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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ham의 서재입니다.

나는 늑대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고담
작품등록일 :
2018.07.28 13:45
최근연재일 :
2018.08.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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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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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8.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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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4 분노

DUMMY

제, 제발!

모두가 온 마음을 다해 빌었으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피를 너무 많이 잃은 게 문제였다. 성인 남자의 혈액량은 체중 1kg당 80㎖인데 이 돼지, 하니 환자는 70kg 정도니까 5.6ℓ이고 그중에 3분의 1인 1.86ℓ를 잃어도 치명적인데 통에 담긴 양은 딱 봐도 2ℓ가 넘었다.

퍼스트는 저도 모르게 야수를 봤다. 야수는 멍청히 서 있는 퍼스트를 거칠게 밀어내고 가슴이 열려 있는 자신의 형 앞에 섰다.

늦지 않기를 바랐는데 늦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바란은 날카로운 손톱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베었다. 살이 쭉 갈라지면서 붉은 피가 뭉클 나왔다.

주먹이 꽉 쥐어지면서 살이 더 벌어지고 붉은 피가 주룩 떨어져 멈춰버린 심장을 적셨다. 뭘 하려 저러나 싶을 때였다.

두근-

다시는 뛰지 않을 거 같은 심장이 뛰었다. 뚝뚝 떨어져 옆으로 흐르던 붉은 피가 달아오른 바위에 떨어진 이슬처럼 사라지면서 심장은 더욱 힘차게 뛰었다.

더는 위험했다. 마력으로 지혈한 바란은 멍청히 서 있는 이들을 봤다. 갈아 마셔도 시원찮지만, 참아야 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았다.

살 떨리는 눈길에 퍼스트는 바로 움직였다. 절개한 뼈를 붙이고 갈라놨던 살을 정말 정성스럽게 봉합했다. 그랬으니까 봐주지 않을까?

정말 억울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린 의료진일 뿐이었다. 더군다나 하잘것없는 목숨 대신 이 사회에 큰 보탬이 될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었다.

다 같은 목숨 아니냐 물을 수 있는데 그건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었다. 대통령과 노숙자 목숨이 같을 수 있는가? 그걸 저 야수 같은 남자가 알아주길 바라지만 그럴 거 같지는 않았다.

선택해야 했다. 퍼스트는 회의적인 확률에 목숨을 걸고는 지금 즈음이면 한창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있었어야 할 클라이언트 앞으로 갔다. 야수 같은 저 남자한테 죽을 수도 있지만, 클라이언트가 죽어도 죽는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퍼스트의 손짓에 눈치 빠른 스크럽이 먼저 움직이고 세컨이 그 뒤를 따랐다. 천만다행으로 심장을 적출 하지 않아서 인공심폐기와 연결된 관을 뽑고 절개부를 봉합하면 된다. 그렇다고 쉬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가뜩이나 약한 심장에 무리를 줘서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뒤엔 금방이라도 목을 물어뜯을 거 같은 야수까지 있었다.

퍼스트는 물론이고 세컨과 스크럽 둘도 최선을 다했다.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봉합을 끝냈을 때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멋지게 해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 보람이 있었다. 퍼스트는 희망을 품고 야수 같은 남자를 봤다. 모두를 쓸어보는 것 같은 야수의 눈은 지독하게 싸늘했다.

야수가 우악스러워 보이는 손을 올렸다. 그뿐이었는데 덜덜 떨며 뒷걸음질 치던 스크럽이 휙 날아가 목이 잡혔다.

두둑!

소름이 끼치는 소리와 함께 목이 꺾였다. 혀를 빼고 눈이 뒤집힌 채 목이 꺾인 스크럽을 본 다른 스크럽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아악!”

스크럽은 도망가다가 줄에 걸려 우악스러운 힘에 당겨지듯 휙 끌려가 야수의 손에 잡혔다. 그다음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뚝!

오, 하나님 저를 보살펴 주소서!

퍼스트는 눈물을 흘리며 도망가다가 바로 옆에서 나란히 도망가던 세컨이 보이지 않는 손에 잡혀 뒤로 확 끌려가는 것에 기겁하며 다시금 기도했다.

