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공주의 비밀.
'아하......'그분'이라는 작자가 이것을 보고 공주에게 마나를 심어두었었구나.'
정명공주의 뒤틀어진 기운이 순환이 되면서, 확실히 아델린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그녀의 신체에는 특이점이 있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검사는 굉장히 드문 존재들이다. 마나와 오러를 동시에 신체에 축적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마나와 오러는 근본은 같으면서도 그 둘은 상극의 성질을 지닌다. 그렇기에 그것을 제어할 능력이 없이 두 가지를 축적할 경우에 폭발해버린다.
마치 현대시대에 개화되고 있는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2차전지가 자칫하면 물로도 끌 수 없는 무서운 화재를 발생시키는 것과 같다.
음극과 양극의 환원 작용으로 에너지를 발생시키지만, 그 둘을 가로막는 분리막이 자칫 손상이라도 되어서 음극과 양극이 만나버리면 무시무시한 폭발로 이어져 버린다.
마나와 오러는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것을 조절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고 숙련도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실패하였을 경우의 결과는 참담하다.
마나나 오러 한 가지만 제대로 잡고 수련 해도 끝이 없는 길인데, 그것을 계속 조절해가면서 마법과 검사 두 가지의 길을 가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인 일이다.
아니, 사실상 불가능한일이다.
아델린처럼 대마법사가 아닌 이상, 24시간 잠자는 시간에도 그것을 조절해야 하는데
처음에 마검사의 길을 간다는 초보자가 그렇게 할 수 있지도 않을 뿐더러
모든 신경을 조절하는 것에 집중한 상태로 마법과 검을 배워나가는 것 자체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현실감있는 비유를 들자면, 배탈이 나서 화장실이 너무 급한 상황에서 그것을 참아가면서 수학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의 반의 반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마검사는 굉장히 보기 힘들다. 아델린의 경우는 9서클에 다다른 후 마법의 길에서 한계를 느꼈을 때 검사의 길을 새로 걸었던 것이다.
먼저 마법의 길을 걷고서 마나를 가지고 노는 수준인 대마법사의 성취를 이룬 다음에
오러를 단전에 축적하면서 검사의 길을 가는 것처럼 정말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고서
마검사가 존재한다면 단 한가지이다.
신체적으로 타고난 경우다. 마치 2차전지에 분리막이 있기에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선천적으로 심장과 단전 사이에 마나와 오러가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분리막이 있는 것이다.
굉장한 희박한 확률이지만 그러한 신체를 타고난 이들은 하나같이 이름을 날리는 영웅의 반열에 이르게 된다.
마법과 검을 동시에 다룬다는 것은 그만큼 굉장한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명공주는 그러한 신체를 타고난 것이다. 그렇기에 그것을 보고 '그분'이라는 존재는 공주에게 마나를 주입했던 것이다.
하지만 체내에 마나가 생겼다고 해서 마법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러를 사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고순도 오러의 축적이 어려운 것이지 충분히 체내에 있다면
그것을 검에 발현하거나 날리는 것은 어느 정도 수련을 통한다면 단기일에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마법의 발동을 위해서는 다양한 마법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그것을 실제로 이루기 위한 계산과 이미지의 형성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결코 단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정명공주에게 주입된 마나는 그 자체가 원한을 형상화하는 저주의 기운이 서린 마나였던 것이다.
영창대군이 들끓는 방안에서 타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던 정명공주에게는 그 원한으로 인해 화염마법의 형태로 형상화 되었던 것이고
원한으로 인해서 형상화가 자동으로 되기에 따로 마법을 배울 필요도 없이 정명공주는 화염마법을 검에 실어서 날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편리한 점 외에 원한의 저주의 기운이 서린 마나는 점점 많은 원한을 불러들이면서 강대해져가고
결국에는 소유자를 파멸시켜 버리게 된다.
정명공주의 마검사로의 가능성을 알아봤던 '그분'이라는 자였지만
그녀를 쓰다 버릴 소모품으로 여겼기에 저주의 기운을 가진 마나를 주입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를 보는 아델린은 놀람과 동시에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그렇게 그리워하는 연인 델리나도 선천적인 마검사였기 때문이었다.
'얼굴도 같았는데, 마검사로써의 재능을 타고난 축복받은 신체도 같다니.
분명히 영혼의 각인은 없었는데. 분명히 델리나가 아닌데. 그녀와 너무 닮은 구석이 많아.'
얼굴이 똑같이 생길 확률도 무수히 작지만, 마검사로 태어날 확률도 그에 못지 않다. 그런데 그 특성을 둘 다 갖출 확률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그런 그녀가 아델린과 인연이 생겨서 지금 눈앞에 있다.
단순히 얼굴이 같았을 때는 그럴 수도 있다고 넘겼던 아델린이었으나,
마검사로써의 체질까지 같아버리니 착잡한 심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내가 분명히 새겨 놓은 영혼의 각인이 없어. 그녀가 아니야.'
아델린은 착잡한 심정을 내려놓고, 공주에게 말했다.
