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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ham의 서재입니다.

나는 늑대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고담
작품등록일 :
2018.07.28 13:45
최근연재일 :
2018.08.23 13:05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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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9,868

작성
18.07.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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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0 KOPAC

DUMMY

이런 일이 간혹 발생한단다. 마력 간섭 현상 때문이란다. 예전엔 드물었는데 점차 빈번해지고 있단다. 현재로서는 현장에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끝으로 센터 요원은 통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참 답답한데 어쩔 수 없었다. 레이더 오류를 일으키는 마력 간섭 현상을 어떤 징조로 보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긴 한데 대다수는 그 목소리를 무시했다. 여자도 무시하는, 아니 관심 없는 쪽이었다.

여자는 창피한 것도 모르고 바지를 까고 오줌을 싸 갈기는 남자를 무시하고 산에서 내려갔다. 그러면서 놈팡이와 다시는 엮이지 않기를 기도했다.

기도는 간절함이 부족했는지 통하지 않았다. 여자는 놈팡이와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당신 나 따라다니는 거야?”

“내가 할 소리!”

“여기 섹터 직원이 몇 명인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그것도 연달아서 긴급 출동하게 되는 게 단순히 우연이다?”

“낸 들 어떻게 알아!”

“발뺌 마. 당신 짓이지? 그렇지?”

여자는 남자를 몰아붙였다. 남자는 어이없어하며 화를 터트렸다.

“이 여자가 정말!”

“왜 때리려고? 누가 겁낼 줄 알아? 때려 봐? 때려 보라니까!”

여자는 머리로 남자 가슴을 밀어댔다. 얼굴이 시뻘게진 남자는 손을 들었다 내렸다 반복하며 콧김을 뿜어댔다.

“미친년, 꺼져!”

“뭐, 미친년? 이게 어따 미친년이래!”

여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남자 머리채를 확 잡아챘다. 그다음은 힘껏 흔드는 거였다.

“악! 이거 안 놔! 놓으라고 미친년아!”

“죽어, 죽어!”

기회다! 여긴 깊은 산 속이고 둘밖에 없는 데다 오밤중이라서 내일 아침까지도 사람이 얼씬도 안 할 거다. 그러니까 이 놈팡이와 끝장을 보자!

여자는 남자 머리채를 잡고 흔들다가 귀를 확 물었다.

“악!”

남자는 비명을 내지르고는 여자를 걷어찼다. 우악스러운 힘에 차인 여자는 헛바람을 삼키며 뒤로 나동그라졌다.

“개, 개팔··· 새끼······.”

여자는 고통을 삼키며 일어났다. 바로 달려가고 싶은데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아파서 허리를 펴기도 힘들었다. 그러는 여자를 향해 악귀로 변한 것 같은 남자가 성큼성큼 걸었다.

“오, 오지 마!”

여자의 목소리가 두려움에 떨렸다. 남자는 돌아버린 눈으로 여자를 노려보며 여자 앞에 섰다. 힘이 가득 담긴 우악스러운 남자 손이 위로 올라갔다.

두려움에 흔들리던 여자의 눈이 딱 멈췄다. 그런데 꼭지 돈 남자를 보질 않고 남자 뒤쪽을 봤다. 흔들리는 여자의 눈길에 보기와 달리 이성이 있던 남자는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어둠 한가운데서 싯누런 빛이 두 개나 일렁거렸다. 뭔가 싶어서 다시 봤는데 그건 뭔지 모를 짐승의 눈빛이었다.

오, 세상에······.

저건 짐승 따위의 눈빛이 아니었다. 남자는 침을 꿀꺽 삼키며 허리 뒤로 손을 넣었다. 바로 빠져나오는 손에 총이 쥐어져 있었다.

새파란 눈빛이 증폭됐다. 남자가 다급히 총을 겨눌 때 새파란 눈빛은 쏘아진 듯 날아가 남자를 덮쳤다.


* * *


달빛 아래 속옷만 입고 무릎 꿇은 남녀가 조심스럽게 앞에 있는 남자를 살폈다.

앉아 있어서 가늠하기 어려운데 키가 2m는 넘고 몸무게도 120kg은 될 거 같았다. 다 물살이거나 하면 웃어줄 텐데 모두 잔뜩 단련된 돌 같은 근육이었다.

근육을 자랑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갑갑한 게 싫은 것인지 거인은 반바지만 입었다. 신발도 신지 않았다. 거기에 갈대처럼 굵고 뻣뻣한 머리카락이 사자 갈기처럼 풍성해서 더 야만스럽게 보였다.

남자와 여자는 똑같이 침을 꼴깍 삼켰다. 좀 전까지 그들의 소유물이었던 옷을 뒤적이는 야만인의 손에 삐쭉 돋아있는 손톱이 칼날처럼 날카롭고 송곳처럼 뾰족했다.

