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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ham의 서재입니다.

나는 늑대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고담
작품등록일 :
2018.07.2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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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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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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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7 누구야

DUMMY

[속보입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바이오센터가 원인불명의 폭발로 연구소가 완파되고 스무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정일두 회장은 TV를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기다리고 있던 박 실장이 바로 입을 열었다.

“연구소장이 과욕을 부려 인가되지 않은 실험을 하다가 화재가 발생해 연구실에 있는 화학물질이 폭발하고 그로 인한 화재와 정전으로 연구소 지하의 화학물질보관소에 화재가 발생, 2차 폭발하여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갈 겁니다.”

세상을 시끄럽게 할 사건이나 이런 사고를 대비해 파주 바이오센터는 대일 그룹과 전혀 상관없는 게 꾸며 놓았다. 그런데도 그룹 뒷일을 하는 박 실장이 움직이는 것은 수습은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무성이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검사 결과는 나왔나?”

박 실장은 가져온 서류를 공손히 내밀었다. 정일두 회장은 받은 서류를 넘겨 봤다.

“모두 정상이다?”

“의사들 말로는 그렇습니다.”

아들이 건강하며 아무 이상 없다는 의사 소견을 보면 기뻐해야 하지만 정일두 회장은 그럴 수 없었다. 피가 모두 사라진 기괴한 시체들 사이에서 발견된 아들이었다. 그전에는 곧 죽어도 이상치 않던 환자였다.

그런데 수술로 한 뼘이나 자르고 꿰맨 상처가 싹 사라졌고 금방이라도 멈출 거 같았던 심장은 사춘기 소년 심장보다 더 팔팔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정무상은 정일두 회장을 닮았으면 기골이 장대했을 텐데 엄마를 닮아서 작고 왜소하고 야리야리했다. 그 콤플렉스에 엇나갔는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그랬던 아들이 건장하다는 말이 걸맞은 근육질에 훤칠해졌다.

“지켜봐.”

명령이 떨어졌다. 박 실장은 회장실을 나와 혼자 있게 되자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고개를 숙였다. 흉포한 괴물이 날뛴 거 같은 연구소를 정상적으로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 그냥 폭파해버렸다. 물론 허락을 받고 한 일이지만 방법을 말한 것도 자신이고 실행한 것도 자신이었다.

앞으로 또 뭔 짓을 해야 하나······.

회의감이 몰려왔으나 박 실장은 언제나 그랬듯 곧 정신 차렸다. 경영지원실장으로 더한 일도 해왔고 더한 일도 할 수 있었다.

박 실장이 탄 승강기는 최상층에서 지하층으로 직행했다. 기다리고 있던 운전기사가 차 문을 열었다. 2억 원을 가뿐히 넘기는 대형 세단은 부드럽게 출발해 오래지 않아 국내에서 손꼽히는 종합 병원인 대일 병원으로 들어갔다.

대일 병원엔 일반인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승강기가 있었다. 평소 과장급 이상만 이용하는 승강기는 박 실장을 태우고 마지막 층에서 섰다.

승강기에서 나오는 박 실장을 알아본 간호사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아랫것들과는 말도 섞지 않는 박 실장은 수행비서를 달고 곧장 VVIP 병실로 갔다.

“저, 저기······.”

간호사가 쫓아와 말을 하다가 얼버무렸다. 무시하면 되니까 짜증도 나질 않았다. 박 실장은 안절부절못하는 간호사를 뒤로하고 병실 문을 열다가 말았다.

열린 문틈으로 병실에서 날 수 없는 소리가 났다. 잘못 들었다고 하고 싶지만, 간호사 얼굴이 벌겋고 수행비서는 못 들은 척하며 헛기침했다.

현관 같은 입구를 지나자 탁 트인 내부가 드러났다. 독일에서 들여왔다는 침대는 환자용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넓고 고급스러웠다. 그 침대에 벌거벗은 남녀가 엉켜 있었다.

“앗!”

