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표 장어구이와 치우의 정체.
어색하던 그들에게 드디어, 광해군이 김율을 부르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김율아, 여기 좀 와봐라”
“아...넵!!!”
김율은 재빠르게 부엌으로 나갔다.
“여기있는 것들 지키는 병사들한테도 좀 나눠주고, 마을 사람들한테도 좀 나눠주고 와라. 우리야 이 정도로만 해도 충분하니”
“넵!!! 주군”
이내 광해군이 가지곤 온 상에는 비록 종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먹음직해 보이는 기본 찬과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장어구이가 차려져 있었다.
‘호오...이것 참, 이번 조선행 나쁘지 않은데, 강화도 갯벌 장어구이를 먹게 되다니...ㅎㅎㅎ
그것도 광해군이 직접 해주는 요리를 먹게 되다니!!!’
광해군이 아델린에게 권하며 말했다.
“차린 건 많이 없지만, 싱싱한 재료로 만들었으니 많이 먹게나”
아델린은 장어구이를 한 점 먹어보았다.
“오호홋!!!!이럴수가!!!!”
쫄깃쫄깃하고 담백하고 전혀 비리지 않고 갯벌향도 제거된, 적당한 기름이 배어져 나오는 그 식감에 그는 너무나도 행복해졌다.
‘아, 이 자의 진정한 재능은 분명 요리에 있을 수도. 신선한 재료에 이자의 조리법이 더해져 무시무시한 요리가 되었구나...’
자신이 만든 요리를 너무 나도 맛있게 먹어주는 아델린을 흐믓 하게 보며 광해군이 말했다.
“다만, 지금 가진 술이 없어서 말이야...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못해서 어쩌누...”
안타까워하는 광해군에게 아델린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내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미리 미리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아공간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흠...장어구이와 제일 어울릴만한 게....’
그는 이내 웃으며, 자랑스럽게 술 한 병을 아공간 에서 꺼내었다.
‘혹시 또 소환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대비를 하기로 마음 먹은 날,
가장 먼저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하였던 아이템이 바로 술이었지...ㅎㅎㅎ’
술에 진심인 아델린은 뿌듯한 얼굴로 자신이 꺼내든 술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광해군에게 한잔 따라주며 권했다.
“자...마셔보십시오...레드와인이라는 것입니다.”
장어와 와인이 어울릴까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실제로 미켈란젤로가 즐겨했던 것이 장어와 와인의 조합이었고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에서도 추천되는 와인페어링이다.
광해군은 처음 보는 술에 호기심을 가지며, 한잔 마셔보았다.
“오호호!!! 적당히 떫으면서 포도 풍미가 진하게 나는 이 맛은!!! 장어의 기름진 맛에 확실히 어울리는 조합이구만!!! 대단하네 대단하네, 아하하하”
광해군과 아델린은 노릇노릇한 장어구이와 와인을 통하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마침 남는 장어구이를 다 나눠준 김율이 돌아왔다.
“어서오게나...여기 선비님이 가져오신 요상한 술 한번 먹어 보게...장어와 정말 환상의 조합이야...”
조금 취기가 오른 광해군이 무사 김율에게 술과 장어를 권하자 김율은 장어는 맛있게 먹었지만,
아델린이 가져온 와인은 수상하게 쳐다 만 보고 있었다.
음식에 진심인 광해군은 김율에게 말했다.
“주군의 명령일세. 어서 마시도록 하게. 내가 이미 자네의 기미상궁 역할을 이미 해버리지 않았나.
어서 마셔봐, 자네에게 새로운 세계를 알려주고 싶어서 그래.”
주군의 명령에 마지못해 김율은 레드와인을 마셨다.
“오호홋!!! 이런 맛이...특히 장어와 먹으니 환상의 조합입니다!!! 하하하하!! 설령 독이 들었다 쳐도 충분히 감수할 만 합니다. 하하하하”
아델린을 아직도 경계했던 김율도, 평생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맛의 술이 장어와 가져오는 조합을 통하여
이내 조금은 경계를 풀고, 화기애애한 술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자리가 무르익게 되자, 광해군이 말했다.
“자...아델린, 자네나 나나 서로에게 궁금한 것이 상당히 많은 것 같네만”
아델린은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얻게 된 자신의 통찰력을 믿으면서 비록 오늘 짧은 시간 알게 되었지만,
그의 직감이 안전하다고 말해주는 광해군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광해군과 김율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수긍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허...참으로 믿을 수 없는 일이네...흠...하지만...어쩌면... 그럴 수도...”
수긍하는 그들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는 아델린이었다.
“제 말을 믿을 수 있습니까?, 제가 미친 사람 처럼 보이지는 않습니까?”
“믿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에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네.
치우의 일을 보아도 그렇고...”
“주군...그건 좀...”
치우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김율이 광해군을 말리려 한다.
“아니네. 아델린이 우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으니 우리도 응당 말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나를 믿어 주게나. 내 직감도 이 자는 안전하다 하네”
그리고 광해군은 아델린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라고 하였다.
