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의 무덤 태왕릉.
"라이트"
아델린이 마법을 외치자 밝은 빛의 구가 내부를 밝히기 시작했다. 밝혀진 내부는 커다란 규모의 복도였다.
마치 작은 언덕 같이 보였던 외부의 전경과 달리, 무덤 내부는 가히 왕의 무덤이라 할만큼 웅장한 모습을 지녔다.
사신도의 모습이 조각 된 벽면의 길을 따라서 복도 끝에는 커다란 문이 있었다.
"그로스", "배리어"
아델린은 자신과 정명공주에게 신체강화마법을 걸었고, 소현세자와 아진이에게 배리어 마법을 걸어주었다.
아델린은 일행에게 말했다.
"일단 모두들 조심히 저기 앞에 있는 문으로 가시지요."
정명공주는 두 팔을 감싸쥐면서 말했다.
"아...뭔가 느낌이 이상해 으시시하면서 빠져든다고 해야 하나 고대의 무덤이라서 그런가?"
일행은 조심스럽게 바닥을 살피며 앞으로 나아갔다. 고대의 무덤에 의례히 있을 법한 함정을 생각하며 말이다.
하지만 이상했다. 고대의 신비를 이제 막 탐험하는 느낌이 아닌 마치 누가 다녀간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나 드나들 수 있기에 이미 도굴꾼들에 의해서 텅 비어 버린 무덤 외부에 있는 가짜 왕의 방과 달리
합당한 힘을 증명해야 내부로 들어올 수 있는 이곳에 누가 왔다 간 흔적이 보이다니, 확실한 것은 아니라도 아델린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분명 보통 놈이 아닐 것이다. 아직도 이 안에 그자가 있는 것인가...'
역시나 일행이 다가간 커다란 문은 이미 살짝 열려있었다. 아델린은 마검 티르빙을 아공간에서 소환하여 공격 태세를 갖춘 후에 문을 열어보았다.
"끼이익"
커다란 문이 열렸다.
문의 안쪽 에는 커다란 원형의 방이 있었다. 그리고 원형으로 둘러싼 벽에는 광개토대왕의 생애를 그린 벽화가 웅장하게 그려져 있었고,
방의 중앙에는 화려한 문양이 장식된 석조 관이 있었다.
'흠....가히 장관이다. 이러한 유물이 일반인에게 공개가 되어 있지 않다니. 다소 아쉬운걸.'
그 벽화의 규모와 웅장한 분위기는 일행을 압도하고 있었다.
'근데...이게 끝이야??? 신물은 벌써 누가 가져가 버린 건가? 저 관에서도 특별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고대의 신비한 문화유산을 보게 된 것은 좋다만. 신물을 찾는 것은 허탕을 쳐버리게 된 건가.'
내부는 웅장하고 신비했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에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었다. 다만 그뿐이었다.
'야....티르빙...너도 느껴지는 건 없어????'
'클클클클. 없다. 밖에서 느꼈던 기운은 입구를 열어주는 호신석이 전부였나 보다. 그 외에는 무덤에 특이점은 없다.'
정명공주는 툴툴대며 말했다.
"뭐냐....이거 보러 잠도 안자고 온 거야? 나쁘진 않다만. 다소 김이 새네."
아진이는 정명공주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그래도 뭔가 기분이 오묘해지는 것 같아요. 이곳의 분위기."
그때였다. 정명공주의 반지에서 불의 정령이 나왔다. 그리고 어딘가를 향해서 날아갔다. 어느새 조금은 성장하여 병아리 시절은 졸업한 듯 하였다.
불의 정령은 특정 벽화에 다가갔다. 그 벽화에는 광개토 대왕으로 보이는 인물이 무릅을 꿇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다리가 세 개인 새가 있었다. 그 새의 머리 위에는 태양으로 보이는 상징이 그려져 있었다.
불의 정령은 그 새의 머리 위에 있는 태양으로 날아가서 아기새 시절에 뿜어 대던 같잖은 불꽃보다는 조금은 불꽃다워진 불을 뿜어 대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잉"
갑자기 번쩍이는 섬광이 일더니 일행들은 모두 순식간에 다른 공간으로 전이되었다. 그 공간은 흉폭하고 분노가 느껴지는 화염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미리 걸어 두었던 배리어 마법으로 소현세자와 아진이는 무사하였다.