제발, 제발, 제발!

기도가 이루어졌다. 뜯겨 휑한 문을 무사히 지났고 널찍한 마당을 무사히 가로질러 주차해둔 차에 올라탔다.

습관이란 참 무서웠다. 목숨이 걸린 다급한 와중에 안전띠부터 맸다. 퍼스트는 요즘은 흔해진 자동차 시동 단추를 누르면서 저도 모르게 창밖을 봤다.

이동주택 네 채가 붙어 있는 작업장이 보였다. 짐승의 울음이나 비명 따윈 들리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졌다. 퍼스트는 짜증스럽게도 단박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시동 단추를 힘주어 꾹 눌렀다. 그런데······.

똑똑.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누가 웃으며 창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거 같았다. 당황해서 시동 단추를 마구 누르던 퍼스트는 퍼뜩 든 생각에 차 문을 잠그려 했다.

벌컥!

차 문이 확 열리면서 손이 불쑥 들어와 퍼스트의 멱살을 잡았다.

“놔! 이거 놓으라고······.”

퍼스트는 발악하다가 우악스러운 주먹에 턱을 맞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덩치는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안전띠가 풀리면서 퍼스트는 뒷덜미를 잡혀서 질질 끌려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위압감이 대단한 남자가 한 손은 수술대에 누워 있는 사람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다른 손으로는 남자 의사의 목을 틀어쥐고 있었다.

목을 잡힌 남자 의사가 감전이라도 된 듯 온몸을 떨어댔다. 더 이상한 것은 남자가 급격하게 늙어간다는 것이었다. 기괴한 일이지만 신세기는 그러려니 했다.

사장님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건 진즉에 알았다. 밋밋하던 손가락 끝에서 칼날 같은 갈고리 손톱이 순간 튀어나오는 것도 보고 2톤이 넘는 차를 한 손으로 드는 것도 봤는데 생기를 빨아서 다른 사람한테 넘기는 게 대수겠는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사장님이 조직을 총동원해 찾아낸 저 남자의 정체였다. 사장님 친인척이거나 지인일 확률이 높은데 조사하면서 알게 된 김민수의 가계도 안에 사장님 같은 분은 없었다.

그럼 혈연 아닌 가까운 사람?

궁금증은 괜찮지만, 그 이상은 위험했다. 신세기는 궁금증에서 그치고 퍼스트라고 불리는 의사를 바란 앞에 내려놓았다.

바란이 손을 놓자 노인이 된 의사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바란의 손짓에 퍼스트는 툭 튀어 올라 바란의 손아귀에 목이 잡혔다.

“어, 어, 어······.”

정신이 들었는지 신음을 흘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란은 눈길도 주지 않고 형, 민수만을 봤다. 생명력을 뺏어 다른 이에게 전하는 건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바란은 그런 쪽으로는 서툰 늑대 종족이었다. 그래서 효율이 매우 낮았다.

두 사람의 생명력을 뽑아 형한테 넘겼는데 체력을 회복시켰을 뿐이었다. 생명력이 뽑히는 퍼스트가 펄떡펄떡 몸을 떨어댔다. 그러자 흉측한 수술 자국이 아물어가며 밋밋해졌다.

수술 자국을 지우는 것보다 체력을 북돋는 게 더 낫지만 조금 더 건강해지는 것보다 끔찍한 상처를 지우는 게 낫다고 판단한 바란은 힘을 다했다.

아쉽게도 셋만으로는 부족했다. 말라 비틀어질 때까지 생명력을 뺏을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놈들에게 죽음은 사치였다.

바란은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여자의 목을 틀어쥐고 가혹하게 생명력을 뺐었다. 서른이나 되었을까 싶은 여자가 여든의 노인이 되었을 때 민수의 수술 자국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가느다란 선으로만 남았다.

완전히 지워버리고 싶은데 제물이 없었다. 바란은 마력으로 형의 머리를 만져주고는 신세기를 봤다.

“옥탑방으로.”

“알겠습니다.”

