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마지막화 2.
속박이 풀린 아델린은 바닥에 쓰러져있는 정명공주에게 다가갔다.
심장이 뜯겨 버린 채 싸늘하게 식어버린 그녀를 안고 울었다.
한참을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검은 줄이 계속해서 그어지기 시작했다.
제오브리스가 신물의 힘을 이용해서 만들고 심었던 어둠의 힘.
그 힘이 아델린의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먹이로
그를 장악해 버렸다.
아델린은 오직 분노에 사로잡혀서 레비아탄에게 덤벼들었다.
그의 모든 힘을 다해서
그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레비아탄을 죽이려 했다.
하지만.
처참하게 그의 일격은 막혀버렸고
아델린의 목은 레비아탄의 손아귀에 들어가 버렸다.
아델린의 선택에 하늘에서 커다란 소란이 있었다.
성좌들의 내기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는 그저 하나의 여흥거리였던 것이다.
레비아탄은 천천히 말했다.
"크크크크....큭큭큭큭. 그럼. 잘가라. 아델린."
새로운 신이 된 레비아탄이 9서클 마법사 아델린을 죽이려 했다.
하지만 일순간 그는 멈춰 섰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흘러 넘쳤다.
"아차차차!!! 잠시만. 잠시만.
너는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아.
네놈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다시 무능력한 폐급 서민준으로 돌아가는 것이야."
레비아탄의 눈에는 광기가 서렸다. 그는 일대에 가득히 모인 성좌들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오늘 여러분의 새로운 동료가 된 레비아탄의 이름으로 제안하나 하겠습니다.
인간주제에 감히 우리에게 맞선 자입니다.
이자가 죽음보다 두려워 하는 것. 엄청난 상실감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성좌들이 흥미롭게 반응한다. 그것을 본 레비아탄은 신나서 떠들어 댔다.
"이자는 용사로 소환되어 세계를 구했고 백 여 년을 현명한 국왕으로 살아왔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9서클 마법사의 경지도 이루었습니다.
모두에게 떠받들여지는 것이 당연했던 영웅의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 자는 원래 2022년의 지구에서 소환되었던 자입니다.
그때의 그는 정말 무능력한 인생을 살고 있었고
그렇게 혼자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레비아탄은 너무나 재미있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아델린을 보면서 말했다.
"자.........모두에게 사랑 받던 영웅 아델린의 삶을 기억한 채로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는 무능력자.
은둔형 외톨이 서민준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2022년 7월 25일 인천의 오래된 빌라.
"으아아아악...."
비용을 지르며 서민준은 잠에서 깼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영웅 아델린으로 살던 시절 가끔 악몽에서 보던 자신의 오래된 빌라.
작은 빌라에는 아무도 없었다.
캄캄한 어둠만이 방에 가득했다.
서민준은 후다닥 일어나서 휴대폰의 잠금을 해제했다. 그리고 오늘의 날짜를 확인했다.
2022년 7월 25일 00:00
"하아....미치겠다.
이 날짜는 내가 대한민국에서 로산드라 왕국으로 소환되었을 때다.
레비아탄 놈이 나를 다시 돌려보낸건가.
아니면 구운몽 처럼 현실 같은 꿈을 꾼 것인가."
서민준의 머리는 아직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공상인지.
노인들만 사는 오래되고 고요한 빌라다. 그는 불을 키고 부엌에 갔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서 마셨다.
벌컥 벌컥.
갑자기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아....시원하다. 이런 느낌이었구나.'
서민준은 놀라서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17평의 작은 빌라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뭐냐...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아니지. 아니야. 벌써 나를 잊은 거야? 섭섭한데.'
서민준의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소리. 그는 기겁을 하며 다시금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나라고. 나. 신. 무참히 죽임을 당하고 자리를 빼앗긴 원래 지구의 신.'
"신이라면....죽었잖아. 어떻게...."
'레비아탄의 음모에 의해서 네 손에 죽기 전에 나의 정신의 일부를 너에게 남겼잖아.'
"하아아.......그 모든 것은 꿈이 아니였던거냐?"
'꿈은 무슨 지독한 현실이다. 힘을 잃고 무능력해진 너와 내가 마주 해야 할 현실 말이다.'
