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매력. 미녀 현무가 나타나다.
정명공주가 놀라서 소리쳤다.
"뭐야. 저 터무니 없이 커다란 거북이는!!!"
그 자체가 커다란 섬이라 할 정도로 거대한 거북이가 천천히 말했다.
"어........나......나는 사신인 현무다. 노...놀라지 말아라. 인간의 아이야."
정명공주의 반지에서 삼족오가 머리를 내밀고 말했다.
"저....은둔형 외톨이놈. 빨리 좀 말하라고!!!! 답답해 죽겠다고!!! 그동안 백호의 신물을 가지고 어디에 숨어 있던 거냐?"
현무의 몸에서 밝은 빛이 나면서 거대한 형상은 곧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일행이 있는 공중의 조그만 땅으로 올라왔다.
현무는 백옥과 같은 피부를 한 은발의 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중성적인 매력이 보이기도 하였다.
눈부신 미녀의 등장에 아델린은 자신도 모르게 입이 헤벌레 벌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정명공주의 일격이 그의 뒤통수에 날아와 꽂혀버렸다.
"으아아악!!! 뭡니까....제발 좀!!! 때리지 좀 마시라고요!!!"
그러나 아델린의 항의를 전혀 받아 주지 않는 정명공주였다.
"흥....추하게 벌려진 입이나 닫아라. 꼴 사납게....."
여자의 마음에 둔하디 둔한 아델린은 자신이 왜 맞았는지 아직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부어오른 뒤통수를 문지르면서 현무에게 말했다.
"당신이 사신의 하나인 현무입니까?"
아델린은 이지적인 매력의 현무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다시금 입을 헤벌레 벌리고 쓸데없는 말을 해버렸다..
"참으로 미인이십니다. 의인화하신 현무님은 혹 여인이신 겁니까?"
"아....그...그게....나...나는..."
이지적인 매력을 풍기는 외모와 달리 현무는 상당히 말이 느렸다. 그것이 참을 수 없이 답답했던 삼족오가 대신 끼어들었다.
"쟤. 자웅동체다. 푸하하하하. 암컷과 수컷이 같은 몸이라고. 아델린 니놈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고."
삼족오가 비웃자 아델린의 얼굴은 순식간에 시뻘개져 버렸다. 그리고 당황하여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
"뭐......뭐가...그냥 객관적인 사실을 말했을 뿐이지. 내가 뭐....뭐랬냐."
삼족오는 그동안 자신을 하대하며 함부로 해댔던 아델린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신이나서 있는 힘껏 비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델린은 귀까지 시뻘개진 상태로 애써 삼족오의 비웃음을 무시하였다.
이제는 현무를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말을 하였다.
"폭주하는 모문룡을 이 보자기로 막아내신 것이 혹 현무님이십니까?"
현무는 아델린의 손안에 곱게 안겨져 있는 보자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그래요....제...제가 그랬어요. 그....보..보자기는 제가 지키는 신물인 칠지도의 힘으로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방....방어에 특화된 사신인 저의 능력이 극대화 되어있습니다. 무엇이든 막아내고 감싸버릴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지요."
아델린은 손안의 보자기를 군침을 흘리면서 바라보며 생각했다.
'최강의 방어능력이라. 이 엄청난 '영'의 에너지도 가뿐히 감싸버리는 방어력이라. 참으로 탐나는도다.'
아델린의 생각을 읽었는지 현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그 안의 '영'의 주인들을 찾아 주신 다음에 그....그 보...보자기는 가지셔도 됩니다."
그 말을 들은 아델린은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숨기려 했지만 얼굴에 다 드러나고 있었다. 그런 아델린을 보면서 현무는 말을 이었다.
"모..모문룡의 꾀임에 빠져서 '영'을 빼았겼던 불쌍한 명나라 난민들은 이미 죽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영'은 취하십시요.
커...커다란 도움이 되실 겁니다."
이번에는 티르빙이 좋아 죽었다. 평소 무섭게 생긴 티르빙의 눈이 하회탈의 그것과 같이 변해버렸다.
'클클클클.....얼굴도 이쁜게 하는 짓도 이쁘구나...클클클클.'
아델린은 주책을 떠는 티르빙의 눈을 한번 손가락으로 튕기면서 말했다.
