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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ham의 서재입니다.

나는 늑대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고담
작품등록일 :
2018.07.28 13:45
최근연재일 :
2018.08.23 13:05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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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072
추천수 :
990
글자수 :
269,868

작성
18.08.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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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1쪽

@12 내가 뭘 먹었나?

DUMMY

“조심해요.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요!”

“괜찮아요, 괜찮아.”

경환은 입버릇처럼 해온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좀 의아했다. 아프기는커녕 몸에 힘이 넘쳤다. 뭘 잘못 먹었나 싶은데 바빠서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변화는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건 몸에 스며든 마력이 뒷심을 발휘하는 까닭이었다.

신비한 효능이 있는 마력은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지만 부부는 그걸 다룰 줄도 몰랐고 알지도 못했다. 그저 쉬이 지치지 않고 잔병이 사라져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마력은 부부의 쇠약한 육신을 고치고 활력을 일으키며 시나브로 사라졌다. 이제 민지 차례였다. 잠이 들면 팔다리를 흔들어도 깨질 않는 민지라서 유난스럽게 할 필요도 없이 뚝딱 해버렸다.

주말마다 찾아와 함께 쉬지도 않고 집안일 하는 큰누나, 민주한테도 마력으로 몸을 고치고 활력을 넣었다. 남은 가족은 형, 민수였다.


***


민수는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데 공부에 방해된다고 누가 찾아오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특히나 엄마의 반찬 배달을 매우 부담스러워해서 배달꾼인 민준을 살갑게 맞이하지 않았다.

민준도 살가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대뜸 형 뒤통수를 쳐서 기절시키는 일을 할 수 있는 거였다. 활력을 넣어주고 깨우니 민수는 당황했다가 평소의 얼굴로 돌아갔다.

마력이 형, 민수를 어떻게 바꾸고 그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두고 볼 일이었으나 민준은 형을 위해서라고 생각했고 마력의 효과도 그러했다.

무뚝뚝한 형제는 별말 나누지 않고 헤어졌다. 민준은 할 일을 다 한 것 같아 뿌듯해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별문제 없을 거라 봤다. 근데 활력에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있었다.

“우아아아아아아-”

민지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녔다. 잠깐 그러고 마는 게 아니라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방방 뛰거나 뭘 하다가도 벌떡 일어나 뛰었다.

먹기는 또 얼마나 잘 먹는지 집에 소가 한 마리 더 늘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대로는 사고가 날 거 같았다. 민지는 민준한테 붙잡혀 앞마당으로 끌려나갔다.

민지는 격렬하게 반항하다가 민준의 말에 반색했다.

“진짜 때려?”

“그래, 힘껏.”

“후회 마?”

민지는 씩 웃고는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민준은 덤덤히 있다가 얼굴로 뻗어오는 주먹을 툭 쳤다. 민지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우씨!”

얼굴이 빨개진 민지는 주먹을 마구 휘둘렀고 그 주먹들을 민준은 너무도 쉽게 쳐냈다.

“맞아라!”

발길질이 더해졌으나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주먹질과 발길질은 생각보다 꽤 힘든 일이었다. 민지는 금세 지체서 숨을 헐떡이며 얄미운 오빠를 봤다.

“좀 맞아주라!”

“즐.”

민준은 손가락으로 민지를 도발했다. 성질이 난 민지는 민준의 의도대로 마구 힘을 쏟아내다 제풀에 지쳐 쓰러졌다.

“오늘은 여기까지.”

“뭐야? 내일 또 한다고?”

민지가 발딱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민준은 대꾸해주는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 음험한 놈들이 그득한 세상에 여리고 나약한 동생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결정하지 못한 건 어느 정도까지 하는가였다.

전투기술을 가르쳐야 말아야 하나 고민됐다. 놈들을 생각하면 가르쳐야 하는데 그게 더 위험을 자초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눈에 띄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한 것일 수도 있는데 전투기술을 익히면 주머니 속의 송곳이 되어버린다. 다행히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됐다.


**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 아침에는 느긋이 운동했다. 민준은 온몸의 근육을 쫙 늘리며 몸을 풀었다. 그다음은 근력운동이었다. 마력으로 몸에 부하를 걸면 팔굽혀펴기 열 번에 힘이 쫙 빠져버렸다.