남자를 깔고 몸을 흔들어대던 여자가 뒤늦게 불청객을 알아차리고 놀라서 시트로 몸을 가렸다. 남자는 도망가려는 여자를 붙잡았다.

“어딜 가려고, 나 아직 한창이야!”

남자는 몸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여자는 달랐다. 시트로 몸을 가리려고 애쓰면서 남자 손에 벗어나려고 했다.

“제, 제발요······.”

“좋다고 벗고 빨고 할 때고 언제고 왜 이래?”

남자는 무자비함과 더없이 두꺼운 낯짝을 자랑했다. 박 실장의 얼굴이 더없이 차가워졌다. 그 얼굴을 남자가 빤히 봤다.

“영감 후장 닦는 개새끼 주제에 그 불손한 면상은 뭐야?”

남자는 한껏 비웃었다. 그 웃음에서 박 실장은 저 남자가 정무성이라고 확신했다. 호부 밑에 견자 없다는 말이 틀렸다는 걸 정무성은 저따위로 증명해왔다.

회장님께서는 콤플렉스와 반항심에 잘못됐다고 생각하시는데 박 실장이 보기에 정무성은 저렇게 인간말종으로 태어난 놈이었다. 단적으로 열한 살 때 가정부를 성폭행한 놈이 저놈이었다.

말이 통하는 놈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러는 건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 확인이 됐으니 똥 덩어리 같은 놈과 더는 같은 공간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다음에 찾아오겠습니다.”

박 실장은 정중히 인사했다.

“뭘 다음에 찾아와.”

정무성은 여자를 놔줬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수치와 모멸감에 떨던 여자는 시트를 뒤집어쓰고 벗어뒀던 간호사 옷을 챙겨 도망쳤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박 실장은 무뚝뚝하게 물었다. 정무성은 웃으며 침대에서 내려와 잘 보란 듯 두 팔을 벌리고 빙글빙글 돌았다. 알몸인 데다가 흉물스러운 게 그대로라 뒤에 있던 간호사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박 실장은 눈도 깜빡 않고 봤다. 수술 자국도 없고 어릴 때부터 한 해가 멀다고 늘려왔던 자해 자국도 없고 사고 치면서 만든 흉터도 보이질 않았다.

흉터 따위만 없는 게 아니라 얼굴만 같을 뿐 나머지는 완전히 달랐다. 유전자검사 결과가 아니었다면 다른 사람이라고 했을 것이다.

“놀랍지 않아? 무슨 수술이었기에 이렇게 된 거야?”

정무성은 정말 즐거워했다. 누구라도 그럴 만했다. 자고 일어났는데 한계까지 발달한 근육질의 몸이 됐으니까.

“어디까지 기억나십니까?”

“심장 수술한다고 환자복 입고서 침대에 누운 거?”

“다른 기억은 없으십니까?”

“눈 뜨니까 얼굴 반반한 간호사가 내 꼬추 닦고 있던데 깜짝 선물 아니었어?”

정무성은 정말 아무런 기억이 없는 거 같았다.

“왜? 내가 무슨 사고 쳤어? 나 혹시 몇 년 만에 제정신이 든 거야? 오늘 며칠이야?”

“일주일 만에 깨어나신 겁니다.”

“와, 대박! 나 일주일이나 뿅 가 있었던 거야?”

머리가 아프려고 했다. 박 실장은 들러붙는 정무성을 떼어내고 밖으로 나갔다.

“저 여자 정리해.”

박 실장은 옷매무새를 만지며 탈의실에서 나오는 간호사를 매섭게 봤다. 곧 직장을 잃겠지만 단발 화대로 1억이면 불만이 없을 거다. 약속 어기고 입 잘못 놀리면 주사 맞고 섬에 팔려가겠지만.


박 실장은 의사들의 검진 보고서를 확인하고 병원을 나섰다. 그리고 찾아가서 직접 만나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에 병실 내 CCTV와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

거듭 확인해 봐도 병실로 여자를 끌어들이는 저 쓰레기는 아쉽게도 정무성이 맞았다. 정신감정 결과도 그랬다. 알아내지 못한 건 약 먹어도 빌빌거리던 놈이 변강쇠가 된 이유였다.