"마마, 이제 다 되었습니다."
뒤틀린 기운이 바로 잡히며 신체의 순환이 원할 해진 공주였다.
"오오오! 뭔가 확실히 좋아진 것 같아. 몸에 힘이 넘쳐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온전히 회복된 것은 아닙니다. 천천히 시간을 두셔야 합니다. 절대 무리하시면 안되시고요."
"응. 그래 뭐 니가 옆에 있을 텐데, 내가 뭐 무리할게 있겠니?"
"그럼...돌아가셔서 쉬시다가 약조된 시간에 제 처소로 오십시요."
"그래. 알았어 이따가 봐."
아델린과 공주는 각각의 거처로 돌아갔다.
약속된 해시 정각까지 아델린은 누워서 생각에 잠겼다.
'흠....그녀 일리가 없지. 내가 분명히 새겨 놓았던 각인이 없잖아.
하지만, 똑같이 생긴 얼굴 하며, 존재하기 힘든 마검사라는 신체적 특성까지 너무 나도 닮았잖아.
분명히 왈가닥인 성격으로 봐서는 절대 그녀가 아니긴 한데.
아.....이미 놓아주었던 미련이 자꾸 밀려오네. 아니겠지?? 그냥 우연의 우연일거야.'
아델린은 일어나서 자신의 뺨을 가볍게 쳤다.
'일단은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알면 알수록 나와는 차원이 다른 '그분'이라는 자다. 일단 얻게 된 마검을 통해서 강해져야 돼. 그것으로도 부족할테지만.'
자신을 언급하자, 마검이 말했다.
'그냥 도망가자니까 드럽게 말을 못 알아듣네. 너 정말 꼭 해야만 하겠어?'
"어...꼭 해야만 하겠다. 너의 힘을 최대한 끌어내려면 어찌 하여야 하지?'
'너에게 말했 듯 나는 너보다 훠얼씬~강한 자였다. 그런데 너와의 내력 대결에서 간소한 차이로 진 것은 지금 한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봉인된 내 영혼의 힘은 훨씬 더 거대하다. 하지만 지금의 내 육체인 검이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더 좋은 검으로 옮겨준다면, 발휘할 수 있는 힘이 커질 수도 있겠지.'
"흠....더 좋은 검이라."
아델린은 아공간에서 마검을 꺼내어서 찬찬히 살펴보았다.
아델린의 노골적인 시선에 마검은 은근히 부끄러워 했다.
'너무 그렇게 대놓고 보진 마라.'
"흠.....분명 좋은 검이긴 하다. 나한테 이것을 능가할 만한 검이 있었던가?"
아델린은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니야....이것도.....아니야.....
마법검을 소환해서 사용하다 보니. 내가 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말이야...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더 좋은 검은 없네."
'멍청한 주인 놈아. 그게 있잖아.'
"뭐가 있다는 거냐."
'클클클클. '드래곤 본' 너의 아공간에 있던데?'
"아 그거?? 언젠가 스태프 만드려고 내 친구 드래곤 로드 한테 받았던 건데. 한창 검에 재미를 느끼다 보니 까먹고 있었네.
그거 니가 써도 되긴 하지만 그것을 다룰 수 있는 대장장이가 없을 거야.
그 분야에 관심 없는 내가 알기로도 숙련된 드워프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하던데."
'클클클클. 그러니 멍청한 주인 놈이라고 하는 거다.'
"뭐라고???그럼 어떻게 할 건데. 그냥 몽둥이 같은 이 뼈를 제련도 안하고 어쩐다고?"
'생각을 조금만 해보려고 하면 알 수 있을 텐데. 클클클클. 멍청한 것에는 약도 없다고 하더니. 내 마검의 칼날을 한번 봐봐라.'
아델린은 마검의 건방진 말투에 빈정이 상하긴 하였지만 시키는대로 검의 칼날을 살펴보았다. 관리가 안된 듯 날카롭지 않고 여기저기 깨져있었다.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기본적으로는 상당히 좋은 명검이었다. 다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이렇게 무딘 검이 되었지.
하지만, 생각해봐라. 종이 한 장 베지도 못할 만큼 무딘 검으로 나는 너의 강철같은 좀비들도 잘라버렸다.'
아델린은 그제서야 이 마검이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차렸다.
"아하....니가 '이지'를 통해 보여주었던 그 강력함은 너의 오러에서 나온 것이라는 거지?
어차피 오러를 두른 칼이기에 칼 자체의 날카로움은 의미가 없다는 거구나."
'클클클클...그렇다 바보 주인 놈아. 내가 원하는 칼은 날카롭지 않아도 된다. 저런 뭉특한 몽둥이여도 상관없다.
다만, 그 칼의 재료가 나의 한계를 받아들일 그릇이 되냐는 거다. 그 그릇이 클수록 나의 원래 힘이 발현되겠지.'
"오호라...그렇다면 이 드래곤 본 정도면 너의 한계치까지의 강함을 받아들여 줄 그릇이 될 것 같으냐?"