9가지 맨손 근력운동을 3세트씩 하자 몸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민준은 시원한 물로 몸을 식히고 나서 식탁에 앉았다.

간단히 먹어야 할 아침이니까 평소처럼 밥솥에 참치통조림 세 개, 날달걀 세 개, 버려야 할까 고민스러운 나물 반찬들 그리고 가위로 대충 자른 상추, 고추장, 참기름을 붓고 쓱쓱 비볐다.

막 넣었더니 한 솥이 되어버렸다. 준비하는 내내 입맛을 다시던 민준은 더 참지 않고 숟가락으로 거하게 밥을 펐다.

‘오, 이 맛은 정말!’

행복해진 민준은 열심히 먹어댔다. 그러는데 맞은편 방문이 열리고 뚱한 얼굴의 민지가 나왔다.

“또 개밥 먹는 거야?”

개밥이라니! 민준은 항변하기보다 날이 갈수록 까칠해지고 변덕스러워지는 동생을 무시했다. 그런데 동생 방에서 한 사람이 더 나왔다.

‘누구지?’

붕어 눈, 퉁퉁 부은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가 참 너저분한데 티셔츠가 헐렁해서 한쪽 어깨가 다 드러나 있고 속옷 같은 반바지 때문에 하얗고 기다란 다리가 고스란히 보였다.

“응? 누구?”

스물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한 여자가 민준을 보고 물었다. 민준은 대답 대신에 여자를 빤히 보면서 밥을 먹었다.

“쭈니?”

여자 아니 오남매 농장의 셋째, 민서의 눈이 커졌다. 민준은 오랜만에 집에 온 탓에 바로 아래 동생도 못 알아본 둘째 누나를 보고 왜 불렀냐는 듯 빤히 보다가 말이 없자 먹던 걸 마저 먹었다.

“정말 쭈니?”

민서는 믿기지 않아 눈을 깜빡였다.

마지막으로 본 게··· 작년이구나. 지금은 유월이고······. 그렇더라도 반년 만에 못 알아볼 정도로 변한 동생이 민서는 낯설었다.

가만히 보니까 홀쭉해진 얼굴에 익숙함이 있었다. 말수 없는 것도 똑같았다. 그 외에는 모든 게 달라서 낯설기까지 했다.

“악! 또 밥 다 먹은 거야?”

민서와 달리 민지는 늘 보는 민준이 익숙하고 당연히 마냥 좋지 않았다.

“돼지!”

뭐라 하거나 말거나 민준은 잘도 먹었다. 그 또한 익숙지 않은 모습이었다. 민준은 언제나 움츠려 있는 아이였다. 거기다가 먼저 말을 꺼내질 않았는데 이젠 아니었다.

“휴가야?”

“내일까지.”

적어도 스물은 된 거 같은 얼굴과 몸과 달리 이제 열아홉인 민서는 아이돌 연습생이었다. 사기꾼 회사는 아니라는 기획사에 발탁돼 서울로 간 게 횟수로 3년 전이었는데 그동안 명절에만 집에 올 수 있었고 올해엔 뭐가 그리 바쁘다고 설에도 집을 찾지 않았었다.

“한 달 뒤에 데뷔해.”

“앗? 진짜?”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덤덤한데 저만치서 있는 민지가 화들짝 놀랐다.

“데뷔하면 정신없이 바쁠 거야.”

희망 사항이었다. 망하면 지독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물론 민서는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아니 성공해야 한다. 반드시!

민서가 다시금 다짐할 때 야무진 민지는 쌀을 척척 씻어 압력밥솥에 밥을 안쳤다. 밥이 다 되어 김을 뺄 때 밥을 다 먹은 민준은 자기 몫이라는 듯 자연스럽게 설거지를 했다.

정말 달라졌구나!

민서는 달라진 민준이 낯설면서도 좋았다. 이제 자기만 잘하면 우리 집에 행복이 깃들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우리 쭈니가 정말 많이 컸구나!’

세상에나! 자신보다 작았던 꼬꼬마가 어느 사이에 올려봐야 할 정도로 자라버렸다.