어떤 검사로도 특이점이 나오질 않았고 이상징후도 나타나질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이해가 되질 않았다.

분명 유물 때문에 저렇게 된 것이다!

박 실장뿐만 아니라 보고를 받은 정일두 회장도 그렇게 판단하고 생체실험이 가능한 비밀 연구소를 다시 만들라고 지시했다. 자기 자식을 실험체로 쓰겠다는 뜻이었다. 파주 비밀 실험실로 보낼 때 결정된 일이라는 건 무덤에 가져가야 할 비밀이었다.

비정하지만 올바른 판단이었다. 그룹의 미래가 걸린 일에 사심은 금물이었다. 하나둘 착착 준비하는데 연락이 왔다.

박 실장은 거듭된 전화질에 정무성이 퇴원하며 요양하겠다고 들어간 청평 별장에 갔다가 두통을 얻었다.

“엄마한테 얘기 다 들었어. 심장이식 수술하다가 일 틀어져서 이식도 못 받고 죽어가다가 유물 덕분에 목숨 건지고 이렇게 멋진 몸도 같게 된 거라며?”

“함부로 말할······.”

“알아, 안다고. 떠벌리고 다닐 얘기가 아니란 거. 평생 입 꾹 다물 거야. 걱정할 거 같아서 말해주는 거야.”

정무성은 전혀 믿음직스럽지 못하게 싱글 생글 웃어댔다.

“다른 게 아니고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야. 수술 파토 내서 날 죽이려 한 거 누구야?”

정말 단순히 궁금해서 묻는 것일까? 번들거리는 눈알을 보면 그런 게 아니었다.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이거 왜 이러세요, 전 국가원 차장이셨던 경영지원실장님. 들쑤시고 다닌 놈들이 있고 그거 돈으로 무마한 놈들이 있다면서?”

“경찰도 주시하고 전국구조직들이 전쟁하려고 하니까 불똥이 튈까 싶은 조직들이 일을 무마하기 위해 나섰던 겁니다. 중국 쪽 장기밀매 조직이 한국에 진출하려고 수를 쓰다가 사건이 터졌다는 게 결론입니다.”

“정말? 진짜? 리얼리?”

정무성은 다 안다는 듯이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박 실장은 모르쇠로 밀어붙이려다가 정무성이 아는 게 궁금해서 입을 다물었다. 역시나 성격대로 뭔가 나불거렸다.

“돈 가방 뒤로 받은 게 중국 장기매매 조직원 손목이라면서? 중국 장기매매 조직 하나가 작살 난 건 맞지만 걔들이 일 저질렀다는 증거는 없고 걔들이 빠가사리라서 서울을 들쑤시고 다녔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고, 안 그래?”

박 실장은 정무성을 다시 봤다. 달랐다. 정무성은 약에 절어 멍청한 소리를 지껄이는 놈이지 이렇게 말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누구야?”

정무성은 어서 말해보라는 듯 웃으며 물었다.

“신시 쪽 조직이라는 것만 압니다.”

“신시? 서울 옆에 붙은 신도시? 거기 조직이라고? 근데 그뿐이야?”

“알아보고 있습니다만 아직 나온 게 없습니다.”

“내 생각에는 말이야. 나한테 심장 뺏길 뻔한 놈이 수상해.”

“조사해봤습니다만 특별한 게 나오질 않습니다.”

“아니야, 내 감은 그 새끼한테 뭔가 있다고 말하고 있어. 박 실장, 나한테 몇 사람 붙여줘!”

닥치고 여기서 꼼짝도 마라는 눈빛을 박 실장은 쏴댔다. 어린애라도 알아먹을 표정도 보여줬다. 그런데 눈곱만큼도 뜻이 전달되지 못했다.

“내가 다 해결할 게!”