신세기는 직원들을 불러 민수를 옮겼다. 이제 남은 건 노인이 된 이들과 심장이식도 못 하고 숨만 간신히 붙어 있는 이름 모를 누구였다.

“일으켜 세워.”

바란의 말에 직원들이 재빠르게 움직여 노인들을 일으켜 세우고 머리를 잡았다. 다음으로 친절히 뺨까지 후려쳐서 정신 차리게 하고는 말씀을 하실 그들의 사장님을 보게 했다.

“신경이 모두 끊긴 너희는 지금처럼 눈알만 굴릴 수 있을 거다. 죽을 때까지 후회하고 또 후회해라.”

잔혹하게 말한 바란은 신세기를 봤다.

“양로원에 처넣어.”

시설 좋고 대우 좋은 양로원에 보내라는 뜻이 아니라는 건 목소리만으로 알 수 있었다. 직원들이 노인들을 질질 끌고 갔다. 이제 남은 건 처음에 뜯긴 문에 맞고 날아가 처박힌 써드와 심장이 위태로운 누구였다.

이놈을 어찌할까?

자기가 살려고 돈으로 다른 사람을 죽이려 했던 놈이었다. 이놈도 양로원에 쳐넣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해놓고 싶은데 며칠도 못 살고 뒈져버릴 거 같았다.

그래서는 안 된다.

바란은 날아간 문에 맞아 뼈 몇 개가 부러지고 코피도 터지면서 앞니도 날아가 꼴이 흉해진 써드의 목을 틀어쥐었다.

써드의 생명력이 바란의 손을 통해 다른 쪽으로 넘어갔다. 써드가 노인네가 되자 반대쪽의 누구는 목숨을 건졌다.

“병원 앞에 던져 놔.”

살려는 놓으라는 뜻이었다. 병원에서는 신원조회를 할 것이고 가족한테 연락이 갈 것이다. 가족은 억지로 살려놓아 언제라도 죽을 수 있는 이놈과 만날 것이다.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라고 살려두는 것이고 그 얼굴들을 보고 싶어서 수고를 무릅쓰는 것이었다. 서른이 갓 넘어 보이는 놈이 이 모든 일을 획책하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 일에 연관된 놈들 모조리 찾아내.”

바란의 분노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 * *


“뭔가 있는 게 맞지?”

최 형사가 햄버거를 우물거리며 물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애들이 서울 가서 난리를 쳤겠어요?”

벌써 다 먹은 윤 형사는 콜라를 쪽쪽 빨면서 바보를 보듯이 최 형사를 봤다. 별스럽게도 껄렁거리지도 않고 술장사하고 여자들 관리하던 놈들이 갑자기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뛰어다니더니 갑자기 서울로 쳐들어가 온갖 곳을 들쑤시고 다녔는데 그게 별 이유도 없이 그냥 심심해서 한 짓이겠는가.

지금 상황이 자못 심각했다. 자기 구역이 들쑤셔졌는데 어느 조직이 가만히 있을까. 곧 전쟁이 터질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래서 이렇게 집에도 못 가고 길거리에 쪼그려 앉아 저녁을 먹는 것이고.

“너 눈깔이 좀 불경하다?”

“오해이십니다.”

“오해가 아닌 거 같은데?”

“오해라니까요.”

여기저기 찌르고 다녀도 나오는 게 없고 더 알아볼 곳도 없는 두 형사는 말장난하며 답답함을 풀었다.

“너 많이 컸다?”

“제가 원래 형님보다 컸습니다만?”

발딱 일어난 윤 형사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최 형사를 내려다 봤다. 참을 최 형사가 아니었다. 둘은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서로 내가 크다가 키 싸움을 했다. 그러고 또 노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왔다.

“뭐, 뭐야?”

당황한 두 사람이 주춤 뒤로 물러났다. 무섭게 달려오는 얼굴들을 보니까 보통 사람이 아니라 딱 봐도 조폭 쪽이었다.

“오늘 몸 좀 풀겠는데?”

경망스러운 말과 달리 최 형사는 긴장하며 허리춤에 있는 삼단봉을 잡았다. 윤 형사는 권총까지 쓸 각오를 하며 긴장을 삼켰다.

