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금에 가다.
아델린은 오늘 밤은 투명마법을 건 채로 국경일대를 살펴볼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옷은 갈아입지 않고 전원에게 투명화 마법을 시전하였다.
"인비져빌리티"
소현세자가 말했다.
"헐....아무리 밤이라지만 내가 사라지다니. 믿을 수 없구나."
"자 빨리 가십시다. 지금부터 일정이 빡빡하게 진행되실 겁니다. 어서 포탈로 들어가세요."
가이드 아델린의 지휘하에 일행은 압록강 이북의 국경지대에 도착했다.
"자 세자저하. 지금의 일정은 저하를 위한 코스이옵니다. 원하시는대로 말씀만 해주시십요."
"흠....살펴보기가 쉽지는 않구나.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봐야 할 거 같은데."
"높은 곳이요? 갑시다. 높은 곳." "플라이"
아델린의 주문이 시전 되자 일행은 하늘로 떠올랐다.
"오오오......이건 또 뭔가......하늘을 날다니....근데 좀 천천히........흐읍 흐읍......"
소현세자는 처음 겪는 비행에 다소 놀란 듯 하였지만, 반쪽 소드마스터 정명공주와 이미 한번 경험이 있는 아진이는 신나게 시간을 즐겼다.
아델린은 소현세자의 손에 자그마한 각인을 새겨주었다.
"저하. 이제 저하가 원하시는 대로 알아서 자동으로 움직일 테니, 보고 싶은 곳을 실컷 보소서. 저는 좀 쉬겠습니다."
아델린은 소현세자에게 권한을 넘겨버렸다.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소현세자는 국경일대를 비롯해서 후금의 군대의 주둔지들을 꼼꼼히 살폈다.
아진이와 정명공주는 하늘을 나는 것에 여전히 신나서 마치 관광을 온 것처럼 여행을 즐겼고, 아델린은 이순신 장군이 말했던 광개토 대왕의 무덤에 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흠....티르빙.....너는 어찌 생각하냐?'
'클클클클....빨리도 물어본다. 가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너 스스로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각성을 하는 것은 노력하다고 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일단은 최대한 도움이 되는 유물들을 찾아보는 것이 지금에 있어서는 최선일 거다. 그리고 유물들 중에는 엄청난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지.
클클클클..... 세계의 비밀도 모르는 애송이 주인 놈아. 니 생각으로 지금 이 세계의 한계를 정하지는 말아라.'
'세계의 비밀???그게 뭔데???'
'클클클클....지금 말해줘도 너는 모른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참 비싸게도 구네.... 티르빙. 너의 본체는 나보다 강하다고 했었지? 어떻게 한계를 뛰어 넘은 건데?'
'말했 듯이 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가르쳐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너의 경지에서도 그러한 것쯤은 알 텐데....클클클클.'
'어.........안다고. 이 놈아. 그저 답답해서 그렇지.'
'클클클클. 하지만 한 가지 각오는 해 놓아야 할 거다. 그 순간이 오기는 할지 모르겠다만, 만약에 오게 된다면 너도 더 이상 지금의 너가 아닐지 모르니. 클클클클.'
'???아까부터 자꾸 뜬금없는 얘기만 하고 있냐. 뭔 말 인지 알아듣게 제대로 좀 말해봐.'
'여전히 멍청한 주인 놈이다. 클클클클. 내가 왜 세상을 멸망시키려 했겠냐. 나름 성군이었던 나다. 깨달음에 도달하고나서 그렇게 변해버린거지.'
'왜 세상을 멸망시키려 한건데??'
'그건 아까와 같이 지금 말해도 너는 알 수가 없다. 세계의 비밀에 대해서 말해줘도 모르는 것처럼 지금의 너에게는 설명할 수가 없다. 클클클클.
그냥 마음의 준비를 해두라는 거다. 너도 나와 같이 될지 모르는 상황을 말이다. 클클클클.'
'하아아아아....자꾸.....원점으로 돌아가게 하는구나. '그분'이라는 놈도 너처럼 그래서 미친 짓을 하고 다니는 건가?'
'클클클클. 그건 모르지. 아무튼 그 녀석을 이기기 위해서는 너 자신이 변해야 할지도 모른다. 참으로 모순적이구나.