얼굴이라도 순하게 생겼으면 말이라도 걸어볼 텐데 달빛이 있다 해도 깜깜한 밤인데도 빛나는 싯누런 눈과 부리부리하고 굵직한 코, 바위처럼 투박한 입이 무쇠로 깎은 게 아닌가 의심스러운 턱과 어우러져 강인함을 더했다.

짧고 뻣뻣한 구레나룻을 보면 다른 곳에도 털이 많을 거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 왁싱한 듯 털 없이 깨끗해서 조각해 만든 것처럼 발달한 근육이 더욱 도드라졌다.

딱 봐도 저건 헬스장에서 보충제 먹어가며 만든 근육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서 봤다면 탄성을 흘리며 구경하며 놀라워하겠지만, 저 우람한 팔뚝에 붙은 주먹에 입이 터지고 눈두덩이 붕어가 된 남녀는 간절히 소망했다.

이 시간이 빨리 지났으면······.

야속하게도 시간은 더디게만 흘러갔다. 한 방에 기절했다가 깨어나 잘못 입을 놀렸다가 두 눈이 다 붕어가 된 남자는 입을 달싹이면서도 말을 못 했고 남자가 어떤 꼴을 당한 지 본 여자는 현명하게 입을 다물고 야수 같은 저 남자의 반응을 초조히 기다렸다.

야수의 화신 같은 짐승남이 뒤진 여자의 옷에서 스마트폰, 블루투스 이어폰, 지갑, 립밤, 립스틱, 향수, 화장 연필, 파우더, 머리핀, 차 키, 사탕, 동전 몇 개··· 많이도 나왔다.

남자 옷에서는 스마트폰, 지갑, 차 키, 담배, 라이터 그리고 작고 납작한 종이 상자 하나가 전부였다. 그래서 더 납작한 종이 상자에 눈길이 갔다.

뭐지?

짐승남도 궁금했는지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꺼내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손가락에 끼우고 말린 걸 풀고 그걸 빼서 쭉쭉 잡아당겨도 봤다. 그러자 그걸 보는 여자의 얼굴이 빨개졌다.

뭐기에?

콘돔을 휙 던져버린 짐승남은 지갑을 뒤적였다. 신분증이 두 개가 나왔다. 하나는 흔히 볼 수 있는 주민등록증인데 나머지 하나는 아주 생소했다.

재질부터 보통 플라스틱이 아니고 파란색 바탕에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다른 홀로그램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사진이 매우 선명해서 주인이 누군지 바로 알 수 있는데 인적 사항 같은 건 없고 9개 숫자로 된 ID가 가운데 있었다.

밑부분에는 KOPAC이라는 말이 있고 그 아래 맨 밑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와 영문자가 쭉 나열되어 있었다. 이렇게 조금은 복잡한 앞면과 달리 뒷면은 앞에도 있는 눈을 형상화한 문양이 커다랗게 덜렁 있을 뿐이었다.

“박수지.”

갑자기 굵고 묵직한 목소리가 나왔다. 박수지는 놀라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네?”

“이건 무슨 신분증이지?”

“그, 그건···”

머릿속이 복잡해지려는데 짐승남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버렸다.

“헌터 라이센스에요!”

짐승남은 더 말해보라는 듯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헌터 라이센스인데··· 그러니까 그게······.”

“미궁출입면허증입니다!”

남자가 얼른 말했다. 짐승남은 여자 지갑을 내려놓고 남자 지갑에서 신분증 두 개를 꺼내봤다.

“김대남, 3년 차 헌터입니다. 저 여잔 1년 차 햇병아리라 뭘 모릅니다. 저한테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오!”

대남은 확신했다. 저 사람은 자연 각성자다!

몇십만 명 중에서 한 명이라는 희귀한 확률로 마력을 자연적으로 각성하고 그런 자연 각성자 중에서 극히 일부는 놀랄만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저 짐승남은 소문의 그 자연 각성자가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남이 지금 꼴이 이래도 3년 차 베테랑인데 형편없이 당하고 반항할 엄두도 나질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자연 각성자라는 근거는 또 있었다. 마력사용자면서 헌터를 모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력사용자가 헌터고 헌터가 마력사용자인데 헌터 라이센스를 모른다는 건 저 짐승남이 자연 각성자라는 확실한 증거였다.

“헌터가 뭐지?”

“헌터는······.”

“야!”

수지가 놀라서 대남을 말렸다.

“너 어쩌려고 그래? 미쳤어?”

“그럼 보안각서 쓴 거 지키겠다고 여기서 죽어야 해?”

“죽긴 누가 죽어! 보안각서 위반해서 인생 종친 사람들 명단 읊어봐 줄까?”