아델린은 기다렸다는 듯이 망설임 없이 질문했다.
“혹, 그분이란 자를 아십니까??”
“흠...자네가 알고 있는 그 정도 수준 밖에는 알지 못한다네. 다만, 추가한다면 그 자가 원하는 것이 단순한 왕의 교체가 아니라는 것 정도 일까...”
아델린은 김율을 힐끔 보고 나서는 광해군에게 다시 질문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강한 무를 가진 이들이 그 자에 의해서 대량으로 길러졌다고 하던데,
여기 김율 무사님의 힘도 혹 그자와 관련이 있는 지요?”
“아닐세, 아니야...흠...어떻게 설명하여야 하나...나도 알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야.
여기 김율 이 친구는 원래부터 관직에 있던 이가 아니네.
이 땅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무의 집단이 있다네. 그들은 치우라고 불린다네.
마치 전설 정도로만 내려 올 정도로 그들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다네.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무의 세계가 그들에게는 은밀히 이어져 오고 있고, 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이들이네.
이 땅에 많은 왕조가 생기고, 사라질 때에도 그들은 결코 관여하지 않는다네.
다만, 이 땅에 왜란과 같이 왜적의 침입으로 백성들이 고통을 겪을 때에는 비로소 그들은 세상에 나타난다네.
아델린은 그 말을 들으며, 마치 과거에 좋아했던 무협지가 생각났다.
'흠...마치 중원의 무림인들과 비슷한 것 같군...'
광해군은 말을 이어서 해나갔다.
자네. 몽고인들이 천하를 평정할 때, 끝까지 함락시키지 못하고 결국, 이 작은 고려만은 특별대우를 받았던 사실을 알고 있나?
고려정부와 왕은 일찍부터 강화도로 도망갔었네. 하지만 임금이 버리고 간 이 땅의 백성들은 싸웠네.
대표적으로 처인성의 승장 김윤후가 몽고군 원소 살리타이를 죽이고, 몽고군들을 대패시킨 것처럼 말일세.
당시 처인성에는 군인들은 고사하고, 대부분이 천인들 밖에 남아 있지 않았던 곳이네.
물론, 백성들은 목숨을 걸고 싸웠다네...하지만, 평생 무기를 잡아보지도 못했고,
변변한 무기조차 없는 그들이 세계를 벌벌 떨게 하는 몽고군을 어떻게 이겼겠나.
김윤후가 개인의 고강한 무공으로 살리타이라는 무장을 처리해버리고,
짧은 시간이지만 백성들을 훈련시키고 지휘하여 이룩해낸 말도 안되는 성과이지.”
듣고 있던 아델린이 물었다.
“그렇다면, 혹시 김윤후가 치우?”
“그렇다네...김윤후를 비롯해서 수많은 치우들이 임금이 버리고 간 이 땅의 곳곳에 들어가 의병을 이루고 몽고군과 싸웠던 거네.
그 승리들로 인해서 천하를 평정하고 정복한 나라의 왕조를 멸망시켜서
직접 통치했던 몽고인들이 유일하게 고려는 그대로 남겨두었던 것이지.
마찬가지로 부끄럽지만 임진왜란 당시에도 임금과 나라는 백성들을 버렸었네.
하지만 이번에도 곳곳에서 치우들이 일어나 각지의 백성들을 규합하여서 싸웠었네.
그 유명한 ‘홍의장군 곽재우’, ‘서산대사 휴정’, ‘사명당 유정’ 등이 모두 치우들이라네.
곳곳에 상식적이지 않은 승리가 일어난 곳에는 반드시 치우가 있었다고 보면 되네.”
아델린은 설마 설마 하며 물었다.
“혹시...이순신 장군님도?”
광해군은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하하하...그렇다네...이순신 장군의 말도 안되는 승리가 가능하다고 생각이 드나?
얼마 남지도 않은 배를 가지고 조선의 바다를 지켜냈다는 게? 그들이 초월자들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네.
그리고 여기 김율이 바로 그 치우였다네, 그래서 그러한 고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네.
그분이라는 자가 만든 무사들과는 다르다네.”
아델린은 흠칫 놀라며 물었다.
“여기 이분이 치우???.....흠....아니, 그런데, 어째서 치우가 지금 호위무사가 된 것입니까??
그들은 세상만사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잠잠히 듣고 있던 김율이 입을 열었다.
“아...그건 내가 말해주겠소.
흠흠.... 나도 임진왜란때 세상에 나와서 백성들과 함께 싸웠던 의병장이오.
전쟁이 끝나면 다시 돌아갈 생각이었지. 그런데 말이오.
임금도 버리고 간 이 땅에, 검도 제대로 잡을 줄 모르는 18살 밖에 안된 세자가 곳곳의 전쟁터를 직접 누비며 백성들의 사기를 고취시키고 다녔소.