세상의 적인 그 녀석을 이기기 위해서 아델린 니 녀석이 세상의 적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
'흥.....무슨 시덥잖은 현자 노름이냐. 마검 주제에....이따가 무덤에서나 나와.'
시간이 더 지나고 소현세자가 말했다.
"흠...이쯤 되면 후금의 강대함은 더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네. 궁에서만 듣던 것 하고는 역시 다르군. 과히 대륙의 명나라와 한판 승부를 벌 일만 한걸.
국경을 맞닿고 있는 우리로써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네. 저들은 자신들의 후방의 적이 될 조선을 가만두지 않을 테니 말일세.
지금 국경 일대의 군대의 움직임도 상당히 수상하네. 몇 년 이내에 조선에 다시 끔찍한 전화가 일어나게 되지는 않을까 너무나도 염려스럽구나."
아델린은 소현세자의 영민함에 감탄하였다. 어린 세자가 시류의 흐름을 읽음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짐작하는 것이 대견하면서도 씁쓸하였다.
'너의 영민함이 꽃도 피우지 못하게 되어버렸으니....'
역사에는 가급적 관여를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던 아델린이었다.
청나라의 침략으로 인한 혼돈의 세월 속에서 고생만 하다가 결국 귀국해서 죽음에 이르게 되어버리는 세자의 운명이 가슴 아팠다.
'내 이래서 가까이 하지 않으려던 것인데.'
앞으로 근 3년 안에 다가오게 될 전화의 불길. 그것을 알고 있는 아델린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했다.
하지만 역사를 왜곡하는 '그분'이라는 존재를 상대하는 것 외에는 관여를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여겼기에 하늘의 달을 보면서 인생의 기구함을 한탄하고 있었다.
"그럼 후금의 탐방은 이대로 종료해도 되겠습니까? 아니면 밝은 날에 수도인 요양에 한번 가보시겠습니까?"
세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가능하다면, 요양성에 가서 민심도 살펴보고 싶네만. 가능하겠는가?"
"그거야 물론, 입을 옷도 갖추어 놓았으니 문제는 없습니다만."
대화를 듣고 있던 정명공주가 끼어들었다.
"여기 만주어 할 줄 아는 사람 있어??? 그건 어떻하려고??"
아델린이 대답했다.
"언어를 자동으로 통역해주는 마법이 있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럼 머리는??? 후금은 변발 아니었나??? 니들 자를 거야???"
아델린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맞다......그건 생각 못했네......."
정명공주는 언제나 따박 따박 맞는 말만 해서 은근히 성질을 돋구었던 아델린에게 자신의 지적이 통한 것이 은근히 통쾌한 듯했다.
"흥.....제대로 준비 안 하냐???"
"뭐...귀찮긴 하지만 허상을 통해서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마법도 있긴 하니 문제 없습니다."
"흥....마법 편해서 좋겠다. 뭐든 된대."
"뭐든 되는 건 아니지 말입니다."
"하아......저거....끝까지........."
얼굴을 붉히는 정명공주를 재미있게 보며, 아델린이 일행에게 말했다.
"자.....그럼 날이 밝을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들를 때가 있습니다."
정명공주가 피곤한 듯 말했다.
"안자???내일 요양성에 가려면 지금 잠 좀 자두어야 되지 않아.??"
"그니까 제가 빡센 일정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동하는 동안 주무시던가요. 자 출발입니다."
아델린은 다시 일행의 비행 통제권을 가져와서 광개토대왕의 무덤인 태왕릉으로 향했다.
"여기 쯤인가??"
아델린은 소현세자가 가지고 온 지도를 보면서 말했다. 압록강 이북 국경지대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었다.
"흠.....한반도의 대표적인 왕인 광개토대왕의 무덤이라기엔 좀 그런데. 잘못 왔나??"
아델린의 말대로 그곳은 면적은 꽤 되어 보였지만, 언뜻 보면 그냥 작은 언덕 같이 보일 만큼 무덤이라기에는 볼품없었다.
아델린은 마검 티르빙에게 말했다.
'야....무언가 기운이 느껴지는 게 있어??'
'클클클클...너....9서클 마법사 아니지??? 이것도 못 느낀단 말이냐???'
'나는 지금 능력을 봉인하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니냐. 나도 봉인을 풀면 이 정도 쯤이야 다 알지. 흥.... 아무튼 이곳이 맞다는 거지??'