“여기 우리 말고 또 누가 있다고 그래!”

“시험일 수도 있잖아!”

수지 말에 대남은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그 생각을 못 했다. 짐승남이 정체를 숨기고 있는 헌터일 수도 있다는······.

대남은 짐승남을 봤다. 수지는 짐승남을 어떤 확신을 하고 봤다. 그 모양에 짐승남은 궁금해졌다.

“너희들 뭐야?”

“네?”

“원수처럼 싸워대다가 년은 왜 남자를 챙기고 놈은 왜 여자 말을 들어?”

짐승남의 물음에 당황한 대남과 수지는 저희도 모르게 서로를 봤다. 바로 어색해졌다.

“그러니까 그게······.”

“몇 년을 뒷바라지했는데 이 새끼는 헌터 됐다고 날 찼어요!”

수지가 표독스럽게 까발렸다.

“내가 언제 찼어? 네가 떠난 거지!”

“귀찮다며? 내버려 두라며? 혼자 있고 싶다며!”

“그거야······.”

“그만.”

짐승남의 날카로운 마력 섞인 묵직한 말에 대남과 수지는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지랄은 너희끼리 있을 때 하고 말해 봐. 헌터가 뭐고 미궁이 뭔지. 충고하는데 자기 내장이 얼마나 긴지 확인하고 싶으면 시간 낭비 말고 말해.”

서늘한 살기에 솜털이 곤두섰다.

“허, 헌터는··· 미궁에 들어가 괴물을 사냥하는 사람들입니다. 미궁은 게이트로 드나들 수 있는 다른 세계인데 신화나 전설에 나오는 괴물부터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 한 온갖 괴물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말문이 트여서인지 말이 쏟아져 나왔다.

“헌터 역사는 오래됐습니다. 사해문서에도 기록되어 있다는데 공인된 역사는 1095년 프랑스 클레르몽 공의회입니다. 의회 기록지 끝부분에 세상에 사특한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명예로운 전사들이 악마들과 싸운다는 기록은 그 전부터 있었습니다.”

대남은 짐승남의 눈길에 머리를 긁적였다.

“월요일마다 이런저런 정신 교육받거든요. 3년 차 정도 되면 저처럼 달달 외우게 됩니다.”

대남은 분위기 좀 바꿔보려고 웃으려다 옆에서 표독스럽게 노려보는 수지 때문에 얼굴을 굳혔다.

“십자군 전쟁의 영웅, 잉글랜드 국왕 리처드 1세가 미궁의 기사였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리처드 1세의 숙적이자 십자군 원정군에 맞서서 이슬람을 이끈 술탄 살라딘도 전사로서 미궁을······.”

월요일마다 받는다는 교육이 세뇌라도 되는지 줄줄 나왔다.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미궁의 상업적 가치가 떠오르게 되고 제국주의가 태동하면서 미궁을 국가가 관리하기 시작합니다. 세계대전의 이면은 미궁을 확보하려는···”

대남은 지겹게 교육받았다는 걸 한풀이라도 하듯이 쉬지도 않고 정보를 쏟아냈다.

“그러니까··· 전쟁 끝에 1945년에 창설된 Los Angeles Treaty Organization, LA 조약기구에서 미궁 소유권이 정립되고 1948년 발족한 International Crisis Management Organization, 국제위기관리조직에 의해서 비밀주의가 채택되어 지금까지 그 정책이 유지되면서 보통 사람은 미궁에 관한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하게 됐습니다······.”

짐승남은 대남의 입을 막지 않고 대남이 제풀에 지쳐 입을 다물 때까지 기다렸다. 헌터들이 소속된 곳이 코팩이고 코팩은 Korea Occult Power Administer Corporation, 줄여서 KOPAC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네 실력은 어느 정도지?”

짐승남이 불쑥 물었다.

“전 말단입니다. 제 위로 조장, 조장 위로 팀장이 있고 팀장 위로 센터장이 있습니다. 센터장 위에는 위원들이 있고 위원장이 가장 높은 직급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렇습니다.”

“다른 나라는?”

“우리랑 같은 나라도 있고 다른 나라도 있는 거로 압니다.”

“네가 경험한 가장 강한 헌터는?”

“연수원장입니다. 연수원 수료식 날 만났는데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대남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에서야 알아차린 것이었다.

“다,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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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납치 +3 18.08.05 1,174 20 12쪽
31 @31 형 +3 18.08.05 1,187 14 12쪽
30 @30 기만 +2 18.08.05 1,208 17 12쪽
29 @29 죽는 건 쉽다 +2 18.08.05 1,189 15 12쪽
28 @28 현상금 +2 18.08.05 1,191 16 12쪽
27 @27 몽타주 +2 18.08.05 1,22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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