키만 큰 게 아니었다.

“쭈니 무슨 운동 하니? 몸이 장난 아닌데?”

“운동하지! 너무 해서 탈이야!”

민서가 대신 대답했다. 그러고는 설거지가 열심인 민준의 웃옷을 확 올렸다.

“근육 장난 아니지? 이렇게 될 정도로 운동하니까 밥을 돼지처럼 먹는 거야!”

민서 눈이 동그래졌다. 민지는 민준이 너무 많이 먹어서 밥해야 하고 텅 빈 냉장고를 봐야 한다는 것에 불만이 많은 거 같은데 민서 눈에는 놀랍기만 했다.

많이 먹는다고 저런 근육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몸매를 만들려 고강도 트레이닝을 받는 민서는 그걸 잘 알았다.

무슨 운동을 어떻게 해서? 설마 약물을?

의심도 병이라지만 생각할수록 걱정이 커졌다. 알면 실망하겠지만 민서가 아는 민준은 의지가 강한 아이가 아니었다. 거기다 나약하기까지 한 아이가 반년 만에 의지만으로 저렇게 변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보다 엄청난 땀의 결과가 아닌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을 쓴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겼다.

걱정이 생겨버린 민서는 꿀맛 같은 휴가를 즐기지도 못하고 걱정 어린 눈으로 민준을 지켜봤다. 다행히 의심을 증명할 그 어떤 실마리도 나오질 않았다.

알게 된 건 앉아 있는 것도 싫어하던 민준이 TV 보면서도 가만히 있질 않은 운동광이 됐다는 것이었다.

저녁까지 지켜보고 나서야 의심을 거둔 민서는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깊은 밤이 되자 휴가가 끝남을 아쉬워하며 꿈나라로 갔다.

오래지 않아 천천히 문이 열리고 민준이 들어와 민서 머리맡에 앉았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균열의 핵을 꺼내 삼키고 민서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 손에서 황금빛이 흘러나온 건 잠시 뒤의 일이었다.


다음 날 아침, 민서는 정말 오랜만에 거뜬히 일어나 상쾌한 하루를 시작했다.

집이 좋긴 좋았나 보다. 고작 며칠 있었는데 고질병인 변비가 달아났는지 시원하게 일을 봤고 걱정거리였던 피부 트러블이 싹 가라앉아서 로션만 발랐는데도 피부에 윤이 나는 것 같았다.

근데 느낌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숙소로 복귀했는데 멤버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탄성까지 흘렸다.

“언니! 휴가 내내 마사지 받은 거예요?”

“얼굴이 더 하얘진 거 같다!”

“어머머, 피부 결이 장난 아닌데? 뭐야? 말해 봐!”

민서는 멤버들의 호들갑이 의아하긴 한데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예뻐졌다는 말 싫어할 여자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오이팩 열심히 했지.”

정말로 오이를 썰어 얼굴에 붙이며 막냇동생과 놀았었다. 그러면서 오이를 좀 많이 먹어 변비도 나아진 거라고 민서는 믿었다.

“응?”

휴가 갔다 오고 사흘이 지났을 때 민서는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집에서 뭘 먹었지?”

민서는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나쁜 쪽이면 고민이 될 터인데 좋은 쪽이라 걱정까지는 아닌데 정말 이상하기는 했다.

냉정히 봐도 많이 예뻐진 데다 고민됐던 아랫배도 쏙 들어가고 군살도 사라지면서 몸매가 남달라졌다. 그 변화를 고민 없이 기뻐한 사람은 민서의 소속사 사장 박명원이었다.

“좋아, 다 씹어 먹어버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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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납치 +3 18.08.05 1,174 20 12쪽
31 @31 형 +3 18.08.05 1,187 14 12쪽
30 @30 기만 +2 18.08.05 1,208 17 12쪽
29 @29 죽는 건 쉽다 +2 18.08.05 1,188 15 12쪽
28 @28 현상금 +2 18.08.05 1,191 16 12쪽
27 @27 몽타주 +2 18.08.05 1,227 17 12쪽
26 @26 동생과 즐거운 쇼핑 +2 18.08.04 1,257 2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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