아델린은 화염저항력은 기본으로 갖춘 대마법사이고, 정명공주도 화염의 원한을 가진 저주의 마나를 강제로 가지고 있었던 터에 화염저항력이 어느 정도 있었다.
아델린은 그 화염의 기운을 공간에 가득 차게 하는 이가 누군지 살펴보았다. 그것은 벽화에 있던 다리가 세 개인 검은 새였다.
그 새의 머리 위에는 강렬한 태양이 있었고 그 힘을 방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지...저 새는?"
아델린 일행을 발견한 그 새는 더욱 더 화염의 기운을 강하게 방출하기 시작했다.
"아...뜨..뜨거."
어느 정도 저항력을 지니고 있었던 정명공주와 배리어의 보호 속에 있는 세자와 아진이도 이제는 조금씩 강해지는 열기에 삼켜지고 있었다.
"그레이트 매직 쉴드"
아델린은 일행에게 마법방어에 특화된 주문을 시전하였다.
그리고 나직이 읍조렸다.
'일단 저 새를 진정 시켜야겠어.'
아델린은 손에 쥐고 있는 마검 티르빙에게 말했다.
'그냥 할래? 아니면 화염에 강한 얼음 속성을 부여해줄까?'
'클클클클. 그냥 가자. 저 새 뭔가 이상해. 악의를 가지고 공격하는 건 아닌 거 같다'
'그래?? 일단 가보자. 가자 티르빙.'
가까이 다가갈수록 화염은 거세어지고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간 아델린의 눈에 보이는 것이 있었다.
다리가 세 개인 검은 새. 그 새의 머리에는 이글거리는 태양 같은 순수한 불꽃 에너지가 있었다.
그런데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기는 검은 사슬들이 새의 온몸을 칭칭 감고 있었다. 그리고 새가 분노하며 발악할수록 그것들은 더욱 더 강하게 조여 들고 있었다.
'저 사슬들이 문제인가?'
'티르빙. 저 사슬 어떻게 제거 하지?'
'흠.....클클클클.....저 뒤를 잘 봐라. 사슬들이 나오고 있는 저것을.'
티르빙이 말한 곳에는 커다란 말뚝이 하나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말뚝에서 사슬이 나와서 새를 옥죄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새로운 드래곤 본으로 업그레이드 된 마검 티르빙의 힘을 한번 확인해볼까?"
아델린은 시전한 지 며칠 지나서 약화되긴 하였어도, 9서클 절대공간방어마법을 가볍게 깨뜨려버린
더욱 강력해진 새로운 티르빙의 힘을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 말뚝을 향해 오러를 힘껏 날렸다.
"쿠아아앙...."
하지만, 새를 옥죄고 있는 말뚝은 꿈쩍하지 않았다.
'뭐냐...티르빙....꿈쩍도 안하잖아.'
'클클클클. 저건 일종의 정신체야. 일반 물리공격만으로는 안되겠어. 나와의 대결에서 썼던 그거 있지? 그거 써라.'
'뭐...마법검에 부여했던 그거?? 카오스블레이드??'
'그래...그 머시기에는 정신에 간섭하는 힘이 있더라고. 그거 꽤나 귀찮은 힘이었어.'
'흠...그래 그럼 너한테 지금 부여한다.'
공간마저 베어버리는 힘 "카오스 블레이드"
"치지직......치지지직....."
아델린의 외침과 함께 마검 티르빙의 주변에 검은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아델린이 자신의 마나를 강하게 실어 넣을수록
검 주변의 일렁이는 기운은 점차 공간마저 왜곡시키기 시작했다.
'자....이번은 통해야 할텐데. 자...가라 혼돈의 힘을 부여한 오러블레이드!!!!....'
"치지직..........쌔애애애액........."
공간을 찢으며 말뚝을 향해 날아가는 시커먼 기운이 충만한 오러였다.
"펑....퍼퍼펑......"
'이번엔 성공인가?......'
잠시후 충격파에 의한 분진이 가라앉아서 시야가 확보되기 시작했다.
'이런....젠장......끄떡없잖아.....티르빙....뭐냐고....'
'클클클클....저거 확실히 너나 나보다 강한 놈이 만든건가보다. 느껴지는 저주의 기운에서 익숙한 냄새가 난다.
그놈일 확률이 크다. 포기해. 우리 힘으로는 안돼.'
'무슨 포기냐....너는 왜 이렇게 '그분'이라는 놈 얘기만 나오면 꼬리를 내리고 도망가려고만 하냐.'
