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한 강자를 만나다 2
그분이란 자를 조금 비하했다고 흥분하여 달려드는 두 무사를 보면서, 아델린은 생각했다.
'흠....그분이란 놈이 조선의 세계를 어지럽히고 있는, 흑막일 확률이 높은데...
왠만한 기사단의 일원이 충분히 될만한 실력자들이 저렇게 목숨 걸고 대단하게 여기는 녀석이라니..확실히 긴장해야 겠어'
평소 비록 대련이지만, 각 국가에 몇 명 없는 기사단장급의 소드마스터 한 명 정도와는 마법의 사용 없이,
신체 강화 마법과 검 만으로도 대등한 상대를 하였었던 아델린이었다.
소드마스터와 소드익스퍼트의 차이는 크다.
단순하게 한 단계 위의 경지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단지 숫자로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그것도 흥분한 상태로 달려드는 사내들은 결코 본캐의 실력을 감추고 있는 지금의 부캐 검사 아델린의 상대도 될 수 없었다.
"챙...챙...채애앵..."
아델린은 가볍게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조선 검사의 특유의 보법과 검술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분명, 그분이라는 놈이 어떠한 수를 써서, 일반 세계 조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초 절정 고수들을 만들어 냈다 하여도,
그들이 사용하는 보법과 검술은 기존 조선의 것과 다르지는 않을 것이고, 이곳의 무사들은 대부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아델린은 그리운 로산드라 왕국에서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그 당시에도 각국에 따라 기사의 기본 검술과 스텝 등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물론, 절대적인 강함은 이곳에서는 '기'로 불리는 '오러'의 사용 능력에 따라서 좌우가 되어 버리기는 한다.
아무리 검술이 뛰어나다 하여도,
오러를 다루지 못하는 일반 검사와 오러를 다루기 시작하는 소드익스퍼트,
그 오러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다루는 소드마스터의 수준의 차이를 메꾸지는 못한다.
그만큼 오러의 사용 능력은 압도적인 것이다. 다만, 같은 등급일 경우에는, 상대의 검술과 스텝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한 전술적 유용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검술 훈련과 스텝의 숙지에 게을리하지 말고, 각국의 서로 다른 검술과 스텝에 대해서도 공부를 하는 것이 검사의 길의 시작이라고, 못이 박히도록 떠들어 대던
고지식하기로는 드래곤과 쌍벽을 이룰 만큼, 상당히 귀찮은 존재이자, 상당히 그리운 존재이기도 한 '리핀' 의 말이 떠올랐다.
'리핀' 그는 대륙에 딱 두 명 있는 그랜드 소드마스터의 칭호를 가지고 있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아델린이 마법사로써 인간의 한계를 돌파한 경지에 이르렀다면, 리핀은 검사로써의 한계를 돌파해낸 것이다.
다른 한명의 그랜드마스터로 현 로산드라 왕국의 여왕인 아델린의 딸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세계의 축복을 받은 용사 아델린의 피가 이어졌기에 가능했던 특수한 케이스였고,
인간 본연의 노력으로 한계를 돌파해낸 것은 리핀이 유일 무이 하다고 할 수 있다.
아델린이 소환되어서 용사의 길을 걷게 되었을 때, 그의 파티에 참가하여 아델린을 언제나 근접전에서 지켜주었던 검사였다.
왠 복이 그렇게 많은지, 동맹국 왕자의 신분을 타고나고 어린 나이에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재능을 타고난 천재 검사였지만,
거들먹 대지도 않고, 진심으로 자신을 지켜주고, 친구로 대해주었던 고마운이였다.
다만, 앞에서 기술했듯이 드래곤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고지식했던 것은 상당히 거슬리는 점이긴 하였었다.
드래곤이야 수천년을 살아서 그렇다쳐도, 리핀은 당시 18세였었는데 말이다.
물론, 천부적인 검사로써의 재능과 그의 고지식함에서 나오는 성실함이 결국은 그랜드소드마스터의 경지를 이루게 한 것은 아닐까 라고 아델린은 생각했었다.
그리운 옛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아델린은 두 무사를 통해서 조선의 검술과 보법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흠... 분명히... 다르긴 하지만, 닮았어...'
그래도 이왕이면 대륙 최고 검사인 리핀에게 검을 좀 배워 보고자 했던 아델린의 섣부른 판단에 의해서 노년에 강제로 주입식 교육을 받았던
다양한 대륙의 검술과 스텝 중에 분명히 지금 두 호위무사가 보여주는 조선의 것과 비슷한 것이 있었다.