"아니..이 귀한 것을 어찌 처음 보는 저에게 주신다는 말입니까?"
현무는 아델린을 진중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다...당신이란 존재를 수 백 년의 시간 동안 기다려 왔습니다. 제..제가 보관하고 있는 신물.
근초고왕의 '칠지도'와 백호에게서 맡아두었던 '금척'. 그...그 두 가지 신물 모두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아델린은 의외로 엄청난 말을 쏟아내는 현무를 보면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네?????..............아니. 저를 수 백 년의 시간 동안 기다리셨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두 가지 신물을 모두 주신 다고요?"
옆에서 있던 금척의 수호자인 백호도 말했다.
"나야 현무 자네를 믿고 자네가 하라는 대로 내가 친히 지켜야 할 신물도 자네에게 맡겼었네만.
수 백 년을 가지고 은둔해있다가 갑자기 아델린 아우님께 그것을 준다니. 나에게도 설명이 필요하네."
현무는 느릿느릿 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저는 물을 다스리기도 하지만 부끄럽게도 지혜의 신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지...지금으로부터 수 백 년 전. 이 세상에 존재하여서는 안되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아델린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 존재가 혹시 '그분'이라는 자입니까?"
현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여...여러분이 아시는 그 자가 맞습니다. 처...처음 그자가 등장하였을때 저는 그를 찾아갔었습니다.
그...그자는 실로 놀라운 이야기들을 해주었습니다."
"네...어떤???"
아델린은 드디어 찾아 헤매던 '그분'이라는 자의 정체를 알 수 있겠다는 희망에 눈을 반짝이며 현무의 말을 들었다.
현무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그런 그녀에게 아델린이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아무것도 아닙니다. 제...제가 조금 많이 예민한 성격이라. 무...무언가를 느낀 것 같았는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그래도 불안하니 일단은 제 안전 가옥 중 하나로 가시죠."
"에??? 안전가옥이요??
아델린의 물음이 마치기도 전에 일행은 푸른 빛에 감싸여버렸다. 그리고 한순간 일렁이더니 그들의 모습은 사라져버렸다.
-어디인지 모를 현무의 심해 안전가옥-
정명공주가 신나서 말했다.
"야..아델린...저기 봐봐. 생전 처음 보는 물고기들이야."
현무의 심해 속 안전가옥은 소박하기는 하였으나 투명한 창을 통해서 바다 속 풍경이 다 보였다.
정명공주는 난생 처음 보는 심해의 풍경에 넋을 잃고 있었다.
"야....삼족오. 그리고 백호형님은 이런 것도 없으십니까??"
아델린의 말에 삼족오는 버럭하면서 말했다.
"아니.....정신체인 우리한테 거처가 왜 필요한데. 그건 다 쟤가 은둔형 외톨이에다 안전강박증 환자라서
이런 바닷속 깊은 곳에 이딴 거를 만들어 놓은 거라고!!! 쟤가 이상한 사신이라고!!! 우리가 이상한 게 아니라."
"아..네....네..."
말을 흐리며 그저 웃고 있는 아델린의 반응에 삼족오는 더욱 열 받아서 미칠 지경이었다.
불을 다스려서 그런지 극도의 다혈질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조그만 자극에도 버럭하는 삼족오였다.
아델린은 이런 삼족오를 놀리는 것이 어찌나 재밌는지 지금 이 순간 에도 참지를 못했다.
아델린은 그토록 궁금했던 '그분'이라는 자의 정체를 듣기 위해서 삼족오를 놀리는 자신의 취미생활을 잠시 멈추고 현무에게 말했다.
"아까 하던 이야기 계속 해주시겠습니까?"
현무는 느릿 느릿하게 일행에게 차 한잔 씩을 주고서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그리고 말을 이어서 하기 시작했다.
"아...그..그자는 말했습니다. 자...자신은 시간을 넘어서 온 자라고."
"네??? 시간을 넘어서 왔다고요??"
"네...그...그의 눈은 증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그자는 숨기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자는 순수한 악이었습니다.
억..억울하게 비틀려버린 모든 것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신물을 가져가야겠다고 하였습니다."
"신물을 가져가기 위해서 시간을 넘어서 왔다는 건가요?"
"그...그것은 확실치는 않습니다. 분명히 전세계에 있는 신물이 그자의 목적임은 확실합니다.