'조금 아쉽긴 하다만, 지금 쓰고 있는 검에 비해서는 훨씬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 드래곤 본으로 옮겨 올 수 있는데?"
'그거야, 너한테 달려있다. 너 좀비들도 다룰 줄 알던데...네크로맨서 계통의 마법도 사용할 줄 아는 거냐??'
"그 좀비들은 우연히 얻어 버린 거라서 내가 만든 건 아니고. 하지만 나도 사용할 줄은 알아."
'그렇다면 좀비를 만들 때 혼을 불러서 육체에 전이시키듯이 나의 영혼을 지금 이 검에서 드래곤 본으로 옮겨 주기만 하면 된다.'
"흠....해본 적이 없긴 하다만, 같은 맥락이긴 한 것 같네. 해볼까???"
'너 혹시 봉인도 안 풀고 지금 니 허약한 힘으로 시도하려는 건 아니지??? 최대치의 힘을 개방한 다음에 해라. 괜히 실패해서 나를 소멸시키지 말고.!!!!'
"참으로 귀찮게도 하네. 한양 한복판에서 봉인을 풀기는 좀 그런데.
흠..... 아!!! 거기가 있었네. 아직 그대로이겠지??"
"텔레포트"
아델린은 즉시 순간이동마법을 시전했다. 한번 기억된 장소이기에 계산 없이 바로 시전이 가능했다.
'그분'이 만들었다던 만 여명에 달하는 좀비가 있었던 궁궐지하의 방.
아직도 아델린이 걸었던 9서클의 공간분리마법이 앞으로도 며칠은 유지될 수 있는 장소였다.
"흠...'그분'이란 놈은 도대체 어디 간 거냐. 이곳에는 아무도 다시 방문한 흔적이 보이지를 않아. 뭐...나야 잘됐지."
아델린은 자신의 힘을 제약하는 반지를 뺐다.
다시금 9서클 마법사 아델린의 힘이 분출되었다.
'흥....꽤 쓸만한 기운이긴 하나, 이걸로는 안된다고....그냥 생각 바꿔...도망가자고...'
"말 시키지 마라....실패하면 너 소멸이다."
아델린의 섬뜩한 말에 마검은 입을 다물었다. 처음 해보는 마검의 영혼을 옮기는 작업이었다. 아델린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휴우우... 이놈의 영혼의 힘 정말 장난이 아닌 걸. 이놈 말이 과장이 아니였구나. 이런 힘을 가진 인간이 존재했었다니.
제오브리스 말대로 후대의 우리는 상당히 약화된 거야. 어떤 연유에서 그런지는 몰라도.'
평소의 좀비를 만드는 주문을 시전할때는 그 혼을 굴복시켜서 자신이 주인이 되어야 하는 과정에서 힘을 많이 쏟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능가하는 힘을 가진 이에게는 당연히 불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마검과 아델린은 영혼의 주종계약이 이루어진 상태이기에, 그런 과정 없이 옮기기만 하면 되었다.
"자....이제......끝이다.....!!!"
아델린의 말과 함께 그냥 몽둥이 같은 드래곤 본이 빛나기 시작했다.
형태가 일반적인 손잡이가 있는 칼과 같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몽둥이 수준에서 나름 개성있는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아직도 보기에는 흉측한 눈이 생겨났다.
"어때???새 몸은 맘에 들어?"
'흠.....흠.....흠............쓸만하네. 아직 조금은 불안정하긴 하지만 대충 잘 된 것 같네. 수고했다.'
"주인한테 하는 태도 봐라. 새 몸까지 만들어 주었는데. 너 내가 언제 한번 날 잡고 그 불순한 태도 고쳐줄 테니 각오하고 있어라."
'시끄럽고.....너 나를 잡고 오러 한번 날려봐.'
강해져야 했기에 아쉬운 아델린이었다. 그래서 고분고분 시키는대로 새로운 검을 잡고 오러를 날려보았다.
"피이이이잉!!!! 파아앙!!!!팡!!.... 쿵...쿠우웅"
아직 9서클의 절대 공간 분리 마법이 걸려있었다. 밖에서 가해지는 것이나, 안에서 가해지는 것이나 모든 공격은 무력화시키는 절대마법이었다.
그런데, 아델린이 별 생각없이 날린 오러가 마법을 뜷고서 벽을 강타하여 큰 구멍을 내어 버렸다.
보호마법이 없었다면 벽은 끝을 모르게 뜷려버렸을지도 몰랐다.
다행히 마법에 의해 충격이 완화되어서, 큰 구멍 하나만 내버리고 지하 공간이 무너져내리지는 않았다.
"오오오!!!! 평범한 오러를 날렸을 뿐인데. 내 마법을 그냥 간단히 뚫어버려?? 저거 9서클 마법인데....."
물론, 이미 보호마법은 시전된 지 며칠 되어서 많이 약화되었던 상태이기는 하였다.
하지만 그래도 9서클 마법을 뚫어버렸다는 것에 아델린은 상당히 만족한 표정으로 조그맣게 말했다.
"마검 티르빙.....너.....쪼금 인정."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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