'허...참...울며 겨자먹기로 익혔던 것들인데, 여기서 그 도움을 톡톡히 보게 생겼구나. ㅎㅎㅎ'
다행히 숙지하고 있었던 것과 비슷하기에 금방 파악이 되었고, 아델린은 이제 슬슬 끝을 내려고 하였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정보를 얻은 셈이군. 이제 슬슬 마무리 해볼까? 이렇게 마나를, 아니 오러를 검에 입히고 날리면 되는 거였지? ’
기본적으로는 마나 혹은 기로 표현되는 자연의 힘을 운용하여 사용한다는 점에서
마법사의 마나나 검사의 오러, 혹은 이곳의 용어로 검기나 다 같은 맥락이기는 하나, 미세하게 다른 점도 있었다.
검사의 오러 혹은 검기는 형태와 용도는 동일하나 오직 그 힘의 차이만 존재하기에 투박하여도 효율이 좋은 형태로 운용되기만 하면 되지만
마법사의 마나는 미리 설계된 복잡한 수식을 통해, 파괴와 회복같이 서로 상반되는 무수히 많은 다양한 용도와 효과를 지닌
각각의 마법을 수행하기 위해서 좀 더 유연하고 가공하기 쉬워야 한다는 점에서, 마나의 운용과 오러의 운용은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아델린은 그들의 공격을 가볍게 막다가 살짝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마법검에 오러를 강하게 실은 뒤 그들을 향해서 날렸다.
그들은 자신들의 검에 검기를 실어서 막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아지랑이 같은 희미한 수준의 검기를 담은 그들의 검은 아델린의 선명하고 강하고 큰 오러에 의해서 무참히 잘려 나가버렸다.
“헉...이런 수준의 검기를 날리다니...너...너는... 누..누구....”
그리고 미처 말을 잇지 못하고, 그들의 몸은 순식간에 잘려버렸다.
믿고 있던 두 호위 무사가 허무하게 쓰러지자, 아직도 중력에 붙잡혀 허우적 대던 김시정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여전히 40 여명의 부하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고
아무리 전투에 대해서 문외한이라 하여도 지금 아델린이 보여준 강함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김시정.
그는 인조반정의 공신이고, 현재 조선을 움직이는 일원 중에 하나 였지만,
그 반정을 성공하게 만든, 일국의 장군을 능가하는 수준의 무인들이 어느 순간 대거 등장하게 된 것과
그들을 실제 움직이는 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었던 터였다.
자신을 지켜주지만, 동시에 자신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내 뜻대로 하지도 못하는 저 호위무사놈들.
그놈들 뿐만 아니라, 나라 곳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이미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다.
이대로 누군가의 꼭두각시가 되는 상황을 벗어나고자 그동안 은밀히 사방으로 정보를 모아 왔었다.
그런데 알게 되면 알수록 자신의 상식을 넘어서는 무의 집단 앞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터였다.
그나마 얼마 전, 고대로부터 나라를 지켜오던 치우라는 또 다른 무의 집단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조사해 보려 던 차였다...
이때 상식을 뛰어넘는 저 무사 둘을 간단히 제압하는 사내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사내가 어쩌면 그들과 연관 있을지도...’
김시정, 그는 특별히 뛰어난 것도 없었던 자였다. 과거에 급제한 것도 아니고 조선시대에는 천대받던 음서제도 출신임에도
지금의 1등공신의 위치에까지 올라가게 되었던 것은 그의 시류를 읽는 능력과 그 능력을 이용한 아첨과 청탁에 탁월하였기 때문이다.
눈앞에서 호위무사의 죽음을 목격하며, 눈앞이 하얘지고, 손을 벌벌 떨면서도 그의 유일한 천부적인 능력은 지금 발휘되려고 하고 있었다.
‘그래, 저자를 일단 잘 구슬려 보자. 잘만하면, 이 순간을 모면하게 될 뿐만 아니라, 큰일을 이룰 수도 있으리라’
“이보게...정말 감사하네...사실 저 두 놈이 나를 겁박하고 있었네...나를 구해줘서 고마우이...
내가 새 나라의 공신 이라 고는 하나 아무 힘도 없는 늙은이라네...정말 고마우이...”
김시정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마치 유괴범들에게서 구해진 인질과 같이 감사함을 진심으로 표하고 있었다.
힘은 있다고 해도 아직 어려 보이는 이 젊은이는 정치력 고수인 자신이 충분히 구워 삶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델린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세계를 구했고, 압도적인 힘을 가졌었지만, 그것 만으로는 오랜 세월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여러 나라들이 존재하는 대륙을 평화롭게 공존 시킬 수는 없었다.
강대한 위협 앞에서는 모두가 하나가 되지만 재앙이 사라지게 되면, 아니 완전히 사라지게 되기 전부터 배신과 음모가 도사 리기 시작했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순수했던 그는 그것이 참 힘들었었다.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는 전대미문의 9서클 마법사가 되는 것보다도 능숙한 정치인 국왕이 되는 것이 훨씬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정치 9단 김시정이 보기에 세상 물정 모르게 만만히 보이는 이 젊은이는 사실 인생의 온갖 풍파를 다 견뎌낸 노인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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