하...하지만 다른 이유가 또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칠지도를 가지고 계신 것을 보면 그때 빼앗기지 않으셨던 거네요?"
"아....그...그때는 운이 좋았습니다. 이...이유는 모르지만 그 자는 굉장히 쇠약해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방어에 특화가 되어있는 저였기에 겨우 그자의 공격에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약해져 있다고는 해도 그 자의 힘은 터무니 없이 강대하였습니다.
저는 있는 힘을 다해서 그곳에서 도망쳐 나왔던 것이었죠."
현무는 목이 타는지 차를 한입 마시고서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그...그 자의 목적이 신물인 것을 알고서 급하게 사신들을 찾아가서 그...그들의 신....신물을 숨기려고 하였습니다."
아델린은 의아해 하면서 말했다.
"근데...왜 백호한테만 간 거였죠??"
현무는 삼족오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삼...삼족오를 찾아가긴 했었는데....원...원래가 저의 물의 속성과 상극인 불의 속성을 지니고 있기에
저...저를 싫어했었는데. 그 당시도 부활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서
지금처럼 어린 아이같이 기억과 생각이 깊지 못하여 제 말을 도통 이해를 하지 못하고 화만 내서......."
"뭐시라....어린 아이같이. 이 은둔형 외톨이 놈이 말이면 다 인줄 아나???"
삼족오가 현무에게 불길을 뿜어대며 날뛰기 시작했다.
현무는 삼족오의 불길을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아.....그...그게....지금처럼 날뛰어 대기만 하니까....그냥 나왔습니다."
아델린은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아....그렇다면 청룡한테는 가지 않으셨습니까???"
현무는 이제 죽어버린 청룡을 생각하며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그....그것이....그때 '그분'이라는 자를 만났을때 이상한 이야기를 들어서 말입니다."
"이상한 이야기라니요??"
"그...그자가 저를 보고서 그리 말하였습니다. 반..반쪽이긴 하지만 자신의 힘을 잇고 있다고.
하...하지만 아쉽게도 되살려줄 기억조차 없는 반푼이라고.
그..그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그 자가 말했던 힘은 저의 반쪽인 용의 모습을 보고 말한 듯 하였습니다."
아델린은 설마 하며 생각했다.
'혹시 '그분'이라는 자의 정체가 드래곤인가. 정황상 충분히 의심할만한 일은 많았었다.
그런데 시간을 거슬러오다니 이곳과는 다른 차원의 세계가 아니었나?'
현무는 복잡한 심경을 하고서 말했다.
"그자가 말한 것이 용을 의미한 것이라는 결론 하에 신물을 숨겨두고
일이 잘못 되었을 경우에 즉시 도망칠 준비를 끝낸 상태로 조심스럽게 청룡을 만나러 갔었습니다."
"이미 늦으셨던 건가요?"
"네....제가 도착했을때 청룡은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분'이라는 자가 세상에 출현함과 동시에 영향을 받은 듯 하였습니다.
없어진 기억이 돌아왔다며 저에게 신물을 내놓으라고 겁박하는 그를 보며
준비해두었던 방법을 통해서 즉시 도망쳐서 백호에게 갔었던 겁니다."
아델린은 의문점이 들어서 물어보았다.
"근데...마지막으로 찾아가신 백호형님에게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셨던 건가요?
형님은 '그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이미 청룡이 배신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계시던데.
얼마 전 상의하러 가셨다가 혼쭐이 나셨다고 하셨습니다."
현무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그것이...있는 모든 것을 그때도 다...말해 주었습니다만......에휴.......백호의 기억력이 저 정도 인줄 알았다면
그 모든 것을 다 적어주었을 텐데 말입니다. 다 저의 불찰입니다."
한숨을 쉬는 현무를 보며 백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바보같이 웃고만 있었다.
"이런...바보 멍청이 같은놈. 니놈은 그냥 바보지?.....으 답답해 죽겠네."
삼족오는 그런 백호에게 불같이 화를 버럭내며 구박을 하고 있었다.
아델린은 그런 사신들의 모습에 이제는 익숙한 듯 현무에게 궁금한 것을 다시 물어 보았다.
"백호형님의 사인참사검에 이런 글귀를 새겨두지 않으셨습니까?"
-시간을 초월한 자여. 가도로 오라-
"저에게 남기신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이신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