달려오는 놈들은 모두 다섯. 선빵치면 어찌 될 거 같은데 경찰 신분에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한 대는 먼저 맞아야 한다.

최 형사와 윤 형사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기다렸다. 놈들이 바로 앞까지 달려왔다.

“머, 멈춰 새끼들아······.”

고함을 다 지르지도 않았다. 그런데 달려오던 놈들이 돌연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자, 자수하겠습니다!”

“응? 뭘 해?”

최 형사와 윤 형사는 잘못 들었나 서로를 보다가 다시 무릎 꿇은 놈들을 봤다.

“저, 저흰 헬리콥터 알선하고 팝니다!”

헬리콥터?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고 이동 방향이 자유로우며 공중에 정지할 수도 있는 그 항공기는 아닌 거 같고 그럼?

최 형사와 윤 형사의 눈길이 험해졌다. 헬리콥터는 HEart 심장, LIver 간, COrnea 각막, Pancreas 췌장, TEndon 힘줄, Retina 망막의 앞글자 HELICOPTER로 불법 장기매매 은어였다.

“너희가 귀신이라고?”

귀신은 이쪽에서 ‘귀’하의 ‘신’ 즉 몸을 사겠다는 은어인데 꼬리 잡기도 쉽지 않은 귀신 같은 놈들이라 귀신이라고 불렀다.

“네, 저희가 바로 그 귀신입니다! 그러니까 제발 저희 좀 체포해주십시오!”

인간말종 놈들이 손을 내밀며 애걸했다. 반가운 상황이긴 한데 이상한 일이었다. 최 형사는 번쩍 든 생각에 고개를 들었다.

조폭같이 생긴 사람들이 무릎 꿇고 애원하는 희한한 광경에 사람들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구경했다. 그런 구경꾼들 뒤에 살벌한 얼굴의 덩치들이 입을 꾹 다물고 이쪽을 노려보다가 서로 눈짓을 주고받고는 돌아섰다.

“어이, 거기 형씨들!”

최 형사는 덩치들을 불렀다. 덩치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걸음을 빨리했다.

저놈들 잡아야 한다!

감이 팍 온 최 형사는 덩치들을 잡으러 뛰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는데······.

“자수한다니까요! 제발 잡아가세요, 네?”

“저희 좀 살려주세요! 엉,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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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알아냈습니다 +2 18.08.05 1,206 17 12쪽
» @34 분노 +2 18.08.05 1,190 17 13쪽
33 @33 살려라, 살고 싶으면 +4 18.08.05 1,177 17 13쪽
32 @32 납치 +3 18.08.05 1,173 20 12쪽
31 @31 형 +3 18.08.05 1,187 14 12쪽
30 @30 기만 +2 18.08.05 1,208 17 12쪽
29 @29 죽는 건 쉽다 +2 18.08.05 1,188 15 12쪽
28 @28 현상금 +2 18.08.05 1,191 16 12쪽
27 @27 몽타주 +2 18.08.05 1,227 17 12쪽
26 @26 동생과 즐거운 쇼핑 +2 18.08.04 1,256 22 13쪽
25 @25 빅보스 +3 18.08.04 1,247 21 12쪽
24 @24 괴물 +3 18.08.04 1,284 19 12쪽
23 @23 그게 말이 돼? +4 18.08.04 1,258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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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망상 +3 18.08.04 1,278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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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또? +12 18.07.29 1,641 32 12쪽
8 @8 균열 +9 18.07.28 1,672 30 13쪽
7 @7 기다리던 특별한 아침 +4 18.07.28 1,671 26 12쪽
6 @6 학교 가기 전에 +3 18.07.28 1,711 22 13쪽
5 @5 나는 누군가 +1 18.07.28 1,773 19 13쪽
4 @4 흐지부지 +3 18.07.28 1,908 22 11쪽
3 @3 놈이 깨어났다. +6 18.07.28 2,196 25 12쪽
2 @2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5 18.07.28 2,620 26 12쪽
1 @1 prologue +9 18.07.28 5,466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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