'클클클클...애송이 주인 놈아. 무식하니까 용감한 법이지. 여러 말 할 것도 없다. 저건 우리 힘으론 안된다.'
'으아아악!!!!젠장. 업그레이드 시킨 티르빙과 나의 합동공격도 '그분'이라는 놈 자체도 아니고
그놈이 만든 정신체마저도 이기지 못한단 말이냐....'
아델린의 마음에 복잡한 여러 생각이 떠오르던 그때.
정신적 공격을 받아서 조금의 데미지를 입었던 말뚝이 더 커다란 어두운 기운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리가 세개인 그 새를 옥죄이고 있던 사슬의 힘도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새가 발하는 화염은 점점 흉폭해지고 분노가 가득차지기 시작했다.
'아........어쩐다냐....9서클 마법사라 그리 자신만만했는데, '그분'이라는 놈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무기력한 존재였다니.....'
그 순간 정명공주의 품에 안기어 있던 아기새 불의정령이 갑자기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어디가!!!....너 위험하다고....니가 불의정령이라할지라도 저건 너무나도 흉폭한 기운이야...."
정명공주의 외침에도 불의정령은 잠시 그녀를 쳐다보더니 이내 저주의 사슬에 얽매여서 고통스러워하는 새를 향해서 날아갔다.
화염의 기운이 강할 수록 강해지는 불의 정령이지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 광폭한 화염의 폭풍 속에서 접근하는 것조차 점점 힘들어했다.
정명공주는 세자에게 말했다.
"세자...너는 사내이니. 아진이를 목숨 걸고 지켜주어야 한다."
"마마....무슨 말씀이시온지...."
정명공주는 말을 하자마자 '그레이트 매직쉴드'로 보호되고 있는 구역에서 나왔다. 그리고 불의 정령을 향해서 갔다.
"마마.....하아....."
세자는 떠나가는 정명공주를 바라보며 아진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아진이는 비록 쉴드안에서 화염의 기운으로부터는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나 흉폭한 기운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진아....내가 지켜줄테니 두려워 말거라....응?????"
늠름하게 말하는 세자의 다리도 물론 벌벌 떨리고 있었다. 세자도 아진이와 비슷한 연배의 아직 어린아이였고, 이러한 광경을 생전 처음 보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화염의 폭풍앞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불의정령을 정명공주가 다가가서 안아들었다.
저주의 화염의 기운을 강제로 주입받아서 그녀의 신체에는 어느 정도 내성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불길속에서 점점 그녀의 신체도 한계에 달해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서는 아델린이 다가왔다. 그리고 즉시 마법공격에 특화된 보호마법을 걸어주었다.
"그레이트 매직 쉴드"
"공주마마 이게 무슨 짓이십니까......"
"아니....이 아이가 자꾸 나가려고 하잖아....그대로 두었다가는 죽을지도 모르고...."
"하참......그럼 이제 다시 돌아가세요. 어서...."
아델린이 걸어준 마법으로 인해서 힘을 다시 되찾은 불의 정령은 정명공주의 품에서 다시금 달아나려고 했다.
"야.....너 자꾸 어디가려고 해...."
정명공주는 달아나려는 아기새같은 불의 정령을 잡으려고 했지만, 불의 정령은 자신의 물리력을 없애버리고 그녀의 품을 순식간에 벗어나 버렸다.
"야.....너.....안된다니까...'
공주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불의 정령은 순식간에 흉폭하게 날뛰는 다리 세 개가 달린 새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그 새의 얼굴에 있는 힘껏 자신의 불꽃을 뿜어내었다. 같잖지도 않은 아기새의 불꽃은 사실 닿지도 못했지만,
아주 잠깐의 순간 아기 새 불의 정령의 불길이 저주의 기운에 분노하며 날뛰던 새를 순간 멈칫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윽고 다시 흉폭하게 저주의 화염을 온몸에서 내뿜기 시작하는 다리 세 개 달린 검은 새의 기운은 불의 정령을 무참히 바닥으로 튕겨져 나가게 하였다.
바닥에 나자빠져서 검은 분노의 불꽃에 휩싸여 점차 소멸되어가는 아기 새를 정명공주가 달려가서 안아 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저주의 기운에 미쳐 날뛰고 있는 그 검은 새 앞을 가로막아 섰다.
"너.......너.........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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