'클클클클....변명도 많다. 그리고 능력을 굳이 봉인 하지 않고도 기운을 감추는 방법은 많을 텐 데. 애송이 주인 놈아.... 너는 그런 것도 모르나 보지?'
'참 말투가 거슬리긴 한데....너한테 배울게 좀 많긴 하네. 나중에 꼭 가르쳐줘라. 일단은 입구부터 찾아봐.'
'클클클클. 일단은 협조해 주도록 하마. 가능한 시간에 실컷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니가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조만간 너의 영혼은 나의 것이 될 테니.... 클클클클'
마검 티르빙은 아델린의 시야를 태왕릉 호분석 하나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밝은 빛나는 문자가 보였다.
"참 편하구나. 마검 티르빙 내비게이션. 너에게 영혼을 빼앗길 일은 없을 거고, 요긴히 너의 능력을 잘 사용해주마."
아델린은 일행에게 말했다.
"주무실만한 천막이 준비되어 있으니 여기서 쉬고 계시겠습니까? 아니면 저를 따라서 무덤으로 들어가시겠습니까?
뒤틀린 기운이 회복된 정명공주님정도면 세자마마와 아진이의 안전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듯 합니다만."
공주가 지체 없이 말했다.
"피곤하기는 해도 따라가야지. 잠 잘거면 궁에서 자고 있지 뭐하러 여기까지 왔겠냐. 나는 가는 걸로!!!."
"공주님께서 가시면 지켜줄 이가 없기에 다 가야 합니다. 공주님은 의견을 내실 수 없으십니다."
"뭐가 이래....너 다 속셈이 있었구나. 나를 부려먹을려고 기운도 바로 잡아 준거고..."
"ㅎㅎㅎ 이제 아셨습니까??? ㅎㅎㅎ 공주마마... 참 착하십니다. 뇌가. 하하하하."
아델린은 진심 통쾌한 듯 웃었다.
정명공주를 위로하듯이 소현세자가 말했다.
"저도 가보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잠을 자는 건 아니죠. 그 광대한 영토를 정복했던 대 군주의 무덤에 들어간다는 게 참으로 짜릿한 경험이 될 듯 합니다."
아진이도 말했다.
"공주언니~저도 갈게요. 평생 제주도도 못 가보고 죽을 팔자에 다른 나라 여행이라니.
이 일생일대의 기회를 허투루 보낼 수는 없지요."
"흠...모두의 의견이 그러하다면 같이 들어가 보시도록 합시다. 다만 어떠한 위험이 있을지는 모릅니다.
소현세자와 아진이는 정명공주님 옆에 바짝 붙어 계셔야 합니다."
아델린은 마검 티르빙이 알려준 호분석으로 다가가서 그곳에 떠오른 문자를 보았다. 입구를 여는 주문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때 티르빙이 말했다.
'클클클클....멍청이 주인 놈아. 거기에 손을 얹고서 너의 마력을 쏟아부어라. 무덤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시험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흠....그럼 능력을 해방시켜야 겠구나. 우선 이 일대의 공간 분리를 먼저 시켜 놓자. 괜히 후금에 있을지 모르는 고수들을 불러 모으기 전에."
아델린은 티르빙과의 대결로 자신의 마나의 한계를 절감하였기에,
부지런한 성격이 아님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차곡차곡 9서클 주문서들을 만들어 놓았었다.
그가 아공간에서 집어든 것은, 마나가 고갈 될 경우에 사용하려 아껴두었던 주문서들과는 달리
봉인을 해제하기 전에 사용하는 9서클 공간분리 마법 앱솔루트 스페이스의 주문서였다.
아델린이 주문서를 찢자 마법이 시전되었다.
"휘우우우웅......"
거대한 영역의 태왕릉 일대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간 아델린은 자신의 힘을 봉인해주고 있는 반지를 빼내었다. 그러자 정명공주가 잊고 있던 아델린의 본 모습이 드러났다.
그것을 처음 보는 소현세자와 아진이는 놀랐다. 비록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었지만, 그 위세에 몸이 반응했던 것이다.
정명공주가 오랜만에 기가 죽은 모습을 보이자, 의기양양해진 아델린은 우렁차게 말했다.
"자......고대 유적 탐험시작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