서민준의 눈가가 촉촉해졌고 그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그는 말했다.
"하아....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 지금의 서민준으로 돌아오는 것. 그것이 현실이 된 것이구나."
서민준이 상실감에 괴로워 하고 있을 때 신은 허공에 상태창을 띄워주었다.
"뭐냐...이것은."
'인간의 능력치를 표시해주는 상태창이다.
원래 내가 세계의 시스템으로 만들었던 건데 지구에서는 봉인해두었던 거다.
그런데 새로운 미친 신이 다시 부활시켰나 보더라.'
서민준은 상태창에 띄워져 있는 자신의 능력치를 살펴보았다.
서민준. 나이 21세.
레벨 1.
힘 6
체력 5
민첩 7
지능 15
행운 -35
'크흡.... 아...미안.'
그것을 보던 신이 웃어버렸다.
"뭐냐. 네놈이 신이었을때 주어 졌던 거 아니냐. 네가 보기에도 미안한가 보지?"
서민준은 하찮은 능력을 부여하고 태어나게 한 신에게 불만을 표시할 수 있었다.
신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말했다.
'아니야. 내가 직접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설계해 놓은 시스템에 의해서 운영되는 거다.
그래도 내가 대신 사과하마.
잘 버텼다. 죽지 않고 살아줘서 대견하다. 대견해.'
신이 그렇게 반응할 만큼 서민준의 능력치는 형편없었다. 그중에 특히 행운의 수치는 신도 이상하게 여길 만큼 특이했었다.
'그래서 시스템은 너를 선택했던 건가. 로산드라 왕국의 세계를 지킬 용사로 말이다.
오류라고 볼 수 있을 만큼의 불운을 타고난 너에게 보상을 주기 위해서.'
신은 자신을 탓하는 서민준에게 말했다.
'그래도 용사로 소환 되었을 때는 세계의 축복을 몰아주었잖아.
엄청난 능력치를 가지고 9서클 마법사까지 되었었으니 그렇게 억울해 하지 마라.'
서민준은 그것이 더 화가 나서 말했다.
"근데 이제 다시 돌아와 버렸잖아. 원래 줬다가 뺏는게 가장 잔인한 거거든?
하아. 너도 지금은 아무 능력이 없냐?"
신은 약간 기세가 수그러든 채로 말했다.
'말했듯이 전능한 나는 죽었고 너에게 남긴 건 극히 일부의 정신체. 너의 안에서 살아가기는 하는데 아무 능력은 없다.'
"하아...그래서 결국 그냥 기생충이라는 거냐?"
'무...무슨!!!! 네놈. 참으로 가만히 있으니까. 별말을.....그래도 내가 너의 신이었는데.'
서민준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래서 뭐. 이것이 현실이라면 지금의 신은 레비아탄. 그놈이 다스리며 변해버린 역사를 알아보기도 무섭다.
어찌해야 하나. 이 무능력한 능력치로 무엇을 할 수나 있을까."
신은 기세등등하게 서민준에게 말했다.
'걱정마라. 연약한 인간아. 내 비록 능력은 없어졌으나 지식은 그대로다.
네놈 듣지 못했더냐. 나의 이름을.'
"아....명장의 성좌. 세계의 시스템의 설계자?"
'그래. 내가 거의 모든 것을 설계했지. 다른 성좌 놈들 아무도 모르는 세계의 비밀이 있다.
내가 만들긴 했는데 봉인해 두었던 거다. 끝도 없이 강해져서 세계의 밸런스를 망쳐버릴 위험이 있었거든.'
서민준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게 뭔데."
신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비 합성이다. 기껏해야 다른 성좌놈들은 장비 강화밖에 몰라.
강화는 한계가 있지만 합성은 한계가 없다.
성공만 한다면 끝없이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론상 신을 죽일 힘마저도.'
서민준은 그의 말에 영웅 아델린의 눈빛을 다시 찾았다.
그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이 터무니 없이 허약한 능력으로도 강해질 수 있다는 거지?
좋아. 내가 그냥 이대로 무력하게 살아가는 것을 기대했던 놈들에게 복수해주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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