,163 44 16쪽
» 익주 - 성도(남쪽으로 부는 바람) +6 14.12.26 3,385 65 22쪽
126 병주 - 원소(33-설욕(雪辱)-3) +10 14.12.25 3,077 43 16쪽
125 병주 - 원소(32-설욕(雪辱)-2) 14.12.25 3,262 40 17쪽
124 병주 - 원소(31-설욕(雪辱)-1) +4 14.12.24 2,845 54 16쪽
123 병주 - 원소(30-원소-8) +6 14.12.19 2,870 46 17쪽
122 병주 - 원소(29-원소-7) +4 14.12.18 2,988 66 15쪽
121 병주 - 원소(28-원소-6) +4 14.12.17 2,802 48 15쪽
120 병주 - 원소(27-원소-5) +2 14.12.12 2,779 45 13쪽
119 병주 - 원소(26-원소-4) +8 14.12.11 2,891 55 15쪽
118 병주 - 원소(25-원소-3) +4 14.12.10 2,763 51 18쪽
117 병주 - 원소(24-원소-2) +6 14.12.05 4,479 70 14쪽
116 병주 - 원소(23-원소-1) +6 14.12.04 4,540 72 13쪽
115 병주 - 원소(22-낙양의 파종(破腫)-4) +4 14.12.03 3,411 59 12쪽
114 병주 - 원소(21-낙양의 파종(破腫)-3) +4 14.11.21 2,962 51 13쪽
113 병주 - 원소(20-낙양의 파종(破腫)-2) +8 14.11.20 2,731 54 14쪽
112 병주 - 원소(19-낙양의 파종(破腫)-1) +4 14.11.19 3,383 64 14쪽
111 병주 - 원소(18-추수(秋收)-2)+지도 +6 14.11.14 3,203 49 14쪽
110 병주 - 원소(17-추수(秋收)-1) +2 14.11.13 3,486 56 15쪽
109 병주 - 원소(16-쟁(爭)-4) +8 14.11.12 3,397 56 16쪽
108 병주 - 원소(15-쟁(爭)-3) +8 14.11.07 3,512 60 12쪽
107 병주 - 원소(14-쟁(爭)-2) +6 14.11.06 3,645 54 14쪽
106 병주 - 원소(14-쟁(爭)-1) +6 14.11.05 3,148 59 15쪽
105 병주 - 원소(13-흔들리는 전선(戰線)) +2 14.10.31 3,877 73 15쪽
104 병주 - 원소(12-남(南)) +8 14.10.30 3,409 51 18쪽
103 병주 - 원소(12-북(北))+지도 +4 14.10.29 4,511 50 14쪽
102 병주 - 원소(11-동(東), 서(西)-3) +8 14.10.23 3,823 57 13쪽
101 병주 - 원소(10-황하너머로) +8 14.10.22 3,406 58 15쪽
100 병주 - 원소(9-사수관을 울리며) +6 14.10.21 3,888 69 16쪽
99 병주 - 원소(8-동(東), 서(西)-2) +10 14.10.16 3,567 73 14쪽
98 병주 - 원소(7-기둥(柱)) +4 14.10.16 3,714 61 15쪽
97 병주 - 원소(6-황윤(皇胤)) +13 14.10.15 4,670 67 15쪽
96 병주 - 원소(5-동(東), 서(西)-1) +10 14.10.14 4,489 108 16쪽
95 병주 - 원소(4-영천을 사이에 두고) +8 14.10.09 4,261 84 16쪽
94 병주 - 원소(3-황하를 사이에 두고) +6 14.10.08 4,507 67 16쪽
93 병주 - 원소(2-분잡(紛雜)-2) +6 14.10.07 4,464 66 17쪽
92 병주 - 원소(1-분잡(紛雜)-1) +10 14.10.02 4,846 6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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