“잊으셨습니까? 회장님이 이곳에서 정양하라고 하셨잖습니까.”

“정양은 무슨. 잡소리 말고 사람 몇 줘. 싫어? 싫으면 꺼져!”

정무성은 파리 쫓듯 손을 흔들었다. 박 실장은 욕지기를 꾹 눌러 삼켰다.

“직원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시하고 통제할 사람을 보내겠다는 말이었다. 정무성은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그 꼴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였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연락 주십시오.”

박 실장은 의례 인사하고 별장을 나섰다. 천진하게 웃으며 흔들리던 손이 뚝 멈추었다.

정무성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정무성은 힐끔 구석에 숨겨져 있는 CCTV를 보고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한 병에 백만 원이 넘는 위스키를 따서 그냥 바닥에 버렸다.

별장에서 CCTV가 없는 곳이 이곳뿐이라서 뭘 해도 감시자들이 알 수 없지만 안심할 흔적은 만들어주어야 했다. 위스키 두 병이면 주정뱅이가 됐다는 훌륭한 증거였다.

정무성은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커지면서 머리카락이 길어지고 등에 검은 갈기가 자랐다.

크르르르르르-

짐승의 울음이 흘러나오는 주둥이에서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났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체형이 바뀌며 인간의 모습을 잃어갔다. 이윽고 시뻘게진 눈에서 붉은빛이 번뜩였다.

크르르르르르-

괴물의 울음에 바람도 달아나며 사위가 무거워졌다. 모든 걸 먹어치울 거 같은 진득한 살기가 자욱이 깔렸다. 누구라도 그곳에 가까이 가면 비명을 지를 것 같았다.

흉포한 울음이 짙어지다가 참 다행스럽게 잦아들었다. 괴물은 가라앉는 숨과 함께 평범한 사람이 됐다.

한바탕 몸을 푼 정무성은 취했다는 듯 비틀거리며 샤워실로 갔다가 나와서 소파에 털썩 앉았다.

“어디쯤 왔어? 빨랑 와 새꺄!”

전화를 끊은 정무성은 곧 맛보게 될 인간 여자들을 상상하고는 히죽 웃었다. 몸이 벌써 달아오르려 했다. 오늘도 파티를 즐겨보자고 웃는데 문이 열렸다.

“어? 30분은 걸린다며?”

의아해하던 정무성 얼굴이 대번에 굳었다. 바람에 열린 듯 문이 열리고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데 익숙지 않은 냄새가 문밖 어둠에서 풍겨왔다.

“누구야?”

대답 대신에 어둠에서 발이 나오고 몸과 얼굴이 뒤를 이었다. 2m에 이르는 장신에 근육질의 남자는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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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재회 +6 18.08.05 1,218 21 13쪽
» @37 누구야 +2 18.08.05 1,233 15 12쪽
36 @36 실험실 +2 18.08.05 1,198 17 13쪽
35 @35 알아냈습니다 +2 18.08.05 1,206 17 12쪽
34 @34 분노 +2 18.08.05 1,189 17 13쪽
33 @33 살려라, 살고 싶으면 +4 18.08.05 1,177 17 13쪽
32 @32 납치 +3 18.08.05 1,173 20 12쪽
31 @31 형 +3 18.08.05 1,187 14 12쪽
30 @30 기만 +2 18.08.05 1,208 17 12쪽
29 @29 죽는 건 쉽다 +2 18.08.05 1,188 15 12쪽
28 @28 현상금 +2 18.08.05 1,191 16 12쪽
27 @27 몽타주 +2 18.08.05 1,227 17 12쪽
26 @26 동생과 즐거운 쇼핑 +2 18.08.04 1,256 22 13쪽
25 @25 빅보스 +3 18.08.04 1,247 21 12쪽
24 @24 괴물 +3 18.08.04 1,284 19 12쪽
23 @23 그게 말이 돼? +4 18.08.04 1,258 23 12쪽
22 @22 쓰레기 청소 +5 18.08.04 1,280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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