싸움도 못하는 주제에 위험한 곳만 돌아다니는게,
걸리적거리기만 하고 처음에는 참으로 못마땅하였었는데
그가 보이는 진심이 점차 전해져서 나를 비롯한 치우들과 백성들의 마음을 사게 되었던 거요.
그러던 어느 순간 생사의 순간을 거치면서, 각성한 건지 유약하게만 보이던 세자의 말이 힘을 가지게 되었고,
의병 모두의 전투력을 실제로 올려주게 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소.
무의 길만을 정진해오며 다른 길을 무시했던 나는 그때 또 다른 차원의 세상을 보게 되었소.
세상 의 모든 길에도 경지가 있음을 말이오. 세상에 나아가 그것을 알고 싶었소.
한계에 다다른 나의 벽을 깨기 위한 답이 그곳에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때 알게 된 인연으로 지금의 전하를 모시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델린은 물었다.
"그렇다면, 치우는 이번의 '그분'이라는 자의 음모를 왜 막지 않았습니까?"
광해군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해주었다.
"우선은, 임진년 왜란을 통해서 많은 치우들이 전사하였고, 부상당하였어.
현재 치우의 전력은 많이 손상된 상태이네...
그리고 고려 때 겪은 뼈아픈 내전을 계기로 치우들은 철저히 외적의 침입외에는 외부의 일에 개입을 하지 않게 된 상태이네."
"내전 말입니까?"
"그렇네. 고려시대만 해도 '서희', '강감찬', '윤관' 등 치우들이 그때는 공식적으로 나라의 장군 자리를 맡아서 외적을 물리치기도 하였어.
그것이 효율적으로 백성을 지키는 방법이었기에 그리하였지.
권력을 탐하지 않는 것이 치우의 가장 근본 원칙이었고 세상에 나온 몇몇의 치우들은 그것을 철저히 지키며 세상과 공존하고 있었네.
다만...그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네..."
"그자...말입니까???"
"흠...바로 역사상 가장 강한 자라 일컬어지는 인물...'척준경' 말이네."
아델린은 반색하며 물었다.
"척준경???, 일명 조선의 소드마스터라 불리는 그 장군 말입니까?"
광해군은 잠잠이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네, '척준경' 그 자는 오랜 치우의 역사속에서도 돋보이는 자였네.
천재적인 기질과 무에 대한 끝없는 열망이 그를 기존 무의 한계를 극복해낸 최강의 무사로 만들어냈다네.
그리고 그런 그를 치우 내부에서도 추종하는 무리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지.
일부 지도부를 제외하고는 치우란 조직은 평등하며, 오로지 무의 길을 가기 위한 조직이었네.
그런데, 척준경의 추종자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만들게 되었고, 그러한 추앙을 받으며 척준경은 차츰 권력의 맛이란 것을 알게 되어버렸네.
그는 고려의 권력을 쥐어버림과 동시에 치우 자체도 자신의 통제 아래에 두고자 하는 괴물이 되어버렸다네.
그리하여, 치우 내부에서 척준경파와 반 척준경파의 내전이 일어나게 되었고,
가까스로 반 척준경파가 승리하게 되었고 척준경도 제거되어버렸다네.
하지만 내전에서 승리하였다고 하여도 치우 조직은 괴멸되어버린 상태가 되어버렸고
척준경을 추앙하던 무리들은 세상으로 도망가버리게 되었네."
아델린은 자신의 역사 지식을 동원하며, 추론을 하였다.
"설마...그자 들이 무신정권의 주역?...."
광해군은 은근히 놀라면서 말했다.
"하하하....그것을 다 알아내다니 대단하군...맞네...그 무리들은 고려 군부로 잠입을 하였고,
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무공은 곧 군부를 장악하게 되었네.
그리고 고려가 무인들에 의해서 장악이 되어버리는 무신정권이 수립되게 되어버린 것이지.
하지만 일단 고려의 찬탈을 이뤄내자,
무의 길을 버리고 권력과 탐욕의 맛을 알아버린 그들은 이제 서로 간의 끝없는 권력투쟁에 빠져서 고려를 피폐시켜버렸네.
이것이 치우의 뼈아픈 과거이자, 그 이후에는 병적으로 외부의 세계에 대한 개입을 꺼리게 되는 이유가 되어버린것일세.
물론 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 같은 경우는 바다를 지키기 위해서 공적인 자리에서 동원 가능한 배가 필요했기에
어쩔 수 없이 의병장이 아닌 공식적인 장군이 되었었던 거였고,
또한 그분은 결코 권력의 힘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심신의 수양에도 도가 텄던 분이시기에 유일한 예외였었지.
지금 치우의 힘이 절실한 지금이지만, 치우 내부에서는 아직도 의견이 충돌 되는 모양이야.
'그분'이란 예상외의 존재의 등장에 대해서 자신들이 나서야 할 일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단순히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한정해서 보아야 할지.
그래서 이번 '김율'이 치우를 설득하려고 갔던 거기도 하고..."
아델린은 김율을 쳐다보며 말을 했다.
"그래서, 이번 치우에서의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